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톺아보기] ⓶ 식량위기에 대처하는 오래된 해법

기후변화의 여러 가지 얼굴들 중에서 식량위기는 가장 두려운 것이 아닐 수 없다. 식량은 열 자체, 가뭄, 벌레 감소, 해수면 상승에다 기후변화에 따른 식물 자체의 변화까지 다면적으로 영향을 받게 된다. 이에 대해 볼테르는 아주 단순한 해법을 말한다. 역사적으로 많은 위기의 순간 사람들을 구해 왔던 것은 바로 ‘자기 자신들의 정원’이다.

1986년 일어난 원자력발전소 폭발사고를 직접 경험했던 사람들과의 인터뷰 책. ‘목소리 문학’이라는 새로운 장르로 불리며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1986년 일어난 원자력발전소 폭발사고를 직접 경험했던 사람들과의 인터뷰 책. ‘목소리 문학’이라는 새로운 장르로 불리며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인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의 작품 「체르노빌의 목소리」에는 핵발전소 사고 이후 과학자들의 객관적 주장들이 관료들에게 묵살되는 이야기들이 연속적으로 등장한다. 과학과 정치의 갈등에 대한 이야기다. ‘지구가 돈다’는 과학적 근거를 믿으려 하지 않던 중세인들처럼, 객관적인 과학 증거들이 정치 앞에서 멈추고 만다. 요오드를 복용해야 한다는 말도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피폭된 텃밭에서 기른 푸성귀를 먹어서는 안 된다는 과학자들의 외침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

과학과 정치의 갈등은 기후변화 문제 앞에서 똑같이 재현되고 있다. 50년대 이전부터 과학자들은 탄소배출이 지구를 온난하게 만들 것이라고 말해 왔다. NASA의 과학자 제임스 핸슨이 미상원위원회에서 기후변화의 위험을 발표한지도 벌써 30년이 넘었다. 제임스 핸슨은 이미 20~30년 전에 350ppm을 초과하게 되면 위험하다거나 2℃ 이상 상승하게 되면 해수면 상승으로 일어날 재앙을 말해왔다. 하지만 과학자들의 주장에 사회와 정치가 보여준 행동은 전혀 없었다. 과학자들의 객관적 주장들이 주술적 예언을 다루듯 시시비비를 따지는 사이 인류는 시간을 너무 많이 허비해 버렸다. 이제 시간이 없다.


식량위기, 가장 두려운 기후변화의 얼굴

먹거리는 생명의 시작이다. 저렇게 다양한 과일을 먹을 수 있는 시대는 언제까지일까? (출처: www.foodiesfeed.com/free-food-photo/local-summer-fruit-market by jakub kapusnak)
먹거리는 생명의 시작이다. 저렇게 다양한 과일을 먹을 수 있는 시대는 언제까지일까?
출처: jakub kapusnak

기후변화에 의해 직접적으로 벌어지는 폭염에 대해 [기후변화 톺아보기] ⓵계속되는 폭염 속 새로운 문화에서 다룬 바 있다. 폭염의 결과로 벌어지는 여러 가지 상황들 중에서 가장 두려운 것은 식량의 위기다. 과학자들은 기후변화로 인한 밀, 쌀, 옥수수와 같은 주요작물들은 1℃ 상승마다 10%씩 감소할 것으로 예상한다. 만일 2100년 경 온도가 5℃ 상승한다고 가정한다면 세계 곡물 생산량은 50% 감소하게 될 것이다. 인구는 100억 명이 넘을 것이라고 예상하는 가운데 말이다.


폭염으로 주요 곡식의 재배한계선이 북상

폭염은 식물 생장에 있어 감소요인이지만, 반대로 높은 이산화탄소 농도는 생산량 증가에 도움이 된다. 대기 중 탄소가 마치 비료처럼 작용하여 식물이 거대화되고 잎이 무성하게 자라게 된다. 하지만 실험의 결과 이는 잎채소에만 해당될 뿐, 식물의 열매, 즉 곡물의 생장은 이산화탄소 농도보다 열에 더 큰 영향을 받는 것으로 드러났다. 오히려 두꺼워진 잎으로 인해 식물의 CO2 흡수율이 낮아져 온난화를 증폭시키는 양성 피드백 중 하나가 된다. 더 나아가 연간 63억 톤의 추가 탄소배출량에 맞먹는 탄소 흡수 감소가 일어난다.

더 이상 가뭄이라는 말을 쓰지 말자는 이야기가 있다. 가뭄이라는 어휘 안에는 원래 내려야 하는 비가 올해 따라 내리지 않는다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기 때문이다. 비가 내리지 않는 가뭄은 이제 신기후체계 하에서의 새로운 노멀이 될 것이다. (출처: https://www.pexels.com/photo/clay-close-up-cracks-daylight-216619/ by icon0.com)
더 이상 가뭄이라는 말을 쓰지 말자는 이야기가 있다. 가뭄이라는 어휘 안에는 원래 내려야 하는 비가 올해 따라 내리지 않는다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기 때문이다. 비가 내리지 않는 가뭄은 이제 신기후체계 하에서의 새로운 노멀이 될 것이다.
출처: icon0.com

더운 폭염으로 인해 밀 재배 가능 위도 또한 1년에 25km 정도 북상한다. 10년에 250km, 50년에 1200km의 재배한계 지역이 북상하게 된다. 단순한 생각으로는, 남쪽에서 포기하고 북쪽에서 새롭게 얻으면 된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캐나다와 러시아 북부 침엽수림의 경우 곡물 생산이 가능한 토질이 되는 데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자연 상태에서 숲이 비옥한 농경지로 바뀌는 데에는 수 세기가 소요된다. 비옥한 남쪽 경작지는 사막화되는데, 북쪽의 새로운 경작지는 만들어지지 못하는 사이 대규모 기근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미 1980년대 이후 미국 중부 대평원 곡창지대는 200km 가량 북상했으며 사하라 사막의 전체 넓이는 10% 가량 늘어난 상태이다.

가뭄으로 곡창지대가 사라진다

식물에게 있어 생장한계 온도를 넘어서는 폭염으로 인한 직접적인 피해보다 더 심각한 것은 바로 가뭄이다.

토머스 맬서스(Thomas Malthus]는 『인구론』(1798년)을 통해 ‘식량은 산술적으로 증가하는 데 비해, 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여 결국 인류는 인구과잉, 식량부족 문제에 봉착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러나 그 예측을 빗나가게 만든 것은 석유로 빚어진 ‘녹색혁명’이다. 녹색혁명은 화학비료와 농약 그리고 기계화된 거대 농경지에서 공장식으로 관리되는 단일작물 재배를 뜻한다. 거대한 단일 작물 재배는 가뭄과 토양 유실에 매우 취약하다. 2℃ 상승의 경우 인도, 지중해는 가뭄으로 옥수수 및 사탕수수의 생산이 급감한다. 2.5℃ 상승에서는 본격적인 식량부족 상황에 돌입한다. 3℃에서는 중남미, 인도-파키스탄, 미서부, 호주가 사막이 된다. (하지만 예상보다 더욱 급속한 사막화로 2019년 이미 호주는 밀수출국에서 밀수입국으로 돌아 섰다.) 현재 곡창지대가 제대로 기능을 할 수가 없다. NASA는 최근 미중부 대평원의 가뭄은 최근 1000년 내 최악의 상황이라고 말한다.

모든 농산물의 정크푸드화

기후변화에 대한 과학자들의 논쟁이 결론을 맺기가 어려운 까닭은, 그 누구도 정확히 알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생각하지도 못했던 이유로 예상 밖의 사태들이 일어날 수 있다. 고온상태에서는 주요작물의 구성성분에 변화가 일어난다. 밀이나 쌀 속의 단백질의 함량이 낮아지고 미량원소의 구성에도 큰 변화가 일어난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2018년 쌀에 포함된 18가지 단백질 함량을 조사한 결과 이산화탄소 농도 증가로 전반적인 함량 감소를 발견했다. 전통적인 식사를 하게 되면 6억 명 이상이 비타민 E, 철분, 아연 등의 영양 결핍으로 현재 인류가 겪고 있는 ‘기아’ 사태와는 성질이 다른 건강에 위협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모든 ‘식물의 정크푸드화’라고 부를 수 있는 이 현상으로, 전 인류가 영양소 결핍의 위험에 노출될 것이다. 만약 지난 세기에 먹던 곡물 식단을 그대로 유지한다면, 사전 영양 관리가 철저하게 이루어지지 않는 빈곤 국가에서는 1억 3천만 명의 임산부들이 아연 결핍에서 태아 성장에 장애를 겪을 수 있다고 한다. 또한 무려 14억 명이 철분의 급격한 감소로 인한 빈혈을 겪게 된다.

그 외에도 기후의 상승에 따라 곤충들의 활동에도 변화가 생길 수 있다. 곤충 변수로 인해 수확량 감소는 2~4%로 예측되고 해수면 상승에 따라 전통적인 저지대 농경지의 침수 등으로 식량 생산의 감소는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2017년 북아프리카 및 중동지역의 기근으로 2000만 명이 심각한 기아 상황에 처하기도 했다. 이것은 충격적인 데이터로 단일 지역에서 1년 만에 기후충격으로 대량의 아사자를 낳을 수도 있다는 사실이다. 믿기 어렵겠지만, 세기말에는 40억 명에 달하는 인구가 현재의 기아사태 지역과 같은 기후환경 속에서 살아가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자기 자신의 텃밭을 가꾸자

볼테르의 말처럼 자기 자신의 텃밭이 필요하지 않을까? 
(출처: https://www.pexels.com/photo/man-planting-plant-169523/ by binyamin mellish)
볼테르의 말처럼 자기 자신의 텃밭이 필요하지 않을까?
출처: binyamin mellish

녹색평론 편집인 김종철 선생은, 163호 서문에서 ‘기후변화라는 엄중한 사태에 직면하여 우리가 개인으로서 해야 할 가장 중요하고 손쉬운 일로서 『캉디드』의 작가 볼테르의 권유대로 우리가 각기 나름대로 텃밭을 가꾸는 사람이 될 것을 제안한다. 여기서 볼테르의 ‘텃밭’은 스피노자의 ‘사과나무’와 같은 은유적 표현이면서 동시에 구체적인 텃밭을 말한다. 「삶의 기술」 5호에서도 볼테르의 텃밭을 언급한다. ‘세상을 유랑하면서 기아, 지진, 광신, 질병, 약탈 등 온갖 불행을 경험한 볼테르가 내린 결론은 “자기 자신의 정원을 가꾸자”는 것’이었다며, 소비에트 붕괴시기의 타챠, 쿠바의 수도 아바나의 도시농업과 같은 근거리 정원이 위기의 순간에 얼마나 중요한 ‘참여’인지 강조하고 있다. 기후변화의 결과 찾아올 만성적인 식량부족의 시대에 우리는 역사적인 위기의 순간마다 그 시대의 개인을 구한 작은 정원의 힘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자급자족을 위한 900평을 확보하면 어떨까?

쿠바의 하바나는 위기시절 보도블럭을 뜯어난 자리에 먹거리를 심었다. 이와 같은 도시농업으로 쿠바는 기아사태 없이 위기를 극복했다고 한다.  (출처: https://realfarmacy.com/urban-farming-movement-sweeps-across-havana-cuba-providing-50-of-fresh-food)
쿠바의 하바나는 위기시절 보도블럭을 뜯어난 자리에 먹거리를 심었다. 이와 같은 도시농업으로 쿠바는 기아사태 없이 위기를 극복했다고 한다.
출처: https://realfarmacy.com/urban-farming-movement-sweeps-across-havana-cuba-providing-50-of-fresh-food

그렇다면 소농업을 위한 자신의 정원은 어느 정도 규모가 되어야 할까? 1920년대 평안도 지역의 농민들의 삶을 기록한 『북한의 옛집』을 보면, 6인 가족 기준 1500평의 논과 2000평 밭이 전근대 시대의 중류층이 경영한 최소한의 토지로 짐작된다. 오늘날의 생산성을 기준으로 따져보면 1평당 1.5kg(쌀 90g은 밥 200g이며 이는 300kcal이다)가 생산되므로, 논의 경작 규모는 4인 가족 기준 최소 600평이 필요하며 여기에 더해 밭은 2~300평 정도가 아닐까 한다.
또한 여기서 고려해야 할 것이 있는데, 전근대 시대에는 넓은 규모의 임야가 반드시 필요했었다. 임야는 지속 가능한 땔감 확보와 각종 열매의 공급원이었다. 오늘날에는 과거 임야가 했던 역할을 태양광을 통한 전기 에너지로 대신해야 한다. 이러한 현실을 반영한 ‘참여·운동’ 으로서 각 가정마다 자급을 위해 최소한의 정원과 에너지 자립을 위한 실천을 해야 하지 않을까?

두더지

쌍둥이를 낳아 공동육아를 시작했다. 그곳에서는 서로를 별명으로 부른다 하여 나를 상징할 수 있는 동물을 찾다가, 나는 어두운 곳에서 웅크리고 살고 있는 사람 같아 두더지라고 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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