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대, 문명전환의 전략과 불교적 해법찾기 – 조안나 메이시의 재연결작업(WTR)과 생명으로 돌아가기 ①

이 글은 조안나 메이시의 '재연결작업(WTR)과 생명으로 돌아가기'에 대한 첫 번째 글이다. 재연결작업은 이제까지의 성장주의 반생명적 산업문명의 패러다임에서 어떻게 생명친화적인 문명, 생명지속사회으로의 대전환을 이룰 수 있을 것인지 희망의 근거와 해법, 구체적인 실천을 제시한다.

우리 앞에 적이 나타났다. 그런데 그 적이 우리다

한번 상상해보자. 외계인이 지구를 습격하여 인류에게 전염병을 뿌리고 달아났다. 그래서 인간은 빠르게 전염되는 감염병을 막기 위해 각 나라마다 처해있는 시급한 문제를 다 뒤로 제쳐두고 이 문제를 우선적으로 대응하게 되었다. 지금 코로나19와 같은 상황이다. 여기서 좀 더 상상해보자. 이번에 외계인이 전염병이 아니라 대기 중에 이산화탄소를 뿌리고 달아났다고 해볼까? 그로 인해 지구가 더워져 앞으로 10년 안에 대응하지 않으면 인류를 절멸할 것이라고 한다면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당연히 모든 나라들이 열일을 제쳐두고 우선적으로 긴급하게 대응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지금 기후위기는 바로 이 상황이다. 그런데 이산화탄소를 뿌리고 달아난 적이 바로 우리인 것이다.

실제 인류는 기후위기를 대응할 수 있는 시간이 2030년까지 10년밖에 남지 않았다. 이 위기의 대처에는 〈가속행동〉과 〈감속행동〉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가속행동은 긴급하게 탄소중립을 만드는 정책을 각국가별로 시급히 시행해야 한다. 또 한편으로 감속행동은 위기를 초래한 근본원인으로서 근대적 거대한 발전과 성장패러다임의 속도를 늦추고 문명적인 전환을 해야 한다. 시급한 증상도 대처해야 하지만 근본치료, 원인치료도 동시에 해야 하는 상황이다.

시스템이론가, 불교학자, 페미니스트, 생태운동가 조애나 메이시

조애나 메이시(Joanna Macy)는 시스템이론가, 불교학자이자 여성운동가이며 생태주의운동가이다. 그녀가 제안하는 재연결작업(WTR : Work That Reconnects)이 바로 기후위기시대 원인치료를 위한 실천적인 전략지침이다. 그녀는 오늘날 위기는 본래 연결되어있는 사회와 자연을, 나누고 구분해온 과보가 원인이며 우리가 느끼는 고통은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고, 근대사회의 끊어지고 갈라진 사회와 의식을 다시 연결하는 재연결작업1을 통해 극복해나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녀는 2004년 처음 이중표 교수의 번역으로 『불교와 일반시스템이론』라는 책으로 소개되었다. 상호인과율의 불교의 연기설을 가장 잘 설명하고 있는 일반 시스템이론을 기반으로 그녀는 오래전부터 불교학자이면서 심층생태주의자이자, 페미니스트로서 지금까지도 수많은 생명 환경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왔다.

거대한 전환의 중요성을 강조해온 세계적 학자와 활동가들이 인류문명의 방향에 대해 역설한 공저 『두려움 없는 미래』에서 그녀는 대전환을 위해 우리가 해야 할 것은 ‘호스피스’의 역할과 ‘산파’의 역할임을 강조했다. 사라져야할 것들에 대해서는 그 성과가 발전적으로 전수되도록 좋은 호스피스역할을 해야 하고, 새로운 대안적 문명과 가치들이 다양하게 태어날 수 있도록 산파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산처럼 생각하라』는 책에서는 자연에 대한 심층생태적 각성을 중심으로 인간이 지구상의 중심이 아니며, 동물과 식물 등 유정, 무정의 생명들과 과거 선조들의 전통과 미래세대를 연결하고 그들의 고통과 입장을 이해하도록 체득하는 〈온 생명회의 (Council of All Beings)〉 프로그램을 상세히 소개하고 있다. 이어 2016년에는 기후정책학자인 양춘승박사의 소개로 『액티브 호프 (Active Hope)』가 출판되었다. 이 책에서는 본격적으로 불교사상을 기반으로 문명전환을 위한 사회운동 프로그램인 〈재연결 작업 (WTR : Work That Reconnects)〉을 이론적으로 소개한다. 이후 2020년에 출판된 『생명으로 돌아가기 (Coming Back to Life)』는 앞의 『산처럼 생각하라』와 『액티브 호프』의 내용을 더욱 풍부하게 포함하면서 재연결작업을 자세하고 구체적으로 실행할 수 있도록 만든 전략서이자 실행 지침서이다. 놀랍게도 그녀는 90세가 넘은 나이에도 여전히 열정적인 활동을 지속하고 있다

위기가 중심인가, 전환이 중심인가

그녀는 오늘날 위기의 문제를 받아들이는 3가지 관점과 자세가 있다고 소개한다. 첫 번째 관점은 “별 문제 아냐. 그냥 살았던 대로 살자 (Business as Usual)”는 입장이다. 이제껏 그랬듯이 정치인이나 과학자들이 정책으로 과학기술로 다 해결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걱정은 되지만 잘 해결될 것이라는 입장이다.

현재의 위기상황을 보는 3가지 입장
현재의 위기상황을 보는 3가지 입장

두 번째는 현재의 위기상황이 대단히 심각하다고 생각하며 “대파국, 대균열의 시대(The Great Unraveling)”라고 생각하는 입장이다. 이 위기 상황은 전 지구적으로 너무도 규모가 크고 심각하여 이에 대응하려고 백방으로 노력한다. 그런데 위기에 대응하려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불안이 고조되고, 정치적 공방이 높아지며 사회적 공포가 조장된다. 심지어 거대한 파국 앞에 무력감을 느끼고 우울증과 자포자기의 심정을 갖게 하기도 한다.

세 번째의 관점은 현재의 위기를 대전환 (The Great Turning)의 중요한 기회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위기는 심각하지만 그 거대한 심각성 때문에 오히려 더 큰 희망으로 전환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 입장은 “위기”를 인식하지만 생명사회로의 “대전환”의 입장에서 두 번째를 바라보는 것이다.

조애나는 세 번째의 초점을 강조하고 또 강조한다. 위기와 불안을 강조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대전환의 큰 설레임과 희망을 말하는 운동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가 해야 하는 운동은 그 어떠한 혁명보다 크고 큰 “역사상 최대의 사회운동”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전환의 관점에서 현재를 오히려 “축복받은 불안(Blessed Unrest)”이라고 한다. 두렵지만 잘못된 것을 바꾸어 정상의 바른 삶으로 회복하는 중요한 전환의 기회라고 생각한다.

실제 이제껏 수많은 환경운동가들이나 정치인들은 두 번째인 “위기성”에 초점을 두었다. 그런데 만일 3번째 대안과 희망을 말하지 않고 두 번째만 강조되면 그야말로 공포마케팅이 된다. 위기의 강조가 절박하고 긴급할수록 대응실천을 촉발하는 힘이 되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사람들에게 두려움과 무력감을 느끼게 하고 심지어 강력한 독재자가 나타나 이 엄청난 문제를 일거에 해결해 주길 기대하는 “에코파시즘”의 출현을 조장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개벽이라고 표현되는 거대한 전환을 강조하는 입장에서 현재의 위기는, 이제껏 왜곡된 자연과 관계를 정상적이고 건강한 관계로 ‘올바로 펴는’ 기회, 전환의 메시지라고 생각한다. 이 대전환은 이제까지의 성장주의 반생명적 산업문명의 지속불가능한 패러다임을 ‘패절’하고 전환을 통해 생명친화적인 문명으로의 전환을 꾀하는 것이다. 이 운동은 생태적 전환, 생명평화로 통칭되는 문명전환운동이라고 할 수 있으며, 탈근대 운동, 지속가능한 발전, 녹색순환사회운동, 개벽운동이라고도 부를 수 있다.

거대한 전환을 위한 3가지 전술

그녀는 이 거대한 문명적 전환운동을 위해 3가지 전술을 소개한다. 첫째로는, 지연전술행동이다. 사회나 국가가 더 이상 부패하고 나빠지지 않도록 감시하고 저항하면서 약자와 피해자를 보살피고 생명이 파괴되거나 죽지 않도록, 억압과 착취와 전쟁과 불평등을 막고 방어하는 행동 전술이다.

대전환(The Great Turning)을 위한 3가지 행동
대전환(The Great Turning)을 위한 3가지 행동

두 번째는, 일상의 토대를 바꾸는 행동, 생명시스템이 유지되고 살 수 있는 바른 사회의 가치를 실현하는 행동전술이다. 왜곡되고 잘못된 것을 바로 세워 평등과 호혜의 원칙과 정의를 바로세우고, 균형을 만드는 생명사회운동이다. 자연과 생명을 보호하고 사회적 정의를 실현하며, 인권을 옹호하는 활동이다. 또한 지역통화, 기본소득운동과 협동조합등 대안적 사회운동을 전개하며 공동체적 사회관계를 중심으로 생명중심의 사회문화를 만드는 것이다.

세 번째는, 인식과 가치관 바꾸기이다. 자연과 인간 모두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생각으로 이제까지 없었던 새로운 대안적 패러다임으로 생각과 철학 사회적 인식을 전환하는 것이다. 지구의 권리, 미래세대의 권리, 자연의 권리를 위한 의식과 정신적인 수행과 사회적 변화를 위한 동시적인 실천, 자연과 교감하는 의식과 문화, 예술 등 모든 변혁의 궁극은 인식과 가치관의 전환으로 귀결된다.

그래서 피부 속에 갇힌 ‘개별적 자아’의 관념에서 당신이 있어 내가 존재한다는 생각의 ‘관계적 자아’로, 자연의 은혜로 인해 내가 존재한다는 ‘생태적 자아’로, 나아가 타인과 뭇 생명의 이익이 곧 나의 이익이라는 ‘보살적 자아’로 확대되는 것이다.

이 3가지 활동은 각자 선 자리에서 따라 집중하는 의제와 중심이 다를 수 있다. 그러나 같은 목표로 향한 다른 방법이기 때문에 서로를 격려하고 강화시켜주며 동지로서 함께 돕고 협력한다.

산업성장사회에서 생명지속사회로 희망 만들기

앞으로 10년간, 즉 2030년까지 기후상승 1.5℃를 막지 못하면 기후위기는 회복불가능한 파국으로 접어들 것이라고 한다. 이제 국제사회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긴급한 대책을 위해 부심하고 있다. 그동안 자연개발과 자원파괴를 성장과 발전으로 동일시했던 어리석은 과보를 현재 인류는 받고 있는 것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이 위기는 두 가지의 과제를 던지고 있다. 하나는 실제 닥친 위기상황을 극복하고 대응하는 노력에 혼신을 다해야 한다는 점이다. 두 번째는 위기를 초래한 원인인 인류는 어리석음과 잘못을 깨닫고 삶을 전환해야한다는 것이다. 지금 부처님의 말씀처럼 인류는 삼계화택(三界火宅)의 상황이다. 불행히도 지구라는 한정된 공간에 사는 우리들은 불난 집에서 뛰쳐나올 방법이 없다. 우리는 꼼짝없이 나가지 못하고 집안에서 불을 끄는 방법과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법을 찾을 수 밖에 없다. 문제는 지금 불이 났다는 사실을 확실히 깨닫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가 그동안 불을 지르면서 행복을 구가했던 잘못된 삶을 패절하고 전환의 삶으로 방향을 돌리는 일이다.

오늘날의 위기는 바로 소비주의라는 탐욕(貪)이 제도화된 것이며, 군사력을 기반으로 한 전쟁과 대립은 바로 분노(瞋)가 제도화된 것이다. 자연과 자원은 분명히 한정되어 있음에도 마치 무한정하다는 착각과 어리석음(癡)에 기반 한 오늘날 산업성장사회가 파국을초래한 것이다. 결국 희망 만들기 ‘Active Hope’는 ‘산업성장사회를 생명지속사회로의 전환’이다. 그 희망을 만들기 위해 인류의 수많은 지혜의 자산이 동원되어야 한다. 그녀는 불교의 가르침과 수행에서 희망의 근거와 해법, 방법을 찾아내었고, 많은 영역에서 그것을 현대적으로 변용하여 전략과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그것이 바로 ‘재연결작업(WTR)’이다. 이 제안은 파국을 막는 실천행위만이 아니라 대안적 삶을 찾고 실천하는 총체적인 변화를 위한 실천디자인이다. 또한 그것은 사상 이론적 근거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대안적 활동방향을 제시하고 있기도 하다. 변화를 위한 실천수행의 구체적인 지침과 체험을 위한 수행실습과 실험, 게임방법까지 제시하고 있는 아주 흥미로운 실천지침서이다.

재연결작업 (WTR : Work That Reconnects)

이제 ‘재연결작업’을 설명해보도록 하겠다. 현재 자신이 겪는 모든 고통은 모두가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사람들끼리 복잡하게 관계되고 인연 맺어 있기 때문에 그 관계에서 발생하는 것이 고(苦)라는 것이다. 개인적이라고 생각하는 모든 고통은 결국 사회적이라고 본다. 따라서 그 고통에 직면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라고 한다. 이러한 두려움은 인간의 욕심(貪欲)과 분노(瞋恚)와 어리석음(愚癡)에서 비롯되며 그래서 재연결작업의 4가지 차원이 계속 돌아가는 나선형순환을 강조한다. 이 책에서 일관되게 강조하는 것은 동시대 수많은 사람과 자연과 연관되어 있다는 〈공간적 연기〉의 깨달음과 수십억 년동안 인류역사 우주역사에 걸쳐 미래세대까지 이어지는 〈시간적 연기〉에 대해 실질적이고 다양한 깨달음이다.

그녀의 ‘재연결작업’은 4가지 단계의 나선형순환으로 진행한다. 곧 〈고마움에서 시작하기〉, 〈현재 우리의 고통을 존중하기〉, 〈새로운 눈으로 보기〉, 〈실행하며 나아가기〉 가 그것이다.2 그리고 그것은 다시 고마움으로 시작하면서 또 다른 순환으로 진화하는 과정이 된다는 것이다.

이 ‘재연결작업’ 활동의 처음은 〈고마움에서 시작하기〉이다. 필자는 이 대목에서 큰 감동을 받았다. 새로운 대전환의 시작은 바로 고마움과 감사할 줄 아는 힘이 동력이라고 말한다. 이웃과 동료, 사람에게 고마워하고 자연에 감사하고 그 많은 은혜를 기뻐하는 데서 출발한다는 것이다. 분노와 적개심, 증오는 〈파괴의 동력〉이 될 수 있어서 〈창조의 동력〉이 되기 어렵고, 과거 낡은 사회의 운동 동력을 될지 몰라도 새로운 대전환 사회의 동력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사람과 자연의 은혜에 고마움을 섬세하게 느끼고 감사할수록 그 감사의 감각을 발달되어 행복한 마음과 즐거움이 넘치며 바로 그것이 활동을 오래해야 할 동력이 될 것이다.

두 번째는 〈세상에 대한 고통을 존중하기〉이다. 오늘날 일어나고 있는 슬픔, 비탄, 분노 등의 고통을 존중하는 것이다. 그래서 고통을 피하지 않고 직면하고 그 감정을 인정하고, 그 고통을 표현하고, 널리 공유하며 또한 그 고통이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이해하는 것이다. 세상과 함께 괴로워하는 감각을 발견하고 그 고통 안에 우리가 서로 속해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이다.

자신에게 우려되는 사건, 현 사회와 세계에서 벌어지는 일중에 나를 고통스럽게 하는 것, 예를 들어 우리 아이들을 남겨두고 떠날 때 가장 걱정되는 일들을 살펴보며 그 고통을 외면하지 말고 대면하라고 한다. 이를 위한 관계속의 고통을 체험해보는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제시되어 있다. 〈고통을 존중하는 열린 문장〉 〈서로 마주하기〉, 잘못된 세계관에서 고통을 느끼는 〈시에틀추장에게 보고하기〉, 멸종위기종의 고통을 애도하는 〈사라져가는 벗들에게〉, 고통 받고 있는 수많은 생명들을 애도하는 〈애도의 돌무덤〉, 두려움, 슬픔, 분노, 결핍 등을 구체적으로 표출하는 〈진실 만다라〉, 〈절망의식〉, 슬픔을 해소하는 〈눈물그릇〉, 등의 프로그램을 통해 사회와 자연, 생명과 미래세대의 고통을 자신이 직접 느끼며 공감해보도록 한다.

※ 다음편에 계속…


  1. 『Active Hope』조안나 메이시, 크리스 존스톤 지음, 양춘승 옮김, 벗나래 출판사, 2016

  2. 이 재연결 작업(WTR)의 소개는 〈불교와 문화〉 2018년 2월호에 수록된 글 〈미래의 희망, 불교생태학자 조애나메이시의 Coming Back to Life 미리읽기〉를 재수정하였음

유정길

불교환경연대 운영위원장이자 녹색불교연구소소장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수행공동체 정토회에서 25년 살았고, 아프가니스탄에서 개발협력활동을, 평화재단에서남북문제를 위한 활동을, 고양시에서 지혜공유협동조합을 만들어 활동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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