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패’할 줄 아는 것들의 미학 – 『시골빵집에서 자본론을 굽다』를 읽고

저자는 유기농 농산물을 다루는 회사에서 근무하다가 이윤만을 최우선으로 하는 자본주의 경제에 위화감을 느껴 회사를 그만두고 자신만의 진짜 일을 하고자 4년 반 동안 제빵 기술을 익혀, 치바현에 자신만의 가게를 열지만 2011년 3월에 동일본대지진의 계기로 보다 좋은 환경을 찾아 시골 마을로 이주하여 천연발효 빵 가게를 연다. 이 이야기는 가쓰야마에서의 분투기이다.

와타나베 이타루 저, 『시골빵집에서 자본론을 굽다』(더숲, 2015)
와타나베 이타루 저, 『시골빵집에서 자본론을 굽다』(더숲, 2015)

사회의 각종 부조리와 접하면서 그 속에서 살아가는 방식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가장 많은 부류는 각종 부조리를 달게 받아들이고 현실적으로 인내하며 살아가는 수동적인 부류일 것이다. 하지만 비록 소수이기는 하지만 부조리라는 배에서 과감하게 뛰어내려 자신이 추구하고자 하는 삶을 도도히 살아가는 적극적인 부류가 있다. 오늘 소개하고자 하는 것은 후자에 속하는 부류의 가족들 이야기이다.

저자는 유기농 농산물을 다루는 회사에서 근무하다가 이윤만을 최우선으로 하는 자본주의 경제에 위화감을 느껴 회사를 그만두고 자신만의 진짜 일을 하고자 4년 반 동안 제빵 기술을 익혀, 2008년에 일본 지바현에 자신만의 가게를 열었다. 하지만 평화도 잠시뿐 2011년 3월의 동일본대지진의 공포 속에서 더욱 좋은 환경을 찾아 2012년 2월에 오카야마현 마니와시 가쓰야마 마을로 이주하여 재개업을 했다. 이 시골 마을은 물이 좋고 양조의 고장으로 그 역사가 200년이 넘는 유서 깊은 곳이었으니 천연발효 빵을 만들기에 적절한 장소였음에도 불구하고 사업은 처음부터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이 이야기는 이들의 분투기이며, 자신들의 경영 이념은 이윤을 남기지 않는다는 것이었다고 한다.

도회지에서 우리들이 쉽게 접하는 빵에는 각종 첨가물이 들어간다. 이러한 첨가물의 안전성과 위험성을 둘러싸고 의견들이 많지만, 저자는 첨가물은 안전한지 여부를 알 수 없으니 위험할 수도 있는 물질이라고 주장한다. 저자의 가족-부인, 아들, 딸 4인 가족-들은 시골 마을에서 천연 균만을 사용한 발효 빵 만들기에 도전하여 성공을 이루었다.

저자들은 『모모』의 저자로 유명한 미하엘 엔덴의 유언을 책으로 엮은 『엔덴의 유언』(저자는 카와무라 아츠노리)의 ‘부패하지 않는 돈’이라는 개념에서 가르침을 받아 자신들의 경영을 ‘부패하는 경제’라고 이름 붙였다고 한다. 부패하는 경제란 바로 순환하는 경제를 말하한다. 저자의 시골 빵집은 단순함을 지향하며, 일찍이 마르크스가 찾아낸 자본주의의 모순을 풀 열쇠는 바로 천연 균에 있다고 보았다.

“‘썩는다’, ‘부패한다’라는 것은 자연의 섭리다. 따라서 ‘부패하지 않는다’는 것은 자연의 섭리에 반한 현상이다. 그런데도 절대 부패하지 않고 오히려 점점 늘어나는 것이 돈이다. 돈의 그 같은 부자연스러움이 ‘작아도 진짜인 것’으로부터 우리를 멀어지게 한다. 이런 진리를 깨달은 우리 부부는 돈도 ‘부패’하게 하고, 경제도 ‘부패’하게 하면서 지역사회와 함께 살아가는 중이다.”

“‘부패하지 않는다’는 것은 자연의 섭리에 반한 현상이다. 그런데도 절대 부패하지 않고 오히려 점점 늘어나는 것이 돈이다.” 사진 출처 : Joshua Hoehne
“‘부패하지 않는다’는 것은 자연의 섭리에 반한 현상이다. 그런데도 절대 부패하지 않고 오히려 점점 늘어나는 것이 돈이다.”
사진 출처 : Joshua Hoehne

저자들의 고군분투하는 모습은 감동적이지만 그들만의 노력으로 결실이 맺어지지 않았음을 책의 곳곳에서 엿볼 수가 있다. 처음 저자들이 시골 마을로 이사 오고 정착하기까지에는 수많은 동네 주민들의 협력과 도움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어린 시절 시골에서는 된장, 고추장 등을 천연 균으로 발효시켜 만들었었다. 지금은 산업화로 인하여 보다 안정적이고 균일한 맛을 유지하기 위하여 실험실에서 엄선된 균을 사용한 제품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이러한 윤택한 삶은 편리하기는 하나 인간이 자연의 일부이며 자연과 합력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개념을 망각하게 만든다. 왜냐하면 천연 균은 환경에 민감하기에 환경이 오염되면 균이 먼저 생존할 수 없게 된다. 따라서 우리가 살아가기 위해서는 환경을 보호해야만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결국 환경 파괴는 우리 인간의 종말과 직결된다는 각성과 함께 자본주의 사회에서 대안적인 삶을 모색해볼 기회가 될 것이다.

얼마 전에 저자 가족들의 근황을 알 수 있는 책이 또 출판되었다. 같은 저자가 쓴 것으로 『시골 빵집에서 균의 소리를 듣다』이다. 현재 저자들은 더욱 좋은 효모균과 아이들에게 좋은 교육 환경을 위하여 이웃 현인 돗토리현으로 2015년에 이사하여 그곳 주민들의 도움으로 지금은 빵과 함께 천연 효모를 이용한 자가 맥주도 생산하고 있다고 한다.

이환성

공학계 앤지니어로 10여년간 인간중심주의가 지배하는 현장에서 근무하면서 인문학에 목말라했다. 지금은 현장을 떠나 자유로이 독서와 함께 인문학에 빠져 있으며 철학과 공동체에 관심을 갖고 다른 삶을 모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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