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리통신] ㉛ 우연 – 뜻하지 않게 저절로 생겨 묘하게 일어나는 일들

기후위기 공부하는 마을동아리 ‘지구손수건’은 2022 울주군 평생학습 체험대전에서 기후위기와 지구환경을 생각하는 마음을 그림으로 표현하는 부스를 운영했습니다.

뭘 그려야 되나?

엄마 밭에서 기르는 거 그리면 되겠네. 배추하고 뭐 많이 있잖아.
그런 거 그려도 되나…

어르신은 그림붓을 손에 잡고 노랑, 빨강, 파랑, 초록… 여러 가지 색깔들의 물감통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기셨습니다.

기후위기와 지구환경을 생각하는 마음을 캔버스에 아크릴물감으로 표현해주시면 돼요 라는 말에, 기후위기가 심각하긴 한데 그렇게 거창한 걸 어떻게 그리지 하고 생각하셨다고 합니다. 옆에 앉은 따님은 이런 거 진짜 해보고 싶었다며 신나 했습니다. 그림 그리는 건 어릴 때 하는 것, 잘 하는 사람이 한다고 생각해서 해볼 기회가 없었다고 합니다. 두 분이 나란히 앉아 때로는 말없이, 때로는 말을 주고받으며 그리는 모습이 참 보기 좋았습니다.

엄마, 이거 배추가 아니고 시나나빠네. 유채꽃 피는 그거.

배추밭과 민들레(그림: 이ㅇㅇ님)
배추밭과 민들레(그림: 이ㅇㅇ님)

배추 그릴라 했는데 이래 됐네.
날 때 되니까 먹고 싶은갑네.
내가 노란색을 좋아하니까 찍다보이 그렇네.

어르신은 배추밭에 자라는 노란 유채꽃을 그리고 내친 김에 민들레까지 그리시며, 우연히 예술감성을 발견해 기뻐하시고 그림 그리는 동아리 알아봐야겠다고 하십니다.

평생학습동아리

2022 울주군 평생학습 체험대전이 열리는 범서생활체육공원 기후위기 공부하는 마을동아리 ‘지구손수건’ 부스입니다. 지난해에는 천연삼베 수세미 뜨개질 키트를 만들어 나누고 기후위기 관련 도서 전시를 했고 올해는 동아리에서 예술가와 같이 표현해보는 수업이 계기가 되어 그림 그리는 체험을 준비했습니다.

그림 못 그리는데 어떡하지 라는 생각을 했는데 캔버스에 아크릴 물감을 나이프로 큰 붓으로 슥슥 칠하니 추상화 같았습니다. 동그라미를 다 그리지 않고 파란 칠을 대충하면 지구로 보인다는 설명을 들으니 쉽게 느껴집니다. 제목을 붙이자 그럴듯해지고 한 명씩 작품 설명을 하니 ‘마을예술가 탄생’이 되었습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마음을 표현해본다

(좌) 기후위기와 지구환경을 생각하는 마음을 그림으로 표현하는 체험부스 준비하는 ‘두친’ / (우) 체험 중인 시민 (2022.11.19.)
(좌) 기후위기와 지구환경을 생각하는 마음을 그림으로 표현하는 체험부스 준비하는 ‘두친’ / (우) 체험 중인 시민 (2022.11.19.)

캔버스를 크기별로 골라 사고 젯소칠을 2번 해서 준비하고 체험부스를 운영하는 일은 원래 그렇듯 작은 일들이 많습니다. 기후위기를 예술로 표현해보는 게 당장 지구환경에 영향을 끼지지는 않겠지요. 지구를 생각하는 눈에 보이지 않는 마음을 표현해보니 아름답고 깨끗한 지구의 모습들이었습니다. 혼자 꾸는 꿈은 상상이지만 같이 꾸는 꿈은 현실이 된다고 하니 우리가 표현한 마음들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알겠습니다.

*아름답다 : 보이는 대상이나 음향, 목소리 따위가 균형과 조화를 이루어 눈과 귀에 즐거움과 만족을 줄 만하다.

출처.네이버 국어사전

아름답다는 말을 사전에서 찾아보니 혼자서 느낄 수 있는 게 아니군요. 사람의 감정뿐만 아니라 그것을 표현한 예술, 예술을 같이 즐기는 사회까지 모두 사람 사이의 일입니다. 기후위기 공부하는 마을동아리 ‘지구손수건’의 회원들과 체험부스 운영에 함께 해준 두동초사회적협동조합 학생조합원 ‘두친(두동친구들)’의 즐거운 수고가 빛났습니다.

김진희

만화리 비조마을에 살며 만가지 이야기가 어우러지는 마을이야기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댓글

댓글 (댓글 정책 읽어보기)

*

*

이 사이트는 스팸을 줄이는 아키스밋을 사용합니다. 댓글이 어떻게 처리되는지 알아보십시오.


맨위로 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