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우울, 정치 우울
안녕, 엄마의 행복한 샘, 새미야! 초록이 폼나게 이쁜 시절이구나. 아름다운 지금, 이 순간이다. 엄마가 숨 가쁘게 사랑하는 시간이지. 불멍처럼 멍 때리며 초록을 바라보는 엄마를 보렴. 이 찬란한 초록을 볼 수 없는 언니의 심장 소리를 듣는 어미가 이 아름다움을 즐겨도 될까. 번뜩, 고개를 반듯이 한단다. 파랑새가 동의하지 않는 아름다움을 느끼고 싶지 않구나. 파랑새는 현재가 억울하고 화나는데 엄마는 빠르게 있는 그대로 현재를 자연으로 적응하고 극복하려고 하는 것은 아닌지? 도대체 파랑새는 어떤 마음일까? 친절한 파랑새는 늘 엄마를 긍정하는 습관이지. ‘우리 숲정이, 귀여워!’ 그랬겠지. 지난 겨울 지독한 매일을 보내며 파랑새가 벚꽃 필 때까지 살 수 있을까? 견뎌낼 거야. 바램하며 꿈꾸었잖니. 상냥한 파랑새는 엄마의 소망을 이뤄줬어. 벚꽃망울이 열리고, 세상도 새롭게 열리자, 파랑새가 조금씩 포르르 날아 올랐지. 열도 오르지 않고 염증도 지금까지는 양호하지. 보다 안정이 되었단다. 파랑새의 인내와 용기 덕분에 엄마는 일상의 적응과 고통 극복을 시도 하고 있단다. 벚꽃이 하늘을 가득 덮던 그날, 엄마는 이모에게 언니를 잠시 부탁하고 22대 총선을 앞두고 경남기후정치선언까지 다녀왔었단다.
경남 도민 여러분! 여러분의 일상은 평안하신지요? 평안한 듯, 안녕한 듯한 우리의 일상이지만 우리를 안고 있는 지구별은 불안불안 합니다. 지구별 생명들의 생존이 위태롭습니다. 저는 지난 주말 봄꽃나들이를 하였습니다. 남해 친구 텃밭에 심은 나무들이 뿌리를 잘 내렸는지 살펴도 보고 미조면 마을 음악회도 한다니 겸사겸사 남해로 봄나들이를 갔습니다. 연두 새싹이 한창 생기를 올리고 벚꽃, 진달래, 복사꽃들이 색을 보태는 산빛이 아름다웠습니다. 그러나 아름다움도 잠깐. 공기 가득 희뿌연 미세먼지가 싱그러운 봄빛을 빼앗아 가고 있었습니다. 오랜만에 외출이었지만 나들이 내내 우울 했습니다. 오렌지빛 황사가 원인이랍니다. 몽골 동쪽 지역의 눈이 녹고, 가뭄이 길어지며 사막화가 가속화되었기 때문에 기세등등한 오렌지빛 황사가 생겼다고 합니다. 최근 5년 동안 몽골은 겨울 평균 기온이 1.5도에서 5도까지 올랐다니 거대한 오렌지 황사는 당연한 결과 같습니다. 기온상승이 원인이라니 기후위기의 징표가 틀림없습니다.

곧 닥쳐올 기후 재앙의 경고입니다. 대파값이 난리 북새통입니다. 사과값도 난리입니다. 세계에서 사과값이 가장 비싼 대한민국이 되었습니다. 대한민국 사과값은 왜, 일등 먹었을까요. 지난해 봄, 냉해, 서리로 열매를 제대로 맺지 못했답니다. 여름철 집중호우와 잦은 강우로 열매가 많이 떨어진 까닭이랍니다. 가을 수확기에 탄저병이나 썩음병까지 덧해져서 생산량이 확 줄었다고 합니다. 공급량이 줄어서 사과값이 비싸구나. 소비자는 탄식만 할까요. 그림에 떡. 먹지 못하는 사과의 원인은 봄 같지 않은 봄 추위. 비정상적인 여름 호우. 자연 면역 저하가 원인입니다. 바로 기후위기 때문입니다. 기후 재앙입니다. 여러분! 우리는 지금 기후대란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지구가 뜨거워진 원인은 석탄, 석유 에너지의 지나친 이산화탄소 배출량 때문입니다. 질주하는 개발과 자본의 엔진이었던 화석에너지의 CO2가 결국 풍요속의 위기. 소리 없는 재앙으로 다가와 멸종과 멸망의 공포를 낳았습니다. 설상가상으로 한국 정치는 기후재앙의 대안으로 핵진흥, 핵발전소 정책을 실행하고 있습니다. 여러분, 핵발전은 안전한 에너지입니까? 후쿠시마 핵사고 이후 세계는 변하고 있습니다. 전 세계 핵발전소 발전량이 1996년 17.5%였지만 2022년에는 9.2%입니다. 가동 중인 원자로도 줄이고 있습니다. 세계는 변하고 있지만 한국은 거꾸로 가고 있습니다. 2050년까지 핵발전소를 세배로 늘이겠답니다. 노후 핵발전소의 수명연장과 신규핵발전소 건설, SMR 추진에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두렵습니다. 현재, 한국은 세계에서 면적당 가장 많은 핵발전소를 운영 중입니다. 한번의 핵사고로 우리는 많은 것을 순식간에 잃을 수 있습니다. 무섭습니다. 핵 위험으로부터 보호받고 싶습니다. 안전하게 살고 싶습니다. 대한민국 핵발전소 인근에는 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습니다. 우리가 이곳 양산에 모여 기후정치선언을 하는 이유도 이 까닭 때문입니다. 양산은 고리 핵발전소부터 30km 안에 위치해 있으며 30만이 넘는 양산시민의 삶터 입니다. 핵사고의 공포 안에서 우리 아이들이 친구들과 뛰어다니고, 엄마, 아빠들은 바쁘게 일터를 향하고 있습니다. 핵사고는 일순간에 이러한 우리의 일상을 앗아갑니다. 생명까지 위협합니다. 두렵습니다. 후쿠시마 반경 30Km내 사람이 살고 있지 않습니다. 양산지진대는 포항, 경주, 동래, 을숙도까지 이어진 동아시아 최대 지진판이라고 합니다. 어제도 대만에서 7점대의 지진이 났습니다. 건물들이 여러 채 무너졌답니다. 쓰나미의 위험까지 경고 했습니다. 불안불안한 지진대위에 핵발전소라니 요행을 기대하며 우리는 안전을 안심할 수 없습니다. 핵진흥 정책은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위협하는 문제를 넘어서 기후위기와 재난의 시대에 어떠한 해결책도 되지 못합니다.
안전하게 살고 싶습니다. 안심하며 살고 싶습니다. 핵발전은 건설부터 폐로까지 전 과정에서 막대한 탄소를 배출하며 기후 위기를 가중 시킵니다. 뿐만 아니라 재생에너지 확대를 가로막고 있습니다. 핵발전은 절대 기후위기의 대안이 아닙니다. 우리에겐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2030 온실가스 40% 감축, 2050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현실로 만들 위대한 변화가 절실합니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고 기후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핵진흥 폭주는 멈춰야 합니다. 기후위기를 극복하고 지속 가능한 사회, 미래지향적인 생존의 조건을 만들기 위해 재생 에너지로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물론 그 과정은 민주적이고 누구도 소외시키지 않는 정의로운 전환이어야 합니다. 생명은 지금, 바로 오늘, 탈핵, 정의로운 전환, 기후 정의를 만들어갈 정치가 필요합니다.
경남 도민 여러분! 기후에 투표합시다. 우리는 시간이 없습니다. 기후 위기는 어린이와 노인, 장애인과 저소득층, 옥외 노동자와 농민과 영세소상공인의 생존을 위협 합니다. 기후 재앙은 사회적 취약 계층을 우선 공격합니다. 한국 정치는 우리를 소외시키고 있습니다. 정치가 기후문제를 외면한다면 우리의 평안한 일상은 깨어집니다. 기후가 미래입니다. 이번 22대 총선은 생명 중심으로 인간과 인간, 인간과 비인간 모두의 생명이 더불어 살아가는 내일을 여는 기회여야 합니다. 세계 평균기온이 1.5가 오른다면 우리의 현재는 무너지고 지구 파멸이나 멸종의 가능성까지 높습니다.
경남 도민여러분! 여러분 자신에게 투표합시다. 기후에 투표합시다. 양산 시민들의 일상에 투표합시다. 창녕 우포늪 따오기에게 투표합시다. 창원 주남저수지 버드나무에게 투표합시다. 김해 화포천 노랑어리연꽃에 투표합시다. 함양 상림 숲길에 투표합시다. 하동 악양 너른 들녘에 투표합시다. 산청 지리산에 투표 합시다. 낙동강 굽이굽이 흐르는 물길에 투표합시다. 우리 아이들의 미래에 투표합시다. 기후에 투표합시다.
엄마가 기후에 관심을 가진 시점은 20여 년 전 즈음이란다. 서른이 뭐 특별하다고? 서른을 준비하며 무척 계획적인 엄마로서 심각하게 고민을 하였지. 두 아기의 엄마로서 어떤 삶을 살아내야할까. 평범한 개인으로 평범한 가족을 일구고 따뜻한 가정, 따뜻한 이웃을 선택했던 이십대를 마무리 하며 예민하고 민감한 엄마에게는 큰 관심거리였단다. 어린 시절 엄마는 수줍기도 하고 쾌활하기도 한 새침한 봄 날씨 같은 아이였단다. 친구들과 어울려 뛰어 놀기보단 혼자 책보는 것을 좋아 했지. 종종 큰 나무에 걸터앉거나 누워서 책을 읽었지. 덕준이네 커다란 살구나무나 동구 밖 팽나무를 종종 찿았단다. 은밀한 엄마의 나무는 성지골 깊숙 곳, 우리 밭에 서 있던 둥글 넙데데한 감을 달던 나무였단다. 오이나 가지, 토마토를 따 먹은 후, 감나무 가지에 걸터앉아 나무를 끌어안기도 하고 쓰다듬으며 이야기를 나누었지. 지금 생각하면 미안한 일이지만 감나무 수피에 여자아이를 파서 새겨 넣었지. 나무 여자 아이는 엄마의 제일 동무였단다.
그때 감성이 세포에 박혀 버린 까닭일까. 엄마는 서른부터 생태 공부를 본격적으로 시작했어. 사랑하게 되면 알고 싶고 알게 되면 행동하게 된단다. 사랑은 끝없는 즐거움이란다. 사랑의 첫 느낌은 즐겁기만 했지. 즐겁기에 집중했어. 그 시절 엄마도 좋은 렌즈를 사서 풀꽃 사진을 찍으러 다녔단다. 그러나, 점점 자연의 고통이 느껴졌단다. 사랑이 어떻게 내가 기준일 수 있겠니? 사랑은 사랑하는 네가 기준이란다. 내가 기준인 사랑은 때때로 상대에게 폭력일 수도 있단다. 제대로 된 사랑은 책임이 기본이며 겸손은 필수 조건이야. 어떻게 사랑을 지킬 수 있을까 고민하였지. 시민환경센터 활동가가 되어보기도 하고-거짓된 지출결의서가 관행이었던 현실을 이해할 수 없어서 결국 나를 지키기 위해 그만 두었단다. 앞으로 이야기 할 기회가 있겠지. 폭탄발언일까. 이미 알려진 숨어 있는 사실이란다- 이후로 엄마는 사람들에게 자연의 위대함을 전하는 사람이 되고자 했었지.1 그러다 자연을 지키는 사람이 되었다.2
사랑이 어떻게 변하니? 사랑은 변하지 못해도 세상은 변하고 사람은 변할 수 있지. 사랑하는 과정에서 엄마는 ‘기후변화’라는 숙명을 만났어. 아마도 『녹색평론』을 통한 견해를 받아들였던 것 같아. 생태 변화에 민감한 엄마는 곧 바로 수긍하였지. 때마침 경남환경교육원에서 기후해설사 과정이 개설 됐길래 선뜻 학습 하였단다. 당시 기후위기라 칭하기보다는 기후변화의 원인은 무엇이며 어떤 자연현상이 예상된다. 그래서 인류는 적응이나 대응이 필요하다. 이대로 추세면 지구는 500년의 시간이 남았다란 충격적 근거를 배웠단다. 엄마는 혼자 마음으로 500년 아닐걸. 이기적인 인간이 500년의 시간을 벌어줄까. 100년으로 판단하며 다행이다 싶었지. 엄마는 죽고 없을 거고 파랑새와 새미도 대충 자연으로 생명을 유지할 수 있는 시간은 되겠구나 싶었단다. 너희들의 아이는 너희들 선택이다 생각했지.

새미야! 엄마는 그때부터 머릿골3에 생존배낭처럼 생존벙커형 산골살이를 준비 했단다. 물론 숲을 미친 마음으로 사랑하는 엄마로서는 당연한 종점이었지만 너희들의 생존전략을 설계하는 어미로서 이기적인 욕망도 컸단다. 문명의 이기가 필요 없는 자급자족 생존이 가능한 자연생활을 너희들에게 준비해주고 싶었지. 자본주의 따위 필요 없는 자연적인 삶의 터전 마련을 설계 했단다. 엄마로서 너희들을 보다 안전하게 지키고 싶은 욕심이었어. 절대로 활동가로서 지구를 위한다는 거창한 이유로 적정 인간 살림을 꿈꾼 것은 아니란다. 엄마로서 지독한 사랑이란다. 또한 자연에 대한 사랑을 책임지고 싶었지. 사랑을 실천하기 위해 24시간을 쪼개는 일상의 유지에 쓰라린 고통으로 엄마의 몸과 마음은 자잘하게 쪼개졌단다. 여러 번 탈출을 실패 한 후 드디어 네가 스무살 되는 해에 가볍게 살아보겠단 절실한 이유를 핑계 삼아서 2019년 제주도로 도피 했단다. 너도 알겠지만 제대로 도망은 곤란했어. 엄마가 제주도를 선택한 이유는 ‘나무의 자유’ 때문이었단다. 여행에서 만났던 섬, 제주의 나무들은 상대적으로 육지의 나무 보다 자유롭다고 엄마는 느꼈지. 나무가 자유로운 곳에서 엄마도 자유롭게 숨 쉬고 싶었단다. 그러나, 관광객이 아닌 제주 사는 사람으로서 만난 섬, 제주는 큰 아픔 중이였지. 제주 나무들은 고통 덩어리였단다. 제2공항 문제가 있었고 비자림로, 강정천 도로공사 등등. 악! 외면할 수 없는 어설픈 공감에 엄마는 얼떨결에 제주도청 앞에서 제2공항 피켓을 들었고, 비자림로를 다닐 수밖에 없었지. 그러면서 결심 했단다. 데모를 제주살이의 일상으로 받아들였지. 어쩔 수 없었단다. 일상의 규칙을 정해서 수요일 아침은 제주도청으로 향했고 비자림로는 간간히 모니터링을 했단다. 물론 오름을 다니고 올레길도 걷고 제주의 자연도 즐겼지. 제주 숲을 쫄래쫄래 다니며 행복했던 엄마가 지금은 검은 그림자 같구나.
제주에서 여유와 노동과 데모를 조화하고 있던 어느 순간, 글쎄 세상이 ‘기후 변화’가 ‘기후위기’가 되었더구나. 1.5도니, 7년이니, 30년이니 하며 난리법석이더구나. 서울 중심으로 행동이 있었지. 엄마가 때때로 무모하게 용감하잖니? 쓸모없는 이상주의자 아니겠니? 서울? 엄마는 늘 작은 것에서 큰 것으로. 자신을 시작점으로. 지역이 모여 한반도를 지향하지 않겠니. 뭔 오지랖인지. 참 어처구니가 없지. 서울이 가운데라면 제주도 중심 아니겠니? 제주에서도 동등하게 퍼즐을 채우자. 그렇게 섬, 제주의 피자 조각이 되어 한 판을 완성하자 또 작정하고 매달 한번은 남쪽 끝 성산일출봉에서 기후위기 피켓팅을 했단다. 쑥스럽지만 뿌듯함도 있는 2년이었단다. 새미야. 살아낼 준비는 바로 내가 만들어가는 거지. 나의 변하지 않는 꾸준한 행동과 정성스럽고 진실된 마음에 세상은 공감하고, 공감이 감응하면 움직임이 생긴단다. 생각만 있다면 똥이지. 그렇게 섬으로부터 기후행동은 수동적으로 죽어 갈 수 없다. 능동적으로 살아내자. 이 코로나 속에, 달겨드는 기후위기를 손피켓 한 장으로 물리치며 나를 깨우고 우리를 깨워 생명으로서 기후위기 뽀개기를 행동 했지.
‘지금 이 순간 지구의 온도는 오르고 있다.’ ‘생태주의On 자본주의Off’ ‘지구위기 멸종위기’ ‘우리는 살고싶다.’ ‘지금당장 탄소제로’ ‘제주를 지켜주세요’ ‘제주에는 공항 하나로 충분하다’. ‘4.3으로 잃은마을 이번에는 공항이다.’ ‘탈성장○ 기업성장×’ ‘지구 생명 같이 살자.’ ‘결국 인간을 삼키는 기후위기’가 우리의 주장이란다.
자비로 부처님 오신 날, 자애로운 엄마의 엄마는 죽었지. 새미는 외할머니의 다정한 모습을 알 수 없을 거야. 늘 아팠고 마지막 2년은 지금 언니와 비슷한 모습으로 누워 있기만 했으니까. 죽음의 평범성을 증명하는 중환자실에서 어린 파랑새와 새미가 이할매4께 노래를 불러주곤 했지. 새미가 엄마의 엄마처럼, 엄마의 아이처럼 침대에 누워서 눈 뜨고 눈 감기만 하는 사람할까봐 두렵다란 말을 했을 때, 엄마도 사실 겁난다고 대꾸를 못하겠더라. 새미의 엄마로서 건강한 몸과 마음을 노력할께. 사랑해. 찬란한 초록과 더불어 부처님 오신 날, 엄마는 누구나처럼 휴일이라 파랑새랑 뒹굴 여유가 있었단다. 엄마가 세상의 소식들을 살펴보다가 피식, 헛웃음이 나오는 기사를 보았어. ‘지구온도 2.5도 상승. 지구재앙 마지노선 돌파. 기후 석학들의 좌절’이란 기사였단다. 기후변화에 관한 국가간협의체(IPCC)는 기후전문가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는데(5월 8일자) 응답자 80%는 기온 상승폭 최소2.5도를 넘기고 50%는 3도를 넘긴다고까지 예상 했단다. 지구 온도가 3도를 넘기면 지구인구 10%가 사는 도시가 물에 잠기고 생물종이 50% 사라지는 수치라네. 인류가 이미 기후위기에 대응할 기술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더 많은 부를 축적하기 위해 녹색전환을 실천하고 있지 않는 정치적 의지부족을 지적하더구나. 심지어 유럽연합 기후관측기구인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서비스는 2024년 4월 세계기온상승 평균값이 이미 산업화 이전보다 1.58℃ 상승했다고 전하니 절망스럽더구나. 절망이 폭망인지, 폭망이 절망인지. 하지만 대한민국은 이 절규를 모르는구나.
이번에 치뤄진 대한민국 22대 총선 결과를 살펴볼까. 4월 18일 지역에너지전환전국네트워크 기후정치바람 ‘기후총선’ 보도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탄소중립을 2030년까지 2018년 대비 온실가스 감축 40%를 달성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근데, 지역구 국회의원의 기후 정책에 대한 비전과 기후공약은 상당히 빈약했다. 실제로 당선자 공약 분석 결과, 기후공약에 비해 반기후적인 개발 공약의 내용과 양이 압도적으로 많은 것으로 파악되었다. 주목할 만한 기후공약으로는 기후위기 헌법 명시, 기후정책 전문 보좌진 배치, 횡재세법 및 탄소세법 제정, 탈석탄법 제정, 2035년 내연기관차 신차 판매 중단, 기후환경에너지종합센터 건립, 기후위기대응 국가비상전략 수립 및 예산 확대, 석탄화력발전 폐쇄지역 지원을 위한 특별법 제정, 소형핵발전소(SMR) 원천 봉쇄, 정의로운 전환 추진 등이 있었다. 제22대 지역구 국회의원 당선자 254명 중 기후공약을 제시한 당선자는 총 64명으로 4명 중 1명이 기후공약을 제시한 것으로 파악되었다. 지난 4월 4일, 〈기후정치바람〉을 포함한 16개 시민단체는 22대 총선에서 후보자 공보물을 분석하여 기후공약을 두 가지 이상 제시한 후보가 696명 중 168명(24.1%)으로 발표한 바 있다. 이중 기후공약을 제시하고 당선된 후보는 74명으로 총 254명 중 29%였다. 공보물 재검토를 통해 보다 엄밀하게 당선자가 기후위기에 대한 문제인식, 기후입법, 지역구 공약을 별도 의제로 명기한 것을 기준으로 살펴본 결과, 기후공약을 제시한 지역구 당선자는 254명 중 64명(25%)으로 드러났다. 정당별로 살펴보면 더불어민주당 지역구 당선자 161명 중 53명(33%), 국민의힘 지역구 당선자 90명 중 10명(11%), 진보당 1명 중 1명이 기후공약을 제시하였다.’
로 분석 되었더구나. ‘없었다.’ ‘드러났다.’가 이렇게 우울한 여운을 주는 종결어미라니. 참담하구나. 특히 우리가 살고 있는 경남지역은 SMR 클러스트 구축, 그린벨트 해제 추진 등 기후위기시대 역행하는 공약들이라 더더욱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힌단다. 16명의 당선자 중에 겨우 4명만 간당간당한 기후공약을 하였다니. 개떡 같은 현실이다.
4월 3일자 경남기후위기비상행동은 ‘시민들의 기후정치 요구는 드높아 가는데도 후보들의 기후공약 또한 부실했다. 마치 표가 된다면 모든 공약을 다 남발하겠다는 듯이 기후공약과 개발공약, 선심성 공약이 서로 모순을 일으키면서도 뒤섞여 범람했다. 소신과 뚝심을 가지고 기후공약을 선포하고 이행하는 후보가 유권자의 선택을 받을 시간이 점점 다가오고 있다. 극한 기후의 발생 빈도와 강도는 더 증가하고 있고 그 피해는 우리 유권자들이 보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기후 국회를 만들기 위해 경남 총선후보들은 여야를 막론하고 기후공약을 최우선 과제로 세우길 요구한다.’라고 논평했더구나. 제발 정치인들이 제대로 자기 역할을 해내길 기대 했단다. ‘부디’를 바램 했고 ‘설마’ 하며 조마조마 했단다. 엄마의 소망은 결국 낭비되는 감정이 되었지만.
엄마는 기후우울이 좌절뿐인 총선 결과를 만났단다. ‘대파’ 망언은 민심을 들썩였지만 ‘기후’는 절망을 확인한 22대 총선이었단다. 쥐구멍만큼 기적을 품었던 엄마는 역시 포기를 모르는 이상한 이상주의자였더구나.
사람 동물들은 생존이 절실하지 않을까? 야성의 감각을 잃어 세포적 위기감을 느끼지 못하는 걸까? 자동차랑 지폐를 뜯어 먹고 살지는 못하잖니? 석유를 마실 수는 없잖니? 생명으로서 주체였던 사람은 석탄, 석유의 노예가 되어 철덩어리에 의해 좌우되고 종이에 의해 결정되는 객체가 될 정해진 운명이더구나. 앞당겨진 죽어질 운명 때문일까? 5월 15일 저녁 강원도 산간지역에 폭설이 내린다더니 16일 아침에는 지리산 천왕봉도 하얗게 눈으로 덮여 있더구나. 앗. 세상에. 같은 병실 간병인 선생님은 고추모종이 모두 얼어 죽었다며 벌써 고추값을 걱정하시더군. 화창한 봄날의 날씨 변죽은 2024년 봄꽃들에게 벌써 있었단다. 엄마는 봄까치꽃5을 따뜻한 겨울 1월 31일 만났단다. 빠르게 2월 14일 매화가 피었고 틈도 없이 홍매가 피더구나. 17일 산수유와 민들레를 만났고 3월 5일 살구꽃이 만개하더구나. 급하게 조팝나무, 갯버들, 명자꽃, 개나리, 꽃다지, 광대나물, 살갈퀴, 목련, 제비꽃, 주름잎, 꽃마리, 히어리, 자두, 진달래, 수수꽃다리까지 순서대로 봄꽃들이 전력질주로 꽃망울을 터트리더구나. 꽃향을 제대로 느낄 찰나도 없이 “어, 어, 어!” 했단다. 3월 내내 앞 다투던 꽃들의 질주에 엄마는 어안이 벙벙, 이 속도감은 뭐지? 했단다. 한반도 곳곳 벚꽃 축제 날을 앞당기고 난리법석이었지. 그러나, 봄 장마라고 해야 할까? 하루 쉬고 하루 비가 내리기 시작했잖니. 비가 어찌나 자주 내리는지 종잡을 수가 없었단다. 봄꽃들은 멈추었고 분명 지구는 무섭게 무엇에 쫒기며 변화고 있단다. 두려움은 미래세대의 몫일까? 5월 21일 어린이들과 청년들이 2차 기후소송 변론을 준비중이시라니 엄마된 자리가 무척 불편하구나. 어린 하늘, 땅, 바다님들께서 녹색성장기본법과 탄소중립기본법이 헌법의 기본법에 위배되는지 여부를 따지신다니 할 말이 없구나. 똘망이는 눈빛들에게 정의로운 법은 어떤 답을 해줄까?
미안한 엄마는 엄마 자리를 지키기로 했단다. 엄마 자리에서 엄마에게 닥친 이 기후위기 같은 파랑새의 고통을 견뎌 내리라 선택했단다. 생명은 숙명이지 않겠니? 있는 그대로 생명으로서 파랑새를 존중하며 사랑하고-사실 우리들의 하느님으로 존경하며 떠받들고-할 수 있는 엄마의 역할을 할까 한단다. 어제 아래6 천왕봉 위로 폭설이 내렸다는데, 28도 29도 폭염을 토해내는 기이한 5월 18일 엄마는 김해환경운동연합 안내로 어린님들과 함께 제비탐사를 하였지. 제비의 생태는 기후변화의 척도가 될 수 있다는구나. 아기 제비가 신기하기만 한 8살 유정 왕자님이 엄마 나이에도 여름철새로서 제비들을 만날 수 있을까? 유정님의 추억을 도둑질하는 어른세대들은 모두가 죄인이란다. 여름철새 제비를 잃어버린 우리는 무엇을 변명할 수 있겠니? 새미의 아이로 태어날 새미의 새미에게 어떤 이해를 구할 수 있을까?

복잡한 날씨에도
친구 서은이는 사주에 남자가 없어 결혼을 안 하거나 못 할 거야. 가람이는 할머니가 돼서도 같이 맥주나 마시자고 했어. 나도 나의 가시나들처럼 그렇게 살 거라 생각했어. 엄마는 어렸을 때부터 내게 백 명을 사귀어 보고 결혼하라 했지. 아니면 한국인 말고 외국인이랑 결혼하라고. 아니면 아예 결혼 따윈 하지 말라고 했잖아. 나도 그게 좋다고 생각했어. 갓 난 포도알이 원래부터 여러 개인 것처럼 내 마음의 방도 그렇게 타고 났지. 어떻게 평생 한 사람을 품고 사랑하면서 살아. 그것도 제도에 묶여서. 시시하고도 답답한 일이었어.
그러다 이 사람을 만났다. 순박한 눈웃음이 자꾸만 생각났어. 유치원생이 연애하듯 사랑이 시작됐지. 우리는 손잡고 밴드 신인류 ‘날씨의 요정’을 자주 들었어. “우리 지금처럼 날씨 이야기를 해요. 햇살 같은 그대가 계속 와주면 좋겠어요. 있잖아 이토록 새로운 날들이, 복잡한 날씨가 있대도 너랑 있으면 행복해.” 노랫말처럼 그는 복잡한 날씨에도 같이 있고 싶은 사람이 됐지.
언니가 나무가 된 후, 잠이 들면 깨어나고 싶지 않았어. 눈을 감아야만 언니를 느낄 수 있었거든. 눈을 뜨면 모든 것이 새까매졌어. 당신이 지어준 ‘흙’이란 별명처럼 이 청년은 처음 모습 그대로 묵묵히 내 곁을 지켰지. 그 시절 유일하게 볼 수 있었던 색깔은 그가 준 사랑 뿐이었어. 함께 견뎠던 그 시간은 앞으로 만날 누구와도 경험할 수 없다는 걸 깨달았지. 그 경험을 귀하게 여기고 싶어. 엄마에겐 다시 들어도 섭섭한 소리겠지만, 우리는 이 만남에서 영원을 전제하기로 했어. 결혼은 영원을 약속하는 쉽고 안정적인 방법이잖아. 뭐, 꼭 결혼을 안 해도 될 거야. 어떤 형태로든 같이 살아가는 우리를 떠올려봐.
자연스레 새미의 새미를 상상해. 엄마의 딸, 엄마 딸이 낳은 아이. 새미의 새미는 여자일까, 남자일까 혹은 어느 성도 아닐까. 어떻게 생겼을까. 이름은 뭐라고 짓지? 누구의 성을 붙여야 공평하나. 새미의 새미에게 언니가 얼마나 좋은 사람인지 어떻게 알려줘야 할까. 그나저나 우리 아기는 입술이 정말 귀여울 거야. 키도 크고 멋지겠지. 아, 나 같이 성질 더러운 딸은 아니었으면 좋겠는데. 새미의 새미를 떠올리면 항상 들뜨지.
들뜬 마음을 애써 가라앉혀. 다시 마음을 굳게 먹어. 아이를 낳지 않겠다고. 벌써부터 너무 사랑하는 그 아이가 이 세상에 태어나지 않았으면 좋겠어. 언니를 죽을 만큼 아프게 한 이 세상이 내 딸에게 또 무슨 짓을 할지 어떻게 알아. 태어나도 살아갈 곳이 없는데 어떻게 낳아. 몰라, 복잡한 날씨에도 함께하고 싶은 사람들이 곁에 있다면 괜찮을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