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멘터리 《플라스틱 만다라》 中

작가는 따뜻한 봄, 유난히 뜨거웠던 여름, 가을 태풍이 지나가는 긴 시간 동안 모래사장을 거북이처럼 기어 다니며 미세 플라스틱을 모았다. 영상은 작가의 반복적인 줍기 행위와 분류작업, 회화 작업 등, 플라스틱 만다라 프로젝트를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담았다. 마지막에는 플라스틱 만다라의 완성과 해체를 통해서 사라지게 할 수 없는 플라스틱에 대한 우리의 절망과 바다에 보내는 애도와 축복이라는, 공존하기 어려운 감정을 전한다.

제작: 에코 오롯, 기획: 정은혜, 감독: 심건 [잔필름], 2020

“우리는 하나로 연결된 바다를 통해서 무엇을 보낼까 생각해보면, 축복을 보내는 것이 아니라 플라스틱을 보내죠. 이 플라스틱을 거두어들이는 방식으로 나도 바다를 축복하고 싶다 라는 소망이 생겼어요. 그런데 참… 축복이라는 단어를 쓰긴 하지만, 정말 내가 뭐라고, 매일 쓰레기를 만드는 존재가, 무슨 이런 걸 한다고 하나 하는 그런 마음이 더 많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다에서 한줌의 플라스틱을 모으면, 내가 그래도 요만큼은 축복할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에서 ‘한줌의 축복’이라는 말을 쓰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우리가 바다를 통해서 축복을 보내는 것이 아니라 죽음을 거두어들임으로써 요만큼은 바다를 생각하고, 바다를 축복하고 싶다 이런 마음이 들어서 ‘만다라’라는 이미지를 차용하게 되었고요. 만다라라는 형태는 어떻게 보면 자연의 온전함, 생명이, 모든 것이 연결되어 있는 사이클을 표현하는 이미지일 텐데, 플라스틱은 사라지지 않기 때문에 자연으로 녹아들어갈 수 없고, 또 없어지지 않기 때문에 모든 태어난 것은 죽는다는 생명의 원칙에 어긋나 있죠.”

다큐멘터리 《플라스틱 만다라》 中 정은혜 작가의 말

정은혜

예술가이자 치료사이다. 가족과 이민 간 캐나다에서 청소년기와 청년기를 보냈으며, 그곳의 광활한 자연에서 한없이 작아지면서 동시에 한없이 커지는 신기한 경험을 하였다. 캐나다에서 미술과 미술사를 공부하고, 한국으로 돌아와 뉴미디어 전문 미술관에서 기획자로 일하다가, 최첨단 기술과 예술을 이용한 소통이 아니라 좀더 근원적인 치유와 소통의 길을 걷고 싶어서 미국으로 건너가 미술치료를 공부하였다. 시카고의 정신병원과 청소년치료센터에서 미술 치료사로 일하였고, 한국으로 다시 돌아와 그림을 그리고 책을 쓰고, 예술·치유·자연을 키워드로 한 다양한 작업을 한다. 지구를 무대 삼아 대범하게 살라는 부모님의 뜻을 뒤로하고, 제주 중 산간에 있는 작은 마을에 10년째 살고 있다. 그동안 쓴 책에 ⟪치유적이고 창조적인 순간⟫⟪변화를 위한 그림일기⟫⟪싸움의 기술: 모든 싸움은 사랑이야기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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