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노케어(老老-care) 단상

우리 사회는 이미 2018년 고령사회로 진입한 후 빠른 속도로 초고령사회에 다가가고 있다. 독거노인의 증가와 가족 구성원들의 고령화로 인한 돌봄의 위기가 사회문제로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협동조합이나 마을 안에서 노인들이 서로 돌봄을 나누며 노노케어를 실현하고 있는 사례들을 찾아보았다.

우리나라는 2025년에 초고령사회에 진입한다. 1960년생이 65세로 편입되고, 1955년생은 질환이 많이 발병하는 70세가 된다. 2025년 20%를 기점으로 고령화가 빨라져, 2050년 65세 이상 노인인구 비율이 39.8%까지 치솟게 된다.

현재 65세 이상 인구비율이 가장 높은 나라는 일본(28%)이고, 이탈리아가 24%로 그 뒤를 잇는다. UN 기준으로 볼 때 ‘노인’이란 65세 이상을 말한다. 고령화사회는 65세 이상 인구가 총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7% 이상, 고령사회는 14% 이상, 초고령사회는 20% 이상인 사회를 말한다.

노인인구 비율 증가는 인구연령층 구조와 가족형태, 가치관의 변화와 맞물려 독거노인인구 증가로 이어져 65세 이상 독거노인에 해당하는 1인 가구 수는 2017년에 6.8%였고 2025년에 9.5%로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우리나라는 노인부양 책임이 가족에게 있다는 인식이 커서 가족의 부담을 배제하기 힘들다. 고령사회에 진입하면서 부양자 역시 고령화되어 이러한 가족의 위기는 사회적인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

정부는 고령화에 따른 사회문제 증가로 인한 노인문제에 대한 종합적 해결방안으로 2004년 노인일자리사업을 정책적으로 추진하여 2005년에는 세부유형으로 노노케어를 전략사업으로 추가하였다.

노노케어(老老-care)란 건강한 노인이 거동 불편한 노인을 방문하여 안부 확인, 말벗, 책 읽어 드리기 등의 정서지원과 세탁, 취사, 장보기 등의 가사지원, 약물복용, 병의원, 약국 동행과 같은 보건의료 지원 등을 제공하는 사업으로, 노인에게 일자리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노노케어 서비스를 받을 수혜자와 연결하여 복지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대상자는 만 65세 이상 기초연금수급자인 경우 노노케어 서비스 제공자로 참여할 수 있고, 수혜자는 독거노인, 거동이 불편한 노인, 생활시설 이용 노인 등이 선정될 수 있다.

고신대학교 신해윤, 방미선, 권수혜

이웃 나라 일본의 가슴 아픈 이야기다. 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28%에 달하는 심각한 고령화로 인해 노인이 노인을 간병하는 ‘노(老)-노(老)’ 케어가 보편화되면서 ‘노노 개호(간병) 살인’도 크게 증가한 것으로 보고 있다. 2016년 후생성 조사에서는 간병을 필요로 하는 65세 이상 노인 환자가 있는 세대 가운데 주 간병인이 65세 이상인 세대가 55%였다. 노노 케어의 경우 ‘간병인도 환자 수발을 들다 체력적 정신적으로 병을 얻기 쉽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된다.

이태동 토쿄특파원
한쪽은 시혜를 베풀고, 한쪽은 서비스를 받는, 수직적인 구조로 이뤄지는 봉사에는 한계가 있다. 노노케어는 어르신들도 시간봉사를 할 수 있다. by Micheile Henderson 출처: https://unsplash.com/photos/PpZasS086os
한쪽은 시혜를 베풀고, 한쪽은 서비스를 받는, 수직적인 구조로 이뤄지는 봉사에는 한계가 있다. 노노케어는 어르신들도 시간봉사를 할 수 있다.
사진 출처 : Micheile Henderson

나도 거동이 불편한 노후 시절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나는 누구의 돌봄을 어떻게 받을까? 나는 누구에게 어떤 돌봄을 제공할 수 있을까?란 질문을 했었다.

이후 관련한 학습을 지속하면서 기회가 오면 우선적으로 돌봄 경험을 쌓고 있다. 가족 돌봄을 기본으로 하더라도 이웃(공동체)과 연결되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시절의 우선순위와 조응하지 않았지만, 취향과 관심, 학습을 중심으로 한 협동조합 활동을 의식적으로 시작했다. 공동체주택 협동조합의 활동 인연으로, 충남 공주시, 당진시에서 ‘도시재생’과 ‘마을관리협동조합’을 주민들과 함께 만드는 현장활동가 경험을 했다. 돌봄의 현장이었다.

도시재생은 주거환경이 쇠퇴하여 쾌적하게 살 수 없는 지역을, 재개발 재건축이라는 싹 쓸고 새로 짓는 방식이 아닌, ‘재생’의 방식으로 해결하자는 것이다. 재생은 살고 있는 주민이 그대로 살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노후한 주거시설을 고치든 개축을 하든 쓸 만하게 손보고, 아이들 키우고 어르신들 돌보면서, 함께 지내 편안한 이웃들과 그럭저럭 안심하고 오래 살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오래 살 주민이 있어야 한다. 그 주민이 오래 살 마음을 내고, 오래 살 방법을 함께 궁리하고 함께 도모해야 되는 일이다. 재생은 ‘주민’으로 시작한다.

계속해서 오래도록 살고 싶은 주민들이 실제로 오래 계속 살 수 있는 인프라를 만드는 것이다. 아이들을 챙기고 어르신을 돌보며, 몇몇 주민들은 동네를 위해서 일하면서 먹고살 수도 있고, 함께 모여 이야기 나눌 수 있는 공간도 갖추는 등 각종 생활서비스 공급과 공유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다. 다양한 생활서비스를 공유하는 협동조합이나 사회적기업 등의 마을기업을 만들어 운영할 수 있어야 한다.

도시는 ‘마을자산’으로부터 배제된 주민들이 몰려들어 함께 살게 되면서 형성되었다. 공동체의 성원들이 함께 사용, 수익할 수 있는 자산이 있다는 것은 공동체가 유지될 수 있게 하는 주요한 조건이다.

유창복, ‘시민민주주의’

어촌계의 어업권 등이 예이다. 우리 전통사회 마을 돌봄을 배운다.

충남 보령 장고도는 81가구, 200여명의 주민이 사는 작은 섬으로 1993년부터 해삼 어장의 수익을 배당해 2019년엔 가구당 연간 1100만원이 지급됐다. 해삼은 다른 어류 양식과는 달리 씨앗만 뿌리면 알아서 해초를 먹고 자란다. 성체가 될 때까지 주민이 신경 쓸 일이 하나도 없고, 다 자란 것을 채취만 하면 된다. 장고도 주민들은 거의 노동을 투입하지 않는 해삼 양식으로 기본소득을 받고, 두달간 열 차례 바지락을 채취하는 노동소득으로도 동일한 금액을 배당받는다. 기본소득과 노동소득을 합쳐 마을 공동체로부터 받는 배당액이 가구당 연 2000만원 정도 되기 때문에 양식업을 하느냐에 따라 소득 격차가 큰 다른 섬들과는 달리, 장고도 주민들은 균등하고도 안정적인 소득을 얻고 있다. 그래서 장고도에서는 팔순의 노인들도 노후 불안이나 돈 걱정 없이 살아간다.

강제윤 섬연구소 소장

‘100세 시대’가 머지않은 때에 홀로서기를 선언한 어르신들이 있다. 직장에서 은퇴하고 자식으로부터 독립한 이들이 모인 곳은 이름하여 ‘은퇴농장’. 어르신들은 이곳에서 함께 하숙하며 당당하게 홀로서기를 실천하고 있다.

혼자 사는 노인들에게 가장 큰 고충은 삼시세끼를 해결하는 것이다. 은퇴농장은 매끼 정해진 시간에 식사를 제공해 어르신들의 불편함을 덜었다. 식사를 준비하는 사람은 농장주 김영철 씨. 어르신들에게 처음부터 이곳 생활이 편했던 건 아니다. 은퇴농장 최고령 할아버지는 ‘내가 왜 여기 왔을까’ 후회한 적도 있다고 말한다. 도시에서 살다가 난생 처음 시골 생활을 경험하니 낯설고 불편해서다. 그래도 살다 보니 맑은 공기를 마시며 생활할 수 있고 좋은 이웃을 사귈 수 있어 좋다. 이곳에서 어르신들은 유기농 작물을 직접 재배하며 용돈을 벌기도 한다. 동장군이 기승을 부리는 날씨에도 비닐하우스 안은 작업에 한창이다. 달래가 제철인 2월에는 70g씩 무게를 달아 소포장하는 작업을 하면 된다. 물량이 많은 여름에는 오후 5시까지 작업하기도 하지만, 요즘에는 이 일만 끝내면 오후는 온전한 휴식시간이다.

마음 기댈 곳 없을 땐 모든 계절이 겨울이었다. 그러나 이제 이들에겐 새봄에 대한 기대가 생겼다. 서로의 어깨에 묻은 외로움을 털어내고 멋진 황혼을 함께 경작하는 ‘은퇴농장’ 어르신들의 이야기.

kbs, 홍성 은퇴농장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였던 앤드루 양(Andrew Yang)의 기본소득 바탕이 됐던 타임뱅킹제도가 한국에서도 이미 도입되어 시행되고 있다. 이렇게 하면 우리도 함께 서로 돌볼 수 있다.

국내의 타임뱅크 시작은 구미의 사랑고리은행이 2002년부터 시작됐다. 사랑고리는 노인공동체다. 구미 사랑고리가 성공모델이다. 우리나라가 2000년대 초반만 해도 ‘노노케어’란 단어도 없었다. 그동안 노인을 수혜자로만 생각했다. 노노케어는 어르신들도 시간봉사를 할 수 있다는데서 출발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환자나 장애인들이 점점 무기력해졌다. 한쪽은 시혜를 베풀고, 한쪽은 서비스를 받는, 수직적인 구조로 이뤄지는 봉사에는 한계가 있었다. 이런 관계는 오히려 폭력이 될 수 있겠더라. 서비스로 그 사람을 제한하고, 인간소외를 야기하는 것 같았다. 수평적이고 협력적인 구조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우연히 미국에서 ‘타임 달러’라는 개념을 알게 됐고, 이를 한국 실정에 맞게 고쳐 ‘사랑 고리’를 도입했다.

사랑 고리는 〈쓸모없는 사람은 없다〉는 정신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남에게 도움을 받는 사람도 충분히 다른 이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 사랑 고리는 모든 노동에 동일한 가치를 부여한다. 의사든 무직자든 누구나 일정량 봉사 또는 노동을 하면 1고리를 지급한다. 이는 사랑고리은행에 적립된다. 이후 자신이 필요할 때 사용하거나 도움이 필요한 이에게 기증할 수 있다.

사랑 고리는 외로움과 실의에 빠진 이들을 회복하기도 한다. 동네에는 1급 중증 장애와 심한 우울증을 갖고 있던 40대 여성이 있었다. 또 자기 신세를 한탄하며 여러 차례 자살을 시도했던, 앞 못 보는 할머니가 있었다. 구미시니어클럽은 40대 여성에게 도움을 부탁했다. 할머니에게 매주 두세 번 전화를 걸어 안부를 물어 달라는 부탁이었다. 이 일은 당사자들에게 큰 변화를 가져왔다. 3개월 후, 평소 사람들과 만남을 꺼렸던 40대 여성은 마을 행사에 참석해 말했다. 봉사를 통해 나는 다시 태어났다. 지금까지 나는 받기만 할 줄 아는 쓸모없는 사람인 줄 알았다. 그런데 내가 전화를 걸 때마다 할머니께서 즐거워하고 달라지는 모습을 보면서 자의식이 달라졌다.

타임뱅크코리아 손서락, 뉴스앤조이 박요셉

오래전에 잘린 나무 그루터기가 살아 있는 이유는 주변 나무들이 그루터기 뿌리에 자양분을 공급해줬기 때문이다. 왜 이 그루터기의 생명을 유지해주고 있었을까.

이산하, 생은 아물지 않는다

윤장래

새로운 주거형태 대안으로 논의되고 있는 '공동체주거’에 대해 연구와 활동하는 협동조합 조합원이다. 베이비부머세대 막내이고 아내와 함께 아파트에서 생활하고 있다. 소기업과 벤처기업, 출판사 직원, 상조(장지)사업 이력을 가지고 있고, 출판기획자와 강사로 경제활동을 하고 있다. 일주일에 하루는 서울근교를 걷거나 북한산 산행을 하고, 대부분의 시간은 책을 읽거나 유튜브와 현장 강의를 들으며 지낸다. 사람과 책에 대한 호기심이 많다. 오십 이후 성 역할에 대한 생각을 정리한 후, 일상의 자잘함을 주도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또, 책을 수집하는 강박적인 취미를 가지고 있다. 바람은 자신의 본성에 대한 충실함과 이웃과 조화로움의 균형적인 삶이다. 가까이는 아내와 함께 자전거 타고 마을과 이웃들을 기웃거리는 일상의 삶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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