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의 기후리더십과 P4G

바이든 행정부의 출범 이후 미국은 기후위기와 경제위기에 맞설 적극적인 준비를 하고 있다. 기업 투자에서 ESG가 강조되듯 미국의 미래준비는 기후변화로 인한 재정적 위험을 줄이는 일에서부터 시작될 것이다.

취임 첫날 기후협약 재가입, 행동하는 리더십

2021년 1월 20일 취임 첫 날, 조 바이든(Joseph R. Biden) 대통령은 9개의 행정명령(Executive Order)에 서명하였다. 세간의 관심은 과연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 첫날 어떤 행정명령과 조치를 내릴 것인가에 있었다. 예상대로 그는 대선 공약으로 내세웠던 파리협정 재가입에 가장 먼저 서명하였다. 이는 2017년 트럼프 행정부가 기후변화를 부인하고, 협약을 탈퇴했던 것을 복원시키는 상징적인 행위뿐만 아니라 후진하던 기후 정책을 뒤집음으로써, 기후변화에 대한 미국의 리더십 의지를 확인시켜준 사건이었다.

그는 기후변화가 아닌 기후위기라는 용어를 공식적으로 사용한 첫 미국 대통령으로서 민주당의 전 국무장관 존 케리(John Kerry)를 기후특사로 임명하고, 주요 행정수반을 기후의제를 중심으로 임명하였다. 특히 필자의 관심을 끌었던 이는 국유지의 석유 및 자원 채굴에 대한 규제 권한을 가지고 있으며 국립공원과 야생생물 보존을 책임지고 있는, 내무장관으로 임명된 뎁 할랜드(Deb Haaland)였다. 그녀는 최초의 원주민 출신 장관으로서 자연자원관리에서 중요한 책무를 가지는 의사결정자이다. 필자는 특히 그녀가 그동안 소외되고 유린당한 원주민들의 땅에 대한 권리를 어떻게 회복시킬 수 있을까라는 점에서 관심이 갔다. 또한 바이든 대통령이 서명한 송유관 사업의 취소와 야생생물 보호지에서의 석유 및 천연가스 개발 금지 명령도 그녀의 임명과 무관하지 않음을 알 수 있었다. 이 외에도 에너지장관이나 환경청장 등의 활약도 기대해볼 만하다.

물론 이제 겨우 5개월 남짓한 바이든 행정부의 기후리더십을 평가하고 활약에 대해 기대하는 것은 섣부른 일일 수 있다. 이미 키스톤 XL 파이프라인 건설 승인취소에 대해 텍사스를 포함한 12개 주정부가 무효소송을 제기한 것을 시작으로 주정부와 연방정부의 갈등은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행정부와는 달라질 미국의 기후 리더십에 대한 전망은 우리나라 정부와 기업의 대응 측면에서 중요할 것으로 보여 이를 짧게나마 기록해보고자 한다.

바이든의 기후리더십은 연방정부를 통한 국내 정책변화와 국제기구 및 협약을 통한 국제 정치를 통해 드러난다. 먼저 국내적으로 살펴보면, 그는 취임과 동시에 기후변화 대응 정책을 7대 주요 국정과제 중 하나로 선정하였다. 3대 위기(팬데믹 보건위기, 경제위기, 기후위기)라고 불리는 위기의 시기에 7대 주요 국정과제를 통해 국내에서는 대통령의 리더십, 국제적으로는 미국의 리더십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첫째는 물론 코로나 대응과 이로 인한 경제회복이겠지만, 그 다음으로 기후위기 대응과 미국 내 만연한 인종문제를 개선하는 것이 탑4 공약에 들어가면서 무게감을 드러냈다. 이 외에도 트럼프의 국경장벽 정책을 폐기하고, 이민제도를 포용적으로 개혁하고, 오바마 정부의 주요 과제였던 의료보험 제도를 개선하고, 다방면에서 잃어버린 미국의 국제적 신뢰와 지위를 회복하는 임무를 7대 주요 국정과제로 올려놓았다. 그야말로 트럼프 정부와는 정반대 방향으로 가는 길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대립되는 정책안을 주요 의제로 제시하였다.

기후 정책을 바라보는 입장에서는 너무나 반가운 정책안들이지만, 양당정치의 미국 역사상 법제화 없이 대통령의 행정명령만으로 버티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다. 약 51%의 행정명령이 겨우 5년여의 시간동안만 집행되었음을 알기에 다소 우려스러운 마음이 생기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정권이 바뀌면 핵심 정책은 여지없이 잘려나간다. 트럼프는 오바마 정부의 정책에 대해 그러한 태도를 보였고, 바이든은 트럼프 정부 정책에 대하여 같은 태도를 취한다. 과거 미국의 법안들이 법원 판결에 의해 문제가 되는 법에 대한 수정안을 만들고, 통과를 시키기 위해 시간과 노력을 들였던 것과 달리 최근 정부는 법안과 유사한 영향력을 줄 수 있는 행정명령을 활용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오바마2그 말은 잊어요!

오바마와 짝을 이루었던 바이든이 이끄는 행정부는 ‘오바마 2기’와 같은 성격을 가질 것으로 예측되었기에, 어떤 면에서는 과거의 일상으로 돌아가듯 큰 기대가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최근 바이든이 기후정상회의를 개최하고, G7에서 기후의제를 주도하고자 하는 모습을 보여준 것에서 그가 새로운 경제로의 도약을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그린뉴딜을 중심으로 재편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바이든의 기후위기 대응은 그린뉴딜을 발의했던 최연소 여성 하원의원인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 코르테스(AOC)의원이 바이든 캠프에서 기후정책을 맡으면서 보다 진보적인 정책들로 탈바꿈하기 시작하였다. 당선과 함께 바이든 정부가 무역과 투자를 통해 기후-경제정책을 펼칠 것이라는 예측들이 나오곤 했는데, 실제 바이든 정부는 51회 지구의 날을 맞아 온라인 ‘기후정상회의1’를 개최하여 각 국가의 NDC(국가별 온실가스 감축기여분) 상향발표를 이끌어냈다.

IPCC는 〈1.5℃ 특별보고서〉 이후 2030년까지 2010년 대비 45% 감축이라는 목표를 제시하였지만 현재의 NDC로서는 그러한 목표를 달성할 수 없다고 경고한 바 있다. 미국은 이러한 권고에 기초하여 기존의 약속보다 높은 2005년 대비 50~52% 감축을 약속하였고, 유럽연합은 2030년까지 1990년 대비 55% 온실가스 감축을 약속하였다. 일본은 2013년 대비 46%로 기존보다 20%포인트를 상향하였으나 우리나라는 2030년까지 2017년 대비 24.4%라는 기존의 목표를 재확인하는 수준에 그치고 말았다.

‘2050 탄소중립’이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인 정책의제가 되고 있음은 얼마 전 영국에서 개최된 G7+α 회의에서도 알 수 있었다. by Number 10 출처: https://www.flickr.com/photos/number10gov/51240840694
‘2050 탄소중립’이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인 정책의제가 되고 있음은 얼마 전 영국에서 개최된 G7+α 회의에서도 알 수 있었다.
사진 출처 : Number 10

환경운동을 하는 입장에서는 문재인 정부가 기후정상회의에서 준비되지 못한 부분을 P4G(Partnering for Green Growth and Global Goals)에서 보완할 것이라는 기대를 하였지만, 이러한 기대와 달리, 탄소중립위원회를 출범하는 행사로 갈음하여서 아쉬움이 크다. 물론 대통령의 의사결정이 아니라 범정부적인 탄소중립위원회를 통해 지속가능한 목표와 이행계획을 세우는 일이 중요할 것이고, 7월 정도가 되면 환경부의 상향안에 대한 부처별 논의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기대를 하면서 아쉬움을 달래본다.

‘2050 탄소중립’이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인 정책의제가 되고 있음은 얼마 전 영국에서 개최된 G7+α 회의에서도 알 수 있었다. 영국은 COP26회의를 주최하는 국가로서 2050 탄소중립의 시계를 2030년으로 당겨올 계획을 세웠었다. 그러나 바이든은 기후정상회의를 개최하면서 2050 탄소중립 시계를 2030으로 이미 앞당겨 놓았다. IPCC의 과학자들이 지속적으로 이야기를 했지만 그닥 적극적이지 않았던 정치인들이 앞 다투어 탄소중립을 내세우며 참여하는 모습은 최근 어딜 가나 등장하는 ESG(Environmental, Social, and Governance)의 붐과도 연관이 있어 보인다. 지난 5월 20일 바이든 대통령은 기후관련 재정위험 행정명령에 서명하였다.2 즉 미국인들이 당면할 기후변화로 인한 재정의 위험을 줄이고, 장기적인 차원에서 주요 기관투자자들의 재정안정성 확보를 위한 정부차원의 전략을 구상하라는 명령이다. 재무장관인 재닛 옐런(Janet Yellen)은 120일 이내에 재정 안정성에 대한 기후변화 위험을 감소시키는 조치를 마련해야 하고, 추후 은행과 주택, 농업분야에서 기후변화에 따른 자산 및 부채 위험을 나타내는 전략도 마련해야 한다. 이를 위해 백악관의 예산관리국(OMB)은 장기적인 예산계획 수립을 위한 ‘기후위험의 정량화’ 작업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노동부는 기후변화 위험으로부터 연금을 보호하는 방안을 모색할 것이다. 이러한 모든 전략과 예측을 담은 보고서가 6개월 내에 바이든 대통령 손에 들어가야 하므로 기후변화에 대한 재정 분야의 움직임이 가장 빠르게 나타날 것으로 기대된다.

기업에 대한 투자분야에서 기후변화 대응이 가장 빠르게 나타날 것이라는 전망은 사회투자 및 녹색금융 전문가들이 일상적으로 해왔던 말이다. 기존의 금융 투자는 기후라는 변수를 주요하게 두지 않았었지만, 이제는 자본투자방식과 사회건설방식, 기존의 장기투자에서 기후위기에 걸맞은 예측기법을 제시해야만 불확실성과 투자환경의 변화에 대한 조율이 가능하게 될 것이라는 바이든 정부의 판단이 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러한 재정분야의 기준과 예측기법이 마련되고 나면 그 이후에는 전 세계적으로 유사한 방향의 투자가 이루어지고, 급기야 더 이상은 좌초자산인 석탄화력발전소에 투자하려는 투자자는 나오지 않을 것이다. 이러한 면에서 재정과 금융에서의 빠른 준비가 자국의 기업과 국민을 보호하고 세계적으로 기후와 경제 모든 면에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는 그의 판단은 매우 적절해 보인다.

최근 P4G 회의에 앞서 녹색당 기후정의위원장은 단식투쟁을 하며 신규화력발전소를 전면 전환하거나 포기할 것을 요구하였다. 이미 완공단계에 접어든 것은 어찌할 수 없다고 하더라도, 일부 전환의 여지가 있는 신규화력발전소의 경우 미국의 투자선회가 시사하는 바를 포착하고 적극적인 대응을 해야 한다. 바로 얼마 전 삼척화력발전소가 1천억 원의 공사대금 마련을 위한 회사채 발행하였지만 구매자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온실가스 배출원에 대한 노-투자는 앞으로 전 세계에서 벌어지게 될 일로 보인다. 따라서 녹색금융에 대한 적극적인 기준마련과 이를 통한 새로운 시대로의 전환을 준비하는 일은 기후위기 시대의 리더가 반드시, 그리고 당연하게 선택해야 할 답안이 아닐까.


  1. 기후정상회의는 2009년 오바마 대통령 주도로 구성되었던 에너지기후주요경제국포럼(The Major Economies Forum on Energy and Climate)을 계승한 것임.(참고: 최현정, 아산정책연구원 이슈브리프)

  2. whitehouse.gov

박숙현

지속가능시스템연구소장으로 지속가능발전과 환경정책, 기후변화, 리질리언스 등 우리사회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정책에 관심을 가지고, 사회생태시스템 분석틀을 적용한 연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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