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톺아보기] ⓵계속되는 폭염 속 새로운 문화

기후변화의 이모저모를 살펴보는 [기후변화 톺아보기] 시리즈를 매달 1회씩 앞으로 약 10회에 걸쳐 진행할 예정이다. 그 첫 번째 순서는 ⓵계속되는 폭염 속 새로운 문화이다. 도래할 기후변화 상황이 사람들에게 던지는 핵심적인 공포는 의학적으로 견딜 수 없는 폭염 속에서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대체 얼마나 더워지는 것일까? 더위를 막지 못하여 그 기후가 정말로 이 세계의 온도로 자리 잡는다면, 그때를 위하여 무엇을 준비해야 하고 어떤 모습으로 삶의 문화를 바꿔야 하는 것일까?

충남 공주시에서는 새로운 농업 소득원으로 아열대 과일인 파파야를 시험 재배하고 있다. 온난화의 영향으로 열대 과일 한계선이 북상하며 서울이 방콕처럼 변화할 때, 방콕은 어디처럼 변할까?
(한국농어민신문, 2017.10.17. 충남 공주서 그린 파파야 노지재배 가능
http://www.agrinet.co.kr/news/articleView.html?idxno=156288)
충남 공주시에서는 새로운 농업 소득원으로 아열대 과일인 파파야를 시험 재배하고 있다. 온난화의 영향으로 열대 과일 한계선이 북상하며 서울이 방콕처럼 변화할 때, 방콕은 어디처럼 변할까?
한국농어민신문, 2017.10.17. 충남 공주서 그린 파파야 노지재배 가능

기후변화가 가져오는 여러 가지 문제들 중에서 가장 핵심적인 지구 환경에 대한 스트레스는 지구가 너무 뜨거워진다는 것이다. 한반도가 아열대화 되어 경기권에서 파인애플을 재배할 수 있다는 식의 변화상에 관한 이야기를 흔히 듣게 된다. 만일 열대지방의 위도가 10~20도 정도 북상하는 수준의 변화라면 ‘조금 더 더운’ 동남아시아의 삶에 한반도 주민들이 적응을 하면 될 일이다. 필자는 여기서 지구의 온도가 어떤 수준으로 상승하는지에 대해 말해 보고자 한다.

온도 상승을 저지하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이야 말할 필요도 없이 탄소배출량 감소일 것이다. 하지만 배출량 억제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지구온도가 상승하는 환경에 적응을 하기 위한 작은 규모의 에너지 대책과 적은 에너지 소비에 적합한 문화에 대해 대강 정리해 본다.

인간이 견딜 수 있는 온도는 의학적으로 이미 정해져 있어

모든 포유류들처럼 인간 또한 항온동물로서 일정하게 자신의 체온을 유지해야 한다. 추울 땐 몸 스스로가 열을 만들어야 하고 더울 때에는 외부로 열을 발산시켜 온도를 낮춰야 한다. 온도를 낮추는 방법은 공기를 냉매로 하여 피부로부터 열을 방출하는 방식이다. 따라서 외부 온도가 현재 적도지대처럼 고온인 경우에는 열 방출이 어렵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지 않다. 그렇다면 외부 온도가 몇 도인 경우에 인간은 건강상의 위험에 빠지게 될까? 신체 온도보다 11~12℃ 높은 경우 사람은 사망에 이르게 된다고 한다. 이는 외부온도가 47~48℃인 경우를 말한다.

지구 평균온도가 산업화 이전 온도보다 5℃ 상승 시(현재 1℃ 상승) 미국의 주요 지역은 어떤 상황이 될까? 미국의 남부 미시시피 하류 지역은 새벽 6시부터 노동이 불가능한 온도가 된다. 뉴욕은 현재의 바레인과 같은 온도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바레인은 2017년 현재 여름철 온도가 45~47℃에 달한다.) 이는 그늘에서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잠을 자고 있는 사람조차 견디기 힘든 환경임을 뜻한다. 하지만 단순한 온도 변수 이외에 습도까지 고려하는 경우에는 더욱 심각해진다. 대기 중 습도가 극단적으로 높은 경우 35℃ 수준에서도 체온의 유지 기능이 교란되어 사망할 수도 있다.

1980년 이후 세계 여러 나라에는 열파가 50배 증가하여 16세기 이후 가장 따뜻한 여름은 2002년 이후에 집중되어 있다. 파리기후협정의 목표를 달성하여 지구 평균온도를 1.5℃에 묶어 두는 경우에도 지역에 따라 살인적인 폭염이 발생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인도와 파키스탄의 여러 도시들은 2015년 수천 명의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던 치명적인 무더위를 일상적으로 겪게 될 것이다. 2003년 유럽에는 하루 2000명이 사망하는 폭염이 발생했다. 프랑스에서만 14,000명, 그리고 유럽 대륙 전체에서 35,000명의 피해자를 낳았다. 일반적인 예측과 달리 사망자들 중에는 건강한 노인들 다수가 포함되어 있었다.

만약 평균기온 4℃ 상승 시 2003년 폭염이 평범한 여름철 기온이 될 것이다. 폭염의 빈도는 현재 대비 100~250배까지 증가하게 되어 새벽이나 야간까지 폭염으로 고통을 받을 수 있다. 세계적으로는 7억 5천만 명이 인간으로서는 생존하기 힘든 고온다습한 열폭풍에 노출될 것으로 보인다. 중남미, 아프리카, 태평양 여러 국가들은 21세기말이 되면 12월~1월의 겨울온도가 오늘날 한여름보다 더 더울 것이라고 세계은행은 예측했다.

1℃ 상승한 지구의 폭염은 이미 충분히 살인적

지금까지 겪었던 무더위의 사례는 더 있다. 1998년 인도에서는 하루 2,500명이 사망, 2010년 모스크바에서는 매일 700명이 죽는 폭염으로 그해 총5만 5천 명이 사망, 2016년 이라크는 5월 37℃, 6월 43℃, 7월 48℃에 달했고 한밤중에도 37℃가 넘는 극단적 사례 등이 있었다. 이슬람 시아파 교도들은 비정상적인 온도 상승에 대해 미국이 전자기 공격을 했다고 주장했고, 많은 경우 그것을 믿기도 했다. 같은 해 파키스탄은 연중 35℃ 이상의 고온이 120일 이상 계속되어 사망률이 크게 증가한 사례도 있다.

2015년 아랍에미레이트는 초고온인 72℃를 기록하기도 했다. 따라서 2050년 이전에 이슬람교도들의 메카 순례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연간 200만 명 이상의 종교적 순례 행렬은 역사 속으로 사라질 예정이다. 엘살바도르 사탕수수 지역 남성의 25%는 만성 신장 질환을 앓고 있다. 뜨거운 농장에서 일하는 과정에서 탈수를 반복적으로 경험하면서 신장에 큰 부담을 준 결과이다. 현재 전체 인구의 30%는 연간 20일 이상의 극단적 폭염에 노출되지만 2100년에는 65% 이상의 인구가 그 이상의 열폭풍 속에서 살아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

2019년 5월 19일 이라크 Alsumaria 뉴스가 보도한 바그다드 도심 거리는 벌써부터 한여름 폭염 속이다. 온도계를 만들 때의 상식을 초과해 버린 현실에서의 온도는 55℃. 이라크의 바그다드는 10년 후, 20년 후 어떤 모습으로 그곳의 사람들을 품게 될까?
2019년 5월 19일 이라크 Alsumaria 뉴스가 보도한 바그다드 도심 거리는 벌써부터 한여름 폭염 속이다. 온도계를 만들 때의 상식을 초과해 버린 현실에서의 온도는 55℃. 이라크의 바그다드는 10년 후, 20년 후 어떤 모습으로 그곳의 사람들을 품게 될까?

도시는 더 빨리 고온 문제를 만나게 될 것이다. 아스팔트, 콘크리트 등이 흡수한 열은 자연적인 조건에서의 온도보다 열을 증폭시키기 때문이다. 낮에 흡수한 콘크리트의 열이 야간에 배출이 되면 도시는 5.5℃ 정도의 온도 상승이 되는 것으로 계산된다. 이와 같은 열섬효과로 평균기온 35℃ 이상의 도시는 현재 세계적으로 350개 정도 되지만 2050년에는 1000개 가까이 증가하게 된다. 이 경우 도시의 높은 인구 밀도로 인하여 치명적 열기에 노출된 사람의 숫자는 8배가량 증가하여 16억 명 정도의 인구가 한해 평균기온 35℃ 이상에서 생활하게 된다는 의미이다.

IPCC는 이산화탄소 감축 노력을 지속적으로 한다는 전제 하에 2100년에 4℃ 정도의 상승을 예측한다. 그에 앞서 현재의 배출량이 지속되면 2040년까지 1.5도를 넘을 것이다. 하지만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이 즉시 멈춘다하더라도 지구 평균 온도는 0.5℃가량 자연 상승하는 것을 더하면 2040년이면 2℃가 상승된다고 봐야한다. 하지만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정체되기는커녕 2018년, 세계는 4%의 탄소배출량 증가폭을 보여주었다. 2040년까지 2℃ 억제는 쉽지 않을 수 있다는 뜻이다.

물, 공기, 흙, 에어컨…… 인간의 삶에 당연히 있어야 하는 것들

현재 하루 70만 배럴의 석유가 에어컨을 가동하기 위하여 소비된다. 이미 전 세계 전략 소비량의 10%는 에어컨을 가동하는 데 소비되고 있다. 2030년까지 7억대 이상의 에어컨이 추가로 설치될 예정이며, 따라서 2050년까지 에어컨 가동에 필요한 전력 수요는 3~4배 가량 늘어날 것이다. 에어컨을 통한 기후적응은 올바른 선택은 아니지만 현실적으로 에어컨 가동의 확대는 불가피해 보인다.

문제는 국내 전기 생산의 65% 이상이 화학연료를 바탕으로 생산된 전기이며, 재생에너지는 6% 미만이라는 사실이다. 에어컨의 양적 증가는 곧 탄소배출량 증가를 뜻한다. 인간의 에어컨 사용은 기후변화 가속화의 또 다른 원인이 된다. 따라서 재생에너지 생산 확대를 통해 탄소 배출 없는 에어컨 가동을 현실화해야 한다.

더불어 경제적인 상황 변화 또한 대중들에게는 커다란 위협 요인이 아닐 수 없다. 세계적으로 탄소세를 포함한 화석연료 소비 억제 대책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경우 에너지 가격은 상당한 수준으로 인상될 전망이다. 에어컨 가동이 생존의 필수적인 조건이 될 경우, 인상된 비용을 대중들이 감당할 수 있을까? 만일 다수 대중들이 에너지 빈곤층으로 내몰릴 경우 경제적인 이유로 에어컨 가동을 할 수 없는 인구는 얼마나 될 것인가?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 – 부족한 재생에너지로 무엇부터 해야 하는가?

15kw 태양광 패널의 크기는 작은 집의 지붕을 꽉 채우는 규모이다. 15kw는 한달에 최고 1500kw의 전력을 생산하여 현재 서울의 평범한 한 가족이 냉난방을 포함한 에너지 소비를 충족시킬 수 있다. (Sunway Solar Energy 홈페이지)
15kw 태양광 패널의 크기는 작은 집의 지붕을 꽉 채우는 규모이다. 15kw는 한달에 최고 1500kw의 전력을 생산하여 현재 서울의 평범한 한 가족이 냉난방을 포함한 에너지 소비를 충족시킬 수 있다. (Sunway Solar Energy 홈페이지)

100㎡ 수준의 주거 공간을 에어컨 가동을 포함한 필요 전력량과 이를 생산하기 위한 태양광 패널은 몇 Kw가 확보되어야 할 것인지에 대해 대략적으로 정리해 본다. 생활(350kw), 전기차 충전(300kw), 냉방(400kw), 난방(500kw) 정도라고 본다면, 1000~1200kw 수준의 에너지가 요구된다. 요즘 보조금 지급의 기준이 되는 3kw 태양광 패널로는 한달에 250~300kw 정도의 전력 생산이 가능하므로, 12~15kw의 태양광 패널을 설치한다면 한 가족의 에너지 소비 전부를 충당할 수 있다. 현재 이 정도 태양광 발전 시설을 설치하고자 한다면 금액 기준 2500만원, 면적 기준으로 30평 정도가 필요하다. 태양광 산업의 발달에 따라 금액은 꾸준히 감소하고 그 면적도 소폭 하향이 가능할 것으로 예측된다. 물론 한국처럼 도시·아파트 중심의 주거 환경 하에서는 개별 가정이 에너지 독립을 실현하기에는 무리가 있으나, 투자 금액을 기준으로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독일에서 에너지 감축을 위한 계획을 수립하는 데 있어서 가정용 에너지 부문 감축을 우선 과제로 설정했다고 한다. 그것은 지금 당장 단열 강화, 태양광 설치 등을 통해 가정 부문의 에너지 소비, 다시 말해 가구에서 발생하는 탄소 생산을 실천적으로 제로로 만드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100㎡, 즉 약 30평의 공간을 4인 가족 이상의 사람들이 함께 사용해야 한다. 공동 주거라는 문화적 처방을 통해 1인당 소비 에너지 수요를 낮춰야 한다. 사용하는 에너지 전부를 화석연료에서 재생에너지로 전환하기까지 소요되는 시간에 비해 현재 상황이 급박하기 때문이다. 2050년까지 탄소 배출을 제로로 만드는 것은 전시상황에 준하는 긴급 대책에 의해서도 달성하기 쉽지 않은 목표이기 때문에, 신재생 에너지로의 전환은 물론 총 사용에너지 자체를 극단적인 속도로 감축해 나가지 않으면 안 된다. 그리고 에너지 사용의 우선순위를 정할 때 그 기준은 “이 땅의 ‘사람’을 살리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가?”가 되어야 한다. 열폭풍으로부터 사람들을 지켜내는 데 필요한 에너지가 최우선적으로 고려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곳에서는 ‘어쩔 수 없이’ 공동체를 다시 만들어내고 책을 읽고 장기를 두고 기타를 치며 노래 부르는 생활, 에너지를 사용하지 않고서도 즐거울 수 있는 지나간 생활 문화를 다시 만지작거리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함께 모여서 사는 형식은, 오래된 공동체부터 1~2개월 단기 셰어 하우스까지 지역과 문화를 막론하고 어디서든 운영 중이다. 사람들이 모이는 이유는 그것이 더 즐겁기 때문이다. 에너지 위기의 시대에는, ‘놀기 위해’ 모였다 깨져 보았던 그 사치스러운 경험들이 지금보다 더 중요한 가치를 가지게 될 것이다.

두더지

쌍둥이를 낳아 공동육아를 시작했다. 그곳에서는 서로를 별명으로 부른다 하여 나를 상징할 수 있는 동물을 찾다가, 나는 어두운 곳에서 웅크리고 살고 있는 사람 같아 두더지라고 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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