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종자의 프레임모델, 생성자의 메타모델링

근대산업 성장을 만들어낸 전통적인 프레임모델은 근대의 종말과 함께 시대역할이 끝났다. 다양, 분산, 공개, 연결 등을 특징으로 복잡한 관계 속에서 생성되고 진화하는 역동적인 메타모델링의 시대가 왔다. 혁신과 전환은 메타모델링에서 생성된다.

프레임모델

실타래처럼 복잡하게 얽힌 사건을 단순화한 프레임모델(Framemodel)은 표준을 절대시하는 근대과학으로 등장하여 근대산업과 함께 성장하면서, 지금껏 연구와 실천의 영역에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중이다.

우리는 일을 시작할 때 프레임모델을 찾고 일을 끝낼 때 프레임모델을 만들고 싶어 한다. 언뜻 보면 이 과정은 진화하는 순환과정으로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모델의 시간과 원칙을 알고 나면 프레임모델은 진화와 순환이기보다는 프레임을 가지고 교묘히 자기를 따르기를 바라며 다르다는 것을 승낙하지 않는 완벽주의를 지향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프레임모델의 시간은 늘 누구도 계획하지 않은 어떤 현장에서 하나의 사건으로 일어난다. 그리고 이 사건은 사건을 만들도록 준비된 복잡하고 다양한 상황과 조건에 의해 확장되면서 하나의 경향으로 바뀌게 된다. 이때부터 이 사건과 경향은 연구자들에 의해 이론으로 해석되고 정의되면서 드디어 하나의 프레임모델이 탄생한다. 이렇게 태어나 근대산업의 성장을 만들어낸 프레임모델이 사람들의 생활기반이 되는 놀랄만한 물적 생산력 발전에 기여를 한 것은 인정해야 한다. 하지만 언제까지 따를 수는 없다. 프레임모델의 원칙이 근대적 성격인 획일과 표준, 단일, 집중, 하향, 폐쇄 등을 가지고 안정적인 시간을 즐기려고 하기에, 양적 생산 제1주의 다음 세상을 찾아 탈근대로 나아가는 지금에서는 근대의 종말과 함께 이미 프레임모델의 역할은 끝났다.

프레임모델 이후, 메타모델링

과정진행은 때에 따라 순서 없이 1 다음에 2가 아니라 3이 먼저 나올 수도 있고 1, 2가, 또는 1, 2, 3이 한꺼번에 나올 수도 있다. 모든 가능성과 방법이 열려있는 것이다.  by Nathan Dumlao
출처: https://unsplash.com/photos/pMW4jzELQCw
과정진행은 때에 따라 순서 없이 1 다음에 2가 아니라 3이 먼저 나올 수도 있고 1, 2가, 또는 1, 2, 3이 한꺼번에 나올 수도 있다. 모든 가능성과 방법이 열려있는 것이다.
by Nathan Dumlao

이미 시작된 다음 세상의 사회적 성격은 다양, 분산, 연결, 상향 등을 특징으로 하면서 역동적인 시간을 즐긴다. 근대의 성격에서 벗어났기에 탈근대적 성격이기도 하다. 그래서 세상은 전문가에 의해 정의되고 추종자를 찾아가는 프레임모델이 아닌, 다수가 주체적으로 활동하는 현장에서 생성되어 시시각각 정의되고 해체될 수 있는 새로운 방식을 원하고 있다. 이렇게 끊임없이 움직이며 복잡한 관계 속에서 상호작용하는 그 순간 생성되고 다음으로 진화하는 모델이 메타모델링(Metamodeling)이다. ‘초월한’, ‘더 높은’이라는 의미의 메타(Meta)와 여러 모델을 통합하는 메타모델링(Metamodeling)의 정의보다, ‘혁신’적이라는 것이 메타모델링의 정의에 더 제격이다. 혁신은 기존의 관성적인 프레임 안에서 문제와 해결을 단계별로 매듭지어 단순하게 풀어가는 것을 거부하고, 문제해결만을 목적으로 놓고 유목적 관점에서 다양한 방법을 융합해서 쓰는 역진적(Involution)성격을 특징으로 하기 때문이다.

제프 멀건(Geoff Mulgan)으로 대표되는 소라모양의 나선형 혁신모델, 최소한의 프로토타입을 시작으로 반응 값을 추적하며 만들어가는 소프트웨어 프로그래밍 애자일(Agile), 디자이너들의 직관과 공감능력, 다르게 보는 눈을 살려낸 디자인 씽킹(Design Thinking), 생활 속 문제에 대해 다시 생활 속에서 해법을 찾아가는 리빙랩(Living Lab) 등의 혁신사업모델이나 데이터와 상호작용으로 스마트도시를 만드는 IOT기술 모두 메타모델링이다. 이들을 프레임모델과 구분할 수 있는 것은 만들어진 사건의 모델 적용이 아니라, 계속되는 되먹임(Feedback)의 비선형적인 생성과정에서 어느 순간 새로운 사건 사건이 만들어지고 때에 따라 우아한 발생을 지향하는 역동적인 특징 때문이다. 이렇게 메타모델링은 늘 시스템이 발전될 수 있는 새로운 실행을 즐기고 상상력이 작동하는 새로운 욕구를 따라간다.

단순함과 복잡함, 무엇이 우리에게 필요한가

프레임모델과 메타모델링을 목표와 계획이 부조화되어 성과를 내지 못하고 방황하는 지역(도시)재생사업 진행과정에 비추어 설명할 수 있다. 프레임모델은 몇몇 전문가에 의해 지역재생 목표와 경험적 지식에 의해 프로그램된 계획으로 사업이 진행된다. 물론 전문가는 계획 이전에 지역조사를 하고 결과를 토대로 하나의 프로그램을 만든다. 단 항목화된 지역조사 질문 또한 전문가에 의해 설계되고 해석된다. 전문가 이외의 주민의 의견도 있을 수 있으나 전문가들은 자기중심성과 편향성이 강하기 때문에 공청회나 토론회의 과정에 나온 주민들의 의견도 자기 관점에서 이미 설계된 프로그램으로 흡수한다. 설계된 계획은 이제 처음계획과 같이 선형적으로 하나의 결과를 향해 진행된다. 익숙한 방법이다. 진행과정에서 결과값의 변수가 될 수 있는 다른 의견들은 처음부터 프로그램에 들어가 있지 않기 때문에 고려대상이 되지 않는다. 말 그대로 주민과 생활과 고립된 단순함이다.

반면 메타모델링은 지켜갈 원칙들, 예를 들어 지역생태계의 핵심가치가 되는 관계와 지역자료를 가지고 활동주체들인 주민들을 만나 목소리를 듣고 주민들을 서로 만나게 하는 일부터 시작한다. 이전의 여러 모델과 경험에서 나온 핵심구성과 지역조사로 제안되는 내용 이외에는 딱히 정해진 프로그램과 과정이 있기 어렵다. 과정진행은 때에 따라 순서 없이 1 다음에 2가 아니라 3이 먼저 나올 수도 있고 1, 2가, 또는 1, 2, 3이 한꺼번에 나올 수도 있다. 프로그램에서는 모든 가능성과 방법이 열려있다. 그러면서 다양한 생각을 가진 주민들은 각자 다른 의견에 따라 계획이 갈라지기도 하고 모이기도 하고 수정되기도 한다. 혼자 할 수 있고 함께 할 수 있는 일도 있다. 그만 두기도 하고 계속되기도 한다. 모두가 성과이다. 어차피 지역에서의 생활은 계속되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궁극적인 목표가 되는 지역에서의 관계이고 관계는 이렇게 쌓이고 발명되어간다. 지역재생은 기준이 있거나 비교 대상이 따로 없다. 다양한 개별성을 그대로 인정하며 전후좌우로 움직이며 진화할 뿐이다. 모두와 연결되어 움직이는 복잡함이다.

프레임모델이 몇몇의 전문가의 역할에서 나온다면, 메타모델링은 진행되는 과정을 만들어가는 다양한 주체와 처음부터 주체와 함께 과정을 관리할 안내자(매니저)의 역할에서 시작한다. 메타모델링은 분산되고 분권화된 분자적 상황에서 더 유효할 수 있다. 그렇다고 제한적이지 않다. 분산된 분자들이 엮여 확장되며 제한이 있을 수 없다.

필자가 진행한 사노피아벤티스(Sanofi-Aventis Korea)의 ‘환우회 역량강화프로젝트’와 ‘대덕에너지플랫폼구축을 위한 민관협력 사업’ 등은 이러한 메타모델링의 방법론을 바탕으로 실행되었다.

이무열

지역브랜딩 디자이너. (사)밝은마을_전환스튜디오 와월당·臥月堂 대표로 달에 누워 구름을 보는 삶을 꿈꾼다. 『지역의 발명』, 『예술로 지역활력』 책을 내고는 근대산업문명이 일으킨 기후변화와 불평등시대에 ‘지역이 답이다’라는 생각으로 지역발명을 위한 연구와 실천을 하며 곧 지역브랜딩학교 ‘윤슬’을 시작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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