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관계의 기술 -『싸움의 기술』을 읽고

이 글은 정은혜 저자의 『싸움의 기술』(샨티, 2020)에 대한 서평이다. 저자는 싸우더라도 항상 상대방을 바라보고, 관계를 내던지는 것이 아닌 소중히 여기는 방식으로의 싸움을 이어갈 것, 그리고 싸워야 할 때 싸우는 것, 관계를 저버리지 않고 지키기 위해 싸우며 도망가지 않는 것 등 싸워서 이기는 기술이 아닌 더 진솔하게 관계하는 기술에 대해 귀띔한다.

가까운 곳에서 지내는 한 동생이 “요즘에는 인간관계에 대해서 ‘안 맞으면 참지 말고 보지 마라, 맞는 사람들과 지낼 시간도 짧다’ 라고 하잖아요 형. 저는 한번 참고 맞춰보는 것도 해보고 싶어요”라는 말을 한 적이 있다. 정은혜 저자의 『싸움의 기술』(샨티, 2020)을 읽으면서 문득 그때 생각이 스친다.

어렸을 적부터 싸움의 연속이었다. 예민한 성격에 표정관리가 잘 안 되는 편이라 내가 정해 놓은 선을 넘거나 이해가 안 간다 싶으면 금방 표정이 구겨졌고, 서로 날선 이야기를 주고받거나 사이가 틀어지기 일쑤였다. 고등학생쯤 되어서야 겨우 터득한 방법이 안 보고 안 듣고 괜찮은 척하기인데 이 방법이 아주 나쁘지는 않아서 그때는 친구도 제법 많고 했다. 그렇게 어느 정도의 불편함을 제거하고부터는 관계에서 나름 큰 불편함 없이 지내왔다.

정은혜 저 『싸움의 기술』(샨티, 2020)
정은혜 저 『싸움의 기술』(샨티, 2020)

『싸움의 기술』이라는 책을 한두 장 정도 읽으면서는, 솔직히 내가 어려서부터 특유의 예민함으로 접하고 고민해 왔기에 “익숙한 내용이잖아?” 라는 생각을 했다. 범인이 누군지 알고 있는 추리소설을 읽는 것처럼 말이다. 그런데 왜인지 읽으면 읽을수록 아는 건데 이해가 가지 않고 나중에는 내가 아는 게 아닌 그런 이상한 감정을 느끼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나는 이렇게 치열하게 관계를 발전시키려 열심히 싸우거나 노력해본 적이 적어도 내 기억에는 없는 듯했다.

책의 첫 번째 소제목이 ‘백 번을 싸워야 친구다’인데 싸우지 않는 방식으로의 노력을 해왔으니 당연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물론 싸우지 않는 것을 문제라고 이야기 하는 것은 아니다. 싸워야 할 때 싸우지 않는 것이 문제이다. 이 책에서는 지속적으로 타인을 직시한다. 외면하지 않는다.

싸우더라도 항상 상대방을 바라보고, 관계를 내던지는 것이 아닌 소중히 여기는 방식으로의 싸움을 이어간다. 여기에는 아주 많은 체력마저 필요해 보인다. 싸워야 할 때 싸우는 것, 관계를 저버리지 않고 지키기 위해 싸우며 도망가지 않는 것, 어려서 우리가 바래왔던 히어로와 같기도 하다.

문득 나를 대입해 보았다. 내가 선택했던 방식의 싸움은 싸움이라기보다는 보다 편리한 방식의 외면이었던 것은 아닐까.

저자는 잘 싸우는 방법을 지속적으로 제안하고 이를 통해 보다 좋은 관계, 보다 행복한 나를 만들어 가는 것을 이야기한다. 저자는 그 많은 관계의 기술들 중에서 싸움을 선택했을까?

『싸움의 기술』에서는 사회의 분위기가 싸움이나 대립 자체에 죄의식을 갖도록 분위기가 조성 되어 있다고 말한다. 그러하다 보니 우리는 싸움이라는 것에 디테일한 전략을 짜는 행위를 하기에는 쉽지 않다. 그저 참거나, 대책 없이 참다 참다 화를 내버리고 관계를 던져 버린다. 현대사회에서 무수히 많은 순간 나를 혹은 가족을 지키기 위해 싸워야 함에도 불구하고 너무 무방비한 것은 아닐까?

인간관계가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잘 싸우지 못해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많은 지금 개인이 사회와 어떻게 싸워 나갈지 『싸움의 기술』을 통해 한번 가다듬어 보는 것은 어떨까?

이석희

안녕하세요. 문래동에서 피스오브피스로 활동 중인 이석희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인테리어 또한 겸업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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