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생명

사람들은 생명을 독립된 개별적 존재로 생각한다. 하지만 개체성이 강한 문화에서는 납득하기 어려울 수도 있지만 생명은 개체로 존재하지 않는다. 프리초프 카프라가 이야기 했듯이 어떤 개별 유기체도 단독으로 존재할 수 없다. 생명은 태초부터 다양한 형태로 공생하고 공진화하여 오늘에 이르렀다. 린 마굴리스는 모든 생물의 세포가 경쟁이 아닌, 서로 다른 종류의 세균의 융합에서 유래되었다는 ‘연속 세포내 공생이론(Serial Endosymbiosis Theory, SET)’을 제시하였다. SET는 역사와 능력이 각기 다른 세균들이 융합했다는 이론, 즉 하나됨의 이론이다. 태초의 생명 세균은 시간이 지나면서 매우 다양한 형태로 변이하였고 서로를 잡아먹는 경우도 발생하였다. 이런 포식 과정에서 먹힌 세균이 완전히 소화되지 않고 세균 내부에서 공생하는 관계를 형성하기도 하였다. 그 대표적인 경우가 엽록체와 미토콘드리아이다. 독립생활을 하던 엽록체는 다른 세균에 잡아먹힌 후 포식 세균과 공진화하여 식물로 진화하였으며, 산소 호흡을 하는 미토콘드리아는 산소 호흡을 할 수 있는 생물로 진화할 수 있도록 공진화 하였다. 모든 곰팡이, 식물, 동물은 세균 공생을 통해 진화한 각기 다른 원생생물에서 진화하였다. 이와 같이 장기간 지속적으로 공생 관계가 확립됨으로써 새로운 조직, 기관, 생물, 더 나아가 종이 생성되었는데 이것을 진화 용어로 ‘공생 발생(symbiogenesis)’이라고 한다.

자연계에서는 두 종 이상의 유기체가 상호 이익을 위해 친밀하게 협력하며 살아가는 것을 흔히 볼 수 있는데, 그런 관계를 통하여 그것들은 따로따로 생존하는 것보다 더 효과적인 경쟁자가 된다. 이 관계를 ‘공생(symbiosis)’이라고 한다. 태초의 세균도 다른 세균과 공생하고 공진화하며 생물의 다양성을 확장시켰다. 낯선 공간으로 확장해나갈 때 생물은 서로 협력하여 생명공동체인 공생명(共生命. communal life)이 됨으로써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데 서로 도움을 받았다. 마굴리스는 이와 같이 세포 내외부에서 이루어진 다양한 형태의 공생이 지니는 힘은 “진화의 원동력이며, 개체성을 확고하고 안정되고 신성한 무엇으로 생각하는 통념을 뒤흔들어놓는다”고 말한다. 마굴리스는 “생명은 자기 완결적이고 자율적인 개체라기보다는 오히려 다른 생물과 물질과 에너지, 그리고 정보를 서로 교환하는 공동체다. 숨을 쉴 때마다 우리는, 비록 느리기는 하지만 역시 호흡하는 생물권의 나머지 생물들과 연결된다”고 말한다. 유기체는 홀로 진화하고 홀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미생물이 있는 환경에서 미생물들과 공생과 공진화를 거쳐 오늘에 이르렀다. 그리고 또 공생명체로서 다른 유기체와 공생하며 살아간다.

이 글은 박종무 저 『우리는 동물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가』 (2021, 리수출판사)에 수록된 글의 부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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