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리통신] ⑰ 슬기로운 지구인 되기

기후위기에 대한 정보는 많고 접할수록 불안감은 커지는데 정작 내가 느끼는 것은 예전보다 더워졌다, 비 올 때가 아닌데 온다, 비 올 때인데 안 온다 정도입니다. 우리 아이들이 어떤 세상에서 살아가게 될지 막연하게 생각하기보다 같이 공부하고 알아보고 싶은 사람들이 모여 ‘지구손수건’이란 이름으로 평생학습동아리에 지원했습니다. 공부를 하다보니 실천도 하게 됩니다.

모두가 각자의 역할을 하는 신기한 일

평생학습 어울림 한마당(2021. 12. 4.) by 김진희
평생학습 어울림 한마당(2021. 12. 4.) by 김진희

기후위기에 대해 공부하는 동아리 ‘지구손수건’은 12월 4일 ‘평생학습 어울림 한마당’에서 ‘슬기로운 지구인되기’라는 제목으로 홍부 부스를 차렸습니다. 그동안 공부한 내용을 전시하고 천연 삼베실 수세미 키트를 나누었습니다. 행사는 오전 10시 30분부터 오후 4시까지였는데, 저녁이 되면서 카톡방에선 사진을 공유하고 서로의 수고에 감사를 전하며 밤늦게까지 대화가 이어졌습니다. 행사에 참석했든 불참했든 모두가 하나씩 보탰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자료 정리, 보드판에 자료 붙이기, 손글씨로 꾸미기, 수세미 키트 만들기, 기후위기 관련 책 가져오기, 기후·환경관련 영화 소개하기, 사진 찍기, 쓰레기 치우기, 틈틈이 테이블 위 정리, 온열기 빌려주기, 맛있는 커피 제공, 행사장 준비와 철거, 부스 지키기… 외에도 작은 일들이 많았습니다.

지난 5월 공모에 지원할 때 두동에서 기후위기에 대해 같이 공부할 사람을 모집했고 12명이 모였습니다. 우리가 공부한 것은 기후위기였는데 정말로 공부한 것은 나와 같은 마음이었나 봅니다.

우리 아이들이 지구에서 계속 살 수 있을까요?

『탄소자본주의』 필사(2021. 7. 17.) by 김진희
『탄소자본주의』 필사(2021. 7. 17.) by 김진희

『탄소자본주의』 (신승철 저/한살림)을 같이 읽을 책으로 정해 각자 읽고 카톡방에 필사한 것을 올려 함께 읽다가 7월에 만나 책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원래 계획은 신승철 선생님이 비조마을에 강의하러 오시기로 했는데, 철학공방 별난의 고양이 길동이가 피부병 링웜에 감염되어 강의를 가을로 미루었어요. (한여름 더위에 고생하며 링웜곰팡이를 이겨낸 길동이와 신승철 선생님 부부께 박수를 보냅니다)

육아서 공부한 이후 처음으로 공부한다.

어머니의 영향으로 환경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가 시골로 이사하면서 자녀들이 생태감수성을 가졌으면 했다.

내 아이가 커서도 지구가 사람이 살 수 있는 환경일까 하는 불안감이 있다.

지구는 우리 모두의 집이니 잘 돌보고 물려줘야 하는데 나 하나라도 실천을 해야 될 시기이다. 뭐라도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내 삶과 밀착되며 주변 사람과 같이 할 수 있고 공동체에서 할 수 있는 것을 하고 싶다.

시골에서 자랐는데, 도시의 소비가 시골에 피해를 주는 게 이상하다.

모든 활동에 탄소발자국을 남기고 있는가 탄소 순환을 하고 있을까 생각하게 된다.

환경운동은 욕망을 줄이라는데 모든 게 거품이라는 말도 있다. 식물도 씨앗은 많지만 발아되는 건 일부이다. 인간의 과시는 본능이니 죄악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것이다. 관계를 통해 채워지면 물질에 대한 것은 줄어들 것이다.

아이가 아토피여서 먹거리에 관심을 가지다 점점 환경문제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이상한 사람, 예민한 사람이라는 눈길을 받는 한편 남들은 왜 안하지? 라는 분노가 생겼다. 내가 행동하지 못하는 것을 다른 사람에게 분노라는 상황이었다. 그러다 내가 할 수 있는 것만 하자고 생각하게 되었다.

‘옷을 위한 지구는 없다’는 다큐를 보며 패스트 패션을 다시 보게 되었다. 저렴한 면티, 청바지같은 것을 만들고 염색한 물은 생명의 순환 역할을 하는 바다로 흘러간다. 생태는 자연정화를 한다지만 요즘 상황을 보면 한계인 것 같다. 소비는 한국같이 잘 사는 나라가 하고 피해는 다른 나라가 더 많다.

철학있는 사람이 리더가 되고 개인의 실천도 중요하지만 기업의 책임도 강조되어야 한다.

탄소를 적게 배출하는 것만 생각했는데 관계나 태도까지 총체적으로 인식하게 되었다.

책을 읽으며 삶과 연결지어 풀어낸 게 와 닿았다.

책에는 중요한 내용이 너무 많았다. 일상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한 해법이 많았다.

책을 처음 받아들고는 두께에 허걱! 했지만 전천후적 접근에 놀랐고 단편적으로 환경에 대해 이해한 게 정리된다.

책과 일상을 오가는 이야기를 나누고 신승철 선생님의 강의를 못 들은 대신 잠깐 영상통화를 했답니다. 짧은 시간이지만 인사를 나누며 진지한 이야기를 했는데 저는 괜스레 들떠서 무슨 이야기였는지 기억이 안 나요. 회원들이 철학박사님은 할아버지 선생님일 줄 알았는데 너무 젊어서 놀랐다고 한 것만 기억나네요. ^^

가을이 되어 비조마을에서 신승철 선생님의 강의가 있던 날은 그동안 선생님의 책들을 찾아보며 팬심을 키워온 회원을 비롯해 기대했던 만큼 뜻깊고 따뜻했답니다. 모처럼 공부모임이 생겼으니 계속해서 공부하자는 이야기가 나오고 얼마 뒤 생태철학을 공부하는 1년 계획을 세웠습니다.

공부를 하다보니 실천도 하게 됩니다

지난 8월 울산방송의 조민조 pd님의 강연이 비조마을회관에서 열렸을 때는 지역방송국에서 ‘必환경시대 지구수다’라는 교양프로그램을 제작하면서 알게된 환경문제와 대안활동을 이야기했습니다. pd님은 자원순환가게 ’착해가지구’도 열었는데 재활용할 수 있는 쓰레기를 모아오는 분들을 보며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각자의 영역에서 활동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했습니다.

지구손수건도 개인은 어떤 실천을 하고 있는지 9월 모임에서 줌으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비닐봉지 라벨을 제거하고 배출한다. 라벨이 잘 안 떼져 성격이 안 좋아질 뻔하다가 버물리를 발랐더니 지워져 재활용할 수 있었다.

분리수거나 쉽지 않은데 내가 들인 공에 비해 재활용이 되는지 의문이다.

개인적인 활동이 무슨 보탬이 되나 싶지만 실천을 하며 고민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텀블러, 손수건, 바형태 비누, 대나무 칫솔, 장바구니 쓰기

온라인 쇼핑이나 저렴한 옷을 사기보다 돈이 들더라도 오래 입을 수 있는 옷 사기.

차를 타고 마트에 가는 것과 온라인 쇼핑 중 어느 것이 지구에 이로울까 고민된다.

바다해양생명활동을 하는 사람들 중에 해양생태계 파괴 때문에 물고기(물살이)를 안 먹는 사람이 있는 것을 알고 어디까지 먹어야 되나 고민이다.

새벽 공원에서 주 1회 플로깅

프린트를 안 하고 pdf 편집기를 이용하도록 노력한다.

가까운 거리는 걷기

중고물품을 사서 쓰는데 잘 보이고 싶은 욕망과 지구를 생각하려는 의지가 충돌중이다.

하루 2시간 플로깅하면 가족수만큼 나무심기를 하는 프로젝트에 참가하고 있다.

폐현수막으로 자루를 만들어 재활용 쓰레기를 담아 ‘착해가지구’에 가지고 갔다.

온라인 쇼핑할 때 장바구니에 담아놓고 생각해보는 시간을 두며 소비패턴이 바뀌고 가계에도 도움이 된다.

우리의 이야기는 개인의 실천은 작고 계속하기 어렵고 바뀌는 게 있는지 확신이 없어 힘이 빠져도 마을에서, 공동체에서 같이 할 수 있는 것을 하자는 것으로 모아졌습니다. 그날 나온 이야기 중 대나무 칫솔을 공동구매 해보기로 했어요. 20개를 주문해 다음부터 모임에서 만나는 사람들에게 나눴더니 대나무 칫솔이 있는 건 알았지만 사볼 생각은 못 했는데 고맙다는 인사를 받았고 설거지할 때는 미세플라스틱이 생기는 친환경 아크릴 수세미 말고 천연 삼베실 수세미를 쓰거나 수세미(식물)를 키우거나 시장에서 파는 걸 쓰면 더 좋다는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답니다.

지구손수건 홍보 부스에서는 천연 삼베실 수세미 뜨개 키트를 준비했습니다

천연 삼베실 수세미 뜨개질 키트(2021. 12. 4.) by 김진희
천연 삼베실 수세미 뜨개질 키트(2021. 12. 4.) by 김진희

천연 삼베실 수세미를 어디서 들었나 했더니 대나무 칫솔 덕분이었네요. 얼마 전 비조마을 뜨개선수 본동할머니와도 이 실로 수세미를 떴지요. 글 첫머리에 쓴 평생학습 동아리들이 모인 자리에서는 각 동아리의 활동을 알리는 전시, 체험을 준비하는데 기후위기에 대해 공부한 내용을 전시하고 체험은 수세미를 뜨는 건 시간이 많이 걸리니 키트를 만들어 나눠주기로 했어요. 샘플을 전시하고 각자 실천하고 있는 것을 포스트잇에 써서 보드판에 붙이면 받아갈 수 있게 했더니 많은 분들이 참여해주셨어요. 어떤 분은 받아가고 싶은데 뜨개질을 못 한다며 아쉬워 했어요. 안타깝지만 못 받아가셨을까요? 절대 절대 아니죠.

주변에 뜨개질할 줄 아는 사람한테 선물하셔도 돼요. 키트에 든 실로 2개는 뜰 수 있으니 하나는 받으면 어떨까요?

하고 권했더니 표정이 밝아지며 좋아하세요.

아! 우리 엄마 뜨개질할 줄 아는데 떠달라 해야겠다

옆에 같이 온 친구는,

넌 또 엄마한테 일 시킬 생각이야?

하고 핀잔을 주고 둘은 같이 웃었답니다. 저도 웃었으니 셋인가요.

알고 공유하고 행동하자는 이야기를 회원이 한 적이 있는데 공부하고 실천하는 것은 같이 하면 즐겁고 꾸준히 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의정이를 위해 그림 그릴 것을 준비했는데 다른 어린이가 그렸다

6살 의정이가 온다고 했습니다. 홍보부스에서 심심할까봐 그림 그릴 것을 챙겨갔는데 뭘 그리는가 싶더니 어느 순간 안 보입니다. 지구손수건 회원인 엄마 따라온 3학년 효우가 파란 바다와 초록땅이 있는 지구를 그렸습니다. 부스에 구경온 어린이는 지구를 지키기 위해 종이컵x 텀블러o 그림을 그렸습니다. 행사가 끝날 때쯤 온 어린이는 지구가 웃는 모습을 우주에서 본 그림을 그렸습니다. 의정이는 전래놀이 부스에서 제기차는 데로 가버렸지만, 의정이 덕분에 어린이의 그림을 3장이나 받았어요. 때로는 생각했던 일이 생각대로 되지 않지만 그래도 괜찮고, 오히려 괜찮아요.

아이들의 그림은 선물(2021. 12. 4.) by 김진희
아이들의 그림은 선물(2021. 12. 4.) by 김진희

슬기로운 지구인되기

홍보부스 준비에 소소한 일들이 많은데 모두가 각자 상황에 맞게 하고 서로의 모자란 부분을 채워준 것은 홍보 부스의 제목처럼 ‘슬기로운 지구인’의 모습이었습니다. 몇 달 동안 같이 기후위기를 공부하며 고민하고, 대면/비대면(줌, 카톡방)으로 어떻게 실천할지 이야기하는 게 슬기로운 일이었습니다.

*추신

10월 24일에는 오민우 한밭레츠 대표님의 기후화폐 줌강의가 있었습니다. 지구손수건에서, 마을에서 실천할 수 있는 것을 이야기하다 보니 자연히 기후화폐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신승철 선생님이 연결해주셨어요. 게다가 오민우 님은 만화리 일이라면 기꺼이 선물로 강의하겠다고 하셨어요. 회원들은 십시일반 얼마씩 내서 강의비를 드릴 생각을 했지만 선물을 받았으니 우리도 선물을 하자는 뜻에서 만화리 비조마을에서 난 단감을 보내드렸답니다. 그때가 한창 단감을 따던 때였어요.

김진희

만화리 비조마을에 살며 만가지 이야기가 어우러지는 마을이야기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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