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톺아보기] ⑤ 기후위기 대응과 인플레이션

유럽정부는 탄소국경세의 내용을 일부 발표했다. 탄소 배출량에 따라 부과되는 세금은 유럽 내 물품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것이다. 2026년에도 여전히 철강, 알루미늄, 시멘트 등의 생산과정에서 이산화탄소는 배출될 것이고, 여기에 부과되는 비용은 물품 가격에 반영될 것이기 때문이다. 현재 1톤당 30유로의 탄소비용은 향후 200유로 이상을 예상하는 경제학자들의 주장처럼 상당한 수준의 인상이 예상된다. 대중들의 구매력 하락에 따라 상품 소비는 감소될 것이다. 소비 감소에 따른 생산 위축이 곧 탄소배출량 감소임을 2020년 코로나19 상황에서도 경험했었다. 203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치가 달성되기를 희망한다.

기후위기가 대중의 피부에 확실하게 와 닿는 때란, 지구적 규모에서의 식량위기와 주요 선진 국가 내에서 인플레이션이 상당히 진척되어 대중들의 물질소비 수준에 심각한 하락이 왔을 때라고 생각된다. 동물과 식물에게는 진화의 속도를 초과하는 기온 상승 자체가 문제이겠지만, 인간은 임계 온도가 도대체 몇 도인지 합의하기에 어려움이 있다. 연중 가장 살인적인 시기를 에어컨이 켜진 실내에서 ‘재택근무’와 ‘거리두기’ 등을 통해 ‘이겨내며’ 현재의 물질문화를 마지막 순간까지 지키려 애쓸 것이다. 하지만 온실가스 배출을 줄인다는 것은 대체재의 경우에는 ‘전환’의 문제이지만, 대체가 어려운 물질에 대해서는 ‘감축’만이 해법이다. 정부가 대중들의 미시적 소비성향에 직접적으로 개입할 수 없는 현실을 고려할 때, 상품 가격의 점진적 인상, 즉 인플레이션을 통해 구매력 하락을 유도하는 방향으로 진행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분배의 문제, 혹은 돌봄과 서비스 중심의 경제활동으로의 이행은 추가적으로 논의해 볼만한 과제이나 이 글에서는 기후위기와 인플레이션에 대해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인플레이션은 결과적으로 대중들을 가난하게 만들며, 구매력을 감소시킨다. 따라서 자연자원의 소비 감소를 성공적으로 달성할 수 있는 시장주의적 해법임은 틀림없어 보인다.

지난주 EU집행위원장은 유럽판 그린뉴딜 ‘Fit For 55’를 발표했다. 2030년까지 1990년 탄소배출 기준 55%를 줄인다는 의미로 ‘유럽 경제를 탄소배출 55%’에 맞춘다는 목표내용을 담고 있다. 여기서 자유무역 체제와 관련하여 주목할 사항은 말로만 무성하던 탄소국경세의 내용이다. 공식적으로 탄소 국경 조정 메커니즘(CBAM)으로 알려진 이 부담금은 글로벌 기후 행동을 가속화하는 동시에 유럽 내 기업이 탄소배출을 규제가 덜 엄격한 비EU 국가로 사실상 이전하는 것을 방지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탄소 누출 위험이 높은 것으로 간주되는 5개 부문(철강, 시멘트, 비료, 알루미늄, 발전)에 우선 적용된다. 2023년부터 2025년까지 기업은 제품에 포함된 배출량만 보고하며 2026년부터 실질 관세가 적용된다.

탄소비용을 높일수록 탄소배출량은 줄어든다. 미국의 2030년 목표치 3300억톤 배출 달성을 위해서는 톤당 50달러 정도로 책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영국중앙은행이 책정한 적정 금액은 160달러로, 큰 폭의 시각차를 나타내었다. by Rhodium Group https://www.energypolicy.columbia.edu/research/report/energy-and-environmental-implications-carbon-tax-united-states
탄소비용을 높일수록 탄소배출량은 줄어든다. 미국의 2030년 목표치 3300억톤 배출 달성을 위해서는 톤당 50달러 정도로 책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영국중앙은행이 책정한 적정 금액은 160달러로, 큰 폭의 시각차를 나타내었다.
사진 출처 : Rhodium Group

그렇다면 2026년부터 한국이 부담하게 될 관세는 어느 정도일까?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유럽연합 내 탄소 1톤당 가격인 30유로를 기준으로 연간 1조 2200억원 정도의 부담금을 예상했다. 이 금액은 철강 수출 1조 7000억원, 알루미늄 수출 2100억원을 더한 수출 총액의 61%에 달하는 금액이다. 대략 2조원의 대EU 수출에 대해 1.22조원 부담이라면 한국산 수출품의 가격 경쟁력은 아예 없다 봐야한다. 수출을 하겠다면 생산과정에서의 탄소를 경쟁국 수준까지 줄여야 수출이 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이는 1톤당 30유로를 기준으로 계산된 것인데, IETA(International Emissions Trading Association) 발표에 따르면 2021~2025년의 탄소 1톤의 예상금액은 47유로, 2025~2030년에는 58유로로 예상된다. 그렇다면 2조원의 수출을 위하여 2조 4천억원의 국경탄소세를 부담하게 된다는 계산도 가능하다.

탄소국경세의 기준이 되는 탄소배출권의 가격은 어느 정도가 적정한가? 적정성을 셈할 수 있는 기준은 가격의 수준이 2030년 그리고 205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치를 달성할 수 있는가 일 수 밖에 없다. 2018년 Columbia University의 Center on Global Energy Policy(CGEP)의 연구에 따르면 1톤당 50달러 정도의 탄소가격 정책으로 2030년 온실가스 목표치를 달성할 수 있다는 결과가 있다. 당시 탄소배출권이 1톤에 10달러 초반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급격한 인상을 제안하는 연구결과다. 탄소세 설계를 통하여 탄소소비(즉 생산과 소비) 및 에너지, 교통체계 등에 간접적으로 개입함으로서 거시적 온실가스 배출량을 감축할 수 있다는 예측 결과이다.

그러나 윌리엄 노드하우스는 2.5℃ 유지를 위한 탄소세는 2050년 평균 160달러에서 최대 200달러 이상1이라고 했는데, 이것을 뒷받침 하듯 스탠포드 연구소는 220달러 주장했고2 2021년 6월 8일 영국 중앙은행은 160달러(10년 내)를 적정 가격으로 발표했다.3 앞에서 언급된 50~70달러의 탄소가격은 지나치게 저렴한 정치적인 금액이 아닐 수 없다.

지속가능한 경제는 고물가 시대가 될 것임이 틀림없다. 그래서 더 오랫동안 사용하고 더 함께 사용하는 시대에 적응하지 않으면, 그저 없이 살아야 한다.  by pixnio Bicanski https://pixnio.com/free-images/2019/10/18/2019-10-18-10-11-49-1200x800.jpg
지속가능한 경제는 고물가 시대가 될 것임이 틀림없다. 그래서 더 오랫동안 사용하고 더 함께 사용하는 시대에 적응하지 않으면, 그저 없이 살아야 한다.
사진 출처 : pixnio Bicanski

탄소가격의 급격한 상승은 강한 인플레이션 원인이 아닐 수 없다. 2021년 178호 녹색평론 「지속가능성을 위한 경제의 과제」라는 문건에서 탈탄소 경제로의 전환은 금융부분의 투자자금이 지속적으로 공급되어야 이루어진다고 주장하면서 연간 8% 정도의 인플레이션을 가이드라인으로 제시하고 있다. 이 주장의 근거는 따로 제시하고 있지 않지만 비슷한 주장은 여러 경제학자들에 의해 반복된다. “net zero로의 전환, 지속 가능한 세상으로의 전환은 인플레이션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4 유럽중앙은행(ECB)에서도 식량가격, 에너지가격 상승, 사막화와 해수면 상승 따른 토지부족 등의 이유로 인플레이션을 예상한다. 장 피사니 페리와 같은 경제학자는 ‘지속 가능성으로의 급속한 전환이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1973년 석유 위기의 격변과 유사할 것이라고 추정’한다. 이는 인플레이션이 장기화되는 상황을 뜻한다.

유럽정부와 같이 미국 또한 탄소세 논의와 탄소국경세 준비가 한창이다. 역내 기업은 탄소세, 해외기업은 탄소국경세라는 막대한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상황은 몇 년 내에 현실화될 것이다. 국제 사회의 책임 있는 국가의 정책 변화를 환영하며 조세 개입을 통하여 탈탄소 체제로의 전환이 가속화되기를 기대한다. 조세 부담의 증가에 따라 기업에 부과되는 탄소비용은 상품 원가에 포함될 것이며, 이는 인플레이션 요인임이 분명하다. 시장은 수축될 것이며 국내 생산단가와 수입물가 모두 상승하게 될 것이다. 유럽 국가들은 제조업 국가에서 저렴하게 수입해 쓰던 상품에 탄소로 대표되는 환경에 대한 실질 비용을 지불하는 첫 경제단위로 기억될 것이다. 더불어 대중의 빈곤이 한 사회의 좋은 삶을 가로 막지 못한다는 모범적인 사례를 만들어 주길 기대해 본다.


  1. <기후카지노> 331쪽.

  2. 링크

  3. 링크

  4. 링크

두더지

쌍둥이를 낳아 공동육아를 시작했다. 그곳에서는 서로를 별명으로 부른다 하여 나를 상징할 수 있는 동물을 찾다가, 나는 어두운 곳에서 웅크리고 살고 있는 사람 같아 두더지라고 정했다.

댓글

댓글 (댓글 정책 읽어보기)

*

*

이 사이트는 스팸을 줄이는 아키스밋을 사용합니다. 댓글이 어떻게 처리되는지 알아보십시오.


맨위로 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