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대학’과 지방의 몰락

지방의 몰락은 근대산업문명의 몰락을 의미한다. 산업문명의 중심지는 주변부에 대한 끊임없는 약탈과 의존으로 그 지위를 유지하였으나 약탈할 내부 식민지인 배후지가 더이상 없다면 중심부도 지속될 수 없고, 그 문명도 운명을 다할 것이다. 지방의 몰락은 더이상 착취할 것을 가지지 못한 중심부의 몰락을 재촉할 뿐이다.

이 사회에서 대학의 역할은 무엇인가? 요즈음 대학의 역할은 우선 이 사회가 필요로 하는 전문 인력을 양성하는 것에 있다. 물론 진리를 탐구한다는 명분도 있다. 전문 인력 양성이 되었든, 진리 탐구이든 대학은 사람들에게 소득을 보장해 주는 일자리를 구하는 데 있어 주요 통로 역할을 하고 있다. 소위 ‘좋은 대학’은 ‘좋은 일자리’로 연결된다.

그동안 ‘좋은 대학’이든 ‘좋지 않은 대학’이든 대학을 가려고 하는 학생이 대학 입원 정원보다 많아서 대부분의 대학은 그럭저럭 신입생을 채울 수 있었다. 그러나 이제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 정원을 채우지 못하는 대학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이는 지방에 소재하는 대학, 소위 ‘지방대학’에서 신입생 미달사태가 현실이 되고 있다. 왜 ‘지방대학’에서 유독 신입생 미달사태가 많이 발생하는가?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차이, 즉 지방의 상대적 낙후가 ‘지방대학’의 몰락을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 
사진 출처 : Polina Zimmerman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차이, 즉 지방의 상대적 낙후가 ‘지방대학’의 몰락을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
사진 출처 : Polina Zimmerman

‘지방대학’은 대학 진학을 원하는 젊은 학생이 선호하는 곳이 아니다. ‘지방대학’은 ‘좋은 일자리’의 기회가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높은 소득이 보장되는 일자리는 서울을 중심으로 한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다. ‘지방대학’ 출신 구직자가 수도권에 위치한 일자리를 구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이러한 배경에는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경제적, 사회문화적 차이가 자리하고 있다. 대학 생활을 통해서 직업에 필요한 지식을 습득하는 면도 있지만, 예비 직업인으로서 대학생은 본인이 진출하게 될 사회의 문화를 익히게 된다. ‘지방대학’을 다니는 학생은 수도권의 사회문화에 대하여 접할 기회가 적어지고, 이는 그 지역에 대한 취업에 있어 자신감 저하로 나타난다.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차이, 즉 지방의 상대적 낙후가 ‘지방대학’의 몰락을 더욱 가중시키고 있는 것이다. ‘지방대학’의 몰락은 그 지역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까?

‘지방대학’의 몰락은 그 지역에 젊은 사람이 감소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젊은 사람이 점점 줄어든다는 것은 그 지역의 경제와 산업의 지속가능성과 사회문화적 재생산이 힘들어진다는 것을 말한다. 지방 경제와 문화의 위축은 ‘지방대학’의 몰락을 더욱 가속화시킬 것이다. 결국, ‘지방대학’과 지방경제는 악순환의 굴레에 빠져들고 있다. 지방의 몰락, 아니 수도권의 집중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배후지인 지방의 몰락은 더이상 착취할 것을 가지지 못한 중심부의 몰락을 재촉할 뿐이다. 
사진출처 : habunman
배후지인 지방의 몰락은 더이상 착취할 것을 가지지 못한 중심부의 몰락을 재촉할 뿐이다.
사진출처 : habunman

지방의 몰락은 근대산업문명의 몰락을 의미한다. 인류 문명을 보면, 대부분이 문명의 배후지와 중심부로 구성되어 있다. 농업을 중심으로 한 배후지는 중심부에 잉여농산물, 땔감, 맑은 공기 등을 제공하고 문명 중심부는 배후지를 끊임없이 약탈 또는 의존하면서 그 문명을 유지하게 된다. 약탈할 내부 식민지인 배후지가 더이상 없다면 중심부도 지속될 수 없고, 그 문명도 운명을 다한다. 배후지인 지방의 몰락은 더이상 착취할 것을 가지지 못한 중심부의 몰락을 재촉할 뿐이다. 이는 현 근대산업문명이 서서히 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수도권의 집중은 가라앉고 있는 근대산업문명의 배에서 가장 뒤에 잠기는 곳으로 사람들이 모이는 것에 다름 아니다.

강성욱

대구한의대학교 보건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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