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리통신] ㉜ 밥 같이 먹자!

마을공동체만들기 사업의 성과공유회에 『생명으로 돌아가기』 책에서 읽은 ‘재연결작업’을 응용해보았습니다. 생명평화결사 온라인 zoom 모임에서 유정길 님의 안내로 재연결작업 워크샵을 한 적이 있어 도움이 되었습니다.

뜻하지 않게 재연결 작업

2022년 가을이 끝나갈 무렵 울주군 마을공동체만들기 사업의 성과공유회에서. 한해 활동한 일들을 발표해달라는 제안을 받았습니다. 7년 동안 거의 해마다 발표를 하며 ‘힘들지만 즐겁게 잘 했어요. 박수쳐 주세요.’라는 말을 또 하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그래서 마을공동체 일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다른 마을활동가와 이야기를 나누겠다고 했습니다.

묻고 답하는 형식이었고 질문은 『생명으로 돌아가기』 (조애나 메이시・몰리 영 브라운, 모과나무) 챕터10. 앞으로 나아가기 가운데 ‘소명과 자원’에 나온 것입니다. 둘이 이야기를 나눌 때 성과공유회에 참석한 다른 분들은 잘 들어주었습니다.

▶ Q : 지금부터 제가 ㅇㅇ씨한테 질문을 할 텐데요 여러분들도 ㅇㅇ씨가 질문을 받을 때 같이 질문을 받는다고 생각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첫 번째로 마을공동체 활동은 어떤 계기로 시작하게 되셨나요?

◆ A : 저는 웅촌마을 시골에 살고 있고 아이가 학교에 입학하게 되면서 엄마들하고 소통을 해야 되는데 소통할 길이 없었어요. 아파트 단지에서는 엄마들을 자주 볼 수 있지만, 시골마을에서는 차로 이동하다 보니 엄마들이나 아이들이 어디 사는지도 알 수 없어서 제가 먼저 찾기 시작했어요.

시골에 있는 엄마들이 아이의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도시로 나가려 했어요. 왜 가느냐고 물었더니 여기는 아이들이 배울 수 있는 교육환경이나 인프라가 전혀 없어서 아이 때문에 이사를 한다길래, ‘아니다 우리 같이 한번 해보자’는 마음이 생겼어요, 처음에는 마을에서 만나는 게 아니라 웅촌에서 부산이나 경주로 아이들을 데리고 같이 갔어요. 그러다 마을에서 한번 해보는 게 어떻겠느냐 어떻게? 누가? 왜? 이런 질문들이 던져지기 시작했어요. 내가 가진 재능들이 있는데 이걸로 해보고 할 수 있는 것, 책읽기 그림그리기도 해보자고 마을공동체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공간이 있으면 주민들과 모임도 만들 수 있고 주민들과 소통을 하다 보면 지역에 대한 문제도 나온다.
사진 출처 : Hillary Ungson
공간이 있으면 주민들과 모임도 만들 수 있고 주민들과 소통을 하다 보면 지역에 대한 문제도 나온다.
사진 출처 : Hillary Ungson

▶ Q : 우리한테 부족한 것, 우리가 뭘 할 수 있을까 생각하다 보니 마을공동체 활동을 하시게 된 것 같아요. 저도 그랬어요. 마을회관 2층이 비어있는데 거기서 엄마들은 커피 마시고. 애들은 책 읽고 놀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런 필요에 의해서 마을공동체 활동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지금부터는 살짝 황당하기도 한 질문을 하게 될 텐데요. 만약에 ㅇㅇ씨가 실패할 가능성이 전혀 없고 성공 100% 보장이 돼요. 그럴 때 어떤 일을 하고 싶으신가요?

◆ A : 일단 공간의 문제가 제일 커요. 공간이 있어야 소통이 이루어진다고 봐요. 저는 집에서 활동을 시작했는데 공간만 확보된다면 누구든 자유롭게 와서 소통의 장을 열 수 있어요. 그때부터는 서로 어떤 걸 해야 될지 계획도 세우면서 다양한 문제를 제기하고 해결방법을 찾는 걸 같이 할 수 있어요. 지금은 사실 마을공동체 엄마들의 모임이에요. 공간이 있으면 주민들과 모임도 만들 수 있고 주민들과 소통을 하다 보면 지역에 대한 문제도 나온다고 봐요. 그래서 제가 하고 싶은 일은, 주민참여교육단체 같은 거예요. 우리가 스스로 할 수 있는 것들을 가르치고 배우는 장이죠. 좀 더 나아가자면 어차피 가상이니까, 수익사업도 되고 일자리 창출도 되고 행복한 웅촌이 될 수 있는 공간이 있으면 좋겠습니다.

▶ Q : 네 아주 거창한데요. 이런 거 좋아합니다. 그 일을 하는 데 보탬이 될 만한 ㅇㅇ씨가 가지고 있는 자원, 내면의 자원, 외부의 자원으로 어떤 것이 있을까요?

◆ A : 저는 애살이 많았어요. 의욕과 욕심이 많아 이것저것 하다 보니 가지고 있는 자격증도 많아요. 모임을 하며 알게 된 엄마들도 한두 개씩은 다 재능이 있어요. 그래서 내적인 것, 외적인 것들이 있는데 저 혼자 저희 단체만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해서 주민자치위원회에 제일 막내로 들어갔어요. 앞으로는 공개강좌라든가 주민들과 소통하는 방법을 찾아보고 싶어요. 웅촌에 예술촌이 있는데 자연스럽게 연계해주는 연결고리가 없어요. 잘 이용한다면 분명히 웅촌에 좋은 결과물이 나올 거라고 생각합니다.

▶ Q : 네 그러면 ㅇㅇ씨한테 필요한 내면의 자원 그리고 외부의 자원은 어떤 게 있을까요? 어떤 걸 배우고 얻어야 할지 필요한 것들이 있을까요?

◆ A : 시골마을에는 나이가 제일 어리면 문제를 제기했을 때 반발이 있어요. 쟤 몇 년 살았지? 어디서 왔지? 뭐 하다 왔지? 이런 것들이 있기 때문에 수평적인 관계에서 소통할 수 있는 리더십 역량강화 같은 걸 배우고 싶어요. 외적으로는 말씀드렸듯이 웅촌의 예술인들이 자연스럽게 연결되고 그들한테도 자기주도적이면서 소통하는 역량강화, 마을주민들 개개인들이 할 수 있는 게 있다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 Q : 여기까지는 제가 ㅇㅇ씨한테 ‘제가 이런 질문을 할 거예요’하고 카톡을 보냈어요. 그럼 다음 말은 눈치채셨죠? 다음 질문은, ㅇㅇ씨는 어떤 경우에 지금 하고 있는 마을공동체 일을 그만두게 될까요? 어떤 장애물이 가로막을까요? 혹시 누군가 고의로 방해를 한다거나 스스로 내가 지금 뭘 위해서 이걸 하는지 회의감에 빠지는 일… 다 있어요.

◆ A : 아무래도 의견 충돌이겠죠. 다들 생각하는 게 다르다 보니. 지금도 사실 제일 힘든 건 시간 맞추는 거예요. ‘왜 꼭 그걸 해야 되냐’는 각자의 생각이나 개인사정 때문에 일정 조율하기가 힘들어요. 제가 2년 차 마을공동체 활동을 하고 있는데 1년 차에는 5명을 모으기도 힘들었어요. 억지로 모았고 올해는 버릴 사람은 버렸어요. 과감히 버렸어요. 그랬더니 남아있는 분들이 같은 생각을 가진 분들을 데리고 와서 다섯 가족이 여덟 가족이 되었고, 중간에 온 가족까지 거의 열한 가족이 되었어요.

Q : 와! 대단한데요. 버려야 채워진다. 알았습니다. 그럼 이 장애물들을 어떻게 헤쳐나갈 건지가 다음 질문이었는데 이미 대답하셨어요. 버렸더니 채워졌다. 아주 명쾌합니다. 이제 마지막 질문이에요. 아무리 사소한 조치일지라도 예를 들면 전화 한 통, 카톡 한 통이라도 그게 ㅇㅇ씨가 일하는 데 있어서 한발 내딛는 일이 될 때 내일부터, 당장 힘들면 다음 주부터 어떤 일을 하시겠어요? 아주 사소한 거라도.

◆ A : 질문을 한번 더…

▶ Q : 지금까지 우리가 무슨 얘기를 했냐면, 힘든 게 있을 수 있다는 얘기를 했어요. 그럴 때 아주 사소한 거라도 내가 당장 할 수 있는 일 어떤 게 있을까요?

◆ A : 사소한 거…

▶ Q : 네 사소한 걸 얘기해 주시면 됩니다. 큰 거 말고.

◆ A : 저는 “밥 같이 먹자”?

▶ Q : 우와!!!

◆ A : 일단 만나야 되잖아요. 저희가 소통하려면 만나야 되기 때문에 제일 좋은 건 먹으면서 만나는 것. 그래서 “밥 먹자!” 제일 많이 하는 것 같아요. 지금도 제가 할 수 있는 건 “밥 사줄게. 밥 먹자.” 그냥 밥 먹자 하면 요리조리 다 피하거든요. 밥 사줄게 하면 잘 나오더라구요. 맛있는 거 사줄게 하면.

▶ Q : 역시 먹어야지 이야기도 되고 ㅇㅇ씨랑 저도 밥 먹다 보니 이야기가 길어지고 커피까지 마시게 되었어요. 어떻게 들으셨을지 모르겠는데 아주 사소한 것부터, 매일 하는 것, 밥 먹는 것부터 같이 시작하는 게 마을공동체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새로운 질문에도 당황하지 않고 대답해주신 ㅇㅇ씨게 감사드리고,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김진희

만화리 비조마을에 살며 만가지 이야기가 어우러지는 마을이야기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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