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풍요로웠고, 지구는 달라졌다 (김영사, 2020 호프 자런 저)

현재 지구상의 인구는 약 75억이다. 앞으로 과거에 만연했던 기근, 전염병, 대량학살, 강제적 출산통제 같은 끔찍한 일들이 없다면 지구상 인구가 현재 이하로 내려가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것이 저자의 생각이다. 따라서 지구상에서 잘 살고 싶다면 모두 함께 사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고 조언한다.

『랩걸』로 이름이 널리 알려진 여성 지질학자인 저자가 이번에는 지구환경에 대한 이야기를 펼치고 있다. 현재 지구상의 인구는 약 75억이다. 앞으로 과거에 만연했던 기근, 전염병, 대량학살, 강제적 출산 통제 같은 끔찍한 일들이 없다면 지구 상 인구가 현재 이하로 내려가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것이 저자의 생각이다. 따라서 지구상에서 잘 살고 싶다면 모두 함께 사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고 조언한다.

나는 풍요로웠고, 지구는 달라졌다(김영사, 2020) 호프 자런 저
나는 풍요로웠고, 지구는 달라졌다(김영사, 2020) 호프 자런 저

2019년 말부터 시작된 코로나19는 2020년 우리들의 일상을 무력하게 만들더니 2021년 새해에 들어와서도 수그러들기는커녕 다시 대유행의 전조가 보이고 있다. 이외에도 지난 2020년 여름에는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의 폭우가 내렸다. 모두가 지구 온난화로 인하여 지구 순환계에 문제가 발생한 결과들이다. 코로나19의 근본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인간의 탐욕에 의한 생태계 파괴 그리고 지구 온난화로 인한 지구 생태계의 교란 등이 주원인으로 이야기되고 있다. 지구 온난화의 주범은 우리 인류가 방출한 이산화탄소에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구 온난화에 가장 많은 원인을 제공하는 OECD 회원국의 시민들은 지금도 여전히 다량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일상을 누리고 있다. 전 지구적인 재앙 속에서 이제는 미래를 위하여 심각하게 고민하지 않으면 안 되는 시점에 이르렀다는 것이 저자의 생각이다.

“굶주림은 지구의 공급능력 때문이 아니라, 생산한 것을 제대로 나누지 못하는 우리의 실패로 등장한 문제다. (…….) 우리는 덜 소비하고 더 많이 나눠야 한다. 그것만이 우리 스스로를 구하는 방법이다.”

우리나라도 OECD 회원국이다. 우리를 포함한 OECD 회원국 시민들이 지구에 끼치는 영향에 대한 저자의 조사 결과는 비관적이다.

“OECD 회원국들에 속한 시민은 지구 전체 인구의 6분의 1 밖에 되지 않지만, 전 세계 에너지의 3분의 1, 전 세계 전기의 절반을 사용하며, 전 세계 이산화탄소의 3분의 1을 발생시키고 있다. 그뿐 아니라 OECD 회원국들은 전 세계 육류와 설탕의 3분의 1을 소비하고 있다.”

저자의 지적처럼, OECD 회원국의 시민들은 지구온난화와 세계 빈곤화의 원인 제공자들이다. 코로나 위기로 인하여 모두가 백신을 기다리며 일상으로 돌아갈 날만을 기다릴 것이 아니라 지금까지의 생활방식을 바꿀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다. 저자의 말처럼 우리는 (지구 위기 속에서 조금은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이제는 덜 소비하고 더 나누어주어야 하지 않을까? 이러한 실천이 바로 ‘윤리적 인간상’이 아닐까? 저자는 이러한 실천이 결코 불가능하지만은 않다며 낙관적으로 본다. 과거의 노예 해방이나 여성 참정권 운동 등 당시에는 불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지금에는 당연한 것으로 여겨진다. 개개인이 하나씩 하나씩 실천하다 보면 처음에는 불가능한 것처럼 보이던 것들이 나중에는 거대한 눈덩이처럼 엄청난 힘이 발휘되어 가능한 일이 된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지구 살리기를 실천하기 위해서 우리는 먼저 우리 주변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을 정확히 파악해야만 한다.

농작물 수확의 증가량 못지않게 육류 생산량도 같은 기간-최근 50년간-3배 증가하였다. 이것 역시 곡물 생산과 동일하게 우리가 예전보다 가축들을 더 잘 먹이고 더 잘 보호하며 동물 자체를 더 낫게 개선해 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인간의 탐욕에 의해 여러 가지 치명적인 문제들이 발생하고 있다.

“인간이 지구상에서 사용하는 담수의 30%는 고기를 얻기 위한 가축의 생산과 사육, 도살에 쓰인다. 감금 상태에서 도축을 기다리는 250억 마리의 소와 돼지, 닭에게는 엄청난 양의 약이 주어진다. 1990년 만해도 미국에서 사용된 항생제의 3분의 2가 고기를 얻기 위해 동물들에게 투여했다. (…..) 이러한 항생제의 대부분은 동물의 몸속으로 흡수되지 못하고 배설물과 섞여 방출되어 지표수에 스며든다. 항생물질은 지하수로 흘러들어 미생물의 내성을 기르는데 기여하여 인간의 방어에 저항할 방법을 스스로 얻는다.”

또 다른 문제점으로는,

“동물에게 3kg의 곡물을 먹여서 얻는 고기양은 고작 0.5kg에 지나지 않는다. (….) 만일 OECD 회원국인 36개국이 함께 육류 소비량을 절반으로 줄인다면 세계의 식량용 곡물 생산량은 40% 가까이 늘어날 것이다. (….) OECD 회원국들이 매주 하루만 ‘고기 없는 날’을 정해 지킨다면, 올 한 해 배곯는 사람들을 모두 먹일 수 있는 1억 2,000만 톤의 식량용 곡물이 여분으로 생기게 된다.”

그렇다고 한다면, 우리가 육류 대신에 생선을 먹는다면 문제는 해결될까?

“현재 전 세계에서 소비되는 물고기의 절반 이상은 양식장에서 키운 것이다. (…..) 물고기는 비교적 짧은 소화관 때문에 육지에서 사는 동물에 비해 훨씬 더 많은 단백질을 필요로 한다. (…….) 1kg의 연어를 얻으려면 바다에서 사는 작은 물고기 15kg이 필요해진다. (….) 멸치와 청어, 정어리는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잡히는 물고기인데 그 대부분은 양식장 물고기의 먹이로 사용된다. (…….) 육류와 마찬가지로 우리가 물고기를 조금 덜 먹는다면 이는 그만큼 다른 누군가의 식량 문제를 해결해 주는 것이 된다.”

우리가 편리를 위하여 사용하는 자동차 문화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에너지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 일련의 노력들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모두가 현실적이지 않다고 저자는 말한다. 방법은 단 하나. 자동차 사용을 줄이고 대중교통 수단을 이용하는 것 밖에는 없다는 것이 저자의 결론이다.

“1kg의 바이오 연료를 만들려면 20kg의 사탕수수가 필요하다. (…..) 생산하는 농작물의 상당 부분을 연료 생산으로 돌린다 해도 화석 연료에 대한 의존도를 살짝 줄여주는 것 이상으로 충분한 바이오 연료를 만들어 내지 못한다. (….) 우리는 자동차에 중독되어 있고 자동차는 석유에 중독되어 있는 상황에서 해결책은 보이지 않는 듯하다.”

하지만 저자는 결코 현실을 비관적으로만 생각하지 않는다.

“좋은 소식은 에너지 절약이 반드시 우리 삶의 질을 떨어뜨린다고 생각할 그 어떤 근거도 없다는 것이다. (….) 따라서, 우리 각자는 ‘언제 어디서 더 많이 소비할까’ 대신 어떻게 덜 소비할 수 있을지 스스로 질문해야 한다.”

이처럼 저자는 이 책에서 “희망을 가지려면 용기가 필요하다”라고 말하며 희망을 강조한다. 저자가 말하는 희망을 법철학자인 마사 누스바움이 『타인에 대한 연민』에서 말한 “희망은 가능성의 문제가 아니라 바로 선택의 문제이며 현실적인 습관이다“라는 것과 비교하며 읽는다면 보다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우리에게는 미래를 걱정하는 염려보다는 오히려 이러한 희망이 필요하지 않을까?

이환성

공학계 앤지니어로 10여년간 인간중심주의가 지배하는 현장에서 근무하면서 인문학에 목말라했다. 지금은 현장을 떠나 자유로이 독서와 함께 인문학에 빠져 있으며 철학과 공동체에 관심을 갖고 다른 삶을 모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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