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리통신] ⑱ 겨울밤이 깊어 갑니다

마을아지매가 직접 만든 찹쌀강정을 먹으며 이야기를 나눕니다.

저녁에 마실 갔더니 아지매가 직접 만드신 찹쌀 강정을 내어주셨습니다. 달짝지근한데 많이 달지 않고 깊은 맛이 납니다. 그 맛의 비결은 직접 농사지은 쌀, 집에서 만든 조청, 아지매의 손맛이지요. 어떻게 만드셨는지 궁금해서 여쭤봅니다.

이 논에서 지은 찹쌀로 강정을 만드셨다. (2021.5.29.) by 김진희
이 논에서 지은 찹쌀로 강정을 만드셨다. (2021.5.29.) by 김진희

조청은 언제 고으세요?

가을에 고추장하고 난 뒤에 그 솥에 쌀을 5~6대 삭혀서 만들지.

새댁이 집 앞에 논에서 지은 쌀이거든. 거(거기) 두 도가리(논배미)가 찹쌀이지. 찐쌀한다고. 일찍 베거든. 탈곡할 때 다 돼서 해가지고는 이 맛이 안 나. 푸른 기가 있을 때 해가(벼를 베어서) 쪄가 말라가 찐쌀을 안 하나. 이때쯤 되면 날씨도 춥으끼네 만들기 좋거든. 조청넣기 전에 쌀을 후라이팬에 볶아가 놔놔(놓아 둬). 날씨가 비가 오기나 온도가 너무 뜨뜻하면 안 되고 찬 바람이 나야 돼. 엿을 훌훌 따리가(달여서) 하나하나 방울 섞을 때 춥은기(차가운 기운)가 들어가야 굳는기(굳는 것이) 잘 되거든. 온도가 맞아야 돼.

조청은 언제 넣어요?

찐쌀은 후라이팬에 준비해놓고 다른 냄비에 조청을 훌훌 한번 따려. 딸기면서 요만큼 한판 하고 싶으면 양을 대가(가늠해서) 섞지. 판도 다 있다. 방망이로 밀어가 하지.

올해는 할배도 병원에 갔다오고 안 할라켔두만은 찐쌀은 해놨는거 있지를 막내 딸래미 오라케가 거들어가 했지. 할배 까자(과자) 대신에. 이건 잩에(곁에) 있으면 자꾸 입에 대지드라.(댄다) 별로 단것도 아니고.

한번 만들려면 며칠 준비해야 되죠?

하이고 뭐 그거를 그래 걸리가 어예하노.(그렇게 걸려서 어떡해) 그냥 간단하게 하는 거는 금방 볶아가 하는데 양을 많이 할라카면 볶는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고. 1시간에 2되 정도 밖에 못 볶겠더라. 4~5되 볶을라하면 2~3시간 걸려야 돼.

요새 사람들은 귀찮아서 안 할라하지. 사먹고 치울라하지. 그래도 샀는 거는 아무래도 이런 깊은 맛은 없다. 이번에 딸래미 아-들(아이들) 와가 가져갔는데 아-들은 할머니 까자 도가(과자 주세요) 해가지고 언제 다 먹었는지 모르겠다더라.

요번에 서낭재에 해 뜨는 거 보러간다고 와서 하룻밤 자고 갔는데 한바가지 내놓으이 언제 먹었는동 없어졌대.

해 뜨는 거 보셨어요?

내사 해 뜰 때 한 번도 안 빠지고 갔는데 젊을 때는 치술령에 3~4년 갔고 2002년이니까 내가 50살밖에 안 됐을 때 한창 활동할 때니까 많이 댕겼지. 그라고는 서낭재를 계속 갔는데 올해는 아-들도 오고 소도 밥도 줘야 되고 허리도 아프고 첨으로 안 갔다. 1월 1일에 해 뜨는 거 보러 가면 한 해를 보낸다 하는 의미가 있거든.

찹쌀강정에서 시작된 이야기는 해돋이구경으로 이어져 겨울이야기, 새해이야기로 겨울밤이 깊어갑니다.

지난 10월~12월에는 마을과 학교의 연계수업으로 두동초 5학년 12명과 마을달력만들기를 했습니다. 그중 1월의 마을풍경은 도훈이가 그린 치술령자락 서낭재가 있는 산입니다.

비조마을에서는 매일 아침 그림 왼쪽 끝에서 해가 뜬답니다.

김진희

만화리 비조마을에 살며 만가지 이야기가 어우러지는 마을이야기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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