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긴 한데 미덥지 못한 태양광 발전?

그린에너지전환은 이제 대부분의 공동체에서 하나의 상식으로 자리잡았습니다. 이에 따라, 새로운 에너지원을 개발하고, 기존 재생에너지 시설을 신속하게 확대하기 위한 다양한 투자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가장 친숙한 에너지원인 태양광 발전에 대해 여러 우려를 표명하는 기사가 많습니다.대부분 사회적 논의의 가치가 없는 가짜뉴스들입니다만, 걱정하시는 시민들을 위해 태양광 발전을 둘러싼 우려에 대해 정리해봤습니다.

새해가 시작된 지도 벌써 한 달이 지나갑니다. 의례 하는 일이긴 합니다만, 매년 1월은 각종 연구 단체와 학계 사람들이 새로운 1년 혹은 향후 10년에 대한 전망과 도전을 정리하는데요. 여러 보고서와 이벤트 중에서 비교적 잘 알려진 행사를 꼽자면 ‘세계경제포럼(WEF, World Economic Forum)’1이 가장 언론의 조명을 많이 받는 것 같습니다. 사실, 전 세계적으로 힘 좀 쓴다고 하는 사람들의 친목모임에 불과하고, 공동체의 진보가 아닌 내 사업의 진보를 도모하는 이벤트임에도 이렇게 많은 관심을 받는 게 조금 역설적이기도 합니다. 아무튼, 코로나 사태로 인해 올해 행사는 온라인 방식으로 진행되었는데요, 문재인 대통령이 특별 연설을 해서 조금 더 관심을 받은 것 같습니다.

2050 탄소중립 사회로의 전환

WEF는 매년 세계 경제의 위험 요소들을 정리해서 발표하는데요, 최근 5년간 이들이 반복해서 지목하는 위험 요소는 기후변화와 생태 문제들입니다.2 이들의 문제인식을 이렇게 가늠해 볼 수 있습니다. 돈이 많은 사람들의 눈에도 현재의 기후위기는 자신의 자산을 위협하는 가장 큰 위험이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해를 거듭할수록 세계 주요 국가들의 에너지 전환 정책이 점점 구체화되고, 그 규모도 커지고 있습니다. 올해는 미국이 대표적인데요, 화석연료 중심의 에너지 정책을 고수해 세계의 비웃음을 샀던 트럼프 정부의 사례를 반면교사 삼아 새로운 바이든 정부는 강력한 기후정책을 제시하는 중입니다. 구체적으로는 2035년까지 모든 전기에너지의 100%를 그린 에너지로 전환하고, 2050년 탄소중립을 이뤄내겠다는 것인데요. 미국의 정책이니 만큼 향후 에너지 전환에 새로운 에너지를 불러 넣을 것으로 보입니다.

기후위기로 더 가속화 된 점이 있지만, 두 차례의 석유파동이후 지난 40여년간 그린 에너지 전환은 전세계 시민들에게 하나의 상식으로 자리잡아 왔습니다. 문제는 얼마나 빨리 전환하고, 어떤 에너지 믹스를 구축하는 것이 바람직한가… 이 점일 텐데요. 이에 대해서는 여러 이견이 서로 충돌하고 있습니다. 그 중 하나가 태양광발전에 대한 것입니다. 사실, 태양복사 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전환하여 전기 중심의 에너지 체계를 구축하는 것, 기후 위기 시대의 가장 이상적인 에너지 정책일 것입니다. 실제로 대부분의 국가에서 그린 에너지 전환의 중심축은 태양광발전 설비의 신속한 확충입니다.

실제로, 태양광 설비는 전세계에서 빠르게 늘어나고 있습니다.3 그리고, 이렇게 늘어난 설비는 규모의 경제를 불러와 더 저렴한 비용으로 발전 설비를 신축할 수 있게 하고 있습니다. 한국을 보면, 2020년에 비교적 순조롭게 태양광 발전 설비가 확충되어 약 4GW의 발전 용량을 확보했습니다. 2020년에 발표한 그린 뉴딜 정책으로 2025년까지 태양광•풍력 발전 설비를 2019년 대비 3배 이상 신설할 예정이어서, 향후에도 태양광 발전은 계속 힘을 얻을 것입니다. 물론, 이런 속도로 과연 2050년 탄소 중립을 실현할 수 있을 지 매우 의심스럽기는 합니다.

그런데, 한 편에서는 태양광 발전에 대한 여러 문제제기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태양광 발전 확대는 우리 미래를 위해 좋은 일인 것 같은데, 일각의 문제제기를 보면 아닌 것도 같아서 조금 혼란스러운 분들도 있으실 것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현재까지의 문제제기는 매우 부적절하고 비과학적입니다. 몇 가지 사실들을 같이 보시지요.

의혹1 : 태양광 패널은 환경오염물질 덩어리

태양광 모듈은 유리, 알루미늄, 실리콘, 구리, 은 등으로 구성되어 있어 이 중 90% 이상이 재활용 가능하다. (에너지 설비관리, 2020.7.15.)
태양광 모듈은 유리, 알루미늄, 실리콘, 구리, 은 등으로 구성되어 있어 이 중 90% 이상이 재활용 가능하다. (에너지 설비관리, 2020.7.15.)

가장 많은 비판이 이 부분인 것 같습니다. 태양광 패널은 빛, 즉 광자를 흡수해 전자로 전환하는 핵심 장치입니다. 이 전환 과정은 물질 고유의 에너지 규칙에 의존하는데, 효율을 위해 몇 개의 층을 겹치게 하는 복층구조를 만들어 더 많은 전자를 얻으려고 노력합니다. 또, 생산된 전자를 원하는 곳으로 흐르게 하기 위해 패널의 위•아래에 별도의 전기회로도 구성해야 합니다. 이 두 가지 장치가 태양광 발전의 핵심 축이고, 이를 위해 여러 화학 물질들이 사용됩니다. 이 화학물질 중 사람들의 우려는 카드뮴이 포함된 CdTe라는 물질입니다. 카드뮴과 텔룰라이드라는 금속 물질을 결합하여 만든 화합물 반도체인데요. 광효율이 좋아서, 예전에는 적극적으로 검토되었고, 실제 상용화된 적도 있습니다. 그러나, 카드뮴은 독성에 대한 규제도 까다롭고, 구하기도 힘든 비싼 재료이어서 본격적으로 적용되지 못 하고, 연구목적으로만 남았습니다. 그 외 수은과 비소 등에 대한 우려도 있던데, 역시 현재는 사용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과거에 생산된 일부 패널에서 독성을 포함하고 있는 화학물질이 검출되었다고 해서, 태양광 모듈 전체에 대한 우려를 가지실 필요는 없습니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규제 당국과 산업계가 이미 나름의 규정을 세워두고 있습니다. 그 간의 여러 화학물질 오•남용 문제로 인해 시민들의 의심과 우려가 있는 것은 충분히 이해가 됩니다만, 전문가들에게 물어보면 금방 확인될 사실들을 확인 작업도 없이 마구 유포하는 언론의 행태는 매우 부적절한 일입니다.

또 다른 문제제기는 태양광 패널을 세척하는 데 사용되는 세척제에 독성 물질이 포함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처음 들었을 때에는 슬그머니 웃고 말았던 뉴스인데, 의외로 사라지지 않고 있습니다. 자동차 앞 유리에 먼지가 끼었다고 해서 암흑이 되는 것이 아닌 것처럼 패널 위에 먼지가 있다고 해서 발전을 위한 광자가 부족한 것은 아닙니다. 즉, 패널의 표면은 물로 쓰윽~ 닦으면 되지, 세척제로 빤질빤질하게 닦을 필요는 없다는 것입니다. 이것도 초기에 패널을 과도하게 세척하는 해프닝에서 비롯된 오해로 보입니다만, 실제로 크게 걱정하실 일은 아닙니다.

의혹2 : 태양광 발전이 산림을 훼손

이런 이야기도 많습니다. 태양광 패널 설치를 위해 산림이 훼손되고 있다는 이야기인데요. 이건 충분히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태양광 패널의 효율은 재료의 에너지 특성에 기인하기 때문에, 단위면적당 발전 효율은 어느 정도 정해져 있습니다. 따라서, 발전 용량을 증가시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패널의 크기를 키우는 것입니다. 설비 업자의 입장에서 보면, 더 넓은 지역에 패널을 설치하고자 하는 욕구가 생길 수밖에 없는데요. 현재는 대안으로 호수나 바다 위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자는 아이디어가 많이 제안되고 있고, 외국의 경우 일부 스타트업들은 상당히 효율적인 솔루션을 제안하기도 하였습니다. 다만, 가까운 바다에 해산물 양식장이 많은 한국의 경우, 양식장과 태양광 패널의 균형을 어떻게 맞추어 갈지 더 많은 사회적 합의와 기술 혁신이 필요한 부분입니다.

의혹3 : 주변환경에 악영향

태양광 발전소는 거주지와 상당한 거리를 둬야만 허가가 난다. 지자체에 따라 최소 100미터에서 500미터 떨어진 곳에 위치하는데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공사 현장에서는 민원 시비가 끊이지 않는다. by こ う の 610 출처 : https://images.app.goo.gl/MtuKzhQBS6CRULya9
태양광 발전소는 거주지와 상당한 거리를 둬야만 허가가 난다. 지자체에 따라 최소 100미터에서 500미터 떨어진 곳에 위치하는데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공사 현장에서는 민원 시비가 끊이지 않는다.
사진 출처 : こ う の 610

이번에 조사하면서 처음 알게 되었는데, 태양광 패널에서 발생하는 전자파와 소음에 대한 우려도 있다고 합니다. 발전시설 인근에 사는 주민들의 민원에 의해 제기된 현상이라고 하는데요. 태양광 발전은 굴절률과 에너지 준위가 서로 다른 물질들의 접합면에서 에너지 형태의 전환이 이루어지는 것이 기본 원리입니다. 빛이 공기에서 물로 진행하며 굴절되는 것과 원리적으로 같은 상황입니다. 따라서, 소음이 있을 수 없습니다. 전자파도 마찬가지인데, 이런 민원이 제기된 것은 뭔가 오해가 있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출구 : 재생에너지 확대는 깨시민의 총력이 필요

자료를 정리하면서, 태양광 발전에 대한 여러 오해가 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습니다. 오늘 정리한 것 외에도 여러 문제제기가 있는데, 대부분은 가짜 뉴스 정도의 수준 낮은 내용들이고, 주의 깊게 봐야하는 것은 매우 소수였습니다. 기술 혁신을 전공하는 필자의 기준으로 보면, 태양광 발전은 지난 50여 년 동안 획기적인 혁신이 이루어지지 않은 대표적 기술 산업 분야입니다. 이게 가장 큰 문제이고 태양광 발전의 근본적인 과제입니다. 그동안 광효율4을 높이기 위해 그야말로 눈물나는 노력을 해왔고, 현재도 수많은 연구소에서 이 노력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어쩌면 워프엔진5처럼, 효율 높은 태양광 모듈은 인류를 새로운 지성의 도약으로 이끌지도 모르겠습니다. 따라서, 시시각각 지구 생태계를 갉아 먹고 있는 기후위기의 대응전략은 어느 한 에너지원에 기대는 것이 아닌, 태양광, 풍력, 수력 등 현실화가 가능한 재생에너지원들을 최대한 확대하는 것입니다. 깨어있는 시민들을 중심으로 기술적 • 사회적 • 문화적 총력이 필요한 상황이라는 것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주류 언론 매체를 포함해 여러 미디어에서 왜 이렇게 태양광 발전을 음해하는지 가늠하기는 어렵습니다만, 시민들께서 밝은 눈으로 걸러주시길 바랍니다. 항상 그렇게 해왔듯이.


  1. 스위스의 작은 도시인 다보스에서 열린다고 하여, ‘다보스 포럼’이라는 명칭도 있습니다.

  2. reports.weforum.org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3. Wood Mackenzie의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신규 태양광 설비는 2019년 대비 5% 상승했고, 향후 10년간 매년 7~10%의 성장이 예측됩니다.

  4. 일정한 빛을 쪼여줄 때 얻을 수 있는 전자의 양을 백분율로 나타낸 것입니다.

  5. 미국의 SF 드라마<스타트랙>에 나오는 우주선의 엔진입니다. 드라마의 내용은 이 기술이 개발되었을 때야 비로소 인류는 우주의 여러 문명에게 지적 생명체로 인정을 받게 됩니다.

전병옥

기술마케팅연구소 소장. 고분자화학(석사)과 기술경영학(박사 수료)을 전공. 삼성전자(반도체 설계)에서 근무한 후 이스트만화학과 GE Plastic(SABIC)의 시장개발 APAC 책임자를 역임. 기술의 사회적ㆍ경제적 가치와 녹색기술의 사회적 확산 방법을 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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