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옷인지가 곧 환경이다

일상에서 비건을 실천하고 싶나요? 비건은 단순히 채식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동물 착취가 없으면서도 환경을 파괴하지 않는 의생활에 대해 생각해 보았습니다.

생활하는 데 필요한 세 가지 기본요소라 불리는 의식주(衣食住). 옷은 예부터 우리의 삶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요소 중 하나가 되었다. ‘옷이 날개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옷은 우리 인상을 돋보이게 하고, 사회생활과 삶 전반에 크고 작은 영향을 끼친다. 자아실현의 기능도 있다. 예쁜 옷을 입고 나가면 기분이 좋지 않은가? 구석기 시대의 동물 가죽부터 현대의 최첨단 골프 웨어까지, 옷은 점점 다양해지며 우리 삶의 중요한 요소로 변모하고 있다.

기술과 산업의 발전으로 의복의 소재는 점점 다양해지고 있다. 의복을 이루는 가장 작은 단위인 섬유는 크게 천연 섬유와 인조 섬유로 나뉜다. 천연 섬유는 소재가 자연에서 유래한 것으로 식물성 섬유와 동물성 섬유로 다시 나뉜다. 식물성 섬유에는 각각 코튼, 린넨이라고도 부르는 면, 마가 있고, 동물성 섬유에는 각각 울, 실크라고도 부르는 모와 견이 있다. 인조 섬유는 목재의 펄프나 목화의 잔털로 만든 재생 섬유와 석유나 석탄을 원료로 하는 합성 섬유로 다시 나뉜다. 레이온과 아세테이트는 가장 대표적인 인조 섬유이고, 합성 섬유의 대표로는 나일론, 폴리에스터, 아크릴, 우레탄 등이 있다. 이런 섬유를 직조하면 직물, 그리고 고리를 만들어 엮으면 편성물이 된다. 섬유의 단계를 거치지 않는 옷감으로는 양모에 열과 압력을 가해 만드는 펠트가 대표적이고, 그 외에도 모피나 가죽(레더), PVC 등의 소재로 옷을 만들어 낼 수도 있다.

이 중 논비건(non-vegan) 소재는 울, 실크, 펠트, 모피, 가죽 등이다. 많은 비건(vegan)은 먹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입는 것, 쓰는 것에서도 비건을 실천한다. 다만 문제가 되는 것은 ‘어떻게’이다. 식물성 천연 섬유는 여름용으로는 적당하나 겨울에 입기에는 몹시 부적절하다. 목화솜은 겨울옷의 충전재로 너무 무겁고, 충분한 보온 호과를 내지 못한다. 이를 대체하기 위해 많은 비건 소재가 존재한다. 그중 방한용 비건 충전재의 대표 격으로 웰론을 들 수 있다. 웰론은 폴리에스터를 미세가공한 섬유다. 솜털처럼 보이며, 공기를 머금어 가볍고도 따뜻하다. 이 재료면 오리나 거위 등의 깃털을 착취하지 않을 수 있다. 다음으로 비건 레더를 살펴보자. 비닐을 가공하여 가죽처럼 보이게 했다. 동물의 가죽을 산 채로 벗기며 고통을 주지 않아도 비슷한 외양의 옷을 입고 멋을 낼 수 있다. 소재가 되는 동물을 비정상적으로 살찌울 일도 없다. 아크릴 소재의 스웨터는 종종 비건 울이라는 이름으로 팔린다. 양의 털을 폭력적으로 빼앗고, 양모를 많이 얻어내기 위해 양이 움직일 수 없을 때까지 털을 불려낸다. 털을 깎는 과정에서 양의 피부가 같이 떨어져 나가는 경우도 있다. 아크릴 소재를 입으면 양에게 이런 고통을 줄 필요가 없다. 어떠한가. 비건에 걸맞은 완벽한 재료처럼 느껴지지 않는가? 유감스럽게도 그렇지 않다.

베트남의 한 버려진 공장에서 의류 재생(Clothing Loop)을 위해 수백 톤의 의류를 분류하고 있다. 사진 출처 : Francois Le Nguy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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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의 한 버려진 공장에서 의류 재생(Clothing Loop)을 위해 수백 톤의 의류를 분류하고 있다. 사진 출처 : Francois Le Nguyen

합성 소재는 대부분 플라스틱이다. 입을 때는 훌륭하지만 세탁하거나 버릴 때 문제가 발생한다. 플라스틱은 썩지 않는다. 면이 썩는 데 걸리는 시간은 1달에서 5달 사이다. 반면 폴리에스터는 200년이 지나도 완전히 썩지 않을 수 있다. 우리의 후손은 증조부모의 증조부모가 입다 버린 폴리에스터 셔츠를 땅에서 파내며 놀 수도 있다는 말이다. 한 해에 330억 벌의 옷이 버려진다. 다 썩기는 할지 의문스럽다. 세탁은 괜찮을까? 합성섬유로 만든 의류제품 한 벌을 세탁할 때마다 2,000개에 달하는 미세 플라스틱 조각이 새로 만들어진다. 미세 플라스틱은 세탁기에서 여과되지 않고 배수구로 배출된다. 하수도관을 흘러 바다로 간 미세 플라스틱은 해양 생물에 축적되거나 빗물로 땅에 내린다. 물의 순환을 따라 미세 플라스틱도 함께 움직이는 셈이다. 그리고 다시 우리에게 돌아온다. 한 사람이 일주일에 섭취하는 미세 플라스틱은 5g가량이다. 우리는 아직 미세 플라스틱이 인체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정확히 알지 못한다. 그러나 여러 연구에서 영양 부족, BPA 섭취, 심혈관 질환 등을 일으킬 수 있음이 밝혀지고 있다.

낙담하기 전, 잠깐! 재생 섬유가 남아 있지 않은가! 동물성 소재도 아니고 플라스틱으로 만들지도 않는다. 그렇다면 재생 섬유가 완벽한 대안이 될 수 있을까? 재생 섬유의 이름만 들으면 친환경적으로 보이지만, 제조 공정을 살펴보면 전혀 그렇지 않다. 이황화탄소를 비롯한 여러 유해 화학물질이 호흡기나 피부를 통해 흡수된다. 이 물질에 노출되면 간 손상과 정신착란 등의 심각한 건강 이상을 겪는다. 우리나라에서 사상 최악의 산업재해로 기록된 원진레이온 사건이 레이온 산업의 유해성을 적나라하게 보여 주었다. 지금 대부분의 레이온 공장은 중국과 동남아시아로 옮겨갔다. 국경 너머의 위험의 외주화인 셈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사실 나는 친환경적인 소비란 없다고 생각한다. 사지 않는 것, 그것이 친환경이다. 무엇을 입든 착취 없는 제품을 최소한으로 사서 깨끗하게 오래 입는 것을 권한다. 패스트패션을 지양하고 만듦새 좋은, 오래 입을 수 있는 옷을 구매하자. 그만 입을 생각이라면 새로운 주인을 찾을 수 있게 빈티지 의류로 판매하는 것도 좋다. 중고 의류 구매도 권한다. 에코워싱을 늘 경계하고, 소비를 줄이며 살아 보자.

김캐롤

싸우는 트랜스남성, 비건, 학교 밖 청소년, 아픈 사람, 퀴어 페미니스트. 연대의 힘을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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