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 『AI, 인문학에 길을 묻다』를 읽고

오늘날 AI는 생활의 편리함을 넘어서 전쟁•선전•감시의 도구로도 빠르게 전용되고 있는데, 우리는 또 한 번 강력한 무기를 손에 쥔 문명 앞에 서 있다. AI의 발전을 막는 것이 불가능해 보이는 오늘날, AI는 인류의 생존을 위협할 두려운 존재로 인식되고 따라서 인류는 뼈아픈 성찰과 함께 대안을 모색해야 하는 과제를 떠안게 되었다.

인공지능(AI)의 시대가 도래하면서 인류는 과거 그 어느 때보다도 낯선 세상을 살아가고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사망자가 폭증하면서 전 인류는 패닉에 빠졌고, 이 시기에 우리는 일상을 유지하기 위해 원격교육, 재택근무, 화상회의, 모바일 뱅킹, 온라인 쇼핑 등을 통해 일상을 유지했다. 하지만 코로나 바이러스가 물러갔음에도 불구하고 일상의 편리함은 거부할 수 없었다. 이때부터 디지털 시대는 인류의 새로운 표준, 뉴노멀로 자리 잡게 되었다.

최재운 저, 『AI, 인문학에 길을 묻다』 (데이원, 2025)

처음 AI는 인간의 계산 과정을 수학적 원리로 설명하려 한 앨런 튜링에 의해서 시작되었는데, 이후 AI의 발전에는 기호주의와 연결주의라는 개념이 도입되었는데, 여기에는 철학의 기여가 컸다고 한다. 인간처럼 생각하는 기계를 만들기 위해서는 명확한 규칙을 만들어 주면 된다고 믿었던 기호주의자들은 플라톤의 이성주의에 바탕을 뒀다. 반면, 인간의 뇌를 모방하면 기계도 생각할 수 있다고 주장한 연결주의자들은 아리스토텔레스를 시작으로 한 감각적 경험주의에 바탕을 두었다고 한다. 여러 번의 부침을 거쳐 오늘날의 AI는 기호주의와 연결주의의 결합을 시도하고 있는데, 이는 칸트의 철학과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다. 칸트는 데카르트나 라이프니츠 같은 합리론자와 베이컨과 흄으로 대표되는 경험론과 이 둘을 종합하는 철학적 혁신을 시도했던 철학자이다. 이러한 철학적 논의들이 AI 발전에 크게 기여하였다고 한다. 이후로 수많은 연구자의 노력 끝에 지금의 챗GPT가 발전되기에 이르렀고, 오늘날 우리는 그 편리함과 막강함을 누리고 있다. 챗GPT는 사람처럼 자연스럽게 대화하고, 복잡한 질문에도 놀라운 답변을 내놓는 이 인공지능은 순식간에 전 세계를 매료시켰다.

저자는 인류가 지금까지 개발해 온 기술을 낙관론적으로만 보지 않는다. 지난 과거를 돌이켜보면 기술이 발전하면 인류의 미래는 밝아질 것이라 믿었던 시대가 있었다고 한다. 바로 19세기 말 ‘벨 에포크’의 낙관주의가 그것이었는데, 이성과 과학에 대한 믿음은, 가장 치명적인 무기를 낳는 데 쓰였으며 두 차례의 세계대전으로 이어졌었던 뼈아픈 역사가 있기 때문이다. 오늘날 AI 역시 전쟁·선전·감시의 도구로 빠르게 전용되고 있는데, 우리는 또 한 번 강력한 무기를 손에 쥔 문명 앞에 서 있다. AI의 발전을 막는 것은 불가능해 보이는 오늘날 AI는 인류의 생존을 위협할 두려운 존재로 인식되고, 따라서 인류는 뼈아픈 성찰과 함께 대안을 모색해야 하는 과제를 떠안게 되었다. 저자는 인문학적 성찰이 나침반이자 지도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 즉 철학은 인간이란 무엇인가를 묻고, 역사는 과거의 실수를 경고하고, 문학과 예술은 우리가 어떤 미래를 꿈꿀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는 것이다.

철학은 인간이란 무엇인가를 묻고, 역사는 과거의 실수를 경고하고, 문학과 예술은 우리가 어떤 미래를 꿈꿀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사진 출처 : Andrea De Santis

우리가 AI를 경계하게 만드는 것 중 또 다른 하나로, AI가 사람을 따라 한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인공지능은 인간의 경험을 토대로 스스로 규칙을 만들어 가는 방식으로 학습하고 작동하기에, 우리의 비윤리적인 행위나 실수 또는 오류도 빠르게 받아들인다는 사실이다. 즉 사람이 거짓말을 하듯 인공지능도 할루시네이션1을 보이고, 우리가 편견에 사로잡히듯 인공지능도 편향된 판단을 내릴 수도 있다. 또한 오늘날의 AI는 학습할 데이터가 고갈되면서 자신이 만든 데이터를 반복 학습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에 따라 점점 더 왜곡된 정보를 제공할 위험성이 존재한다.

이러한 사실들은 오늘날의 AI가 편리한 도구이기는 하지만, 지금처럼 의존만 해서는 안 되고 결국 인간의 창조적 작업과 공존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당위성을 뒷받침한다. 이처럼 편리함의 뒷면에는 어두운 그림자가 짙게 깔려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염두에 두어야 한다. 결국 우리가 기술에 무엇을 담느냐에 우리의 미래가 달려있다. 기술이라는 것은 인간을 위한 것이어야만 하는데, AI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앞으로 AI를 논할 때는 인문학적인 성찰을 통해 인간의 존엄성과 자율성 그리고 창의성을 지키고 강화하는 방향으로 발전시켜야 한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1. 환각이라는 의미로, AI가 정답을 찾지 못하면 가짜 답까지 만들어 내는 현상.

이환성

공학계 앤지니어로 10여년간 인간중심주의가 지배하는 현장에서 근무하면서 인문학에 목말라했다. 지금은 현장을 떠나 자유로이 독서와 함께 인문학에 빠져 있으며 철학과 공동체에 관심을 갖고 다른 삶을 모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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