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회 콜로키움_ 『기후카지노』, 『지구한계의 경계에서』 읽기

기후 아마겟돈이 시시각각 다가오고 있는 현재의 시점에서 여러 의견이 제출될 수 있다. 먼저 시장이 초래한 현 상황에 대해서 시장적 논리로 무장하여 대응하고 적응하는 방법이 있을 수 있다. 이는 정상상태의 경제에 대한 점진적인 수정과 제도적인 대응을 필요로 한다. 반면 생태적 한계를 초과한 정상상태의 경제의 현실 자체의 판과 구도를 대전환하는 방법도 있을 수 있다. 거대한 전환, 과도기와 이행기의 전략, 뱀의 머리와 두더쥐의 습성을 가진 전문가들, 제도와 시스템, 프로그램의 혁신적인 창안 등 기후위기를 둘러싼 색다른 사유의 지평이 등장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관건은 시장 내적인 전환을 통해서도 기후위기 극복이 가능한가, 그리고 시장 외부의 한계테제의 적극적인 수용양상이 시장 외부의 색다른 전환을 준비해야 하는가에 있다. 기후위기가 반자본주의의 계기가 될 것인가, 아니면 탄소자본주의의 계기가 될 것인가의 갈림길인 것이다. 물론 길항작용을 통해서 커먼즈, 국가, 시장 등의 각각의 역할과 기능, 재능을 되살려 함께 복원력과 탄력성을 갖추는 것도 상상해 볼 수 없는 것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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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윌리엄 노드하우스(William Nordhaus)의 『기후카지노』(2017, 한길사)는 제도주의=점진주의=진보주의의 전략에 따른다. 물론 영구개량이 영구혁명과 동의어라는 점도 주목할 수 있다. 시장 내부의, 경제 내부의 전략적이고 정책적인 전환의 아이디어를 던지면서, 이를 실현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내보인다. 여기서 비용 편익계산과 적응프로그램의 구사, 탄소시장의 작동 등 경제학의 고전적인 용어들을 적용하여 저탄소경제의 실현을 위한 정책을 제안한다. 기후위기를 초래하는 화석연료산업이 퇴출되어야 하는 이유도, 순전 경제적인 이유 때문이며, 이는 생존과 더불어 더 이상 이득이 되지 않는 상황이라는 판단 역시도 경제 내적인 논리에 의해서 가능하다는 점을 노드하우스는 유감없이 논증한다. 그의 기후변화경제의 거대한 아이디어 말풍선은 제도주의의 영역의 최선두에 그가 있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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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요한 록스트림(Johan Rockstrom)과 마티아스 클룸(Mattias Klum)은 『지구한계의 경계에서』(2017, 에코리브르)에서 지루한 회의, 알 수 없는 통계수치, 지난한 자기이익과 관련된 말의 향연에 불과했던 기후변화회의에 대한 회의감(懷疑感)으로부터 시작하여, 현존 체제 즉 정상상태의 경제가 유지되려면 생태적 한계를 엄청나게 초과할 수밖에 없고, 파국적인 결과를 향해 치달아가고 있다는 점에 대한 정교한 인식으로부터 시작한다. 그는 자연을 양육하고 돌보고 보살피는 집사 마인드나 살림꾼의 지혜를 가진 스튜어드십을 제안하면서, 자연을 그대로 방치하고 정확하게 한계를 응시하지 않으면 결국 자연은 파괴되고 동시에 인류문명도 종말을 고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인간의 역할은 바로 인간, 자연, 사회 등을 보살피고 양육하는 구성적 인간론의 입장에 선다. 왜냐하면 한계와 경계, 끝이 더욱 명확하기 때문에, 이를 늦추면서 지속가능한 사회의 형태로 전환하기 위해서 필요한 덕목이기 때문이다. 마치 자연모방 기술처럼 위기의 상황에 대응하는 크로포트킨이 말한 ‘만물을 서로 돕는다’는 상호부조의 형태로 인류문명을 대대적으로 전환하지 않는다면, 인류에게는 미래가 없다. 자연의 복원력, 탄력성, 지속가능성 등을 되살리기 위해서는 어디가 한계이고 끝인지에 대한 정확한 인식이 요구된다는 점이 주목된다.

이 두 가지 책이 서로 길항작용을 일으켜, 기후전환사회로의 이행전략, 횡단전략, 변화가능성, 복원가능성, 회복탄력성의 강화 등으로 갈 수는 없을까? 모든 모델은 자기논리를 완결적으로 갖는 경향이 있고, 이에 따라 하나의 발상과 전략에 머무르는 경향이 있다. 여기서 서로 다른 지적 배경과 사태인식을 갖고 있는 두 인물을 등장시켜 그 두 사람을 대면시키는 것은 앙상블을 이룰 때 도주선이 설립될 수 있다는 가능성에 대해서 한번 실험해보는 장일 수 있다. 우리에게는 하나의 모델이 아니라, 여러 모델이 필요하고, 하나의 인물이 아니라, 여러 인물이 필요하다. 이 책들은 길지만 메시지는 짧고 선명하다. 그 앙상블라쥬(Assembly), 길항(拮抗)을 만들 서로의 얼굴을 맞댄 동적 편성과 배치로서의 이 자리에 여러분을 초대한다. 일단 얼굴을 맞대며 만나보자.


  • 주제 : 『기후카지노』(2017, 한길사), 『지구한계의 경계에서』(2017, 에코리브르) 읽기
  • 일시 : 2020년 2월 20일 목(木)요일 저녁 7시
  • 발제 : 장윤석 (생태적지혜연구소 연구원, 성공회대 녹색당 활동가)
  • 논평 : 이나미(한서대 연구교수), 이무열(마케팅커뮤니케이션협동조합 살림 이사장, 브랜드 디자이너)
  • 사회 : 전병옥(글로벌 기술사업화연구소 소장)
  • 대상 : 기후위기 극복에 관심을 갖는 모든 분
  • 주관/장소 : 생태적지혜연구소협동조합 (문래동2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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