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가격리 체험기] 여기는 한국, 그리웠던 가족과 같은 와이파이 아래

필자는 미국 보스턴에서 유학생활을 하면서 지난 3월 '[미주통신] 지금 여긴, 거기보다 조금 위험해 보입니다'라는 제목으로 미국의 코로나19 상황을 생생한 체험기 형식에 담아 전달한 바 있다. 그 연장선에서, 이번에는 미국에서 한국으로 돌아오면서 겪은 입국자 방역의 이모저모와, 집에서 가족들과 공간을 따로 사용하면서 벌어지는 좌충우돌 자가격리 체험기를 발랄하게 정리했다.

여기는 한국이다. 지금은 그리웠던 가족과 함께 있다.
비록 자가격리 8일차이지만 말이다.

지난 5월, 3년 반 동안의 미국에서의 공부를 마칠 때 느꼈던 기쁜 감정도 잠시, 이제 한국으로 돌아가야 했다. 지금 돌아보면, 미국생활을 정리하는 데는 며칠이 걸리지 않았고, 코로나 바이러스 팬데믹 상황으로 인한 피해가 현실로 다가오는 데도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학교 셧다운으로 인하여 졸업연주회 및 졸업식도 취소되었고, 설상가상으로 한국으로부터 새로운 학생들이 들어오지 않아 인력공급(?)이 끊기는 바람에, 내가 살던 집의 남은 임대기간을 채워줄 다음 타자를 구하지 못하여 이번에 한국에 들어가면 비어있는 미국집세를 고스란히 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바이러스 배양실과 같은 비행기를 타고 한국으로 돌아와야 하는 위험성도 안고 있었다.

하지만 아무려면 어쩌랴, 난 이제 한국으로 돌아간다.
출발일인 5월 24일 날씨는 화창하였고, 보스턴을 떠나기에 딱 좋은 날이었다.


한국에서 온 마스크, 1차 분실로 인해 어렵게 구할 수 있었다.
한국에서 온 마스크, 1차 분실로 인해 어렵게 구할 수 있었다.

하지만 코로나 바이러스에 의한 팬테믹으로 인하여 귀국을 위해 해결하여야 할 문제가 좀 있었다. 우선은 비행기표. 물론 돈을 많이 지불한다면 더 쉬운 문제일 수도 있으나, 한국행 노선이 대부분 운항 중지된 상태에서 적당한 루트를 찾는 것이 쉽지 않았다. 그리고 코로나 상황이 심각하다는 뉴욕 경유는 제외하여야만 했다. 다행히 아시아나항공이 샌프란시스코에서 뜬단다. 샌프란시스코로 가야 했다.

귀국준비를 위하여 난 우선적으로 비행기 안에서의 감염이 심각할 거라는 생각으로 한국 마스크 준비에 나섰다. 마침 한국에서 해외거주자에 대한 마스크 구입이 가능해져서 요청을 해 놓은 상황. 하지만 도착하였다는 택배는 찾을 수가 없다. 택배실에 매일 가서 보았으나 없다. 출발 전날까지 가 보았지만 없다. 나중에 알아보니 한국에서 마스크를 해외로 보낼 때는 우체국택배를 이용하게 되어 있고, 이 우체국택배 박스는 미국에서 굉장히 눈에 잘 띄는 박스 디자인(우체국 로고)으로 그 전면에는 “FAMILY MASK” 라는 물품명이 큼지막하게 쓰여 있었다. 다행히도 나중에 한국 룸메이트에게서 그 유명한 KF94 마스크 한 장을 구해 착용할 수 있었다.

출국을 위한 첫번째 검역줄
출국을 위한 첫번째 검역줄

한국으로 오기 위한 시간은 경유시간을 포함하여 하루가 정확히 걸렸지만, 여느 때와 다르게 전혀 힘들지 않고 시간도 지루하지 않았고 오히려 벅찬 마음을 안고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하였다.

도착 후 복도 코너도 돌지 않은 곳에서부터 검역줄과 마주쳤다. 안전거리를 유지하며 길게 줄을 섰고, TV에서 보았던 열감지 카메라와 간단한 열체크 그리고 비행기에서 나눠주었던 설문지를 제출하였다.

첫번째 검역을 통과한 후 다음 단계는 자가격리 어플리케이션 설치 확인이었다. 그렇게 친절하진 않아 보여 확인하는 사람들을 흩어 보니 육군에서 파견된 사람들 같았다. 꼼꼼하게 체크하는 모양새가 지금까지 많은 시행착오로 인하여 노하우가 꽤 쌓인 내공이 느껴졌다. 현장에서 본인 또는 보호자로의 전화연결까지 직접 하면서 어플리케이션 설치확인은 끝이 났다.

짐을 찾아 나오니 또 한 번의 검역관련자들이 안내한다. 무엇을 타고, 어디로 갈 것인지….

경기도 공항버스 대기장소
경기도 공항버스 대기장소

난 공항버스를 탄다고 했고 내 거주지인 경기도 성남 공항버스 대기장소로 안내한다. 비행기 도착시간이 새벽 5시였는데, 경기도 공항버스 안내 공무원들은 7시 반에 도착한단다. 기다려야 한다는 짜증보다는 이제 한국 도착했다는 안도감과 여유가 몰려온다. 해외입국자라는 스티커를 몸에 부쳐진 채(주홍색이었다) 경기도 공항버스 대기공간으로 갔다.

공항 안에서는 맘껏 돌아다녀도 되는 자연스런 분위기다. 드디어 경기도 안내원들이 오고 공항버스시간을 안내 받았다. 7:55분 첫차, 공짜는 아니다. 버스표를 끊었다. 버스 기다리는 곳으로 갔다.

특별수송 공항버스를 타고 성남행 도착지인 서현역에 내리니 대기하고 있는 또 다른 버스가 있었고, 다시 한번 검역설문을 한다. 이 버스는 우리를 보건소로 안내한단다. 코로스 바이러스 검사를 위해 말이다. 수정구 보건소에 내려 우린 다시 검역설문지를 작성하였고, 정말 영화에서 본 것 같은 복장의 검역관들과 독립적이며 굉장히 체계적인 검역소에서 바이러스 검사를 마쳤다. 코 속이 많이 아팠고 피 냄새가 났다.

경기행 특별수송버스 탑승장소.
경기행 특별수송버스 탑승장소.

그래도 타고 왔던 버스는 다시 각자의 집 앞까지 데려다 주었다.

나는 독립된 격리공간을 특별히 구할 수 없어 집에서 하기로 했다. 가족들과 최대한 접촉을 피해야만 했다. 집 앞 도착 후 나는 최소한의 접촉을 피하기 위하여 집 앞에서 딸에게 전화를 하였다.

“밖으로 나와, 아빠 집에 들어간다. 5분 있다 들어와”

그토록 보고 싶었던 딸을 집 앞에서 보았으나 감동적인 포옹 같은 것은 없었다. 아니, 못하였다. 마치 눈에 보이지 않지만 커다란 몇 미터의 지름을 가지고 있는 큰 공이 우리 사이에 있는 듯이 뱅글뱅글, 빙긋빙긋 하다 서로 교차하여 집에 들어왔다.

집에서의 대화는 인터넷 전화통화로 대화를 나눴다. 저녁에 회사에서 돌아온 아내 또한 잠깐의 얼굴만 확인(?)하고 이내 전화를 통하여 대화를 하였다.

나는 그리운 가족을 만났다고 할 수 있을까?


다음날 나의 바이러스 검사결과가 나왔다.

코로나 바이러스 검사결과는 하루도 걸리지 않아 메세지를 통하여 안내되었다.
코로나 바이러스 검사결과는 하루도 걸리지 않아 메세지를 통하여 안내되었다.

음성, 다행이다. 하지만 자가격리는 공항이나 비행기 안에서의 감염 가능성으로 인해 행해지는 것으로 안심은 아직이다.

격리장소에서 나가는 건 없고 들어오는 것만 있어야 한다. 외부에서 오늘의 ‘특식’인 커피가 들어오고 있다.
격리장소에서 나가는 건 없고 들어오는 것만 있어야 한다. 외부에서 오늘의 ‘특식’인 커피가 들어오고 있다.

가족들과 같은 집에 있으면서도 벽에 가로막혀 2주를 떨어져 지내야 한다. 대화마저도 오직 전화통화로만 해야 하는 게 답답해진 내가 살짝 방문을 열면, 온 가족이 난리다. 나를 바이러스 보‘듯’ 하진 않지만, 나를 바이러스‘로’ 본다. 이해는 가지만 잡을 수는 없다.

그래도 밥 먹을 때마다 나에게 영상통화를 걸어서 함께 밥을 먹는 ‘식구’로서의 분위기를 연출하려 한다. 그럴 때면 나는 문밖에서의 실제 목소리와 전화기에서의 디지털 소리 사이의 정확한 스테레오 사운드로 인해 몽롱한 시간과 공간에 있곤 한다.

하지만 미국에 있을 때는 서로 영상통화를 하며 같은 하늘아래 있었던 것만으로도 감사하였는데, 지금은 그래도 같은 하늘보다 더욱 좁은 공간인 같은 와이파이 아래 있다.

아침과 저녁, 두번 자가진단을 해야 한다. 빨간색 ‘자가진단하기’가 잔가진단 후 파란색으로 변한다.
아침과 저녁, 두번 자가진단을 해야 한다. 빨간색 ‘자가진단하기’가 잔가진단 후 파란색으로 변한다.

여기는 한국이다. 지금은 그리웠던 가족과 함께 있다.
비록 자가격리 8일차지만 말이다.

신동석

음악에 관심이 있다 본격적으로 음악 만드는 공부를 하고 있다. 재즈를 전공하고 있지만 모든 음악에도 관심이 있다. 환경과 관련된 일반적인 관심이 있지만 일반 이상의 관심을 가지려 노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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