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 경제 속 사물들 – 편리함을 통해 버려지는 것들

정기적으로 금액을 지불하고 상품이나 서비스를 이용하는 경제 활동인 구독 경제는 다양한 방면에서 일상에 녹아들기 시작하여 이제는 고도화된 기술과 배송시스템의 혁신 등으로 삶의 전반을 지배하는 새로운 경제체제로 급성장하고 있다. 우리는 이러한 시스템에서 무엇을 놓치고 있는지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아이들을 양육하면서 가장 많은 지출을 차지하는 것은 옷과 책, 그리고 장난감이었다. 특히 어린이날이나 성탄절과 같이 아이들에게 선물을 주는 날에는 장난감 지출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아이들이 어릴 적 원하는 장난감을 매번 구매하기 어려운 내가 찾아낸 방법은 한 달에 단위로 일정한 금액을 지불하고 아이들이 원하는 장난감을 빌리는 것이었다. 특히 가격도 비싸고, 무게가 많이 나가며 공간을 많이 차지하는 미끄럼틀과 같은 장난감들을 빌려서 사용하는 것은 경제적·심리적으로 부담을 덜어주는 기회가 되었다. 나는 당시 신문이나 우유와 같이 정기적으로 금액을 지불하면 집으로 배달되었던 구독 방법이 장난감과 같이 장기간 소유해야 할 물건의 공유로 확장되어 구매 비용은 줄이고 아이들의 활용 범위가 넓어졌다는 점에서 합리적 소비라고 생각하였다. 이후로 구독 시스템이 다양한 방면에서 일상에 녹아들기 시작하여 이제는 고도화된 기술과 배송시스템의 혁신 등으로 삶의 전반을 지배하는 새로운 경제체제로 급성장하고 있다.

구독 경제(Subscription Economy)란, 정기적으로 금액을 지불하고 상품이나 서비스를 이용하는 경제 활동을 말한다. 구독 경제에 해당하는 개념 자체는 2010년대 이전부터 이미 정기 구독, 정액제 서비스 등이 있었지만 구독단어의 최초 사용은 2010년 말 미국 클라우드 기업 Zuora의 CEO 티엔 추오(Tien Tzuo)가 경제가 단발적인 구매와 판매가 아닌 지속적인 서비스 구독자에 의해 주도될 것으로 예상하고 이 단어를 정의하고 최초로 사용했다. 구독 경제는 소비자들이 서로 자신이 가진 재화나 서비스를 공유함으로써 한정된 재화와 서비스를 최대한 이용하며 효율성을 극대화키는 공유경제와 다르게 사업자가 소비자의 소비패턴과 취향을 고려하여 특정 기간이나 주기에 맞춰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그래서 특정 상품을 제공받은 후 약정 기간 동안 사용료를 지불하는 임대 서비스와는 다소 차이가 있다.

물건의 완전한 소유가 아닌 정해진 기간만큼만 이용하기 때문에 일시적인 경제적 부담은 줄지만, 오히려 계획에 없던 소비를 유발할 수 있다.
사진 출처 : Curology
물건의 완전한 소유가 아닌 정해진 기간만큼만 이용하기 때문에 일시적인 경제적 부담은 줄지만, 오히려 계획에 없던 소비를 유발할 수 있다.
사진 출처 : Curology

구독 서비스는 소비자의 입장에서 저렴한 비용으로 좋은 서비스나 제품 등을 이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보니 최근 기업들이 앞다퉈 다양한 구독 서비스를 출시하면서 구독문화를 확산시키고 있다. 구독의 범위가 과자에서부터 고가의 자동차와 명품 의류 같은 물건이나 온라인 게임이나 휴대전화, 인터넷 통신 요금, 음원 서비스, OTT(Over The Top : 온라인에서 영화, 방송 등 미디어 콘텐츠를 이용하는 서비스) 플랫폼 등 소프트웨어, 콘텐츠, 유통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로 확대되고 있다.

특히 저성장 시대에 태어나 가성비에 관심이 많은 MZ세대에게 구독 서비스는 호감도가 높은 것으로 확인되었다. MZ세대에게 인기를 끌게 된 이유는 소유보다는 체험 중심의 소비 경향의 변화와 경제적 진입장벽이 낮아 심리적 부담이 적기 때문이다. 체험은 소유에 비해 다양한 분야의 이용이 이루어질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어야 한다. 미국 경제학자 제레미 리프킨은 그의 저서 『소유의 종말』를 통해 그동안 지리적 공간에 바탕을 둔 근대 사회에서 삶의 형식이 ‘소유’였다면, 미래사회는 상업구조의 재편으로 사이버 공간이 교역의 중심이 되면서 ‘연결성’으로 전환되어 ‘접속’과 ‘이용’의 시대로 바뀌게 될 것이라고 예견하였다, 그의 예견처럼 현재 소비자는 접속을 통해 다양한 체험을 원하고 있으며, 기업의 성패는 ‘물건의 양’보다는 ‘고객과 장기적 유대 관계를 맺을 수 있느냐 없느냐’가 되고 있다. 접속을 통해 이루어지는 다양한 체험은 경제적 부담이 낮을수록 더욱 접근이 용이하다. MZ세대에게 구독 서비스가 빠르게 확장될 수 있었던 것은 고가의 물건에 대한 구매력이 낮아 소유가 어려운 것들을 이용할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되었기 때문이다, 또한 매월 소액의 부담을 통해 정기적으로 원하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체험할 수 있고, 원하면 언제든 중지할 수 있기 때문에 소비에 대한 심리적 장벽이 상대적으로 낮은 것이 확산의 비결이 되었다.

그러나 물건의 완전한 소유가 아닌 정해진 기간만큼만 이용하기 때문에 일시적인 경제적 부담은 줄지만, 오히려 계획에 없던 소비를 유발할 수 있다. 구독을 통한 소비패턴은 맞춤형이라는 기준 아래 물건의 소비기한을 단축하고 미처 소비하지 못하여 쓰레기로 버리게 됨으로써 자원의 폐기물화를 가속하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소유’보다는 ‘접속’으로 전환된 소비문화는 편리함을 장착하여 방문하여 폐기물을 수거해 주는 새로운 구독 서비스로 확대되고 있다. 이제 개인의 소비의 방식을 어떻게 이끌고 갈 것인가에 대한 고려가 되어야 한다. 현대사회의 소비 방식인 접속과 연결이 주는 의미를 어느 방향에서 어떠한 관점으로 볼 것인가가 우리에게 남겨진 숙제이다.

지구 자원이 인간 생활에 필수적인 물품으로 재화화 되고 점차 극대화된 편리 중심의 소비가 환경의 위기를 촉발하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사진 출처: RitaE
지구 자원이 인간 생활에 필수적인 물품으로 재화화 되고 점차 극대화된 편리 중심의 소비가 환경의 위기를 촉발하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사진 출처: RitaE

이쯤에서 우리는 기업의 소비 확장 마케팅으로 무장한 소비중독 바이러스 살포에 무분별하게 노출된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현재 우리 경제를 움직이는 큰 축은 소유에서 공유로, 공유에서 구독으로 빠르게 옮겨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필요와 욕구보다는 욕망을 부추기는 ‘소유’에서 생산된 제품을 여럿이 ‘공유’하고자 하는 체제로 변화되는 듯하더니 다시 효율을 기반으로 한 개인의 맞춤형 서비스인 ‘구독’이 가져다줄 소비중독 바이러스의 영향은 미래 지속가능성의 관점에서 상상 이상으로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할지 모른다. 구독을 통한 무분별한 소비는 인간의 삶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 중 가장 으뜸은 지구 자원의 무분별한 활용을 제어하지 못하게 될 것이다. 그래서 개인의 가치 지향화를 유도하면서 심리적 소비를 감소시키지만 물질적 소비는 오히려 증가시킨다. 지구 자원이 인간 생활에 필수적인 물품으로 재화화 되고 점차 극대화된 편리 중심의 소비가 환경의 위기를 촉발하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구독 서비스에 대한 적극적인 이해가 필요하다.

구독 경제는 서비스 제공자 중심의 체제이다, 사고, 쓰고 버리는 그동안의 소비패턴이 경제적 논리 안에서 합리적 방식으로 포장되었을 뿐이지, 소비의 긍정적 전환을 유도하는 것은 아니다. 구독 서비스가 온라인 플랫폼에서 생활필수품까지 전방위로 확대되면서 개인화된 생활필수품의 증가로 이어지고 폐기물 배출로 인한 환경문제의 가속화는 자명한 일이 될 것이다. 기후위기, 환경위기의 대응이 단순히 기술적인 수단만으로 해결되지는 않을 것이다. 경제성장의 깃발 아래 편리 중심의 소비가 미덕으로 미화되었던 그동안의 소비문화에 혁명적인 전환을 이룰 개인적 실천이 바탕이 되었을 때 비로소 가능하다. 이제 우리는 소비를 우리 생활에 필요한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재화나 용역을 소모하는 일로 이해하는 것에서 벗어나 인간의 삶의 방향을 결정하고 변화시키는 행위로 보아야 한다. 우리 스스로 변화에 적응하는 수동적 행위자가 아닌 변화를 주도하는 능동적 행위 안에서 소비문화를 만들어 갈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참고문헌

  • 정영훈(2019). 구독 경제에서의 소비자 문제에 대한 개선방안 연구. 한국소비자원.
  • 조혜정(2019). 중소기업포커스: 구독경제(Subscription Economy)의 현황 및 시사점. 중소기업연구원.
  • 제레미 러프킨(2001). 소유의 종말(이희재 역), 서울: 민음사.

고은경

대학원에서 아동학을 전공하였고, 기후 위기, 환경의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지역에서 환경교육연구소를 운영하면서 지역 연구자들과 함께 환경교육 방향, 대상별 커리큘럼, 참여형 교수 학습법 등 환경교육 확장을 위해 다양한 고민을 나누고 함께 실행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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