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기후송_작곡일지 시즌2] ② 차갑고 뜨거운(AMOC) -인간작곡편

‘월간 기후송’(시즌2)의 작곡과정과 주제를 기록한 ‘작곡 일지’. AI가 만든 ‘차갑고 뜨거운(AMOC)’이라는 곡에 도전하여 인간인 필자가 만든 곡. 현재 해류순환이 점점 느려지고 있고, 멀지않은 때 멈출 수도 있으며, 이는 빙하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위험을 노래로 표현한 곡.

월간 기후송 시즌2

이번 글을 처음 보신 분들은 새롭게 달라진 ‘월간 기후송’ 시즌2에 대한 설명과 주제 등을 자세히 소개한 지난 작곡일지([월간 기후송_작곡일지 시즌2] ① 차갑고 뜨거운(AMOC) -AI작곡편)를 참고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AI작곡 음원 포함)

노래 듣기(링크)

[월간 기후송_작곡일지 시즌2] ② 차갑고 뜨거운(AMOC) -인간작곡편

투표하기

AI가 만든 곡과 필자가 만든 곡 중 어느 곡이 더 좋다고 생각하시는지 투표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두 곡에 쓰인 동일한 가사는 제가 만들었기에 평가할 필요는 없고, 멜로디나 리듬 등 작곡에 대한 부분, 전반적인 분위기, 곡이 주제와 가사를 잘 표현했는지 등을 중심으로 평가해주시면 좋겠습니다. 물론 누가 더 잘하는지를 판가름 하는 게 목적은 아니고, 예술영역에서 인간과 AI의 차이를 드러내보고 싶었습니다. 또 그에 따른 결과가 어떻게 나오는지 대략의 경향성을 살펴보고 싶은 생각도 들었고요. 투표 결과는 다음 작곡일지에 발표하도록 하겠습니다.

*투표 링크: https://url.kr/tbb9s9

작곡에 대하여

이번 곡은 AI가 만든 곡 ‘차갑고 뜨거운(AMOC)’에 도전하는 동명의 인간 자작곡입니다.

제가 작곡 전문가는 아니지만, 작곡에 관심 있거나 궁금하신 분들을 위해 작곡 관련한 설명을 조금 드리려 합니다. 음악용어나 이런 설명이 익숙하지 않은 분들에게는 조금 어렵게 느껴지실 수도 있으실 텐데요, 제가 최대한 쉽게 설명을 드려보겠습니만, 어려우시면 패스하셔도 좋습니다.

곡의 구조

이 곡은 ‘verse-chorus’의 심플한 구조를 가진 곡입니다. 곡의 구조와 관련하여 verse와 chorus라는 용어에 대한 설명부터 드려야 할 것 같은데요.

verse는 운문, 절, 시로 번역이 되는데, 통상 ‘1절’, ‘2절’ 할 때 그 ‘절’입니다. 그리고 chorus는 보통 우리가 ‘화음’의 의미로 사용하는 그 코러스가 아니라, ‘후렴’을 의미합니다. 대부분의 단순한 노래는 이 곡처럼 ‘verse-chorus’의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A-B’로 표기할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A-B’의 기본구조를 가진 곡을 ‘A-A-B-A’라는 형태의 구조로 응용할 수가 있는데, 이럴 경우 1절 verse 부분의 동일한 멜로디를 두 번 반복하고(A-A), 후렴으로 넘어간 후(B), 다시 처음으로 돌아와 2절 가사 부분을 동일한 멜로디로 노래(또는 연주)한다(A)는 의미입니다. A를 한 파트라고 한다면, 한 파트는 통상 8마디로 구성이 되어 있습니다. 즉 8마디(A)+8마디(B)가 완성되면 한 곡이 완성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8마디는 하나의 모티브(motive)로 구성되어 있는데, 여기서 모티브(동기)는 사전적 의미로 ‘악곡을 구성하는 선율이나 리듬의 최소단위’라고 하고, 좀 더 실질적 의미로는 그 노래의 핵심적인 주요 멜로디 단위라고 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소녀시대’의 ‘Tell me’란 곡에서 ‘텔~미 텔~미 테테테테테 텔~미’가사 부분의 멜로디를 모티브라 볼 수 있습니다. 이 모티브를 확장하여 8마디를 완성하는 것이죠. 쉽게 설명드린다 했었는데, 점점 머리가 아파오실지 모르니 모티브에 대해서는 추후 또 말씀드릴 기회를 엿보겠습니다.

조성(key)

우선 이 곡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동일한 으뜸음(근음, root)의 마이너(단조) 키와 메이저(장조) 키를 오간다는 점입니다. 다시 말해, 노래 앞부분에서는 Em키(E minor key)로 시작하고, 후렴 부분은 E키(E major key)로 바뀐다는 점입니다. 여기서 ‘으뜸음’이란, 우리가 잘 아는 ‘도레미파솔라시도’ 등의 음을 가리키는 것인데, 영어권에서는 ‘CDEFGABC’로 표기합니다.

보통 마이너 키는 조금 우울하거나 어둡게, 메이저 키는 좀 더 밝게 느껴집니다. 하지만 ‘삼바(samba)’ 같은 라틴계열 장르는 마이너 키임에도 흥겨운 리듬과 코드를 사용하는 방식 등의 차이로 꽤 밝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즉 ‘마이너 키는 우울하다’라는 절대 공식 같은 건 없다는 것이지요.

이 곡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Em키이지만 그렇게 우울하게만 느껴지지 않습니다. 또한 후렴의 E키 역시 밝게만 느껴지지는 않습니다. 어쩌면 이것이 음악의 묘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는 세상 돌아가는 것과도 비슷한 것 같습니다. 세상에 ‘100 : 0’인 것은 없는 것처럼 말이죠. 남성 안에도 여성성이 있고, 여성 안에도 남성성이 있고, 대체적으로 한 생물/사물이 어느 특성을 잘 드러내는 것으로 보이지만, 때론 그 안에 반대적인 속성을 품고 있기도 합니다.

코드진행(chord progression)

코드진행을 보면 verse(1절, 2절) 부분은 ‘Em-G-Am-C-D’이고, 후렴(chorus) 부분은 ‘E-G-A-B’ 진행으로 조금 유사한 면이 있습니다.

앞서 Em(마이너)키임에도 우울하게만 느껴지지 않는 이유 중 하나는, Em코드만 제외하고는 모두 메이저 코드이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또한 E키(메이저)임에도 밝게만 느껴지지 않는 이유는, 록(rock)에서 종종 등장하는 방식의 코드진행을 사용했기 때문입니다. 일종의 화성 테크닉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모덜 인터체인지(modal interchange)’라고 부릅니다. 쉽게 말해 다른 음계(scale)의 코드를 서로 바꾸어 사용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E-G-A-B’ 코드진행에서 특별히 G코드1가 바로 모덜 인터체인지를 활용한 코드입니다. E메이저 스케일(음계)이지만, 같은 으뜸음을 쓰는 E마이너 스케일(음계)에 있는 코드를 가져와 사용했기 때문입니다. 동일한 음계에 있는 코드를 사용하는 것이 자연스럽고 일반적이지만, 이렇게 다른 키에서 코드를 빌려오면서 독특한 효과를 만드는 것이 음악의 또 다른 매력인 것 같습니다. 약간 우울한 듯하면서도 긴장감을 불러일으킵니다. 우리 안의 것, 우리 소속이 아닌 다른 곳에서 온 어떤 것(존재)은 낯설고 때론 두렵기까지 합니다. 하지만 이걸 우리의 것으로 수용할 때 완전히 새로운 것으로 다시 태어나게 됩니다. 이전의 것은 더 이상 우리의 것이 아닌 것이지요.

결과적으로 이 곡은 이렇게 어둡다고 여겨지는 키에서는 밝은 점을, 밝다고 여겨지는 키에서는 어두운 점을 내포하게 되면서, 키가 바뀌어도(전조) 크게 이질감이 없이 들리기도 합니다.

해양컨베이어밸트(열염순환) : 위키백과,
그림출처 : Brisbane

이 곡의 소재인 해류순환 역시 표층은 따듯한 물이 흐르지만 심해는 차가운 물이 흐르고 있고, 뜨거운 적도의 물을 실어 날라 북극해가 너무 차갑지 않게 해주고, 차가운 북극해의 물을 실어 날라 적도가 너무 뜨겁지 않게 해준다는 사실도 이런 점이 잘 표현이 된 것 같습니다.

가사

[verse1]

차갑게 내리 누른다

뜨겁게 솟아 오른다

뜨겁게 또 차갑게

서로 다른 곳으로 흐른다

[pre-chorus]

너무 뜨거워 타오르지 않게

너무 차가워 얼어버리지 않게

그렇게 서로 얽히고설켜

1000년을 흘러 다시 이곳으로

[chorus(후렴)]

왜 우리는 커져야 했나 더 커져야 했나

왜 우리는 멈추지 않고 멈춰 세워졌나

왜 우리는 커져야 했나 더 커져야 했나

왜 우리는 멈추지 않고 멈춰 세워졌나

[verse2]

뜨거우면 얼어붙는 역설

차가우면 타오르는 역설

너의 한기가 날 가볍게 해

난 갈 곳 잃고 멈춰버려

[pre-chorus]

그곳에 있어야 할

그대로 있어야 할

이 만큼 차가우면 되지 않을까

이 만큼 뜨거우면 되지 않을까

나가며

시간관계상 음원 녹음에 충분히 공을 들이지 못했습니다. 일단 메트로놈(일정한 속도 기준 단위)에 맞추지 못했고, 기타와 노래 각각 따로 녹음하지 못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트랙을 나눠 두어야 적당히 밸런스를 맞춰 믹싱(전체 녹음한 각각의 트랙을 하나로 합치고 볼륨 등을 적절하게 조절하는 것)을 할 수 있거든요. 그리고 화음 정도만 간단히 입혔습니다. 그래서 여러모로 보통의 음원들에 비해 부족한 면들이 있는데, 그것까지 생각을 하면 처음부터 이 작업을 하는 게 엄두가 안 날 것 같아 최대한 심플하게 해보려 합니다. 그러니 이 부분은 감안해서 양해를 해주시면 좋겠습니다. 그럼 다음 달 이번 투표결과와 함께 새로운 곡으로 또 뵙겠습니다.


  1. 혼동을 피하기 위해 참고로 알아두면 좋은데, 보통 C라고 하면 우리가 아는 ‘도’를 의미하는 것이고, C코드라고 하면 ‘도+미+솔’ 세 가지 음이 동시에 울리는 코드를 의미하는 것.

김영준

기후위기를 극복하여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고 싶은 두 아이의 아빠이자, 예술의 힘을 믿으며 '월간 기후송'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싱어송라이터. 교육의 중요성을 고민하는 기후환경강사이면서, 종교(신앙)의 힘을 아직 믿는 기후위기기독인연대 활동가, 그리고 정치에 희망을 버리지 않은 녹색당 당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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