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제 다르게 먹겠습니다.” -『더 나은 세상을 위한 레시피』 서평

세계인들의 밥상을 지배하는 거대한 식량 산업체들의 먹거리 체제가 있고 이들이 우리의 지구와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이에 제압당하지 않는 입맛을 지키기 위해서는 매끼마다 깨어있지 않으면 안 된다.

먹는 이야기다. 이 얼마나 좋은가? 저팔계(豬八戒)가 부처님 땅에 도착해 부처님께 구도의 신임장을 받은 그 순간에도 끊지 못했던 식탐이 아닌가? 그런데, ‘더 나은 세상을 위한 레시피’라 혀끝 맛에 그치는 게 아니라 가치까지 더해진다 하니, 어찌 아니 맛볼소냐!

쓰레기도 에너지도 적게

파리7구 레피 디팽 식당을 25년째 운영하는 프랑수아 파스토는 ‘낭비 방지’ 요리로 유명하다. 그는 매일 새벽녘 가까운 거리에 있는 지역 생산자를 만나며 제철 식재료를 구하고 낭비를 막기 위해 식재료 전체를 사용한다. 예를 들어 대파의 잔뿌리를 밀가루에 묻혀 튀겨내는가 하면 완두콩 꽁깍지로 수프를 만들기도 한다. 그를 통해 내가 새로 배운 비법은 식재료의 어느 하나도 버리지 않으려 하는 제로웨이스트 요리법. 양송이를 네 조각으로 잘라 후라이팬에 넣고 소금을 약간 뿌려서 약한 불에 살짝 굽는다. 에너지 절약을 위해 그 위에 두부를 두툼하게 잘라 얹어 같이 데운다. 무를 껍질째 채 썰어 소금, 식초, 매실 액기스를 조금 넣어 재우다 고춧가루를 뿌린다. 현미밥 위에 양송이 구이와 데운 두부 그리고 무생채 나물을 얹은 현미채식비빔밥, 여기까지 15분. 요리 끝.

* 레시피 : 제철, 지역 식재료, 제로웨이스트

책에 실린 프랑수아 파스토의 대표 메뉴 완두콩 꽁깍지로 만든 수프(좌. P.90 『더 나은 세상을 위한 레시피』)와 내가 새로 발명한 현미채식비빔밥(중. by 하루). 그리고 설거지 물을 아끼기 위해 두부로 접시를 깨끗이 닦아 먹는다.(우. by 하루)
책에 실린 프랑수아 파스토의 대표 메뉴 완두콩 꽁깍지로 만든 수프(좌. P.90 『더 나은 세상을 위한 레시피』)와 내가 새로 발명한 현미채식비빔밥(중. by 하루). 그리고 설거지 물을 아끼기 위해 두부로 접시를 깨끗이 닦아 먹는다.(우. by 하루)

최고와 최악을 찾아간 5년간의 먹거리 프로젝트

브누아 브랭제 저, 『더 나은 세상을 위한 레시피』, (착한책가게, 2021.)
브누아 브랭제 저, 『더 나은 세상을 위한 레시피』, (착한책가게, 2021.)

『더 나은 세상을 위한 레시피』의 저자이자 탐사보도 기자인 브누아 브랭제는 산부인과 병동에서 첫 아이를 가슴에 안으며 하나의 질문을 품게 된다. 이 세상의 모든 어미 아비가 물었을 법한 질문, “이 아이에게 무엇을 먹일 것인가?” 자기 아이에서부터 시작된 그의 질문은, 기후 위기와 코로나 시대의 세계 먹거리 문제로, 나아가 2050년 100억 명의 인류를 살릴 수 있는 미래의 먹거리 문제까지 이어진다. 반드시 찾지 않으면 안 될 그 답을 찾아 기나긴 먹거리 탐사를 떠났던 그는 이제 과거 생활로 귀환할 수 없다.

“5년간의 프로젝트, 5년간의 조사, 샅샅이 살핀 보고서들, 메모 가득한 논문들. 5년간의 통화, 만남, 인터뷰. 온 지구를 돌며 최고의 전문가들과 앞선 경험자들에게 질문하고, 농장과 방목장과 사육장과 가공 공장과 도축장을 방문한 5년. 최고와 최악을 찾아간 5년. 그간 내가 자연과 먹거리와 맺고 있던 관계를 완전히 뒤엎은 여행, 다신 그 이전으로 돌아가지 못할 여행이었다.”

천체물리학연구소에서 작은 농장까지의 먹거리 혁명

먹거리 체계의 대전환을 완수하겠다는 꿈을 품고 떠난 그의 여정은 독일의 포츠담 천체물리학관측소에서부터 출발해 브라질의 작은 텃밭에서 마친다. 지구온난화의 영향을 관찰하여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 보고서 탄생에도 기여한 포츠담 천체물리학 관측소에서 그는 기후위기의 주범이 우리의 먹거리체계임을 확인한다. 이후 프랑스와 스웨덴, 포르투갈을 돌며 유기농 농장과 유기농100% 학교 급식을 제공하는 지자체, 음식물 쓰레기 퇴비공장, 혼합임업 농장, 대안적인 요리를 하는 식당과 레스토랑을 돌며 농부와 교사, 지자체 의원, 셰프 등을 만나 대안적인 먹거리를 묻는다. 이들은 ‘산업화에 저항’하고 부유해지는 것이 아니라 ‘잘 살기로 마음먹은’ 사람들이다. 그리고 지구 반대편의 브라질의 작은 농장, 나무와 채소, 동물을 함께 기르는 히베이루 마샤두를 만나 ‘대안적인 먹거리 모델’의 마지막 퍼즐을 완성한다. 그녀는 말한다. “제가 여기 처음 왔을 때 여기는 대규모 대두 농장이었어요.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 없었죠. 지금은 보세요, 얼마나 달라졌는지요! 누군가가 브라질 한구석을 불태울 때, 우리는 푸르름을 심고 또 심습니다. 온 브라질이 초록빛이 되길 바라면서요.”

브라질 룰라 정부가 학교 급식 식재료의 30%를 소농에서 공급받을 것을 법으로 정하면서 그녀의 농장은 가능했다. 유엔이 우수 사례로 꼽았던 이 프로그램은 학교급식의 급식메뉴 뿐만 아니라 수백만 가난한 소규모 생산자들의 삶까지 바꿔놓았던 것이다. 유엔 식량권 특별보고관을 지냈던 국제법 전문가 올리비에 드 슈터는 미래의 먹거리 체계에 대해 이렇게 정리한다.

“오늘날의 연구들은 아주 중요한 두 지점으로 수렴합니다. 첫째는 농업 규모가 작을수록 헥타르당 생산성이 높다는 것 … 또한 혼합임업처럼 여러 식물 종과 때때로 동물 종을 혼합하는 등 복합적인 방식으로 경작…한다면 생산성이 아주 높습니다…생태농업 방식이 지구상의 필요를 완벽히 충족시킬 수 있습니다. … 생태계를 존중하는 복합적인 경작 방식의 소규모 농업 생산은 농학적으로 완벽히 현실적인 대안입니다.”

엄마의 텃밭에는 구렁이처럼 큰 뱀과 개구리, 달팽이, 멧돼지, 이름 알 수 없는 새들이 찾아오고, 호두 감 석류 자두 매실 살구, 이름을 알 수 없는 나무들과 꽃들이 심어져 있다. 하루는 일이 하기 싫어 멀뚱멀뚱 엄마가 하는 일을 쳐다만 보고 있는 내게 엄마는 노래하듯 말했다. “외할아버지가 일 시킬 때 내가 딱! 지금 너처럼 일하기 싫어서 그랬다. 그런데 평생을 이 밭에서 밭 매서 작은댁도 주고 동생네도 주고 손자도 주고 외손도 주고 아들도 주고 딸도 주고 하네.” 그의 긴 여행의 답이 엄마의 텃밭에서도 만날 수 있음을…

* 레시피 : 유기농, 텃밭

“다양성이 힘이다.” 히베이루 마샤두의 텃밭(좌. 유튜브 〈책 읽어드립니다 [더 나은 세상을 위한 레시피] 10. 다가올 미래〉 화면 갈무리.(https://www.youtube.com/watch?v=A246efo4YRo)과 엄마의 텃밭(우. by 하루)에서 미래 먹거리의 답을 찾다.
“다양성이 힘이다.” 히베이루 마샤두의 텃밭(좌. 유튜브 〈책 읽어드립니다 [더 나은 세상을 위한 레시피] 10. 다가올 미래〉 화면 갈무리. 과 엄마의 텃밭(우. by 하루)에서 미래 먹거리의 답을 찾다.

밥 먹는 사람들의 일상적인 실천이 세상을 바꾼다.”

셰프 알랭 뒤카스, 미슐랭 가이드 별 세 개 레스토랑을 파리와 모나코, 그리고 런던에 두고 있던 그가 사찰요리를 만나면서 완전히 변했다. ‘살생하지 말라’는 불교의 계율에 따라 비건 셰프로 변신하고 파리 한복판에 비건 레스토랑을 열었던 것이다. 그의 요리는 예술이다. 그가 요리를 통해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우리는 매일 ‘다르게 먹어야지’하고 다짐해야 한다는 것이다. 세계 식량을 지배하고 있는 대형 곡물 산업체와 기업들에 맞서 의식적으로 먹어야 한다. 그는 ‘개개인의 의식전환이 정치권력보다 강력’하고, ‘밥 먹는 사람들의 일상적인 실천이 세상을 바꾸는 강력한 정치적 행동’이라고 믿는다. 그러고 보니, 세계인들의 밥상을 지배하는 거대한 식량 산업체들의 먹거리 체제가 있고 이들이 우리의 지구와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이에 제압당하지 않는 입맛을 지키기 위해서는 매끼마다 깨어있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러고 보니, 저팔계는 육식을 하지 않았다.

* 레시피 : 식물식, 알아채기 수행 식사법

P.S. 아직 아침밥을 먹지 못했다. 무엇을 먹을 것인가? 고구마와 채식김치!

하루

울산시 중구 장춘로 거리에 있는 대안문화공간 품&페다고지에서 오래토록 살고 있다. 소극장 품과 도서관 페다고지는 2008년 6월 임대 계약을 맺고 4개월째 울산의 노동자 시민들의 피와 땀이 배긴 긴 노동 끝에 10월 10일 문을 열었다. 우리는 이곳이 자본을 너머 선 다양한 만남과 실천을 실험하는 장소가 될 것을 꿈꿨다.

댓글 1

  1. 책보다 더 책을 읽은 너낌입니다.
    그래서 책을 제대로 읽기로 했습니다.
    좋은 책 소개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아직 드시지 않은 아침밥 메뉴 추가로 햇살짝 데친 햇연근 추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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