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톺아보기] ⓷ 기후변화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

기후변화를 위기라고 부를 때, 그것이 대중들에게 가장 두렵게 다가오는 부분은 바로 경제적인 문제이다. 기후변화로 인한 재앙을 막기 위해서 인류는 더 이상 이산화탄소를 지금처럼 배출할 수가 없다. 그것은 곧 탄소를 기반으로 한 현재의 문명을 더 이상 유지하기 어렵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2045년 탄소배출을 멈춘다는 것이 경제적으로 어떤 상황을 초래하게 되는지에 관하여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시장경제체제를 살아가는 모든 삶의 전제조건 중 하나는 바로 “시장에 가면 다 있다”는 믿음이다. 붕괴를 경험한 모든 사회는 바로 이 믿음이 흔들리면서 시작된다. 상점 앞에 빵 하나를 사기 위해 줄을 서던 1990년대 모스크바의 풍경은 곧이어 체제 붕괴로 이어졌다. 시리아를 벗어난 난민들이 자기 국가사회의 붕괴를 경험하게 된 첫 사건은 바로 시장에 상품이 없는 순간이었을 것이다. 베네수엘라의 수도 카라카스 주민들이 시장에 가서 생필품을 구할 수 없게 되는 순간, 그들은 어쩔 수 없이 다른 도시를 전전하는 내부난민이 되거나 이웃나라의 국경으로 발걸음을 내딛지 않을 수 없다.

기후변화를 위기라고 말한다. 기후변화가 그저 더 더운 세계가 아니라 경제붕괴의 모습으로 우리들의 삶을 뒤흔들 것이다. 그것은 탄소소비 경제의 붕괴, 다시 말해 성장시대의 종언이라는 모습으로 우리의 삶을 바꾸게 될 것이다.

“시장에 가면 다 있다” 생필품 공급에 문제가 생기는 순간, 도시 대중들의 일상은 유지되지 못한다.
“시장에 가면 다 있다” 생필품 공급에 문제가 생기는 순간, 도시 대중들의 일상은 유지되지 못한다.
출처 : daria shevtsova

경제성장의 역사는 곧 화석연료 연소의 역사

냉전 종식 이후의 세상에는 하나의 진리가 있다. 경제 성장이 우리를 구원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2008년의 금융위기 이후, 새로운 경제학자들은 금융자본주의를 비판하면서 새로운 주장을 펴기 시작했다. 경제발전은, 금융 투자라는 이름으로 일어나는 화폐의 이동에 따라 성취되는 것이 아니라 화석연료 소비에 의하여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화석 연료 소비 이전 시대였던 1000년 전이나 500년 전에는 시대에 따른 물질적 생활수준에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석탄을 사용하기 시작한 18세기 이후 인류는 과거 생명체들의 무덤으로부터 막대한 에너지를 ‘해방’시킴으로써 이전 세대들과 비교할 수 없는 물질적 소비를 할 수 있게 되었다.

특히 서구 선진국 사람들은 인류가 모험, 혁신, 투자 등의 결과로 진보하고 있다고 믿고 있다. 증기기관, 컴퓨터 등을 발명한 몇몇 창조적인 과학자들이 기술 혁신을 이루고, 자본가들이 그것을 생산현장에 투입함으로써 자본주의 시스템이 끊임없이 발전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안드레아스 말름(Andreas Malm)과 같은 학자들은 여기에 동의하지 않는다. 인류의 독창적인 혁신이란 화석 연료를 전제로 하지 않고서는 실현될 수 없다는 것이다. 기업가적 인간이 그들의 손으로 석탄과 석유를 캐어 내기 전에, 이미 땅 속에 석탄과 석유가 있어야 했다.

지구 역사의 초기에 생성된 식물과 작은 생명체들의 변형된 모습인 화석연료로부터 마치 레몬의 즙을 짜내듯이 탄소를 짜내었다. 석유는 인류 이전의 존재들이 남겨 놓은 과거의 유산이다. 지구는 수억 년 이상 방해받지 않고 에너지를 축적해 왔고 인간은 그 창고를 발견하자마자 즉시 약탈을 시작했다. 1968년에 역사가 에릭 홉스봄(Eric Hobsbawm)은 “산업혁명의 역사를 쓸 때, 면화의 이야기로부터 시작하곤 한다. 만일 오늘날 다시 산업혁명의 역사를 쓴다면 화석연료의 이야기가 면화보다 먼저 나오게 될 것이다.”라고 말한다.

성장의 전 과정은 화석연료의 연소와 거의 완벽하게 일치하고 있다. 서구세계는 여러 세기동안 비교적 안정적인 번영의 경험만을 가지고 있다. 적어도 일부 서구 문명권에서는 시간이 흐르면 세상은 성장·발전하게 되어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2100년, GDP 50% 수축의 시대

농경시대에는 할아버지, 아들, 손자 시대의 물질적 변화가 거의 없었다. 지속적인 성장은 예외적인 시대이다.
출처 : Rattasat

인류의 물질적 발전을 이끌어온 화석연료를 이제 지층에 그대로 놔두어야만 하는 시대가 왔다. 지금처럼 매년 330억 톤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할 수는 없는 것이다. 버클리 캘리포니아 대학교(University of Berkeley) 공공정책 경제학 교수인 솔로몬 시앙(Solomon Hsiang)은, 모든 자본주의 물질적 성과가 화석연료로부터 온다는 근본주의자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미 진행되고 있는 온난화에 따라 경제적 후퇴는 불가피하다고 차갑게 주장한다. 그의 예상 수치는 금세기 말까지 세계적으로 1인당 23%의 GDP 감소를 예상하고 있다. 연구에 따르면 기후 변화에 따라 2100년까지 전 세계 GDP의 20% 이상 감소하며 극단적인 상황에서는 GDP를 50% 이상 낮출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역사적으로 경험했던 불황과 비교해 보면, 1930년대 대공황은 GDP를 약 15% 감소시켰으며, 1997년 대한민국의 외환위기는 6.7%, 2008년의 세계적 금융위기는 약 2% 감소를 기록했다.

하지만 우리는 그 숫자로 표현되는 이와 같은 경제적 재앙의 규모를 이해하기 어렵다. 실업률과 경제성장이 한 사회의 가장 중요한 지표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서구 세계는, 지금까지 경제의 안정적인 성장에 익숙해져 왔다. 따라서 30년 내내 마이너스 성장을 한다거나, 23%의 경제적 수축이 무엇인지 이해할 수 있는 역사적 경험이 없다. 1960년대 경험했던 7% 고도성장이 무엇인지는 알지만, 매년 계속 반복되는 경제 수축의 사회적 풍경을 상상하기는 매우 어렵다.

자산의 상실, 전쟁과 닮은 기후변화

지역별 편차도 존재한다. 캐나다, 러시아, 스칸디나비아, 그린란드와 같은 최상위 북반구 지역은 따뜻해지는 기온으로 생산성을 향상시킬 수 있는 곳도 예외적으로 존재한다. 그러나 유럽과 미국, 중국 등이 포함된 중위도 대부분의 지역은 잠재적 생산량의 거의 절반을 잃게 된다. 적도 부근에 위치한 아프리카, 멕시코, 브라질, 인도 및 동남아시아의 손실은 최대 100%에 이를 때까지 악화된다. 특히 인도는 전 세계 모든 피해의 2~30%가 집중될 정도로 위험한 지역으로 분류된다. 2018년 세계은행은, 남아시아 전역에 걸쳐 8억 명의 생활 조건이 극단적으로 악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한 세계은행은 향후 10년 동안 기후 변화에 의해 1억 명이 극심한 빈곤에 빠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들은 애초에 화석연료에 의한 경제 성장의 혜택으로부터 배제되어 있던 가장 취약한 사람들인데 말이다.

기후변화는 경제적인 측면에서 ‘전쟁’과 비슷한 얼굴이 있다. 그것은 파괴적이라는 점에서 그렇다. 가뭄, 홍수, 식물의 성장 감소에 따라 대규모 지역에 걸쳐 농경의 생산력이 하락하게 될 것이다. 농경지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파괴’된 것과 같은 결과를 낳게 된다. 마이애미 부동산 중 약 15%가 2045년까지 해수면 상승에 따라 거주가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된다. 폭격이 있었던 것이 아닌데도 한 사회의 자산을 상실하게 되는 방향성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직접적인 열에 의해 일어나는 손실 또한 파괴적이다. 기차선로의 뒤틀림, 비행기가 이륙 할 수 없는 기체 밀도에 의한 공항 정지, 폭염에 의한 전기시절 폐쇄(2012년 인도에서는 폭염 상황에서 6억 명 이상이 전력 사용을 못하기도 했다.) 등등 모두 전시에 적국의 공격에 의해서나 일어날 법한 사건들이 뜨거운 열기로 인해 일어나게 되는 것이다.

주택이 침수되고 숲이 불탄다. 폭격이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아버지 세대가 남겨 놓은 자산들이 사라진다.
출처 : pixabay

정말로 전쟁 같은 경험은 산불, 허리케인 등으로 인하여 한 사회가 오랜 기간 동안 축척해온 자산을 말 그대로 파괴하는 경우도 있다. 단일 허리케인으로 수억 달러의 피해를 이미 입고 있으며 지구 평균 온도가 3.7℃로 상승하는 경우 산불, 홍수 등과 같은 직접적인 피해만으로 한해 대략 500조 달러에 이를 수 있다고 한다.

시앙(Hsiang)을 비롯한 연구자들은 기후변화로 인한 GDP감소를 최대 50%로 예측했지만, 2018년 발표된 마샬 버크1의 연구에 따르면, 인류가 파리협약의 약속을 지켜서 2100년까지 2.5~3℃로 상승폭을 억제한다면 GDP감소는 15~25% 정도에 그칠 수 있다고 전망한다. 만일 4℃까지 상승한다면 30% 이상의 감소가 불가피하다는 점 또한 그 내용에 포함되어 있다. 이것은 1930년대 세계대전을 초래하고 파시즘, 권위주의, 대량 학살의 물결을 일으키는 데 도움이 된 대공황의 경제 후퇴보다 두 배 이상의 경제적 수축이다. 사회적 불안정성의 증가가 어떤 변화로 이어질지 알 수 없다. 난민 발생, 국가 간 전쟁, 체제변화 등등 다양한 형태의 사회적 문제의 씨앗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경제적 위기를 완화하기 위한 적응비용

국가적으로 현재 산업체제를 탈탄소화하고 녹색경제로 전환하는 것이 경제적인 측면에서만 보더라도 훨씬 이익이다. 국가는 기후적응 비용을 손실로 보기보다는, 미래에 우리 사회를 불안전하게 만들 것이 확실한 경제적 후퇴를 최소화하기 위한 투자의 관점에서 녹색경제로 긴급하게 전환해야 한다.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로의 급속한 전환을 위해 세계적으로 26조 달러 이상의 비용이 발생한다는 주장이 있으나 이 비용은 미래에 벌어질 파국적인 손실을 생각하면 아주 적은 돈일뿐이다. 2007년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의 연구에 따르면, 2100년까지 한반도의 평균 온도는 4℃가 오른 15.7℃가 될 것이며 누적 피해 비용은 2800조원~2경 7000조원으로 추산된다. 만일 추가 상승온도를 2℃로 억제할 경우 피해액이 580조원으로 축소된다. 이 자료는 10년 이전의 연구결과이며 현재 벌어지고 있는 기후변화의 양상은 과거 예상을 상회하고 있으므로 현실은 2007년도 연구 결과보다 더욱 가혹할 수도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투자를 통한 기후변화 억제가 비용 대비 피해액을 최소화 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300조~1000조로 추산되는 전환 비용은 즉각 집행되어야 한다.

영구적인 오일쇼크의 시대

기후변화에 따른 경제 붕괴의 상황에서 개인은 어떤 상황에 처하게 될 것인가? 우선 과거 경제 위기들 중에서 1997년 한국의 외환 위기나 2008년 국제 금융위기는 산업 생산의 위기가 출발점이 아니었다. 그것은 부채 경제를 바탕으로 운영되는 약탈적 투기 자본의 축적 위기에 따른 금융 경색으로 실물경제에 위기를 초래했다. 오일 쇼크 때에는 석유 상승에 따라 철근을 비롯한 모든 원자재 값이 폭등하게 된다. ‘생산 원가 상승’이라는 자원 자체의 가격 폭등이 나머지 시장기능 마비의 원인인 것이다. 2008년 금융위기 때에는 국제 원자재 값은 오히려 떨어졌고 국제 생필품 가격에는 아무런 영향이 없었다. 따라서 기후변화 문제 해결에 따라 탄소세 등의 징벌적 세금이 부과되거나 국제적인 합의에 의한 석유자원 공급 제한 정책 등이 실시되는 경제적 위기 상황에서 더욱 참고할만한 사례는 ‘1970년대 오일 쇼크’라고 말할 수 있다.

1973년 오일쇼크로 유가는 3개월 만에 4배가 상승한다. 원자재값 폭등에 따라 세계 주요 국가들은 경제적 위기 상황에 빠진다.
1973년 오일쇼크로 유가는 3개월 만에 4배가 상승한다. 원자재값 폭등에 따라 세계 주요 국가들은 경제적 위기 상황에 빠진다.
출처 : pixabay

당시 배럴당 유가가 3개월 만에 4배가 오르는 상황에서 국가별로 다양한 문제를 낳지만, 몇 가지 공통적인 사건이 일어나게 된다. 주식시장 붕괴(미국, 주식시장 43% 폭락), 인플레이션(20~40% 자산가치 급등, 물가급등), 생산하락(1974년 한해, 1~4% 하락), 실업률 상승, 에너지 공급 배급제 실시, 에너지 절약 정책 실시(주말 자동차 운행 금지, 자동차 속도 제한, 가솔린 판매 통제, 네온사인 금지)가 일반적인 모습이다.

식량 가격이 가파르게 올라 가계의 엥겔지수 상승을 피할 수 없으며 여기에 실업과 복지제도 붕괴까지 겹치게 되면, 일반적인 가정은 기본적인 생계 문제를 해결이 풀이 어려운 숙제가 될 것이다. 1973년도의 오일쇼크가 2~3년간 지속되고 다시 고도 성장기를 이어간 것에 비해, 기후변화 문제로 인한 탄소 비용 상승에 따른 위기는 ‘장기 쇼크 상황’이라고 말해야 한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영구 쇼크’ 상황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산의 시장가치는 하락하는데 생산 비용은 상승하는 상황이 지속되면서 대중들의 보유자산은 급격하게 하락할 것이다. 특히 국부의 부동산 쏠림 현상이 세계 최고 수준(85%, 일본은 75%, 미국은 30%)인 한국의 경우 자산 매각이 되지 않으면서 가용 자산이 확보되지 못한 가정이 늘어날 전망이다. 이들은 생필품의 원활한 구매에 상당한 어려움이 예상된다. 물론 부동산이 아닌 주식이나 예금 형태로 보유하는 경우에도 인플레이션, 주가 하락으로 나을 바는 없다.

앞에서 기후변화의 위기 양상은 ‘파괴적’이라는 측면에서 전쟁에 비유한 바 있다. 전쟁 시기에는 식량 및 생필품 사업만이 존재하게 될 것인가? 향후 15년 후인 2045년까지 탄소배출을 제로로 해야 한다는 학계의 명령이 가지는 경제적 의미는 무엇일까? 그것은 현재 우리가 소비하는 석유화학 제품을 비롯한 모든 국제 원자재 가격의 가파른 상승에 따라 생필품과 최소한의 에너지 산업 이외에는 사회적 자원을 소비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인류가 축적한 여러 문화들은 어떻게 될 것인가? 호주 보고서를 비롯한 다수의 연구가들은 2050년, 문명의 붕괴를 공공연하게 말하고 있다. 한 사회의 구성원이 생존을 위한 필수 수단 확보에만 열을 올려야 한다면, 그 문명은 이미 붕괴되었다고 말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1. 마샬 버크(Marshall Burke, 스탠포드대학 지구시스템과학과 조교수)
    http://web.stanford.edu/~mburke/climate/map.php
    https://www.nature.com/articles/nature15725 참고

두더지

쌍둥이를 낳아 공동육아를 시작했다. 그곳에서는 서로를 별명으로 부른다 하여 나를 상징할 수 있는 동물을 찾다가, 나는 어두운 곳에서 웅크리고 살고 있는 사람 같아 두더지라고 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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