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 어떻게 많이 먹어요?

오늘날 우리의 삶은 과도한 육식과 과도한 에너지 소비 등 다양한 과소비로 지탱되고 있다. 이러한 과도한 소비는 지속가능할 수 없으며 기후변화 등 다양한 문제를 야기한다. 우리는 우리 스스로의 소비를 줄여나가야 한다.

기후변화와 같은 생태문제는 우리 삶과 긴밀히 연관되어 있다. 그것은 우리의 밥상 위에도 올라와 있다.
기후변화와 같은 생태문제는 우리 삶과 긴밀히 연관되어 있다. 그것은 우리의 밥상 위에도 올라와 있다.

중고등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축산동물과 생태계에 대한 강연을 종종 한다. 학생들은 처음에는 축산동물과 생태계가 자신의 삶과 관계가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 그저 현재 기후변화와 같은 환경 문제가 심각하게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생태계 문제에 대한 강연을 교양 차원에서 듣는다고 생각하곤 한다. 하지만 강연이 끝나고 나면 그 모든 문제들과 자신의 삶이 무관하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된다.

오늘날 우리는 너무나 많은 고기를 먹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통계에 따르면, 한국인 1인당 육류소비량은 2017년 49㎏에서 2018년 52㎏으로 증가하였다. 1980년대 1인당 11.3㎏에 비해 500% 이상 증가한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증가는 현재 상태에 머물지 않고 2028년에는 59㎏까지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사람들은 이러한 증가를 우리나라의 경제가 성장한 결과라고 여기고 그 결과를 즐겨야 한다고 생각한다.

공장식 축산의 현실

사람들이 이렇게 고기를 많이 먹을 수 있게 된 것은 가축들을 좁은 공간에 밀집하게 사육하면서 가능해졌다. 이런 방식으로 좁은 공간에 고밀도로 사육하는 축산을, 사람들은 공장식 축산이라고 한다.

좁은 공간에 많은 사람이 있으면 스트레스가 높아진다. 내가 고등학교를 다니던 1980년대에는 한 반에 60명이 넘는 경우가 흔했다. 공간이 너무 좁아서 중간에 학생이 일어나기 위해서는 앞뒤의 학생이 약간씩 책상을 움직여야만 겨우 엉덩이를 빼는 것이 가능했던 그런 시절이었다. 그렇게 좁은 곳에 에너지가 끓어 넘치는 아이들을 가둬두니 아이들은 스트레스가 쌓이고 별 일도 아닌 것을 가지고 다툼을 하기도 하였다. 이처럼 인구밀도가 높아지면 스트레스가 높아지는 것은 불가피한 일이다.

산란용 닭은 한 마리 당 A4 한 장보다 작은 닭장 안에 갇혀 죽을 때까지 오직 기계처럼 알만 낳는다.
산란용 닭은 한 마리 당 A4 한 장보다 작은 닭장 안에 갇혀 죽을 때까지 오직 기계처럼 알만 낳는다.

가축들도 마찬가지이다. 양계장의 경우 최소의 비용을 들여 최대의 이익을 얻기 위해 좁은 닭장에 4~6마리의 닭들을 사육한다. 꼼짝하기도 힘든 곳에 있다 보니 닭들은 스트레스가 높아지고 그것을 해소하기 위해 옆의 닭을 피가 날 때까지 쫀다. 그것을 카니발리즘(cannibalism)이라고 한다. 그러한 행동을 예방하기 위해 하는 것이, 달걀에서 부화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병아리의 부리를 자르는 것이다. 돼지들 또한 좁은 공간에 많은 개체수를 사육하다보니 스트레스가 높아져서 다른 돼지의 꼬리를 물어뜯는다. 그것을 방지하기 위해 하는 것이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마취도 없이 새끼 돼지의 꼬리를 자르고 이빨을 뽑아버린다. 또 어미 돼지는 좁은 장소로 인해 스트레스가 많아지다 보니 새끼를 물어죽이거나 깔아죽이기도 하는데 그것을 막기 위해 몸을 꼼짝할 수 없는 스톨이라 불리는 쇠틀에 가둬서 키운다. 이런 축산 환경 자체가 닭이나 돼지들에게는 스트레스일 수밖에 없다. 오늘날 과다한 육식은 가축들에게 스트레스를 야기하는 이렇게 좁은 공간에 많은 개체수를 사육함으로 인해서 가능한 것이다.

또 전 세계적 규모로 이루어지고 있는 축산의 환경에 대한 영향은 매우 심대하다. 예전에 농가에서는 소, 돼지, 닭을 농업 부산물을 이용해서 사육했다. 그리고 그 배설물을 퇴비로 만들어 다시 농사에 사용하였다. 이렇게 농사와 가축을 사육하는 것이 순환적 고리를 이루면서 지속적인 농업이 가능했다. 하지만 현재 이루어지고 있는 공장식 축산은 옥수수와 대두를 이용해 가축을 사육하고 있다. 이 옥수수와 대두는 거대한 영농장비와 비료, 제초제, 살충제를 이용해 재배된다. 영농장비를 운용하고 비료와 제초제, 살충제를 사용해서 작물을 재배하기 때문에 1에이커의 옥수수를 생산하기 위해 302리터의 석유가 소비된다. 또 이러한 비료와 제초제, 살충제를 이용한 농업은 토지를 산성화 시키며 더 나아가 화학물질들이 토양에 축적됨으로 인하여 해마다 전 세계적으로 1,500만 에이커의 토지가 사막화로 소실되고 있다. 지구의 허파라고 불리는 아마존 밀림이 파괴되는 가장 큰 이유도 축산에 필요한 대두와 옥수수를 재배할 농지를 마련하기 위해서이다. 하지만 열대림의 땅은 표토가 얇기 때문에 몇 년간 대두와 옥수수를 재배하면 영양소가 고갈되어 더 이상 농작물을 재배할 수 없는 땅이 되어 끝없이 다른 밀림을 개간해야 한다. 이렇게 열대림을 파괴함으로 인하여 다양한 생물종의 서식지가 파괴되는 결과를 야기하여 종 다양성의 파괴에도 큰 역할을 하고 있다. 그 결과 2019년 UN의 보고에 의하면 지구 생물 중 50만~100만종이 멸종위기에 처해 있으며 야생에 존재하는 포유류 82% 가량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에 반해 지구상 전체 포유류의 생물량에서는 인류와 가축의 비율이 95% 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를 줄이는 것만이 답이다

이와 같이 오늘날 우리의 풍족한 육식은 단지 경제적 여유만 있으면 언제까지고 가능한 것이 아니라 가축의 고통은 말할 것도 없고 전 지구적인 환경 파괴를 담보로 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그 해답은 자명한 것이다. 우리의 과다한 육식을 줄여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학생들은 여기에서 딜레마에 빠진다. 학생들은 고기는 반드시 먹고 싶은 만큼 먹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학생들이 가장 많이 묻는 질문이 이것이다.

그럼 어떻게 많이 먹어요?

어떤 학생은 그 대안으로 유전자 공학을 이용하여 고기를 생산하는 나무를 개발하는 것이 해결 방안이라고도 이야기하고, 또 다른 학생은 공장에서 이런 저런 식품을 만들 듯이 고기를 만드는 방법을 연구하면 되지 않느냐고 제안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어떤 방법을 개발한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또 예기치 못한 문제를 발생시킬 가능성이 높다. 동물들의 고통을 줄이고 환경이 파괴되는 것을 막을 방법은 딱 하나 뿐이다. 그것은 육식을 줄이는 것이다.

이것은 다른 영역 또한 다르지 않다. 올해는 5월이 지나지 않은 시점에 30도가 넘는 기상 이변이 발생했다. 앞으로 이러한 현상은 점점 더 심해질 것으로 예측된다. 기후변화는 환경주의자들의 과도한 주장이 아니라 이제 기정사실로 확실해졌다. 이러한 상태로 만든 것은 앞의 전세계적인 과다한 육식의 영향도 있지만 또 과다한 에너지의 사용도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원전과 석탄발전의 비중이 전체에 에너지원의 72%를 차지한다. 그 중에 원전은 26.0%나 된다. 이 원전 비율은 미국, 중국, 러시아에 이어 세계 4위에 해당한다. 석탄발전의 환경에 끼치는 영향도 있지만 원전은 다양한 심각한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그렇기에 석탄과 원전은 그 비율을 줄여나가야 하며 원전의 경우는 빠른 시일 내에 탈원전을 모색하여야 한다. 이런 이야기를 하면 원전 찬성론자들은 묻는다.

그럼 에너지를 어떻게 충당하나요?

그러한 질문에 대한 대안으로 환경단체에서는 태양광이나 풍력과 같은 대체 에너지를 제시하기도 한다. 물론 대체에너지원으로 태양광이나 풍력에 대한 연구는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하지만 그 이전에 현재의 과도한 에너지 사용을 과감하게 줄여나가야 한다. 그 방법만이 현재 심화되고 있는 기후변화를 그 나마 완화시킬 수 있는 토대가 될 것이다. 과도한 소비, 그것을 지속적으로 충당한 방법은 없다. 지속가능성은 소비를 줄여 자연에 부담을 줄이는 것에서만 답을 찾을 수 있을 뿐이다.

박종무

지구 생명의 근원은 해님이라고 믿는 생태주의자. 해님의 에너지를 받는 지구 모든 생태 구성원들이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을 희망한다. 특히 동물들이 생태구성원으로 존중받으며 살아갈 수 있기를 희망하며, 아픈 동물을 치료하고 동물을 존중하는 문화를 만들기 위해 애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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