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편의 詩] 비파

생명의 소중함을 자각하고 건강한 삶을 격려하는 생태시 한 편.

비파

계절은 방황하고 있을지 몰라
비파나무 속에서
길고긴 카타콤의 미로 속을 걸으며
회를 바르고 성소를 꾸밀지 몰라

그니의 걸음 소리가 들려
계단을 오르는
술독 뚜껑을 열고 맛을 음미하고
설핏 웃을지 몰라

밤이 길었다는 거야
나무에 가득한 꽃다발은
시간이 충분했어
한 잎 한 잎 밀랍 꽃을 빚기에는

어쩌면 그의 방은
뿌리의 중심 어디쯤일지 몰라 나무가 아니라
그리움이 뻗어간 저 건너
바위나 동백나무 아래

물소리가 들려 너에게 흐르는
새소리가 들려 너를 부르는
계절이 지나
열매가 익고 있어

심규한

강진 성요셉상호문화고등학교에서 국어, 텃밭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출판물로 시집 『돌멩이도 따스하다』 『지금 여기』 『네가 시다』, 교육에세이 『학교는 안녕하신가』, 사회에세이『세습사회』 그리고 대관령마을 미시사 『대관령사람들이 전한 이야기』(비매품)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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