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초로부터 배우는 삶의 지혜 -『전략가, 잡초』를 읽고

저자는 잡초의 생태를 연구하면서 잡초의 전략 두 가지를 소개한다. 첫 번째로, 잡초는 부정적 환경을 긍정적 환경으로 바꾼다는 것이다. 두 번째로는, 잡초는 변화를 잘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바로 ‘씨’를 남기겠다는 목표가 있기 때문인데, 잡초는 이 목표를 이룰 때까지 어떻게든 버틴다는 것이다.

이나가키 히데히로 저, 『전략가, 잡초』(2021, 더숲)
이나가키 히데히로 저, 『전략가, 잡초』(2021, 더숲)

우리 주변을 자세히 살펴보면 도심 곳곳에서도 마주칠 수 있는 존재가 있다. 바로 잡초인데, 아스팔트 옆 작은 틈새 혹은 보도블록 사이사이에서 자라고 있는 강인함은 매우 인상적이다. 잡초의 사전적 정의는 ‘가꾸지 않아도 저절로 나서 자라는 여러 가지 풀’이다. 이러한 잡초는 나약하면서도 강인함을 상징하지만, 우리는 진정으로 잡초의 생태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한다. 오늘 소개하는 『전략가, 잡초』 (더숲, 2021)를 쓴 이나가키 히데히로는 일본의 대표적인 식물학자로 잡초 생태학의 전문가이다. 저자는 잡초의 생태를 연구하면서 잡초의 전략 두 가지를 소개한다. 첫 번째로, 잡초는 부정적 환경을 긍정적 환경으로 바꾼다는 것이다. 두 번째로는, 잡초는 변화를 잘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바로 ‘씨’를 남기겠다는 목표가 있기 때문인데, 잡초는 이 목표를 이룰 때까지 어떻게든 버틴다는 것이다.

잡초(雜草)의 사전적 의미는 ‘가꾸지 않아도 저절로 나서 자라나는 여러 가지 풀’이다. 일반적으로 섞인다는 의미의 잡(雜)은 흔히 보잘것없는 물건을 가리킨다.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단어인 ‘잡념, 혼잡, 잡종, 잡음, 잡담, 잡일’에서 알 수 있듯이 여러 가지가 섞여 순수하지 않기 때문에 품질이 낮고 쓸모가 없다는 의미가 강하다.

이처럼 잡초에는 나쁜 이미지가 강한데, 원래 잡초에는 나쁜 풀이라는 뜻이 없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이 책은 바로 잡초의 생태를 알려주고자 하는 목적에서 쓰였으나, 저자는 잡초로부터 인간은 많은 것을 배워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먼저 농작물과 잡초의 차이점을 살펴보자. 농작물은 균일해야 관리하기 편리하기에, 인간은 균일하게 길들인 식물을 작물이라고 한다. 반면에 잡초는 아무도 돌봐주지 않기에 야생에서 전멸하지 않고 오랜 시간 세대를 이어나가려면 뛰어난 형질을 고르고 골라 똑같이 만들기보다는 개성 있는 다양성을 유지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이러한 잡초의 특성에서 우리는 우리의 교육 현실을 돌아보지 않을 수 없다. 오늘날 우리의 교육은 농작물처럼 관리하기 편리한 개성이 없는 인간을 만드는 것을 목적으로 하지는 않는지 깊이 반성해야 할 것이다. 잘못하다가는 우리는 잡초보다 못한 존재로 전락할 수 있다는 위기감을 느끼는 대목이다.

잡초는 흔히 우리가 알고 있는 것과는 달리 밟히면 일어서지 않는다. 사진출처 : couleur https://cdn.pixabay.com/photo/2018/11/16/12/08/grass-3819288_960_720.jpg
잡초는 흔히 우리가 알고 있는 것과는 달리 밟히면 일어서지 않는다.
사진 출처 : couleur

연약한 존재이기에 잡초는 생존하기 위하여 다양한 전략을 펼친다. 먼저, 잡초의 광발아성 종자는 그 위에 잎이 무성하지 않다는 사실을 나타내는 적색광까지 확인한 다음에야 발아한다. 그리고, 잡초의 씨앗은 되도록 시기를 들쑥날쑥하게 하는 것이 중요한데, 만약 잡초 씨앗이 채소나 꽃 씨앗처럼 한꺼번에 출아하면 인간이 풀을 뽑을 때 다 뽑히고 만다. 그래서 일부러 시간차를 두고 출아기를 엇갈리게 해서 드문드문 돋아나는 전략을 선택한다.

이외에도 다양한 전략을 펼치며 살아남는 잡초는 흔히 우리가 알고 있는 것과는 달리 밟히면 일어서지 않는다고 한다. 밟히고 또 밟혀도 계속 일어서는 것은 상당한 에너지를 소모하는 것이다. 잡초는 이러한 에너지 낭비를 줄이는 전략을 선택했다고 한다. 따라서 잡초는 밟히고 또 밟혀도 반드시 꽃을 피우고 씨앗을 남기는 쪽으로 자신의 에너지를 사용한다고 한다. 중요한 것을 놓치지 않는 삶, 이것이 바로 진정한 잡초의 혼이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우리는 겉보기에는 쓸모없어 보이는 잡초라 하더라도 많은 것을 배울 수가 있다. 가까운 예로는 바로 사회 주변에서 활성화되고 있는 ‘풀뿌리 운동’이 대표적일 것이다. 우리는 흔히 ‘힘없는 민중’을 표현하기 위해 ‘민초’라는 단어를 사용한다. 그만큼 개개인은 연약한 존재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초들의 작은 힘들을 모아 아래에서 시작하는 풀뿌리 운동은 제도화된 정치 권력이 아니라 자신의 삶과 공동체를 근본적으로 바꾸려는 다양한 시도를 뜻한다. 일찍이 함석헌은 이런 민중의 모습을 ‘씨ᄋᆞᆯ’이라는 말로 풀어냈다. 풀뿌리는 성장의 가능성을 가진 씨앗일 뿐 자라지 못하면 그 생명력이 사라진다. 그래서 풀뿌리 민중은 자기 자신의 성장을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책의 표지에 ‘타고난 약함을 전략적 강함으로 승화시킨 잡초의 생존 투쟁기’라고 쓰여 있듯이, 비록 연약하지만 자신의 약점을 살려 강점으로 만들려는 잡초의 전략에서 우리는 잡초에서 삶의 지혜를 배워야 하지 않을까?

이환성

공학계 앤지니어로 10여년간 인간중심주의가 지배하는 현장에서 근무하면서 인문학에 목말라했다. 지금은 현장을 떠나 자유로이 독서와 함께 인문학에 빠져 있으며 철학과 공동체에 관심을 갖고 다른 삶을 모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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