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환경연대는 2001년 9월 6일 창립하여 지난해 만 20년이 되었습니다. 제법 규모 있는 20주년 행사를 기획하던 중 코로나가 계속 수그러들 기미가 보이지 않아 20주년 행사를 무기한 연기했습니다.

그리고 기후위기를 초래한 우리의 삶을 돌아보고 성찰하며 스스로 새롭게 다짐하고 원력을 세우는 100일 기도를 하기로 했습니다. 이러한 기도와 참회의 운동 방식은 불교환경연대의 전통이기도 합니다. 지금은 사회적인 문제에 대한 저항의 수단으로 이미 익숙해진 오체투지 삼보일배를 처음 제안하고 시작한 곳이 바로 불교환경연대입니다. 오체투지 삼보일배는 자신의 온몸을 땅바닥에 대고 자벌체처럼 기어서 가장 낮은 자세로 생명을 향해 나아가는 몸짓입니다. 자연에 대해 인간의 잘못된 우월감을 가지고 파괴하고 함부로 대했던 지난날을 성찰하고 참회하고자 함이었습니다.

지금 지구 평균온도는 1.1도 올랐습니다. 과학자들은 1.5도 이상 오르면 지구는 돌이킬 수 없는 기후붕괴에 이를 것이라고 이야기합니다. IPCC는 2018년 1.5도 특별보고서를 발표하고 1.5도 이상 기온상승을 막기 위해 2030년 45%, 2050년 탄소중립을 결의했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발표된 IPCC 6차보고서에서는 20년 안에 1.5도 상승할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그러니 2050 탄소중립이 아니라 2040 탄소중립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시간이 없습니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탄소중립위원회를 만들고 탄소중립에 관한 법과 제도를 마련하였습니다. 그리고 2050년 탄소중립시나리오를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탄소중립녹색성장기본법은 기후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법률로서 많은 한계와 모순을 가지고 있는 법이기에 기후정의기본법을 새롭게 만들어야 합니다. 지난해에야 비로소 기후위기에 대한 국가 차원의 대응이 시작된 것입니다. 매우 늦은 시간이었고 2015년 파리기후협정에 서명한 당사국으로써 진작에 해야 할 책임을 방기하고 미루다가 지난해 급조하듯 2050 탄소중립선언을 하게 된 것입니다. 그러니 일반 시민들 사이에서는 여전히 기후위기와 탄소중립이 나와는 거리가 먼 이야기로 치부됩니다.

대통령선거가 얼마 남지 않은 대선정국에서 가장 큰 이슈가 되어야할 기후위기 대응정책에 대한 논의는 턱없이 부족하고 여전히 부동산문제와 경제성장이 주요한 이슈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지금부터 5년은 기후위기대응의 성패를 가르는 너무나도 중요한 시기입니다. 이 시기에 2050 탄소중립시나리오는 보다 앞당겨 2040 탄소중립으로 갈 수 있도록 다시 계획하고 무엇보다 2030 탄소 50% 이상 감축이 중요하며 현재 짓고 있는 것을 포함하여 신규 석탄화력발전소 건설 중지, 취소해야 합니다.

기후위기를 일으킨 직접적인 원인은 산업화 이후 과다한 화석연료 사용임이 분명합니다. 하지만 조금 깊이 들여다보면 이윤추구를 위해 필요 이상으로 생산하고 소비하고 폐기하고 이를 위해 자연을 착취하고 가난한 나라와 가난한 사람들의 희생을 강제한 자본주의와 그러한 체제를 뒷받침하는 이분법적 세계관과 이기적인 인간중심주의와 성장이데올로기에 있습니다. 그러므로 기후위기 대응은 탄소중립만으로는 불가능합니다. 에너지 전환을 넘어 체제를 전환하고 세계관을 전환하고 삶을 전환해야 합니다.

부처님께서는 너와 네가 둘이 아니라는 불이(不二)의 가르침으로 중생(衆生)들이 서로 자비를 가지고 도우며 살아가라고 하셨습니다. 불교에서 중생은 인간만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글자 그대로 뭇생명을 말합니다. 그래서 중생은 정이 있는 유정(有情)과 정이 없는 무정(無情)을 포괄합니다. 부처님께서 깨닫고 전파하신 불이사상은 교리적으로는 연기사상(緣起思想)으로 더 잘 알려져 있습니다.

이것이 있으므로, 저것이 있고

이것이 사라지므로, 저것이 사라진다.

불교의 또 다른 교리는 무아(無我)사상입니다. “나라고 할 만한 고유한 실체는 없다‘는 무아의 사상은 나는 나 아닌 것들로 이루어져 있음을 일깨워 줍니다. 이러한 부처님의 깨달음을 제자들에게 전수하고 난 후 부처님께서는 다음과 같이 전도선언을 하셨습니다.

자, 떠나라.

중생의 이익과 안락을 위하여

우리가 연기하고 있는 존재의 실상(實相)을 이해한다면 지독한 이기심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습니다. 서로의 존재를 소중하게 여기고 서로 배려하고 돕게 됩니다. 그렇게 살아가면 뭇생명이 이롭고 안락할 것입니다. 그러면 자연을 함부로 파괴하거나 가난한 나라와 가난한 이웃들에게 고통을 안겨주지 않을 것입니다. 이윤추구를 위해 끊임없는 성장을 추구하며 미래세대가 누려야 할 풍요, 가난한 사람들이 누려야할 풍요를 빼앗지 않을 것입니다. 그런데 지금 우리는 부처님의 가르침과는 아주 멀리 떨어져있는 삶을 살고 있습니다. 기후위기가 코앞에 닥쳤는데도 지금 내가 가진 부를 더 늘리고 축적하는 데만 혈안이 되어 있을 뿐, 미래세대와 인간이외의 존재들 그리고 지금 이 순간 고통과 불안 속에 살아가는 가난한 사람들을 생각하지 않습니다.

땅에서 넘어진 자

땅을 딛고 일어나라

보조국사의 말씀입니다. 기후위기를 일으킨 우리가 기후위기를 극복해야 합니다. 미래세대에 미루어서도 안 되고 그럴 수도 없는 문제입니다.

그러하기에, 불교환경연대는 오체투지 삼보일배의 정신을 살려 20주년을 맞이하여 기후위기 멈추고 돌아보는 100일기도를 시작했습니다.

15명 정도의 사부대중이 매일 아침 6시 온라인 줌으로 만나 유튜브 영상을 공유하며 삼귀의, 환경오계, 환경절명상108배, 5분 명상, 사홍사원 순으로 기도를 합니다. 기도를 마치고 밴드에 수행 나누기를 합니다. 그리고 그 시간이 맞지 않은 분은 하루 중 자유롭게 자신에게 맞는 시간에 유튜브를 켜고 똑같은 방법으로 기도를 하고 후기를 남깁니다. 이렇게 100일 기도를 회향하고 매일 1천원씩 보시한 보시금을 불교기후행동에 활동기금으로 후원했습니다.

참가자들은 함께 하는 도반들에게 매일 감사의 인사를 했습니다. 혼자서는 힘들고 중간에 포기할 수도 있었을 텐데 함께하는 분들이 계셔서 훨씬 수월하게 100일 기도를 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100일 기도 회향일에 수행소감을 들어보면 머리에서 가슴으로, 가슴에서 손발로, 생활로 변화가 일어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변화들로는 덜 산다는 겁니다. 그리고 덜 사게 되니까 쓰레기도 줄어들고, 경제적으로도 여유가 생기고 일상의 작은 행복감이 더 커진다는 겁니다. 텀블러와 손수건을 사용하고 분리배출을 철저하게 하고 포장제도 신경을 쓰게 된다고 합니다. 선물을 받을 때도 필요하지 않는 것은 거절할 수 있게 되었고, 동물성 의류도 사지 않게 되었다고 합니다.

100일 기도를 마치고 이러한 변화와 감동을 계속 이어가기 위해 2차 100일 기도를 2월 15일부터 다시 시작하기로 했습니다. 2차에도 많은 분들이 함께 하시고 스스로 변화의 경험을 해 보시기 바랍니다. 끝으로 환경명상절108배의 마지막 문구로 가름하고자 합니다.

지금 이 순간, 멈추고 돌아본 백여덟 번의 기도로  

저희들의 생각과 습관이 바뀌고  

모든 생명이 다함께 행복하기를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