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와 사회적 경제] 코로나19 이후 어떤 사회적 경제가 되어야 할까?

최근 마케팅커뮤니케이션협동조합 살림에서 사회적경제 각 단위들과 만나 코로나19사태에 관한 연속대담을 하면서 느낀 점을 정리했다. 활동가들과의 대담을 통해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타격을 입은 사회적경제의 실상을 알아보고 앞으로의 대안을 전망해보고자 했다. 코로나19 사태와 같은 위기 상황에서 호혜적 경제 활동을 통해 지역에서 관계를 회복해가는 사회적 경제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삼월 들어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 되어 갈 때 보건당국뿐 아니라 정부 부처와 민간 경제조직들까지 분주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영화가 끝난 뒤 엔딩 크레딧처럼 등장하는 경제지표를 기다리기에는, 시장의 신호가 심상치 않았음을 다들 느껴서였을 겁니다. 제 눈이 어두워서인지는 모르지만, 이후 속속 발표되는 지원대책 속에서 사회적경제 조직들의 이렇다 할 코로나19 사태에 대한 대응과 사회적경제 기업들을 위한 정부의 지원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언제부터인가 위기 상황이라는 긴박한 변화 속에서도 사회적경제 조직들은 덩치에 안 맞게 너무 둔하게 움직여왔고 경제주체로서 영향력을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근본적 이유를 생각하기에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경제상황이 너무 빠르게 악화되고 있어서 우선 사회적경제 기업들이 이 어려운 상황을 어떻게 겪고 있는지를 직접 들어보고, 정부의 지원대책 정도로 견딜만한지를 알아보고 싶었습니다. 이렇게 해야 서로의 어려움에 공감하고, 어떤 행동이라도 할 수 있지 않을까 해서였습니다. 갑자기 다가온 전환의 징조 속에서, 더 늦기 전에 사회적경제 영역에서도 이제까지와 다른 전환의 계기를 만들고 싶다는 바람도 있었습니다. 경험은 이제까지의 습관적인 사고와 행동을 바꿀 수 있는 중요한 변곡점이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현장의 경험을 모아야, 당장의 대응도 그렇지만, 앞으로의 계획도 세울 수 있습니다.

사람들은 스스로에게 ‘어떻게 살 것인가?’를 묻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사회적경제도 ‘어떤 사회적경제가 될 것인지?’를 물어야한다. by Dylan Gillis 출처: https://unsplash.com/photos/KdeqA3aTnBY
사람들은 스스로에게 ‘어떻게 살 것인가?’를 묻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사회적경제도 ‘어떤 사회적경제가 될 것인지?’를 물어야한다.
사진 출처 : Dylan Gillis

교육, 컨설팅, 의료, 돌봄, 관광, 서비스, 생활소비재로 나누어 마포지역의 사회적경제 기업들을 초대해 질문을 했습니다. 지금 기업이 어떤 상황인지? 정부의 지원대책이 실제 위기 극복에 도움이 되는지?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기업과 사회적경제가 어떻게 달라져야 할지? 매출 0원, 계획되었던 사업중단, 지원대출 포기, 지원대출 취소 등 심각하게 시작된 이야기는 마포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을 찾던 한 독거 남성의 죽음 이야기에까지 이르렀습니다. 가장 어려운 분들을 지원하는 사회서비스분야가 특히 그렇지만, 몇 퍼센트 매출감소 정도의 숫자로는 알 수 없는 이야기들이 전해졌습니다.

격퇴해야 할 코로나19를 선물이라고도 합니다. 자기다움에서 멀어진 지금을 돌아보고 다시 소중한 삶을 회복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은 스스로에게 ‘어떻게 살 것인가?’를 묻기 시작했습니다. 그렇다면 사회적경제도 ‘어떤 사회적경제가 될 것인지?’를 물어야 합니다.

다행히도 마포를 비롯한 여러 지역에서 사회적경제의, 호혜경제의 이야기들이 들려옵니다. 대담에서도 사회적경제의 전환을 다시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지역에서, 마포구 내에서 나의 일을 활성화시킬 방법을 좀 찾아야겠다는 생각이 최근에 들었습니다. 코로나19사태가 좀 더 가까운 공동체들끼리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게 되는 계기가 될 것 같습니다.”

“사회복지사 방문을 두 달 정도 안 하고 있었는데, 지금은 좀 코로나19사태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려 하고 있습니다. 두려움을 극복하고 다시 찾아뵙고 만나고 위기 상황의 매뉴얼이라도 더 많이 숙지하고, 그러면서 좀 더 자신감을 갖고 돌봄의 현장에서 뒤로 물러나지 않고 해야 할 역할을 해나가 보자고 구성원들 간에 이야기합니다.”

“공동체의 연결이 잘 되어 있을수록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도 건강과 안전 문제를 지역에서, 민간에서 잘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코로나 사태에 비추어볼 때 공동체의 유대 강화가 제일 중요합니다. 그래야 서로 살필 수 있고, 가서 돌볼 수 있지요. 빈 구석이 없게 하는 것은 누구의 몫일까요? 관계와 참여 그리고 민주주의, 이러한 것들을 사회적경제에서 화두로 삼아야 합니다. 그리고 우리가 변해야한다면 이것들을 더 가능하게 하는 방식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호혜의 법칙이라는 게 있습니다. 먼저 관심을 보여야 상대도 나에게 관심을 보인다는 건데, 이렇게 사회적경제가 먼저 지역 안에서 함께 살아가는 주민들에게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하는 게 중요한 것 같습니다. “

프랑스 아드들렌 협동조합을 소개한 책 ‘아르들렌 사람들’에서는 “사회와 세계에 열려 있으면서도 지역에 뿌리내리는 것, 거기에 미래가 있다. 협동조합이 그 역할을 해야 한다”라고 얘기합니다. 우리가 지역 속으로 들어가 관계를 회복하지 않으면 이 위기의 시대를 살아가기가 정말 쉽지 않을 것입니다. 사회적경제가 지역에서 관계의 경제로 생태계를 구축하는 일이 사회적 방역이고 사회적 면역력입니다.

전환의 시대에 사회적경제가 중요한 역할을 맡게 되었습니다.

이무열

지역브랜딩 디자이너. (사)밝은마을_전환스튜디오 와월당·臥月堂 대표로 달에 누워 구름을 보는 삶을 꿈꾼다. 『지역의 발명』, 『예술로 지역활력』 책을 내고는 근대산업문명이 일으킨 기후변화와 불평등시대에 ‘지역이 답이다’라는 생각으로 지역발명을 위한 연구와 실천을 하며 곧 지역브랜딩학교 ‘윤슬’을 시작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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