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대, 문명전환의 전략과 불교적 해법찾기 – 조안나 메이시의 재연결작업(WTR)과 생명으로 돌아가기 ②

녹색불교운동은 사회변화(사회운동)와 자기변화(수행)를 동시에 실천하며, 자연과 생물의 권리, 미래세대권리 등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 우리가 지녀야할 가치와 태도를 깨닫는 것이다. 궁극에는 연결된 사회 속에서 자연과 타인의 행복이 곧 자신의 행복임을 깨닫고 그들의 행복을 위해 노력하는 각성운동이다. 이 글은 ‘조안나 메이시의 재연결작업(WTR)과 생명으로 돌아가기’에 대한 두 번째 글이다.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보아야 열리는 대안사회

세 번째는 〈새로운 눈으로 바라보기〉이다. 이는 나선형 순환의 3번째 단계로 세계에 대한 새로운 관점, 새로운 패러다임을 통해 세계를 인식하고 전환사회의 변화를 구상하고 계획하는 것이다. 세계는 상호의존하고 자기조절하는 체계임을 분명히 깨닫는 것이다. 그래서 대승불교의 파리나마나(回向)와 같이 환희에 찬 마음으로 만물의 행복에 헌신하는 마음을 갖게 하는 것이다. 그리고 인드라망의 구슬처럼 전체론적 사고에 기반하여 세계를 바라보는 것이다. 사람들과 세계가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체험하는 〈시스템 게임〉, 가렛 하딘의 ‘공유지의 비극’을 체험하는 〈공유재의 수수께끼 게임〉, 〈변화를 일으켰던 힘의 체험〉, 자신의 관점과, 반대하는 사람의 관점, 사람이 아닌 생명존재의 관점, 미래세대의 관점에서 이야기하도록 하는 〈넓어지는 원〉, 인간의 손과 발, 머리가 과거 수많은 진화의 결과이며 많은 가능성을 갖고 있는 것임을 체득하는 〈고이 받들기〉, 무아를 체득하며 존재를 인식하는 〈당신은 누구십니까〉, 〈자아를 버리는 춤〉 등을 통해 이를 깨닫는다.

이 장에서 가장 흥미롭고 재미있는 것은 〈보살의 선택〉 게임이다.1 보살은 깨달음을 얻어 열반에 들 수 있지만, 고통 받는 중생을 구원하기 위해 다시 중생의 세계로 돌아가고자 서원을 세운 사람이다. 그래서 참여자에게 사고실험을 하도록 한다. 먼저 참여하는 사람들이 모두 그런 보살이 되기를 서원하는지를 묻고 보살들이 새로운 인간으로 태어나기 직전 그 문 앞에 대기하고 있는 상황을 연출한다. 새로운 환생을 통해 위대한 변화에 참여할 기회가 주어진 것이다. 이들은 자신이 태어난 해, 태어난 곳, 피부색, 사회경제 여건, 종교, 성별과 성적 취향, 부모와 형제자매, 장애여부, 소질과 재능을 스스로 선택하게 한다. 그 뒤 보살로서 특정임무를 갖고 지금 자신이 태어난 것임을 깨닫게 한다. 부모와 성격, 장애까지도 스스로 선택했고 현재의 조건은 우연이 아니라 보살의 실천을 위해 스스로 선택한 삶임을 체득하는 것이다.

온생명회의, 모든 생명의 고통에 동참한다.

재연결작업(WTR)의 나선형 순환을 표현한 그림
1)뿌리는 〈고마움에서 시작하기〉 2)줄기는 〈현재 고통을 존중하기〉 3)열매는 〈새로운 눈으로 보기〉, 4)퍼지는 홀씨는 〈실행하며 나아가기〉를 상징화한 것
재연결작업(WTR)의 나선형 순환을 표현한 그림.
1)뿌리는 〈고마움에서 시작하기〉
2)줄기는 〈현재 고통을 존중하기〉
3)열매는 〈새로운 눈으로 보기〉
4)퍼지는 홀씨는 〈실행하며 나아가기〉를 상징화한 것

재연결작업에서 아주 흥미로운 프로그램은 바로 〈온생명회의(Council of All Things)〉2이다. 참가자들이 명상을 통해 사방의 생명들을 불러내고 그 생명으로부터 각자 선택을 받는 의식을 진행한다. 그래서 자신이 늑대, 돼지, 기러기, 벌레, 산, 강 등으로 선택된다(한다). 가면을 쓰고 그들 자신이 되어 그들이 겪었던 아픔을 대신 느껴보고 그 고통을 대변한다. 이어 인간을 불러들여 사람들이 자신들에게 행했던 무자비한 착취와 폭력을 고발한다. 그러나 파괴한 것도 인간이지만 회복시키는 것도 인간이기에 이들 인간에게 산이나 강 및 동물들은 자신이 갖고 있는 지혜를 인간에게 전해 주면서 이들 생명의 고통을 벗어나는 실천과 행동을 하도록 당부하고 지원한다.

이렇게 생명과 생명을 연결하는 것뿐 아니라 사고실험을 통해 과거세대와 미래세대를 연결짓는 체험으로 〈딥타임(Deep Time)작업〉을 한다. 오랜 역사 속에 우리가 얻은 능력을 동물들의 진화과정에서, 조상으로부터 받은 선물로 인식한다. 그래서 그들로부터 받은 능력을, 미래의 새로운 희망을 만들어 나가는 무기로 활용하는 것이다. 오늘날 우리의 시간관념은 장기적인 것보다 단기적인 안목에 우선하는 풍조이다. 그러다보니 긴 안목으로 재앙을 보지 못하고, 좁은 시야에 급급하여 결국 현재의 문제를 미래로 미루고 떠넘겨버린다. 그래서 이러한 체험을 통해 시간적 연관성을 확장해서 체험해 보도록 요구한다. 이때 절대 속도에 연연해서는 안 되고 서두르지 말아야 한다. 또한 모든 행동은 결과에 매이지 말고 긴 호흡으로 실행하라고 한다. 그래서 인디언의 전통처럼 우리의 결정과 행동은 앞으로 7세대(200년) 이후의 관점에서 옳은 일인지 돌아보며 결정해야 한다고 말한다. 딥타임이라는 시간적 연결의 체험은 자신의 나이가 30이나 60세가 아니라 지구와 함께 시작된 46억 살임을 깨닫게 한다. 또한 이러한 변화를 이끌어가는 힘은 위계적이고 물리적인 〈지배적 파워〉가 아니라 집단적 의식이 모여 옆으로 협동하며 작은 변화를 이끌어내는 집단지성의 〈동반형 파워〉임을 인식하게 된다.

앞으로 나아가기 : 과거 선조들과 유무정 생명들의 가피

네 번째의 나선형 순환은 바로 〈앞으로 나아가기〉이다. 우리가 바라는 미래상을 그려보고, 문제가 해결되었다고 상상한 뒤, 그 미래의 시점에서 거꾸로 거슬러 현재를 살펴보면 가능한 해결책을 찾는데 더욱 창의적일 것이라고 제안한다. 그래서 여성의 참정권, 남아공과 미국의 흑인 대통령 선출 등의 사례에서 보듯, 불신의 벽에 맞서서 불가능하다고 생각하지만 결국 가능했던 역사적 사건을 상기하며 현재 활동의 힘을 얻도록 한다.

이 과정에서 우리 앞을 가로막는 훼방꾼과 장애물을 걷어내는 돌파의 힘과 창의적인 활동이 필요하다. 이러한 〈전환운동〉은 주위에 지지세력을 구축하는 것이 대단히 중요한 일이다. 개인적으로 또는 문화적으로 지지를 모으는 것도 중요하지만 선조들과 유정 무정의 동식물, 자연의 지지도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점이 특별하다. 불교의 가피(加被)는 위기시대에 소중한 깨우침이며 조상을 모시는 전통과 자연물을 숭배하고 받드는 동양의 문화의례는 생명의 시대에 중요한 인류의 자산이라고 강조한다. 그래서 〈활력을 유지하기〉 위해 열정을 소중한 재생자원으로 인식하고, 마음 속 깊이 즐거움을 느끼고 좋은 삶, 성공의 삶을 새롭게 규정하며 음미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역설한다.

대전환을 위해서는 앞서 언급했듯이 이기심과 아상에 근거하여 피부 속에 갇힌 〈고립적 자아〉에서 확장하여, 〈관계적 자아〉로, 나아가 〈생태적 자아〉로 확장되어야 한다. 궁극에는 모든 자연과 과거세 현세, 미래세 3세 중생들의 고통에 동참하며 그들의 고통을 벗어나려는 원력의 〈보살적 자아〉로 확장되어야 한다. 이러한 위기상황에서 보리심을 갖고 희망을 놓치지 않는 실천을 통하여 문명의 대전환은 가능하며 무기는 〈지혜〉와 〈자비〉라고 말한다.

조안나 메이시의 모든 글과 주장에는 불교적 사고와 사상이 깊게 토대가 되어 있다. 실제 그녀는 티벳불교를 공부하고, 개인의 깨달음에서 시작하여 가족, 마을, 지역, 국가의 깨달음으로 실천을 확장하는 불교사상을 기반으로 한 세계적 마을개발운동으로 (A.T. 아리야라트네 박사가 주도한) 스리랑카의 사르보다야 슈라마다나(Sarvodaya Shramadana)운동에 깊은 영감을 받았고, 태국의 불교사회운동가인 슐락 시바락샤와 깊은 사상, 실천적 교류가 있어왔다. 더욱이 “불교와 일반시스템 이론”3을 통해, 자연계가 음과 양의 피드백을 통한 자기조절기재를 갖고 있으며, 원인과 결과가 상호영향을 준다는 상호인과율에 대한 시스템이론을 소개한다. 그녀는 단순한 사상가나 이론가를 넘어서 노구에도 불구하고 반핵운동과 평화운동, 환경운동 등의 실천에 참여해온 실천가이다. 그래서 그녀의 불교는 단순히 훈고학적 해석이나 강단의 사상이 아니라 현장의 사상이며, 수많은 사람들의 고통을 해결해주는 불교이다. 또한 인류의 위기와 미래세대의 고통을 희망으로 전환해주는 가르침으로서 불교의 대안성을 실천하는 활동가이기도 하다.

조안나 메이시의 책과 실천은 그동안 불교사상이 사회변화와 사회운동에 실질적인 역할을 하지 못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실천의 구체성이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 큰 힘이 될 것이며, 불교사상을 기반으로 한 사회변화와 문명적인 전환, 나아가 인류의 전환적 희망을 모색하는 실천서로 이제까지 소개된 책 중에 이만한 것이 없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이제 우리는 어디로 : 녹색불교로의 전환

조안나의 제안에 따라 위기를 대하는 우리의 태도는 3가지가 있다. 하나는, BAU(살던 대로 살자)는 입장, 두 번째로는 현재상황은 위기와 파국이라는 인식과 태도, 세 번째는 이것이 대전환의 메시지임을 강조하면서 새로운 희망을 모색하는 태도이다. 물론 첫 번째는 올바른 태도라고 할 수 없다. 그러나 두 번째만의 시각에 한정되어 사태와 상황을 바라보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올바른 것은 세 번째의 시각(대안과 희망의 관점)에 서서 두 번째의 상황을 받아들이는 일이다.

이러한 태도를 불교에 적용해보면 어떨까. 첫 번째의 입장은 불교가 어찌되었든 상관없다는 입장이다. ‘항상 그래 왔듯이 뒤죽박죽이지만 어찌 되겠지’하는 태도이다. 두 번째는 부처님의 가르침에서 벗어난 오늘의 불교와 기득권세력의 독점과 부패타락을 비통하고 절박하게 바라보는 관점이다. 세 번째는 대전환의 관점, 희망과 대안의 시점에서 바라보는 것이다. 두 번째는 적패청산으로 대표되는 저항주체의 활동이라면, 세 번째는 창조와 대안주체로서의 활동이라고 할 수 있다. 두 번째 시각은 중요한 관점이지만 이 사고에 매몰된다면 곤란하다. 비통과 낙담의 불교의 현실만 보일 뿐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활동은 특정 세력의 타도와 파괴는 가능할지 모르지만 미래의 대안과 창조주체로서는 적절하다고 할 수 없다. 저항과 감시, 분노와 적개심만으로는 새로운 창조를 할 수 없다.

세 번째는 이 상황이 대전환을 도모할 중대한 기회라고 생각한다. 조안나처럼 본다면 이 대전환의 행동에는 3가지의 활동이 있다. 첫 번째 지연전술행동은 더 나빠지지 않도록 저항하고 감시하는 활동이다. 약한 사람들과 생명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입장을 옹호(Advocacy)하고 변호하는 활동이다. 두 번째 행동은 사회의 희망과 대안을 만드는 운동, 불교의 희망과 대안을 창조하는 운동이다. 세 번째 행동은 인식과 가치관을 바꾸는 운동이다. 무엇이 행복이고 삶의 목표인지 삶의 방식과 세계를 바라보는 관점의 전환의 변화이다.

조안나 메이시의 이 3가지 활동제안에서 주목되는 것은 우선 저항과 대안운동이라는 사회활동을 통해 궁극에는 세 번째 개인의 깨달음과 인식의 변화로 귀결된다고 생각하는 점이다. 다시 말해 외부세계의 변화는 곧 내면의 변화로 완결된다는 인식이다. 두 번째로는 3가지 행동이 각각 분담되어 있지만, 〈대전환〉이라는 통합적인 관점에서 진행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저항과 감시에 매몰되어서는 안 되며 그것이 대전환의 일부임을 자각하는 것이고, 따라서 대안사회운동 또한 저항과 감시운동을 소중하게 생각하되 궁극에는 인식과 깨달음을 증득하는 것을 소중하게 인식해야 한다는 점이다.

녹색불교운동은 생명살림으로의 거대한 전환운동

자신이 세상과 따로 떨어진 존재가 아니며 서로 연결되어 있고, 시간적으로 조상들과 미래세대가 연결되어 있음을 깨닫고 행동해야 한다. by PxHere 출처 : https://pxhere.com/en/photo/1291659
자신이 세상과 따로 떨어진 존재가 아니며 서로 연결되어 있고, 시간적으로 조상들과 미래세대가 연결되어 있음을 깨닫고 행동해야 한다. 사진 출처 : PxHere

운동적으로 위의 3가지를 풀어보자면 첫 번째 지연전술 〈더 나빠지지 않도록 감시하고 저항하며, 지연하는 활동〉이다. 무분별하게 4대강을 개발하고, 설악산과 지리산에 케이블카나 산악열차를 건설, 특정한 정치이익을 위한 공항건설을 반대하고, 30년간의 전력공급을 위해 10만년 이상 미래세대에게 방사능의 고통을 주는 원자력발전을 중단하게 하며, 화석연료의 의존을 줄이고 태양광이나 풍력 등의 재생에너지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산림벌채를 반대하고 여성의 권리와 약탈적인 금융자본을 반대하는 캠페인을 조직하고 강연회나 교육활동을 전개하며 실태를 알리는 활동 등이다. 불교적으로 보면 불교 내 비불교적인 관행과 문화, 관행과 제도를 감시하고 저항하고 비판하는 활동이다. 전통적인 NGO의 활동으로서 불교 내 약자를 대변하고 감시하는 운동이 지속되도록 시스템을 갖는 것이 중요하고 필요하다.

두 번째는 〈토대를 바꾸는 생명지속사회의 대안 행동〉이다. 평등과 호혜를 기반으로 정의를 바로세우고, 균형을 만드는 생명사회운동이다. 공유재를 보호하고, 지역사회의 권리, 자연의 권리, 미래세대의 권리를 공인하고, 사전예방원칙 수립, GNP를 해체하여 대안적인 지표로 바꾸는 운동 등이다. 생태공동체운동, 공유사회운동, 농적 문화를 근간으로 하는 마을공동체운동, 쓰레기 제로운동, 지역통화, 기본소득운동, 직접민주주의 등의 생명중심의 사회문화를 만들어가는 모든 대안적 활동들이다. 불교적으로는 외부자로서 비판이 아니라 내부자, 책임자로서 대안을 만들고 희망을 만드는 활동이다. 4부대중의 평등을 주장하되 스스로 동일한 주체가 되는 운동, 비구만이 아니라 비구니나 우바새 우바이가 공히 수행과 실천을 맡아 새로운 승가의 모델과 수행을 만들어나가는 운동, 불교가 지역사회와 환경위기의 해결을 위해 다양한 실천을 모색하며 활동해 나가는 것이다. “네가 하는 불교가 아니라 내가 하는 불교”이다.

세 번째는 〈인식과 가치관 바꾸기 운동〉이다. 정신적인 깨달음, 인식과 가치관의 전환운동이다. 자신이 세상과 따로 떨어진 존재가 아니며 서로 연결되어 있고, 시간적으로 조상들과 미래세대가 연결되어 있음을 깨닫고 행동하는 삶이다. 소유를 통한 행복이나, 물질과 권력의 상승을 성공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경쟁이라는 낡은 개념을 뛰어넘어, 이웃의 행복이 나의 행복이며 자연의 풍요가 자신의 풍요임을 깨닫고 협동하고 협력하며 배려하고 섬기는 것이다. 나아가 살아 숨 쉬는 지구와 생명의 상호일체감을 느끼는 정신활동인 것이다.

녹색불교운동은 사회변화(사회운동)와 자기변화(수행)를 동시에 실천하며, 자연과 생물의 권리, 미래세대권리 등,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 우리가 지녀야할 가치와 태도를 깨닫는 것이다. 궁극에는 연결된 사회 속에서 자연과 타인의 행복이 곧 자신의 행복임을 깨닫고 그들의 행복을 위해 노력하는 각성운동이다. 이러한 녹색불교운동의 근본은 생명살림운동이지만, 방편적으로 환경운동으로 가장 많이 표현될 것이다.

녹색불교의 동력 감사은혜의 깨우침

죽어가는 생명을 살리는 불살생은 불교의 제일의 가르침이다. 내 옆의 이웃들이 잘 살아야 내가 잘 존재할 수 있다. 그리고 뭇 생명들이 존재해야 인간이 살아갈 수 있으며, 바람과 구름, 비와 풀벌레들의 〈천지자연의 은혜〉와 이들 생명 〈덕분에〉 내가 살고 있음에 〈감사〉하고 〈고마움〉을 깨닫고 감사하는 마음이 녹색불교의 동력이다. 한때 지사적 비장함이 운동의 동력이 되었던 적이 있었다. 그러나 남다른 결단의 비장함은 일점을 돌파하는 동력은 될지 모르지만 긴 시간 오랫동안을 스스로를 지속할 동력이 되기 어렵다. 오래 가려면 즐겁고 기쁜 마음, 고맙고 감사한 마음이어야 한다. 자타일체를 증득한 깨달음의 자리에서는 ‘〇〇를 위하여’라는 생각은 사라져야 한다. ‘위한다는 생각’은 스스로 상(相)이 되어 보상을 기대하는 마음으로 연결되고 긴 시간 자신과 남을 괴롭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물론 지사적 결단은 중요하고 존경받아야 한다. 그러나 다수의 사람들이 따라할 수 있는 삶과 실천이 더욱 필요하다. 남을 위하는 일이 곧 자신을 위한 것임을 깨닫고 가난한 삶과 조금 불편한 삶이라고 할지라도 즐겁고 감사한 마음으로 활동할 일이다. 그래야 다른 사람이 따라서 하게 될 테니 말이다.

또한 〈결과와 목표〉를 중심으로 한 실천이 아니라 〈과정과 관계〉를 중심으로 한 활동이 되어야 한다. 짧은 결과와 목표에 집착하게 될 경우, 스스로 희망과 보람이 있지만 한편 좌절과 낙담도 발생한다. 세대를 넘어서는 긴 시간과정을 소중히 여기고 관계를 통해 만들어진 〈동반형 파워〉를 만들어 한사람의 사소한 행동과 실천이라도 그것이 작은 변화의 원인행동으로 축적되어 사회와 역사에 작은 파장을 만들어낸다는 〈우공이산 전략〉, “일을 꾀하되 쉽게 되기를 바라지 말고.. 여러 겁을 겪어서 일을 성취하라”는 보왕삼매론의 가르침으로 행해야 함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조안나의 문명전환 실천 제안은 불편함과 어려움을 즐기되, 고마움, 은혜에 감사하는 마음을 놓치지 않는 것, 그리고 긴 과정과 관계의 파워를 소중히 만들어가는 것이 문명차원의 전환이라는, 장구한 시간을 견디는 것의 중요함을 새삼 깨닫게 한다. 우리 보살들의 수행은 좌선과 명상만이 아니라 이 행동과정에서 일어나는 자신의 마음을 돌아보고, 퇴불심을 내려놓는 수행을 마음공부로 삼아야 하지 않을까.


  1. 필자의 글, “내 삶은 내가 선택한 것 : 보살의 선택”프로그램 소개 〈불교와 문화〉 2020년 9월호 〈작은 것이 아름답다 : 생명되살리기 수행연습 3〉 참조

  2. 필자의 글, “뭇생명의 소리를 듣다, ‘온생명회의’”, 〈불교와 문화 2020년 7월호 / 작은 것이 아름답다, 생명되살리기 수행연습 2〉

  3. 원서는 “Mutual Causality in Buddhism and General Systems Theory: The Dharma of Natural Systems”로 “불교의 상호인과율과 일반시스템이론 : 자연계의 달마”이다. 2004년 이중교교수의 번역으로 불교시대사에서 “불교와 일반시스템이론”으로 출판되었지만, 출판사가 문을 닫고 책이 절판되어 불광출판사에서 2020년 “붓다의 연기법과 인공지능”제목으로 재 발행된 그녀의 명저.

유정길

불교환경연대 운영위원장이자 녹색불교연구소소장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수행공동체 정토회에서 25년 살았고, 아프가니스탄에서 개발협력활동을, 평화재단에서남북문제를 위한 활동을, 고양시에서 지혜공유협동조합을 만들어 활동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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