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에 마실 갔더니 아지매가 직접 만드신 찹쌀 강정을 내어주셨습니다. 달짝지근한데 많이 달지 않고 깊은 맛이 납니다. 그 맛의 비결은 직접 농사지은 쌀, 집에서 만든 조청, 아지매의 손맛이지요. 어떻게 만드셨는지 궁금해서 여쭤봅니다.

조청은 언제 고으세요?
가을에 고추장하고 난 뒤에 그 솥에 쌀을 5~6대 삭혀서 만들지.
새댁이 집 앞에 논에서 지은 쌀이거든. 거(거기) 두 도가리(논배미)가 찹쌀이지. 찐쌀한다고. 일찍 베거든. 탈곡할 때 다 돼서 해가지고는 이 맛이 안 나. 푸른 기가 있을 때 해가(벼를 베어서) 쪄가 말라가 찐쌀을 안 하나. 이때쯤 되면 날씨도 춥으끼네 만들기 좋거든. 조청넣기 전에 쌀을 후라이팬에 볶아가 놔놔(놓아 둬). 날씨가 비가 오기나 온도가 너무 뜨뜻하면 안 되고 찬 바람이 나야 돼. 엿을 훌훌 따리가(달여서) 하나하나 방울 섞을 때 춥은기(차가운 기운)가 들어가야 굳는기(굳는 것이) 잘 되거든. 온도가 맞아야 돼.
조청은 언제 넣어요?
찐쌀은 후라이팬에 준비해놓고 다른 냄비에 조청을 훌훌 한번 따려. 딸기면서 요만큼 한판 하고 싶으면 양을 대가(가늠해서) 섞지. 판도 다 있다. 방망이로 밀어가 하지.
올해는 할배도 병원에 갔다오고 안 할라켔두만은 찐쌀은 해놨는거 있지를 막내 딸래미 오라케가 거들어가 했지. 할배 까자(과자) 대신에. 이건 잩에(곁에) 있으면 자꾸 입에 대지드라.(댄다) 별로 단것도 아니고.
한번 만들려면 며칠 준비해야 되죠?

하이고 뭐 그거를 그래 걸리가 어예하노.(그렇게 걸려서 어떡해) 그냥 간단하게 하는 거는 금방 볶아가 하는데 양을 많이 할라카면 볶는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고. 1시간에 2되 정도 밖에 못 볶겠더라. 4~5되 볶을라하면 2~3시간 걸려야 돼.
요새 사람들은 귀찮아서 안 할라하지. 사먹고 치울라하지. 그래도 샀는 거는 아무래도 이런 깊은 맛은 없다. 이번에 딸래미 아-들(아이들) 와가 가져갔는데 아-들은 할머니 까자 도가(과자 주세요) 해가지고 언제 다 먹었는지 모르겠다더라.
요번에 서낭재에 해 뜨는 거 보러간다고 와서 하룻밤 자고 갔는데 한바가지 내놓으이 언제 먹었는동 없어졌대.
해 뜨는 거 보셨어요?
내사 해 뜰 때 한 번도 안 빠지고 갔는데 젊을 때는 치술령에 3~4년 갔고 2002년이니까 내가 50살밖에 안 됐을 때 한창 활동할 때니까 많이 댕겼지. 그라고는 서낭재를 계속 갔는데 올해는 아-들도 오고 소도 밥도 줘야 되고 허리도 아프고 첨으로 안 갔다. 1월 1일에 해 뜨는 거 보러 가면 한 해를 보낸다 하는 의미가 있거든.
찹쌀강정에서 시작된 이야기는 해돋이구경으로 이어져 겨울이야기, 새해이야기로 겨울밤이 깊어갑니다.
지난 10월~12월에는 마을과 학교의 연계수업으로 두동초 5학년 12명과 마을달력만들기를 했습니다. 그중 1월의 마을풍경은 도훈이가 그린 치술령자락 서낭재가 있는 산입니다.
비조마을에서는 매일 아침 그림 왼쪽 끝에서 해가 뜬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