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공간L역사와 정치 세미나
■커리큘럼 : 에릭 홉스봄, 『자본의 시대』, 정도영 옮김, 한길사, 2020.
■일시 : 2021년 10월 17일(일요일) 오후 2시 – 4시 30분
■내용
※세미나 시간 변경: 토요일 오후2시-4:30분. 적용은 다음 책인 『캘리번과 마녀』부터.
-12장 ‘도시·산업·노동자 계급’: 산업노동과 도시화는 확실히 극적인 변화형태였다. 도시화의 경우 1850년 이후에 급격히 진행되었다. 전형적인 공업도시는 중간 규모의 도시들이었다. 대부분의 공업지대는 도보 가능한 거리의 규모였고 많은 노동자들이 반농업적인 상태로 남아 있었다. 당시 인구 20만 이상의 대도시는 공업도시가 아니라 상업·교통·행정·서비스의 중심지였다. 대부분의 도시들은 슬럼과 과밀로 허덕이고 있었다. 중요한 것은 기업의 형태가 점차 변화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19세기 전반기의 기업들은 대부분의 경우 한 가족의 자산에 의존하고 있었다. 그러나 철도나 야금과 같이 거대자본을 필요로 했던 분야는 독특한 자본조달 제도를 필요로 하게 되었다. 주식회사의 성립이 그것이다. 대규모 자본의 동원은 은행이나 국가의 외자 유치 혹은 국가 자체의 투자를 통해 이뤄졌는데, 독일의 경우가 대표적인 사례이다. 기업경영의 측면에서는 효과적인 노동력 동원이 절실한 과제였다. 그러나 이 시기는 과거의 노동 관행과 새롭게 요구되는 제도들이 뒤섞여 있었으며, 효과적인 노동력 동원을 위한 뚜렷한 방법이 존재하지 않았다. 자유시장 경제이론과 현실은 일치하지 않았다. 그러나 임금관계가 점점 시장관계로 전환되어갔던 것은 분명했다. 당시 산업화와 더불어 확대되어갔던 노동자들은 단일한 계급이라고 말하기에는 곤란했다. 그러나 사태가 발전해감에 따라 노동자 계급은 과거의 불안정한 고용으로 노동자와 빈민이 뒤섞여 있었던 것에 반해, 점차 두 개의 구별되는 집단으로 분열되어갔다. 노동귀족, 빈민대중.
-13장 ‘부르주아의 세계’: 노동자들의 대극에는 부르주아들이 있었다. 당시 부르주아들은 단단한 가구들과 실용적인 주택으로 둘러싸여 생활했는데, 다른 한편으로 적당한 미적인 장식이 투박함을 어느 정도 보완해주고 있었다. 홉스봄은 튼튼함과 아름다움의 이중성이 부르주아 사회의 전형적인 분열, 물질적인 것과 이념적인 것, 육체적인 것과 정신적인 것의 분열을 보여준다고 지적한다. 이 이중성은 위선을 의미했는데, 이것이야말로 부르주아 세계의 특질이었다. 부르주아 세계의 가장 커다란 모순은 가족제도와 기업제도에서 발견되는데, 이 사회의 기본단위인 핵가족은 가부장적 독재이자 부르주아들이 그렇게도 반대했던 예속적 위계질서에 근거하고 있었다. 또한 부르주아 사회가 내세우는 기회의 자유는 현실적인 것이 아니었다. 홉스봄은 영국과 프랑스의 사례를 들어 당시 사회의 기회구조의 폐쇄성을 설명하고 있다.
■일시 : 2021년 10월 24일(일요일) 오후 2시 – 4시 30분
■내용
-14장 ‘과학·종교·이데올로기’: 이 시대가 진보의 시대였다고 간주되는 한, 이 시대를 담당했던 부르주아들은 진보의 담지자를 의미했다. 실증주의와 경험주의 철학은, 철학을 진보를 상징하는 과학에 종속시켰던 것이다. 하지만 자본이 본격적으로 발전했던 이 시대에 역설적인 것은 과학에서 그다지 혁명적인 결과가 없었다는 점이며, 다만 물리학과 화학 등에서 일정 정도의 발전이 있었다. 생물학의 경우는 진화론이 사회과학과 접합되면서 맹위를 떨치게 되었다. 진화론과 결부된 인류학은 부르주아 계급에 대한 옹호와 더불어, 인종주의를 만들어냈다. 진화론은 그것이 갖는 사회과학적 함의가 너무나 명백했던 까닭에, 다양한 측면에서 부르주아의 무기가 될 수 있었다. 종교적·사회적 보수주의자들이 지배하는 곳에서 그것은 그들에 대한 부르주아적 공격의 무기였다. 동시에, 그것은 저발전된 인종들에 대한 발전된 인종들의 정당화의 무기로 활용되기도 했다. 인종학은 현실을 근거로 한 주장, 즉 잘살기 때문에 우월하며 못 살기 때문에 열등하다는 정치적인 현실을 무기로 삼고 있었다. 인종주의는 진화론과 더불어 당시의 사상체계에 깊이 침투해 있었다. 인종주의와 진화론은 사회다원주의로 통합되어갔다. 당시 진보란 개념은 세속적 이데올로기였으며 그것의 핵심은 과학이었다. 세속적 이데올로기가 상승하면서 종교의 영향력은 점차 약화되어갔다. 그러나 여전히 다수의 인간들은 종교의 영향을 받고 있었던 것 또한 명백한 사실이다.
-15장 ‘예술: 이 시대의 예술은 상승하는 부르주아라는 이미지와는 달리 그다지 중요한 결과가 없었다. 부르주아들은 예술을 중시했지만, 예술 자체보다 그것의 상업적 가치를 중요시했으며, 그러한 정도로 예술을 옹호했다. 이 시기의 예술에서 일련의 발전들이 있었다면, 예술의 지리적 분포 면에서 러시아가 차지하는 중요성이 강화된 정도일 것이다. 당시의 부르주아 사회만큼 예술작품에 신경을 쓰는 경우는 없었고, 또 대규모로 돈을 투자한 경우도 없을 것이다. 이를 가리켜 홉스봄은 부르주아 문화의 희비극이라 설명하고 있다. 사실 이 시대의 예술에서 중요한 점은 예술의 발전이 아니라 예술의 상업적인 발전이었다. 건축의 경우 절충주의가 판을 치게 만들었다. 건축은 예술적 진리보다는 그와 같은 건축물을 지을 수 있는 사회의 능력과 자신감을 표현한 것에 불과했다. 홉스봄은 ’자본의 시대‘가 자본주의의 급속한 발전과 그것이 초래한 공간적·사회적 분화로 특징지어지지만, 그것의 실질적인 변화 자체는 여전히 미미했다고 결론 내리고 있다.
■커리큘럼 : 실비아 페데리치, 『캘리번과 마녀』, 황성원, 김민철 옮김, 갈무리, 2016.
■일시 : 2021년 10월 30일(토요일) 오후 2시 – 4시 30분
■내용
『캘리번과 마녀』는 원래 여성해방 운동에, 그 중에서도 특히 이 운동을 촉발시킨 여성의 남성에 대한 종속에 저항하는 투쟁에 기여하려는 차원에서 착안되었다. 원래 이 책의 목적은 역사적 분석을 근거로, 자본주의 사회에서 여성에 대한 차별이 전근대적, 전자본주의적 세계의 유산이 아니라 이미 존재하는 성차를 기반으로 새로운 사회적 기능을 충족시킬 수 있도록 재구성된 자본주의적 구성물임을 보여 주는 것이었다. 이 책은 자본주의의 진보성 신화를 해체할 뿐 아니라 자본주의는 노동력의 꾸준한 확장과 노동비용 절감에 몰두하기 때문에 여성의 노동을 비롯해서 그 노동이 생산해낸 주체들과 그들의 노동을 천대해야만 한다는 점을 보여 주고 있다. 그리고 자본주의는 여성의 신체와 재생산능력을 통제함으로써 자궁이 노동력 생산의 기계로 기능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하고 폭력과 야만적인 힘뿐만 아니라 임금관계의 메커니즘을 통해 조직된 새로운 위계질서와 불평등을 성, 인종, 연령을 따라 도입해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페데리치는 이 책에서 “임금의 가부장제”와 자본주의적 노동축적과 노동파괴간의 불가분의 관계를 다루고 있다.
자본주의적 축적의 필수적인 전제조건이 노동력 이외에는 그 어떤 재산도 없는 개인들로 이루어진 집단을 만들어 내는 것이라는 점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는데, 하지만 자본이 오랜 세월동안 꾸준히 더 큰 규모로 스스로를 재생산해 낼 수 있었던 것은 주로 인간 활동의 모든 영역과, 그 속에서 일하는 이들에 대한 비하 덕분이었음도 분명하다. 이들은 후진적이고, 문명화되지 않았으며, 인간적인 연대를 할 가치가 없기 때문에 가장 야만적인 형태의 착취를 받을 수밖에 없는 존재로 그려진다. 즉 맑스의 분석은 일부 돌발적인 상황을 제외하고는 노동의 위계와 차별의 여러 층위를 만들어 내는 것이 생산수단의 파괴만큼이나 자본주의의 구성 및 영속에 중요하고, 실제로 계급관계 규제에서 생산수단의 파괴가 효력을 발휘할 수 있는 유일한 조건임을 파악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 책의 장기적인 교훈 중 하나는 자본주의가 사회적으로 천대받는 집단을 부단히 만들어낼 수밖에는 구조적인 필요에 대한 심도 있는 증거를 제시했다는 점이며, 이는 우리 시대의 정치이론과 정치적 개입에 지대한 함의를 가질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