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여러분. “故 신승철 생태적지혜연구소 소장의 1주기 추모(축)제”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지난 2023년 7월 2일 우리가 사랑하고 또한 그 누구보다도 우리 모두를 사랑했던 신승철 소장이 갑작스런 죽음으로 영면에 들었습니다. 지난 1년간 슬픔과 고통이 우리를 지배했지만, 우리는 그가 남긴 많은 것들을 간직하며 그와 함께 걸으면서 그에게 묻고 함께 미소짓고 지금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세상 그 무엇도 특이하고 빛나던 그를 대신할 수 없지만 우리는 어쩌면 그가 가장 원하던 그러한 길을 만들어내고자 노력해 왔습니다. 아마도 오늘 이 자리는 그러한 노력들이 어떤 모양을 가지게 되었는지를 보여드리는 자리가 될 것입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추모제가 가진 슬픔과 우울의 분위기에 젖어있기보다 그가 늘 힘주어 강조했던 ‘공생공락’의 분위기를 만들어내기 위해 이 자리의 이름을 추모(축)제로 이름 붙이게 되었습니다. 지구에 거주하는 모든 존재자들과 생명체들 중 그 어느 것도 미리 차단하거나 배제하지 않으면서 함께 ‘생명의 춤’을 추기 위해 우리는 한편으로 죽어가고 멸종되어가는 생명들을 추모해야 하면서도 또한 다른 한편으로 그들과 함께 어울릴 수 있는 마음가짐, 우리 자신의 변신, 생명들과의 혼연일체, 서로의 존재보존을 증진시키는 기쁨의 관계를 이뤄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때에야 비로소 우리는 지금의 이 생태위기를 넘어서는 탈성장 전환의 길을 낼 수 있을 것이며, 故 신승철 소장이 자신의 죽음 직전까지 외쳤던 떡갈나무 혁명이 시작되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입니다.
故 신승철 소장은 어쩌면 지금 이 자리에 자신의 이름이 앞세워지는 것을 부끄러워하거나 꺼리고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는 주인공이 되기보다 집사나 조력자가 되기를 더 강하게 욕망했으며, 높은 곳에 우뚝 세워지기보다 낮은 자리에서 무수한 작은 생명들과 어울리고 싶어했기 때문입니다. 그는 고정된 개체이기보다 차라리 해체되어 스며드는 존재, 거대하고 단단한 바위보다 그 곁에 붙어있는 이끼나 그 아래에 집을 만드는 개미이고자 했습니다. 우리 역시 그와 함께 작고 소소한 움직임이지만 다른 생명이 살아갈 수 있는 숲의 일원이 되고자 하며, 모두가 이 숲에서 한 자리를 차지하면서 함께 어울릴 수 있기를 바랍니다. 여러 사람의 노력이 깃든 오늘 이 자리에서 여러분 모두가 함께 즐기고 기쁨을 나누며 또한 그것을 통해 더욱 넓은 숲을 만들어내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故 신승철 소장의 저서 및 간행물을 후원해 주시고 이 자리를 빛내 주신 ‘도서출판 동녘, 도서출판 모시는 사람들, 사계절 출판사, 도서출판 사우, 도서출판 삼인, 도서출판 신생, 알렙출판사, 철수와영희, 도서출판 한살림, 흐름출판, 포이에시스 출판사’ 등에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행사를 기획·주관한 생태적지혜연구소 운영위원들과 ‘추모제 준비모임’ 구성원들에게도 고마움을 전합니다. 이들의 헌신과 노력이 없었다면 오늘 이 자리는 불가능했을 것입니다. 그리고 행사를 위해 공간을 선뜻 내주신 ‘영등포 산업선교회’와 그 구성원들과, 식사와 그 재료를 준비 및 제공해주신 성미선, 김현숙 농부님에게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끝으로 故 신승철 소장과 더불어 많은 것을 함께했고 앞으로도 많은 것을 함께 할 참석자 모두에게 가족들 그리고 고양이들이 함께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