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타클로스는 성탄절에 왜 쉬지 못할까?

성탄절에 가장 많은 노동을 하는 나라와 성탄절에 모두가 쉬는 나라 두 나라 중에 어느 나라에 살고 싶은가? 24시간 편의점,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여는 가게들 우리는 서로의 노동에 지나치게 기대어 살고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선물과 따듯한 음식 배달을 위해 산타클로스의 속도로 위험하게 도로를 질주해야만 하는 이들이 있다.

크리스마스, 수많은 아이들이 집에 양말을 걸어놓고 산타클로스의 선물을 기다리는 시간이다. 물론 나는 길가에서 산타를 만나서 선물을 전해 받았다는 아버지의 말씀을 듣던 그 순간부터 산타클로스를 믿지 않게 되었지만 그럼에도 산타클로스는 여전히 수많은 사람의 소원을 들어주는 어떤 존재로 남아있다. 하지만 현실을 깨달은 어른들의 건조한 상상력은 동화에 집착하는 대신 과학적인 결론으로 나타났는데, 한 과학자는 세계 어린이를 20억 명, 가구 수를 6억 3000만호로 가정하여 산타클로스의 썰매의 속도를 구하여 산타클로스가 들려야 할 곳을 모두 들르려면 시속 920만km의 속도로 달려야 한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비록 하나의 수치에 불과하지만, 성탄절에 집약되는 노동력을 압축하면 연구 결과보다 더 높은 값이 나올지도 모르겠다는 암울한 상상이 든다.

한 성탄절 기간 남반구에 있는 호주로 여행을 갔던 적이 있었다. 여름 해변에서 산타클로스 모자를 파는 광경은 매우 신선했다. 기존의 성탄절 풍경과 정반대인 곳에서 느끼는 이질감은 계절에만 있던 것은 아니었다. 성탄절 대목 특수를 노리며 모든 상점과 식당이 문을 여는 곳에서 자라난 까닭에 성탄절 당일 점심식사를 하는 식당을 찾기란 쉬울 줄 알았지만, 30분 넘게 찾다가 결국 겨우 문을 열고 있는 프랜차이즈 햄버거집에 도착할 수 있었다. 모든 가게가 닫혀있었던 경험은 해변에서 팔던 빨간 모자들보다 더 충격적으로 다가왔다.

우리 사회는 이익을 추구하며 서로가 산타클로스를 소비하고 즐기고 있는 동안 정작 산타클로스의 노동을 간과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사진출처 : Tiger Lily
우리 사회는 이익을 추구하며 서로가 산타클로스를 소비하고 즐기고 있는 동안 정작 산타클로스의 노동을 간과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사진출처 : Tiger Lily

성탄절에 가장 많은 노동을 하는 나라와 성탄절에 모두가 쉬는 나라 두 나라 중에 어느 나라에 살고 싶은가? 어쩌면 우리 사회는 이익을 추구하며 서로가 산타클로스를 소비하고 즐기고 있는 동안 정작 산타클로스(시속 920만km로 전 지구를 하루만에 다 돌아야 하는)의 노동을 간과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24시간 편의점,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여는 가게들 우리는 서로의 노동에 지나치게 기대어 살고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선물과 따듯한 음식 배달을 위해 산타클로스의 속도로 위험하게 도로를 질주해야만 하는 이들이 있다.

성탄절 해산이 가까운 마리아를 받아 줄 수 없었던 베들레헴 마을을 생각해 본다. 휴일을 앞두고 모든 가게가 쉬어서 해산이 가까운 산모를 받아줄 곳이 없었던 것일까? 아니면 오히려 지나친 노동에 시달려 이웃의 고통을 함께 나눌 수 없을 만큼 지쳐있었던 것일까? 마굿간을 내어주었던 마음은 어떤 마음이었을까? 사람 대신 동물들이 그 자리를 채워준 이야기는 오늘날 다시 곱씹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서로의 삶을 위한 노동의 자리, 추운 마굿간이 아닌 안전하고 따듯한 방 한 칸을 내어줄 여유가 생기려면, 최소한 산타클로스의 속도로 질주해가는 이익과 편의를 위한 노동을 조금 줄여야 할런지도 모르겠다. 이번 성탄절에는 산타클로스의 선물을 기대하는 마음만큼 서로의 삶의 행복을 기대하는 마음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아이의 연약함과 출산한 산모의 위태로움을 서로 감싸 안아줄 우리의 노동이 시작되었으면 좋겠다.

송기훈

예수의 십자가를 우연히 졌던 키레네 사람 시몬처럼 우연히 만난 영등포산업선교회에서 일하며 고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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