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2월 14일 보건복지부는 제6차 청년정책조정위원회에서 ‘가족 돌봄 청년 지원대책 수립방안’을 발표하였다. ‘영 케어러(young carer)’의 존재를 언론 보도나 시민 활동 영역에서만 언급해왔던 지금까지의 행보와 비교했을 때, ‘가족을 돌보고 있는 청년’을 영 케어러라고 공식적으로 명명했다는 점, 복지 대상자로 분류가 된 점에서 상당히 의의가 있다. 영 케어러에 대한 공식적인 인정과 지원 착수는 가시화되지 못했던 돌봄자를 공론장으로 유도하고, 젠더 편향적인 돌봄을 벗어나 다양한 돌봄자의 스펙트럼을 받아들이는 초읽기로 해석할 수 있다. 이 글은 정부의 영 케어러 첫 지원정책 발표에 맞추어 조금 더 세부적으로 영 케어러에 대한 정의와 역할을 밝히고, 일본의 지원정책을 소개하면서 이번에 시행될 영 케어러 지원정책에 대한 방향성을 제언하고자 한다.
1. 영 케어러의 정의와 역할
영 케어러(young carer)는 만성적인 질병이나 장애, 정신적인 문제나 알콜·약물의존을 가진 가족 등을 돌보고 있는 ‘18세 미만의 아동’ 또는 ‘젊은 사람(영 어덜트 케어러)’을 가리킨다(澁谷, 2017). 그러나 이 정의만을 두고 영 케어러 지원정책에 접근한다면 이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의 스펙트럼이 협소해지거나 지원방안에 한계가 발생할 수 있다. 돌봄 대상자와 케어러 당사자에게 놓인 ‘독박돌봄’의 상태가 가장 일반적으로 겪는 어려움이겠지만, 이외에도 돌봄으로 인해 공백이 생긴 가사노동, 경제활동, 돌봄 대상자 이외에 가족 보살핌(주로 어린 형제) 등을 일상생활에서 수행하는 어린/젊은 가족 구성원 또한 영 케어러로 분류된다. 즉, 반드시 직접적인 돌봄이 아니라 돌봄으로 인해 발생하는 간접적인 문제에 영향을 받아, 현재의 생애 이행기에 어려움을 겪는 어린/젊은 사람 또한 영 케어러라고 볼 수 있다.

일본의 후생노동성1은 영 케어러의 역할을 다음과 같이 정의하며 영 케어러의 스펙트럼을 넓은 관점으로 두고 있다. 이들은 영 케어러의 역할을 ① 돌봄 대상자를 보살피는 성인 가족원을 대신해서 가사노동 ② 아픈 가족을 대신해서 어린 형제자매를 돌봄 ③ 장애나 병이 있는 형제를 보살핌 ④ 눈을 뗄 수 없을 정도의 상태인 가족(주로 치매 등)을 신경쓰기 ⑤ 모국어가 제1언어가 아닌 가족이나 장애가 있는 가족을 위해 통역2을 함 ⑥ 가정의 경제 유지를 위한 노동 ⑦ 알콜, 약물, 도박 등의 문제가 있는 가족을 보살핌 ⑧ 암, 질환, 정신질환 등의 만성질환을 앓는 가족을 간호함 ⑨ 장애나 병이 있는 가족을 수발함 ⑩ 장애나 병이 있는 가족의 입욕, 배변 등을 보조함으로 나누어 설명하고 있다.
세부적으로 나눠진 ①~⑩은 상황이 동반되기도 하며 케어러의 연령, 젠더, 지역, 가족, 인종 등에 따라 필요한 서비스의 차이가 발생하는 지점도 있을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영 케어러에 대한 지원정책을 고안하기 이전에 이들의 스펙트럼을 넓게 규정하고 발굴, 지원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NHK에서 2021년 6월 1일자 <국가가 내놓은 4가지 영 케어러 지원정책은? (ヤングケアラー国がまとめた4つの支援策って?)>이라는 기사3를 정리하고 이를 바탕으로 향후 한국의 영 케어러 지원정책에 대해 제언하고자 한다.
2. 일본의 영 케어러 지원방안
1) 조기 파악
시부야(2021)는 영 케어러 본인이 가족을 돌보고 있다는 자각을 하지 못하거나 간병 문제를 외부로 노출시키는 것을 꺼린다고 설명한다. 이러한 영 케어러의 특성을 고려하여 영 케어러를 빠르게 발굴하고 지원하는 게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예를 들어, 아동·청소년의 경우 학교를 자주 결석하거나, 준비물을 자주 챙겨오지 못하거나, 숙제를 자주 못 하는 ‘징조’가 보인다. 이러한 아동·청소년 중에서 보살핌이 필요한 가족을 돌보고 있는 상황에 놓여있다면, 학교 상담사(한국의 경우 Wee 클래스)나 사회복지사와 연계하여 지자체가 제공하는 복지서비스와 연결해 준다. 또는 지자체에서 지역의 영 케어러 실정 파악을 목적으로 독자적인 실태조사를 추진한다. 다른 방향에선 조기 파악을 위한 지원책으로 교육관계자, 의료/복지/돌봄 관계자, 아동 위원 등을 대상으로 영 케어러에 대한 교육, 연수를 시행하여 영 케어러를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2) 상담 지원
영 케어러 실태조사(문부과학성, 2021)에 따르면 60% 이상이 누군가에게 상담받은 경험이 없다고 응답하였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SNS나 온라인으로 가족 돌봄을 경험했던 사람과의 상담을 진행할 계획이다. 또한 아동·청소년의 상담을 위한 학교 상담사, 사회복지사를 배치하고 복지서비스 외 민간 학습지원도 연계한다.
3) 가사와 육아 지원
영 케어러가 수행하는 역할 중에서 중학생, 고등학생 상관없이 모두 ‘형제 돌봄’이 높은 응답률을 차지하고 있었다. 이는 아픈 성인 가족 혹은 아픈 가족을 돌보느라 성인 가족의 공백을 대신해서 어린 형제를 돌보는 것으로 추정된다. 형제 돌봄을 시작한 시기는 ‘초등학생부터’라는 응답이 제일 높았으며, (어린 형제의)학교 및 어린이집/유치원 등·하원 역할이 제일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이외에 형제가 없는 외동의 경우 ‘가사노동’이라 응답하였다. 이를 고려하여 영 케어러 가정에서 가사와 육아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4) 돌봄(간병) 서비스
동거 가족의 질병 또는 장애 등으로 치료나 돌봄이 필요한 경우, 이미 사회복지사가 파악하고 있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어떤 (돌봄) 서비스를 이용 받을 수 있을지 검토할 때, ‘돌봄’을 해줄 수 있는 가족원(아동·청소년)이 있기에 이들에게 돌봄을 받을 수 있다’는 전제를 두기도 한다. 즉, 집에서 아픈 가족을 돌볼 수 있는 사람의 상황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단순히 ‘돌볼 수 있는 인력’이 충분하다는 이유만으로 돌봄 서비스를 이용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될 우려가 있다. 때문에 주돌봄자로 적절하지 못한 아동·청소년의 돌봄을 전제로 하지 않으며, 재가(在家)돌봄 서비스 제공 시 가정 상황을 충분히 검토하도록 지자체 등에서 관점을 전환해야 할 필요가 있다.
3. 한국의 영 케어러 지원 방향성
한국의 영 케어러 지원정책을 요약하자면, ‘발굴·조사·지원·관리·제도화’를 단계적인 수순으로 나아가며, 사회적으로 영 케어러 대한 인식을 확산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해당 지원정책에서 긍정적인 점을 설명하자면, ‘돌봄과 생계로 인해 학업이나 진로 탐색의 기회는 줄어들고, 미래에 대한 투자가 부족한 상황에서 결국 청년 개인의 생애가 취약해지는 빈곤의 악순환’에서 영 케어러의 가장 근본적인 문제점을 잘 파악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영 케어러의 표면적인 돌봄 문제를 넘어 해당 시기에 돌봄으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점의 핵심을 정확하게 캐치하였다. 또, 발굴·조사를 학교 안/밖 청소년과 대학생/일하는 청년으로 나눈 전수조사를 수행한다는 점에서 청소년/청년이 있어야 할 곳이 학교라는 사회적 편견을 벗어나 돌봄의 사각지대까지도 조사, 발굴하려는 노력을 확인할 수 있다. 한편, 지원정책에 관해서는 간과하기 어려운 점도 있다.
③ (관리) 가족 돌봄 청년에 대한 관리체계를 마련하기 위해 지자체, 병원, 학교를 연계하여 공적 안전망을 구축한다.
– 병원의 경우 의료사회복지사, 학교의 경우 교육복지사 및 교육복지 담당자가 상담을 통해 가족 돌봄 청년에게 필요한 돌봄 서비스, 복지·정서지원 등을 제공하고 지원 가능한 유관기관과 연결하며,
– 지자체에서는 학교, 병원 등에서 발굴된 대상자들에 대해 각종 서비스를 연계하는 등 긴밀한 연계 체계를 마련해 나갈 예정이다.
보건복지부 영 케어러 관련 보도자료(2022.02.14.)
이 과정에서 지원 및 관리는 지자체를 기반으로 학교, 병원 등과 연계를 강조한다. 일본의 영 케어러 지원정책에서도 복지, 돌봄, 의료, 교육 등 각각의 분야를 연계하여 영 케어러를 조기 발견, 지원으로 중점을 두고 노력하고 있다. 이러한 지원정책의 핵심은 ‘커뮤니티 케어’, 즉 돌봄(Care)을 필요로 하는 주민들이 자기 집이나 그룹홈 등 지역사회(Community)에 거주하면서 개개인의 욕구에 맞는 복지 급여와 서비스를 누리고, 지역사회와 함께 어울려 살아가며 자아실현과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사회서비스체계(보건복지부 보도자료, 2018.06.07.)인 ‘지역사회 통합돌봄’과 비슷한 맥락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한국 사회는 돌봄·복지와 보건·의료의 연계가 중요한 시스템 안에서 아직 커뮤니티 케어에 대한 과도기를 거치고 있으며, 영 케어러 지원에서도 이와 같은 어린/젊은 돌봄자의 지원 시스템이 학교(케어러가 학교 안에 있을 경우), 보건·의료 행정과 지자체의 연계로서 원활하게 이루어질지 우려된다. 또, 영 케어러의 지원을 안내하는 복지사가 별도로 있는 것이 아니라 사회복지공무원이 다른 업무를 포괄하면서 담당한다는 부분에서도 업무 가중에 대한 문제점도 간과하기 어렵다.
또 다른 관점에서 제언하자면 청년 담론에서 편향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수년 전부터 월별, 분기별, 연별 청년실업률이 매년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는 보도가 잦아지고, 헬조선으로 대변되는 우울한 청년 자화상이 오버랩 되면서 우리 사회는 ‘청년 종말론’을 우려할 정도로 청년정책과 청년 담론이 폭주하고 있다(임운택, 2020). 이러한 상황 속에서 영 케어러 문제는 청년과 돌봄의 교집합에서 출발할 수는 있다. 그러나 영 케어러는 돌봄, 가족, 시민, 젠더, 연령 등 다양한 문제와도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그러므로 청년과 돌봄이라는 두 영역으로 한정 짓는 것은 곤란하다. 영 케어러가 공식적으로 인정되는 초읽기 과정인 지금, 청년 담론의 이슈 파이팅을 넘어 돌봄의 영역으로 확장되어 지속해서 공론화될 필요가 있다.
※ 참고문헌
- 보건복지부 “지역사회의 힘으로 자신이 살던 곳에서 돌봄받는 나라”, 보도자료(2018.06.07.)
- 보건복지부 “가족을 돌보는 청년, 국가가 함께 돌보겠습니다.”, 보도자료 (2022.02.14.) 대학지성 오피니언. 임운택. 2020.01.05. “청년담론의 과잉을 경계하며 … 청년세대의 개별화 경향을 직시하자”.
- 오마이뉴스. 조기현. 2022.03.02. “아픈 가족을 돌보는 청년들에게 ‘이름’이 생겼습니다”
- NHK. 2021.06.01. “국가가 내놓은 4가지 영 케어러 지원정책은?(ヤングケアラー 国がまとめた4つの支援策って?)”.