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중립 한다더니 기어중립하고 멈춰버린 정부와 국회

탄소중립 선언한 대통령은 졸속으로 탄소중립위원회 만들더니 탄소중립 불가능한 시나리오를 내놓고, 기후비상선언 결의한 국회는 국제기준에 턱없이 모자란 전혀 비상(?)하지 않은 법안을 통과시켰다. 더이상 정부와 국회를 기대할 수 없는 상황에서 시민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정부와 국회의 5가지 문제점(‘탄소중립 시나리오’와 ‘탄소중립녹색성장기본법’의 문제)

대한민국 환경부 페이스북. 출처: https://www.facebook.com/mevpr/posts/3795336543852175/
대한민국 환경부 페이스북.

작년부터 대통령(정부)과 국회는 탄소중립을 한다며, 국민들을 상대로 이런저런 허울 좋은 말만 늘어놓고 한껏 기대하게 했지만, 결국 ‘희망고문’이었음이 드러났습니다. 먼저 정부의 대응을 살펴보겠습니다.

작년 10월 28일, 문대통령은 국회 시정연설에서 ’2050년 탄소중립‘을 선언했습니다. 그리고 이에 따라 올해 5월 29일 ‘2050 탄소중립위원회’(이하 탄중위)가 출범했습니다. 하지만 지난 8월 5일 탄중위가 내놓은 3가지 탄소중립 시나리오에 탄소중립이 가능한 시나리오는 1개(3안) 뿐이었습니다. 1, 2안은 대통령의 탄소중립 약속마저 져버리고 있는데, 그마저도 상당 부분의 감축을 불확실한 탄소포집저장기술(CCS)과 수소에 의존하고 있어 문제입니다. 5가지 문제로 정리해 보겠습니다.

(1) 2030년 감축 목표와 이행계획이 없습니다.
– 파리협약 당시 유엔기후변화협약 사무총장이었던 크리스티아나 피게레스(Christiana Figueres)는 “2030년까지 글로벌 탄소배출을 절반으로 줄이는 목표는 우리가 달성해야 할 절대적인 최소한이다. 왜냐하면 2030년까지 탄소배출을 절반으로 줄이지 못하면, 2050년까지 탄소배출 순제로 목표는 거의 달성할 가능성이 없기 때문이다”라고 했던 말을 기억해야 합니다. 2030년 감축 목표가 제대로 설정되지 않으면 2050 탄소중립도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2) 주요 온실가스 배출원의 퇴출 로드맵이 부재합니다.
– 온실가스를 가장 많이 배출하는 석탄발전소, 가스발전소, 내연기관 차량 등의 퇴출 시기와 방안에 대해 언급이 없습니다. 한국이 기온 상승을 1.5℃ 이내로 제한하는 파리협정을 준수하려면 2030년까지 탈석탄을 달성해야 하지만, 본 시나리오에서는 이에 대한 언급이 없습니다.

(3) 불투명하고 요원한 기술에 지나치게 의지하고 있습니다.
–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는 과도하게 탄소포집저장기술(CCS)과 수소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현재 진행 중인 CCS 프로젝트에서 이산화탄소 포집률은 0.1% 내지 7%에 불과할뿐더러 저장 장소 마련도 쉽지 않아, 2050년까지 상용화하기 어렵다는 것이 중론입니다.

(4) 시나리오에 농업·먹거리 전환 방안이 부재합니다.
– 온실가스를 다배출하는 축산 산업과 수·출입을 일삼는 농업 구조에 대한 반성과 전환 방안이 필요한데, 위원회가 제시한 시나리오에는 축산의 생산성 향상과 스마트 영농법 개선에 그치고 있습니다.

(5) 정의로운 전환에 대한 내용이 부재합니다.
– 본 시나리오의 원칙에는 공정성의 원칙이 있어 “기후영향, 에너지・산업구조 전환에 따른 취약 산업・계층・노동・지역을 보호하고 불평등을 줄이는 공정하고 정의로운 전환 추진”이 명시되어 있지만, 구체적인 이행방안은 부재합니다.

탄소중립위원회는 출범 때부터 비판이 많았습니다. 기후위기 당사자들이 참여하지 못한데다, 너무 많은 인원들이 제대로 된 논의가 가능한가 라는 점, 국무총리와 각 부처 장관들이 모두 참여하고 있고, 무엇보다 기후위기의 주범인 산업계 인사들이 대거 참여한 점 등이 문제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탄소중립시민회의를 구성해 500명의 시민들을 추첨하여 두어 달 동안 숙의민주주의로 시민들의 의견을 듣겠다는 말도 안 되는 계획까지 추진하여 논란이 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또한 시민사회에서 참여하는 탄중위 위원들의 기사화 된 발언을 보면, “‘기술작업반’이라는 전문가들이 논의를 주도하여 들러리 서는 것 같았다”라는 고백들이 나오고 있는 것을 보면, 결국 정부의 주도로 흘러가고 있다는 의심을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번에는 국회에 대응을 살펴보겠습니다. 정부가 이러한 상황이라면 국회가 제대로 된 입법을 통해 견제하고 바로잡을 수 있을텐데, 과연 국회는 어떻게 대응하고 있을까요.

작년 9월 24일, 국회는 ‘기후위기 비상 대응 촉구 결의안’을 재석 의원 258명 중 252명 찬성(기권 6명)으로 통과시켰습니다. 이후 몇 개의 관련 법안들이 발의되었지만, 제대로 된 논의가 없다가 최근(8월 30일)에 ‘탄소중립녹색성장기본법’(이하 녹색성장법)을 본회의에서 의결했습니다. 주요 문제점들을 살펴보겠습니다.

(1) 녹색성장법은 탄소중립이 불가능한 법안입니다.
– 2050년 탄소중립을 명시하고 이를 주요 목표로 제시하고 있지만, 1.5℃ 이내로 막기 위한 중간 목표인 2030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2018년 배출량 대비 35% 감축’이라는 하한선으로 제시해 탄소중립이 불가능합니다. 현재 지켜야 할 국제기준(IPCC, 2018)인 2010년 대비 45%를 2018년으로 환산하면 50.4%인데, 여기에 약 15%나 모자란 목표입니다.

(2) 법안의 목표설정부터 잘못된 법안입니다.
– 법안의 성격은 목적에 드러나게 됩니다. 법안 제1조(목적)에 보면, ‘~녹색기술과 녹색산업의 육성・촉진・활성화를 통해 경제와 환경의 조화로운 발전을 도모함으로써~’라고 되어 있는데, ‘녹색산업의 육성・촉진・활성화’는 결국 녹색‘산업’을 성장시키겠다는 말이고, 이는 기후위기를 가져온 성장과 양립할 수 없는 내용입니다. 사실 이는 탄소중립녹색‘성장’기본법이라는 법안의 제목에서 이미 드러나고 있습니다. 또한 이명박 정부 때 실패했다고 평가받는 ‘저탄소녹색성장기본법’의 체계를 고스란히 이어받고 있어 더 문제가 심각합니다.

(3) 국회가 스스로의 약속을 저버렸습니다.
– 앞서 언급했듯이 국회는 이미 ‘기후위기 비상 대응 촉구 결의안’을 대다수 의원의 찬성으로 의결하며, 국회는 “IPCC 1.5℃ 특별보고서의 권고를 엄중하게 받아들이며 정부가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이에 부합하도록 적극적으로 상향하겠다”라고 하였던 작년의 기후위기 비상선언까지 저버린 셈입니다.

탄소중립위원회 출범식 사진. 출처 : 청와대 홈페이지
탄소중립위원회 출범식 사진.

(4) 법률에 명시해야 할 감축목표치를 시행령에 넘겨버린 점입니다.
– 이 법의 모체가 되는 ‘저탄소녹색성장기본법’의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도, 법률에서 직접 정해야 할 감축치를 시행령으로 떠 넘겨버렸다는 점입니다.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같은 문제가 그대로 반복이 되고 있습니다. 이는 국회의 할 일을 정부에 떠넘긴 것이고, 그 결과 정부는 자신들이 정한 시행령조차 지키지 못하자 탄소 감축량은 그대로 둔 채 수치표기만을 바꾸는 기만적 모습으로 국민의 눈을 속이려 했습니다.

“정부는 2010년 시행령에서 수립한 ‘2020년 배출전망치대비 30% 감축’이라는 목표 달성이 어렵게 되자, 2016년 시행령을 개정하여 ‘2030년 배출전망치대비 37% 감축’이라고 변경하였습니다. 이는 표현만 바꾸었을 뿐이지 목표량은 5억 4,000만 톤 수준으로 종전과 같고, 오히려 목표에 도달하는 시점만 2020년에서 2030년으로 10년 연장한 것입니다.”

이치선

(5)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위헌적 법안입니다.
이번에 통과된 녹색성장법은 국민의 생명권, 환경권, 건강권을 침해한다는 점에서 위헌입니다. 헌법은 국가가 기후위기로부터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해야 할 의무 규정들을 두고 있습니다. 헌법 제10조는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고, 제34조 제6항은 “국가는 재해를 예방하고 그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고, 제35조 제1항은 “모든 국민은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권리를 가지며, 국가와 국민은 환경보전을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고, 제36조 제3항은 “모든 국민은 보건에 관하여 국가의 보호를 받는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위 조항들에 따라 대한민국은 온실가스 배출에 의한 국민의 기본권 침해로부터 적극적으로 보호조치를 취할 의무를 집니다.

사진제공: 녹색당
사진제공: 녹색당

이 같은 이유로 녹색당은 대통령이 이 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을 시 헌법소원 청구에 들어가겠다고 선언하기도 했습니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기 위해 정부와 국회가 제대로 된 역할을 하지 못하니 사법부에 그 위법성을 판단 받으려는 것입니다. 이와 동시에 최근 ‘풀뿌리 시민의회’를 구성하여 시민들이 지역에서부터 직접 제대로 된 시나리오를 작성하자는 움직임이 녹색당 내에서 활발히 일어나고 있습니다.

정부에 대한 대응 움직임으로는, 최근 정부의 허구적인 탄소중립 시나리오 및 2030년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NDC) 확정을 저지하기 위한 목적으로 9월과 10월에 한시적으로 활동할 예정인 ‘탄중위해체공대위’란 연대기구가 꾸려졌다. 현재 46개 단체와 60명의 활동가/시민들이 참여하고 있으며, 9월 2일 〈탄중위 해체와 기후정의 실현을 위한 공동대책위 출범 및 탄소중립위 시민사회 위원 사퇴 요구 공개 질의서 전달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습니다.

기후위기 대응에 있어 앞으로 두 달 여가 매우 중요합니다. 10월이면 유엔에 제출할 정부의 탄소중립 시나리오 확정안이 나올 것이고, 10월말부터 11월초엔 기후변화협약 국가들의 26차 당사국 총회(COP26)가 예정되어 있습니다. COP26 회의의 결과가 나오면 향후 지구의 운명이, 인간의 운명이 어떻게 될지 가늠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또한 우리나라는 내년 3월 대통령선거, 6월 지방선거가 있어 향후 9개월여의 시간들을 어떻게 보낼 것인지가 매우 중요합니다.

당장 9월 24일에는 ‘미래를 위한 금요일’에서 주도하는 글로벌 기후파업이 예정되어 있고, 이에 발맞춰 청소년 기후행동에서도 같은 날 기후파업을 할 예정입니다. 300여개 단체가 모여있는 연대체인 ‘기후위기비상행동’도 9월 25일 기후행동이 예정되어 있어, 많은 단위들이 함께 목소리를 내는 것이 중요해 보입니다. 결국 여론이 움직이지 않으면 정부와 국회는 움직이지 않을 테니까요. 그런 면에서 대선 국면은 정치인들에게 우리의 목소리를 드러낼 좋은 시기임은 분명합니다.

지금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요? 어떻게 행동해야 할까요? 향후 10년이 우리의 운명을 가르는 가장 중요한 시기가 될 것이고, 우리나라에 있어 그 시기는 앞으로 9개월 정도의 시간이 좌우할 것 같습니다. 그레타의 말로 글을 마칩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희망이 아니라 더 많은 행동입니다”

그레타 툰베리

내용의 일부는 녹색당 기후정의위원회 논평을 참고 및 인용했음을 밝힙니다.

김영준

- 1인조인디밴드 ‘하늘소년’이란 별명으로 오랫동안 싱어송라이터로 활동해 왔고, 밴드앨범을 제외하면 다섯 장의 개인 앨범을 발매했습니다.
- ‘전국세입자협회’란 시민단체에서 사무국장으로 활동했고, 이것이 본격적인 사회운동의 계기가 되었습니다.
- 녹색당에서 20대 총선 후보로 뛰었고, 서울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을 역임한 후, 현재는 기후정의위원회 위원(커뮤니케이션 소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 아내와 두 아들(5세, 2세)이 있고,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알게 된 후로는 남은 인생을 여기에 걸어야겠다고 마음먹게 되었습니다.
- 청소년, 성인 대상으로 한 기후환경 강의를 하면서 생계활동을 하고 있고, 최근 ‘사회환경교육지도사 3급’ 자격증을 취득하면서 앞으로도 강의/교육활동 잘 해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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