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이웃, 나쁜 이웃, 이상한 이웃

좋은 이웃이란 뭘까? 나에게 잘해주면 좋은 이웃일까? 사소한 신경전으로 나를 불편하게 했던 이웃은 나쁜 이웃이었을까? 혹은 그들에게 나는 어떤 이웃이었을까? 그저 나에게 덜 친절하다는 이유로, 조금 소통이 안 되었다는 이유로, 혹시 이상한 이웃으로 취급하지는 않았나 하는 후회를 통해 반성과 성찰의 시간을 가져보았다.

라디오에서 요한 슈트라우스의 ‘봄의 왈츠’곡이 흘러나온다. 평소라면 경쾌한 리듬에 어깨춤이 절로 나올 텐데 오늘 아침에는 생기를 잃고 바닥에 뒹구는 벚꽃잎마냥 음악이 쓸쓸하다. 얼마 전 반려묘 ‘미미’가 무지개다리를 건넜다. 몇 집 모여 사는 작은 동네를 여기저기 제집 다니듯이 여유롭게 기웃거리며 돌아다니던 녀석, 사람들에게 적대감은 없으나 아무에게나 막 부비 대며 친근함을 무기 삼지 않았던 녀석. 늘 나의 아침 산책을 함께하던 녀석이 많이 생각난다.

몇 달 전에 앞집 언니가 카톡으로 사진 한 장을 보내왔다. 남향으로 앉은 거실 앞에 작은 툇마루를 두었는데, 거기에 올라가 세상 편안한 모습으로 쭈~욱 다리를 뻗고 자는 ‘미미’의 모습이었다. 거실 창 너머에는 언니 집 반려견 ‘단지’가 찢어질 듯 얇은 소리로 짖어대는데, 삼중유리로 된 창 때문인지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자는 모습이 웃겨서 찍었다고 했다.

우리가 동물들의 마음을 다 알 수는 없으나, 매일 본 지 햇수로 1년이 넘었으니 서로 이웃이라 여기며 편안함을 느낀 건 아닐까 생각하며 웃었다.

몇 해 전 미미가 처음 입양되었을 때도 봄이었다. 막 젖을 떼고 데리고 온 터라 한두 달 집안에서 키우다 밖으로 내었는데, 옆집 마당에 가서 똥을 싸고 온 적이 있었다. 고양이는 똥을 싸고 주위 흙을 끌어다 덮는 습성이 있는데, 잔디밭이라 잘 끌어지지 않아 좀 헤집어 놓은 모양이었다. 그날 저녁 옆집에서 건의가 들어왔다. 아직 새끼 고양이니 몇 주 목줄을 해놓으면 옆집으로 오지 않을 터이니 그렇게 해달라는 것이었다. 솔직히 난 좀 어이가 없었다. 고양이의 특성상 목줄을 매고 생활하는 게 가능하기나 한 것인가? 공사 내내 비상식적 행동으로 피곤함을 자주 느꼈지만, 바로 옆 이웃이라 적당하게 넘어가고 지내자 마음먹었던 생각이 또 한 번 틀렸음을 깨닫는 순간이었다. 그렇게 시작된 옆집과의 거리두기는 옆집이 이사한 날까지 계속되어 우린 서로 불편한 이웃으로 지냈다.

그렇게 지내던 불편한 이웃이 이사를 가고, 큰 반려견 두 마리와 어린 남자아이를 키우는 젊은 부부가 이사를 왔다. 반려견과 아이를 키우는 공통점이 있어서인지 왠지 더 친근하게 느껴졌고, 바로 옆집과 다시 서먹하게 지내고 싶지 않아 나는 먼저 마음을 내었다. 가끔씩 부부와 아이를 초대해 식사도 함께 하고, 여름에는 summer terrace에서 아이들끼리 물놀이도 함께 하며 친밀감을 쌓아갔다. 음식을 좀 많이 했다 싶으면 함께 나누고, 그게 고마워 다음에는 옆집에서 과일을 나누고, 텃밭의 야채도 함께 나누며 선순환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좋은 이웃이란 뭘까? 다시 한번 곰곰이 생각해 봤다. 나에게 잘해주면 좋은 이웃일까? 사진출처 : Kieselli
좋은 이웃이란 뭘까? 다시 한번 곰곰이 생각해 봤다. 나에게 잘해주면 좋은 이웃일까?
사진출처 : Kieselli

이웃이 있어 좋은 점은 가족여행에서도 볼 수 있다. 가족끼리 며칠 여행이라도 갈라치면 제일 먼저 걱정되는 게 반려동물, 반려식물들이다. 끼니 등의 돌봄 걱정에 도시에서는 동물병원에 맡기는 사람도 적지 않겠지만 동물병원 하나 없는 시골에서는 그마저도 힘든 일이다. 그러나 최근에 우리 가족은 3박 4일 여행에도 이웃들 덕분에 마음 편하게 여행을 다녀왔다. 매 끼니는 물론이고 오며 가며 눈길을 주는 이웃들의 돌봄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특히 나보다 사료를 훨씬 많이 주는 옆집 부부 덕에 우리의 여행을 녀석들은 내심 기대할지도 모른다는 엉뚱한 생각마저 들기도 했다. 여행에서 돌아온 날은 앞집 언니의 센스 있는 배려로 편하게 맛있는 저녁까지 얻어먹었다. 여행의 피곤함으로 저녁은 배달음식으로 때우고 싶은 마음이야 간절했지만, 배달되는 음식점 하나 없는 시골이기에 언니의 저녁이 더 따뜻하고 귀하게 느껴졌고, 좋은 이웃과 함께 한다는 사실에 벅찬 행복감을 느꼈었다.

좋은 이웃이란 뭘까? 다시 한번 곰곰이 생각해 봤다. 나에게 잘해주면 좋은 이웃일까? 먼저 이사 간 옆집의 불편한 이웃은 나에게 나쁜 이웃이었을까? 아니 그들에게 나는 어떤 이웃이었을까? 그저 나에게 덜 친절하다는 이유로, 조금 소통이 안 되었다는 이유로 이상한 이웃으로 취급하지는 않았나 생각하니 조금 부끄러움과 후회가 밀려들었다.

더이상 나만의 잣대로 들이밀지 말고, 이웃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고민하는 그런 삶을 살자고 다짐해 본다. 나는 혹 상대에게 독을 피우는 이웃은 아닌지 늘 돌아보며, 사랑하는 반려동물들과 함께 좋은 이웃으로 살아야겠다. 서로 사랑하며 행복하게 살기에도 짧고 유한한 삶이니…

‘펫로스 증후군’을 앓지 않기 위해 충분히 슬픔은 흘려보내는 것이 좋다는 앞집 언니의 위로를 생각하며, 내일부터는 미미와 함께 한 아침 산책을 다시 시작해야겠다. 미미는 옆에 없지만, 곳곳에 함께 한 풍경으로 녀석을 추억할 수 있으리라.

어쩌다 살롱

어쩌다 만난 이웃들과 동네문화를 만들고자 재미난 궁리를 하는 동네건축가

댓글 1

  1. 만약 그 이웃과 다시 만난다면 어떻게 하고 싶으신지 궁금하네요. 미워하는건 쉽고 함께 하는 과정은 어렵지만 소중한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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