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를 제주답게! – 제주 제2공항 쟁점 해소를 위한 토론회 후기

지난 7월, 매주 한 차례씩 제주 제2공항 쟁점 해소를 위한 토론회가 열렸다. 제주에 2개의 공항이 필요한지, 성산에 공항을 건설하는 것이 맞는 일인지, 긴긴 논의는 평행선만 그었다. 제주 특유의 경관적·생태적·인문적 가치를 지키려면, 제주가 사라지는 것을 막으려면, 새로운 공항 계획은 중단되어야 한다.

지난 7월, 제주에서는 네 차례의 연속 토론회가 열렸다. 제주 제2공항 건설 계획을 둘러싸고 수년째 지속된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공론화 성격의 토론회였다. 토론회에서는 그간 주요 쟁점이었던 △공항 인프라의 필요성(수요, 수용력, 환경, 주민수용성), △기존 공항 활용 가능성, △입지선정의 적절성을 다루었고 마지막에는 종합토론을 진행했다.

결과를 먼저 말하자면, 네 번의 토론회로 쟁점 해소는 되지 않았고 찬반 입장도 좁혀지지 않았다. 다만 최종 토론회에서 국토부가 이전과 달리 “제주도가 도민 다수의 의견을 수렴해 국토부에 건의하면 법적 절차에 따라 다수 의견을 받아들일 수 있다”는 입장을 표명하여 작은 실마리가 보였다는 정도랄까. 물론 어떤 주체(제주특별자치도, 제주도 의회 특위)가 어떤 절차와 방법(공론조사, 여론조사, 주민투표 등)으로 70만 제주도민의 의견을 수렴할지에 대한 논의와 결정이 남아 있다.

4,560만명의 관광객을 전제로 추진되는 제2공항

제주 제2공항 사업 예정지 지도. 제2공항 입지 선정에 있어서 안개일수 오류, 오름 절취 누락, 지반 정밀조사 생략, 철새도래지 평가 제외, 주요 후보지 평가 왜곡 등 제주 제2공항 후보지 선정과정의 중대한 결함이 있다. 출처 : 국토부
제주 제2공항 사업 예정지 지도. 제2공항 입지 선정에 있어서 안개일수 오류, 오름 절취 누락, 지반 정밀조사 생략, 철새도래지 평가 제외, 주요 후보지 평가 왜곡 등 제주 제2공항 후보지 선정과정의 중대한 결함이 있다.
이미지 출처 : 국토부

제주 제2공항 건설사업은 연간 4,560만 명이라는 항공 수요 예측을 전제로 서귀포시 성산에 계획된 예산 규모 5조 원 이상이 투입되는 국책사업이다. 국토부는 사전타당성 조사를 거쳐 2015년 11월 성산읍 일대 496만㎡ 부지에 길이 3,200m, 폭 60m 활주로 1개를 신설하는 공항 건설 계획을 발표한다. 공항이 들어서는 온평·신산·고성·난산·수산리 지역주민들이 언론 보도를 통해 공항 계획을 알게 될 정도로 일방적인 추진이었다. 이후 사전타당성 재조사, 기본계획 수립, 전략환경영향평가 과정에서 정보 비공개, 왜곡, 조사 부실·누락 등의 갈등이 계속됐다.

사실 이 갈등의 핵심에는 두 개의 질문이 있다.

“제주에 2개의 공항이 필요한가?”

“성산에 공항을 건설하는 것이 타당한가?”

화산섬 제주도는 2002년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 2007년 세계자연유산, 2010년 세계지질공원으로 선정되어 전 세계 유일하게 유네스코 3관왕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다. 한라산과 성산일출봉, 오름과 곶자왈 모두 독특하고 아름다운 생태적·지질학적 가치를 갖는다. 제주의 하늘, 바다, 숲 모두 ‘제주다움’ 그 자체이다.

제2공항 예정지. by 신주희
제2공항 예정지. by 신주희

제주는 2000년대 이후 대규모 개발 프로젝트가 줄을 이었다. 저가 항공이 공급되면서 제주 관광객은 연간 500만 명에서 1,600만 명으로 세 배 이상 늘었다. 그 사이 제주의 모습도 변했다. 탁 트인 경관마다 공사판이 되었고 골프장, 리조트, 각종 상업 건물이 들어섰다. 대규모 관광 개발과 과잉 관광은 섬의 환경수용력을 넘어섰고, 처리 용량을 넘어선 쓰레기 매립장, 정화하지 못하고 바다로 배출되는 오·폐수, 지하수 오염과 고갈, 교통 체증과 땅값 폭등의 지표는 이를 고스란히 드러낸다. 새로운 공항은 단지 하나의 시설이 아니다. 도로 확장, 숙박 및 레저, 각종 기반 시설도 대폭 늘어날 것이다

국토부는 현 제주국제공항이 너무 혼잡하고 포화상태여서 확충은 어렵고, 제주에 새로운 공항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후보지인 신도, 성산, 정석 중 성산 지역이 최적의 대안이었다고 한다. ‘제주제2공항강행저지비상도민회의’ 측은 현 공항 관제시스템 개선, 인프라 개선, 사용하지 않는 남북활주로의 확장 등이 가능한데 국토부가 제대로 검토하지 않고 공항 건설만이 정답이라고 주장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관광객 수용 능력이 아닌 생태적 수용력이 고려되어야

서귀포시 색달매립장. 대규모 관광 개발과 과잉 관광은 섬의 환경수용력을 넘어섰고, 처리 용량을 넘어선 쓰레기 매립장, 정화하지 못하고 바다로 배출되는 오·폐수, 지하수 오염과 고갈, 교통 체증과 땅값 폭등을 불러왔다. 출처: 제주환경운동연합
서귀포시 색달매립장. 대규모 관광 개발과 과잉 관광은 섬의 환경수용력을 넘어섰고, 처리 용량을 넘어선 쓰레기 매립장, 정화하지 못하고 바다로 배출되는 오·폐수, 지하수 오염과 고갈, 교통 체증과 땅값 폭등을 불러왔다.
사진 출처: 제주환경운동연합

정부 부처 간 주고받은 정보와 검토·협의 내용이 비공개된 상태에서 토론회는 진행되었다. 기울어진 운동장이다. 그럼에도 제2공항 건설 계획이 발표되고 5년 가까운 시간 동안 주민과 활동가들이 직접 조사하고 모은 자료들을 다시 확인하는 자리이기도 했다. “현 제주공항의 교차 활주로를 적극 활용하면 국토부가 예측하는 항공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다”고 한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ADPi)의 보고서를 왜 채택하지 않고 은폐했는지에 대해 국토부는 수용하기 힘든 조건이 있었고 의도적으로 은폐한 게 아니라고 했다. “안개일수 오류, 오름 절취 누락, 지반 정밀조사 생략, 철새도래지 평가 제외, 주요 후보지 평가 왜곡 등 제주 제2공항 후보지 선정과정의 중대한 결함이 있다”(제주 제2공항 입지선정 재조사 검토위원회)는 내용에 대해서도, 판단 근거 누락, 오타, 계산 오류, 검토 과정 누락은 아쉽긴 하지만 중대 오류가 아니라고 답했다. 주민이 추천한 검토위원 전원(7인)이 “제2공항 입지선정 과정에서 신도 지역 후보지가 이동되지 않았다면 최종 후보지가 변경될 만큼 입지 평가에 중대 결함이 있었다”고 결론 내렸음에도 말이다. 단계별 용역마다 항목 오류, 누락, 왜곡의 문제가 지적됐다.

토론을 지켜보며 국토부가 인식하는 ‘환경수용력’이 무엇인지도 깨닫게 되었다. 국토부는 제2공항을 건설하면서 상·하수도, 폐기물 처리 시설 확충, 재생에너지 사용을 통해 환경수용력을 제고 하겠다고 밝혔다. 제주라는 한정된 공간에 연간 4,000만 명의 수요를 감당할 환경 기반 시설을 마련하는 것이 ‘환경수용력’인 셈이다. 제주 특유의 경관적·생태적·인문적 가치와 지속가능성이 아니라, 외부의 수요를 감당하고 소비되는 공간으로만 구상되고 있다.

탄소과다 배출 산업, 항공산업의 확장은 퇴행

토론회 내내 국토부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강조하며 제2공항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최대한의 수요 예측을 전제로 계획된 공항 건설은 제주의 숱한 생명을 위협하는 것은 아닌가. 오래전부터 동남아의 더위와 시베리아의 추위를 피해 여름과 겨울, 제주에 머무르는 철새들의 둥지와 이동 경로는 애초에 공항 입지의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 세계자연유산인 성산 일출봉과 동부지역 오름 군락 경관이 주는 가치도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 하도리-종달리-오조리 철새도래지 벨트와 내륙 습지, 성산 앞바다에는 노랑부리저어새, 매, 물수리 같은 법정 보호종이자 멸종위기 귀한 새들과 남방큰돌고래, 연산호 등 해양생물이 공존하며 생태권을 이루고 있다. 현재 국토부는 이 공간들을 재조사하며 ‘사업의 적정성과 입지 타당성’의 비어있는 칸들을 채우고 있다. 환경부에 제출했던 전략환경영향평가서(초안:2019년 6월, 본안:2019년 9월, 본안 보완:2019년 12월)를 재보완하는 작업이다. 이에 대한 환경부의 최종 동의나 부동의 여부에 따라 제 2공항 ‘기본계획 고시’ 여부는 결정된다. 즉, 조만간 제주도민들의 의견이 어떤 방향으로 수렴될지와 환경부의 최종 검토 결과, 이 두 가지가 제2공항 건설사업의 최대 분수령이 될 테다.

최근 멈추지 않는 비를 보며, 지구 평균 기온 상승폭이 1.5도를 초과하면 기후위기의 파국적 상황이 도래할 것이라던 불안한 전망을 떠올린다. 불규칙한 폭우, 폭염은 기후 재난이다. 온실가스 배출을 막기 위한 담대한 조치들이 필요한 시기에 대표적인 탄소 과다배출 업종인 항공산업을 확장하는 것은 너무 퇴행적이지 않은가. 새로운 공항이 아니라 기존 공항 활용이나 수요관리 측면으로 발상을 전환해야 한다.

신수연

해양시민과학센터 파란에서 활동합니다. 바다의 변화를 관찰하고, 기록하고, 정책 변화를 모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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