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온의 명상이야기

‘착각하지 마라. 얼굴 찌푸리지도 마라. 이 숲의 주인공은 내가 아니다! 숲이 좋아 저마다 찾아든 뭇 생명들 모두, 평등하게 머물다 가는 객(客)이다. 나도 그 수 많은 손님들 중 하나일 뿐!’ 숲과 마찬가지로 나도 지구에 잠시 머물다 가는 손님이다. 여행지에서 묵었던 아름다운 숙소가 영원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머물다 떠나고 싶다.

요즘 매일 근처 숲으로 가 산책도 하고 명상도 합니다. 시원한 나무 그늘 아래, 물이 흐르는 계곡 근처에서라면 한여름 무더위도 잊을 만합니다. 하지만 뜻하지 않은 불청객들로 눈살이 찌푸려지기도 합니다. 물이 흐르는 계곡마다 큰 바위마다 텐트를 치거나 돗자리를 깔고 장시간 술을 마시거나 화투를 치기도 합니다. 혼자 와서 웃통을 벗어젖히고 누워 라디오를 크게 틀어놓고 듣는 분도 있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을 피해 해가 지기 직전 땅거미 지는 어스름 저녁 무렵 숲으로 가게 되었습니다. 해 저무는 무렵에는 사람들이 거의 없습니다. 그런데 산길 모퉁이 좁은 길을 오르려다 깜짝 놀랐습니다. 큰 들개 한 마리가 길 위에 서서 저를 노려보고 있는 게 아닙니까? 그 후로 인적이 끊긴 숲길에 여러 마리의 개들과 조우하게 되었습니다. 아마도 유기견들이 이 숲에 모여 사나 봅니다. 그런가 하면 고양이들도 여럿 목격하게 되었습니다.

숲과 마찬가지로 나도 지구에 잠시 머물다 가는 손님입니다. 
by Geran de Klerk 출처 :https://unsplash.com/photos/Kcxv7Gz7wmw
숲과 마찬가지로 나도 지구에 잠시 머물다 가는 손님입니다.
사진 출처 : Geran de Klerk

비가 그친 숲길에서 실뱀이 한가롭게 지나가는 것도 보았습니다. 까마귀와 까치, 박새, 산비둘기, 꿩, 그 외에도 이름 모를 새들이 나무 위를 지나갑니다. 우거진 숲길을 헤쳐 들어갈 때 거미줄을 끊기 일쑤입니다. 수 많은 거미들과 개미들, 벌레들이 기어 다니고 있음을 압니다.

자리에 앉아 명상을 하면서 가장 성가신 것들은 모기들과 온갖 물것들입니다. 개미들도 몸속으로 자주 기어들어 옵니다.

명상에 잠기며 모기가 아프게 무는 것을 느낍니다. 속으로 ‘2~3번까지는 참을게. 너희도 먹고 살아야 하지 않겠니?’하고 말했습니다. 그것을 알아들었는지 더 이상 물리지 않을 때도 있고, 하지만 더 많이 물려서 기어코 눈을 뜨고 명상을 마칠 때도 있습니다.

어떤 때는 푸른 하늘과 하나가 되고, 푸른 숲과 하나가 되고, 우주와 하나가 되는 느낌이 너무 좋아, 모기가 물든 말든 괘념치 않고 계속 명상을 한 적이 있습니다. 그때 문득 깨달았습니다.

‘착각하지 마라. 얼굴 찌푸리지도 마라. 이 숲의 주인공은 내가 아니다! 숲이 좋아 저마다 찾아든 뭇 생명들 모두, 평등하게 머물다 가는 객(客)이다. 나도 그 수많은 손님들 중 하나일 뿐!’

숲과 마찬가지로 나도 지구에 잠시 머물다 가는 손님입니다. 여행지에서 묵었던 아름다운 숙소가 영원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머물다 떠나고 싶습니다.

화온(和溫)

화온이란 닉네임은 ‘따듯하게 화하다’란 뜻으로 세상 모든 존재들과 따듯하게 하나가 되고 싶은 마음이 들어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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