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화폐를 시작하며 – 기후위기 시대 다람쥐회의 도전과 혁신

전 국민이 탄소감축을 위한 노력을 하고 하나의 통합된 마일리지 관리체계로 적립하여, 제로페이의 한 축으로 ‘기후화폐’를 장착하는 건 불가능한 일일까? 기후위기 시대를 대비해 다람쥐회가 기후화폐라는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1. 다람쥐회의 탄생과 성장

1969년, 영등포 산업선교회에서는 노동자 40여 명이 14,000원을 모아 신용협동조합을 시작했다. 1970년 전태일 열사가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고 외치며 분신을 감행하기 1년 전, 노동자 월급이 1,500원 남짓했다는 그 시대, 예금 금리가 22.8%, 대출금리가 24%였다는 뉴스 기록이 있는 그 해이다. 산업사회가 공황을 맞이했던 그 해에, 월세방 보증금, 병원비 같은 긴급하게 필요한 목돈을 조달할 길 없을 때 서로가 서로에게 울타리가 될 수 있는 자조금융을 시작하게 된 것이다.

그렇게 시작한 영등포산업선교회 신협은 1972년 신협법이 제정되면서 ‘영등포산업개발신용조합’으로 정식으로 설립인가를 낸다. 이후 해마다 조합원과 자산이 늘어났으며 1976년에는 조합원 965명. 3,550여만 원의 자금, 연간 대부인원 2,133명의 규모를 갖추게 되었고 자금의 일부를 공동구매조합 활동에 투자하기도 했다. 당시 산업선교회와 신협에 소속된 소모임이 100~150개에 달했고, 한달에 4,000여명이 모일 정도로 활발하게 협동조합이 움직이고 있었다. 노동조합 교육, 취미교육을 하며 금융자본의 생태계에서 소외된 노동자들의 자립을 돕고, 폐타이어 재생공장을 설립하였고, 협동운동의 산파역할을 하며 거대금융자본의 역기능을 극복한 착한 은행, 사회적 가치에 투자하는 사회목적투자, 노동자공동체의 자립을 돕는 마이크로크레딧의 기능을 충실하게 해냈던 것이다.

이렇게 성장한 신협은 1978년 정부의 탄압을 받게 된다. 재무부의 부당한 감시가 시작되었고, 조합원 명부 제출 요구, 목회자와 활동가 구속으로 이어진 탄압에 이르게 된다. 구속자들이 재판을 받은 이후 신협은 자진탈퇴 형식을 거쳐 해산하고 1978년 6월 19일 비인가 협동조합 ‘다람쥐회’로 재탄생하게 되었다.

1970년대 영등포산업선교회와 다람쥐신협에 소속된 소모임이 100~150개에 달했고, 한달에 4,000여명이 모일 정도로 활성화되어 있었다. 사진제공 : 다람쥐회
1970년대 영등포산업선교회와 다람쥐신협에 소속된 소모임이 100~150개에 달했고, 한달에 4,000여명이 모일 정도로 활성화되어 있었다. 사진제공 : 다람쥐회
1990년대 다람쥐회는 다양한 협동운동의 기반이 되었고, 이후 서로살림생협과 서울의료생협, 노숙인자립지원을 위한 햇살보금자리 등을 탄생시킨 산파 역할을 하였다. 사진제공 : 다람쥐회
1990년대 다람쥐회는 다양한 협동운동의 기반이 되었고, 이후 서로살림생협과 서울의료생협, 노숙인자립지원을 위한 햇살보금자리 등을 탄생시킨 산파 역할을 하였다. 사진제공 : 다람쥐회
90년대 협동사업부를 구성하고 협동학교를 진행하는 등 다양한 협동운동을 모색하던 시기에 다람쥐회도 자산규모를 늘려나가며 협동운동의 한 축을 담당하게 된다. 사진제공 : 다람쥐회
90년대 협동사업부를 구성하고 협동학교를 진행하는 등 다양한 협동운동을 모색하던 시기에 다람쥐회도 자산규모를 늘려나가며 협동운동의 한 축을 담당하게 된다. 사진제공 : 다람쥐회

70~80년대의 노동운동을 이끌었던 산업선교회 노동자들이 1987년 노동자대투쟁 이후 노동조합으로 이동하게 되었다. 산업선교회는 노동자교육, 문화활동 등의 외곽지원 역할을 하게 되었고, 다람쥐회는 착한 금융을 담당하며 성장하게 된다. 90년대 다양한 협동운동을 모색하던 시기에 다람쥐회도 자산규모를 늘려나가며 협동운동의 한 축을 담당하게 된다. 협동학교를 진행, 협동사업부를 구성하고 다양한 협동조합운동을 모색하여, 1999년 서로살림생협, 2002년 서울의료생협, IMF 이후 노숙인들 자립지원을 돕는 햇살보금자리에 이르기까지, 다람쥐회는 출자를 통한 산파역할은 물론 회원들의 자조금융 역할을 해내며 2011년에는 자산규모도 24억을 돌파할 만큼 커졌다. 노동자 경제 공동체에서 협동운동의 성장과 함께 지역 활동가들이 참여하게 되고, 지역기반 회원수도 증가하게 되었다.

자산규모가 커지고 활동이 많아진 반면 관리체계 미숙과 원칙을 지키지 못한 운영으로 다람쥐회는 부실 규모가 커지게 되었고, 이 과정에서 조직내 갈등을 겪고 활동가들이 이탈하는 등 어려움을 겪게 되었다. 내실 중심의 운영을 회복하며, 부실은 줄이고 자산규모는 축소하되 출자금 중심 기반을 만들기 위해 발전위원회를 구성하여 조직기반을 재정립하게 된다.

현재는 매해 부실규모를 축소하며, 1%의 출자 배당을 유지하고 최소한의 지출로 운영의 간소화로 버티고 있는 실정이다. 이 과정에서 다람쥐회의 설립 운영 유지에 대한 근본적 고민이 시작되었고 그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대안경제공부모임’이 시작되었다. 대안경제 공부모임에서 협동운동, 금융, 기본소득, 토지와 지대, 플랫폼 자본주의, 정동자본주의, 전환시대, 기후위기 전반에 대한 공부와 논의가 이루어졌고, 다람쥐회의 역할에 대한 답을 찾기 시작했다.

2. 기후위기 시대의 다람쥐회의 고민

자동차 대신 자전거를 타서 내가 절약한 탄소양을 실물화폐로 저축하고, 그렇게 쌓인 펀드를 저탄소 사회적 경제에 투자할 수도 있는, 이런 흐름이 공동체마다 형성된다면 이 또한 탄소 감축에 큰 기여를 할 수 있지 않을까? by Renjith Radhakrishnan 출처 : https://unsplash.com/photos/hqBaAFYXhPg
자동차 대신 자전거를 타서 내가 절약한 탄소양을 실물화폐로 저축하고, 그렇게 쌓인 펀드를 저탄소 사회적 경제에 투자할 수도 있는, 이런 흐름이 공동체마다 형성된다면 이 또한 탄소 감축에 큰 기여를 할 수 있지 않을까?
사진 출처 : Renjith Radhakrishnan

화폐는 교환을 위해 탄생하였고, 순환 과정에서 어쩔 수 없는 부도덕의 운명을 타고난 이자는 금융자본을 살찌운다. 그 금융자본이 부실의 악순환을 겪을 때 소외의 한복판에 서 있었던 가난한 사람들의 금융을 담당했던 다람쥐회. 협동운동의 산파였고 노동자공동체, 지역공동체의 기반이 되었던 다람쥐회. 다람쥐회는 그 과정에서 부실의 고난도 있었고, 초저금리로 내달려온 현대금융의 흐름을 따라오지 못하고 고금리에 머물 수밖에 없는 운영의 한계도 있었다. 이 순환의 고리를 끊지 못한 원인과 앞으로의 대안에 대한 고민 과정에서 기후위기 시대에 다람쥐회의 역할은 무엇인가라는 고민이 시작된다.

화폐는 그 순환과정에서 탄소를 배출하고, 배출된 탄소가 기후위기에 맞딱뜨렸을 때, 그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 필요한 화폐를 조달하기 위해 또다시 금융이 작동되어야 한다. 큰 흐름에서 기후위기를 대응하기 위한 금융의 역할이 논의되는 과정에서 정부정책과 금융자본을 강제하는 기능도 시급하지만 자조금융의 역할은 없을까? 라는 물음에서 다람쥐회 기후화폐 논의가 시작된 것이다.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한 노력을 하고 그 노력을 화폐로 전환해서 순환시키자는 것. 자동차 대신 자전거를 타고 내가 절약한 탄소양을 실물화폐로 저축하자는 것. 그렇게 쌓인 펀드를 저탄소 사회적 경제에 투자할 수도 있다는 것. 기후난민을 도울 수도 있다는 것. 기후위기 피해자를 공제할 수도 있다는 것. 실천과 적립금이 미미할 것이라는 자조도 있었으나 이 작은 실천의 나비효과를 만드는 방법이 분명 있을 것이라는 희망회로 작동으로 다람쥐회 기후화폐 논의가 시작된 것이다.

높은 이자율에 비해 낮은 수익률, 줄여가고는 있으나 여전히 부담스러운 부실률, 저금리시대의 끝자락을 붙잡고 있는 현실에서 자조금융을 그저 자조하고만 있을 수 없기에 생겨난 고민이기도 하다.

3. 작은실천이 큰 흐름으로 -기후화폐를 제로페이에 장착하면?

지역화폐 ‘한밭레츠’를 운영하고 있는 대전에서 기후화폐 ‘그루’1를 사용하고 있다. 실물화폐는 아니지만 개인이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한 노력을 기입하고, 그 기록을 공동체 내에서 순환시키는 방법이다. 공동체 구성원이 실천을 모아낼 수 있는 훌륭한 방법이라 생각한다. 이 흐름이 공동체마다 형성된다면 이 또한 탄소 감축에 큰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실물화폐를 움직이는 다람쥐의 기후화폐는 어떤 흐름을 만들 수 있을까? 개인의 탄소기입장을 채워나가고 그것이 다람쥐회로 모여, 펀드도 되고, 후원금도 되는 흐름은 어느 만큼 가능할까? 소소한 우리 공동체 내부의 계몽과 교육 효과로는 충분하지 않나?

2020년 9월 11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기후위기 관련 정책을 만들어주세요’라는 청원글이 올라왔었다. 중학생이 올렸다는 이 청원글은 6868명의 서명으로 마감되었다 한다. 그 청원글은 기후위기 정책에 적어도 가속도를 붙였을 것이라 생각하고 기후위기 대응 확산의 이정표로 기록 될 수 있기를 바란다.

코로나를 겪는 과정에서 우리는 많은 변화를 겪었지만 그 중에서 기본소득 실험과 지역사랑상품권, 농할 상품권 등 지역과 부문을 순환시키는 화폐의 역할을 경험했다. 지역사랑상품권은 발권 예고가 되면 그 시각 10분 만에 모두 매진되는 상황이다. 10%의 정부와 지자체 부담으로 지역과 부문경제를 순환시키는 역할, 그것이 다시 세수로 순환될 것이기에 예산 운영도 적자라고만 할 수 없을 것이다.

전 국민이 탄소감축을 위한 노력을 하고 하나의 통합된 마일리지 관리체계로 적립하여, 제로페이의 한 축으로 ‘기후화폐’를 장착하는 건 불가능한 일일까? 정부가 지출해야 할 막대한 기후위기대응 예산 일부를 기후화폐 적립에 배정한다면, 그 기후화폐는 대중교통에만 사용되고, 친환경 사업장에서 지출되는 순환의 흐름을 만든다면 어떤 효과가 있을지 함께 고민해보고 연구해 보았으면 한다.


  1. 기후화폐 ‘그루’의 탄생 배경(한밭레츠 홍보물 인용) 화폐는 상품을 구매하기 위한 수단입니다. 현대사회에서 화폐를 벌고 쓰는 일은 대부분 탄소배출을 일으키죠.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탄소배출을 줄여야 하기에, 우리는 화폐를 버는 것 그리고 쓰는 것에 변화를 일으켜야 합니다. 탄소배출을 줄이는 실천을 통해 화폐를 얻고, 또 그 화폐의 사용도 더 친환경적인 행위로 이어져야 하죠. 이렇게 지구환경을 위한 새로운 화폐의 개념이 바로 기후화폐, ‘그루’입니다.

홍승하

과거 민주노동당에서 일했고, 지금은 노동자서민의 금융 대안을 모색하고 있는 다람쥐회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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