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의 발명] ⑬ 칭찬이 발명을 깨운다

지역 활성화를 위한 아이디어를 찾는 과정에서 ‘그런데’, ‘하지만’이라는 부정적인 접속어는 오히려 구성원들의 사기를 저하시킨다. 이에 반해 ‘그리고’라는 접속어는 긍정과 칭찬을 가져올 수 있는 말이다. 마치 브레인 스토밍을 하듯, ‘그리고’라는 말을 통해 다양한 사람들의 각양각색의 생각들이 이어지고, 무수히 많은 오답들을 허용하다 보면 오히려 더 풍부하고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발명될 수 있다. 이처럼 긍정과 칭찬은 지역 공동체 내 구성원들을 더욱 적극적이게 만들고, 생산적이고 창의적일 수 있게 도와준다.

어떤 회의에서나 자주 들을 수 있는 ‘그런데’, ‘하지만’ 이 말 뒤에는 대개 누군가가 제안한 아이디어나 의견에 대해 비판적인 의견이 뒤따라온다. “아이디어는 좋은데, 그런데 현실성이 없어.” “하지만 가지고 있는 예산과 기한으로 맞출 수 없을 것 같아.” 부정과 일방적인 비판은 아이디어를 낸 사람에게는 자신이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는 신호가 된다. 그리고 이 말을 들은 사람들은 이렇게 생각하게 된다. “내가 왜 여기에 있는 거지? 어차피 얘기해도 되지도 않을 일인데?” 그리고 다음부터 의견을 내지 않게 된다. 아무리 민주적 회의 방식이라도 몇몇 사람에 의해 주도되는 회의에는 참가한 주민들의 이러한 부정적 경험(학창시절부터 계속되어온)과 회의 문화가 있다. 사람들은 누구나 인정받고 싶어 한다. 자신의 아이디어를 다른 사람들이 알아봐주고 칭찬받기를 원한다. 인정받는다는 느낌을 받으면 모든 일에 더 적극적이고 생산적이고 창의적이 되며 만족감을 느낀다. 긍정과 칭찬이 가진 힘이다.

긍정과 칭찬을 가져올 수 있는 말이 있다. ‘그리고’. by Tyler Nix 출처: https://unsplash.com/photos/yfK1G1f71yA
긍정과 칭찬을 가져올 수 있는 말이 있다. ‘그리고’.
사진 출처 : Tyler Nix

긍정과 칭찬을 가져올 수 있는 말이 있다. ‘그리고’란 말은 단정이 아니라 수평적으로 계속 말을 이어가며 다양한 관점과 사고방식으로 누군가가 제시한 아이디어를 더 풍부하게 할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 아이디어가 필요할 때 자주 하는 회의 방식인 브레인스토밍(Brainstorming)을 떠올려보자. 브레인스토밍은 ‘그리고’의 긍정적인 힘을 잘 보여주고 있다. 브레인스토밍에서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찾기 위해 누구나 자유롭게 ‘그리고’를 시작으로(또는 ‘그리고’를 넣지 않더라도) 자신의 의견을 말하면 그것을 고치거나 판단하지 않고 그대로 포스트잇에 적어 붙인다. 브레인스토밍 과정은 최고의 아이디어가 나타날 때까지 회의에 참가한 사람들에게 ‘1+1=3’이 될 수 있게 모두가 집단적인 영향을 주며 무수한 오답을 예상하고 허용한다. 좋은 브레인스토밍은 두 개의 결과를 얻게 된다. (나쁜 브레인스토밍은 회의에 참가한 전원이 의견을 내놓는 게 아니라 몇몇 사람에 의해 주도되는 경우다.) 하나는 다양한 때로는 특이한 아이디어가 계속 집단적으로 연상되며 해결책이 될 수 있는 많은 양의 아이디어를 생성할 수 있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해결책이 될 아이디어가 더욱 풍부하게 발전된다는 것이다.

미국의 애니메이션회사 픽사(Pixar)에서는 창의력을 이끌어내는 최고의 회의방식으로 ‘브레인 트러스트(Brain Trust)’를 사용하고 있다. 브레인 트러스트의 원칙에는 주관적이고 감정적인 비난을 금지하고 회의에서는 제안된 아이디어를 발전시킬 수 있는 의견을 더해줘야 하는 “Yes, And”의 플러싱 룰(Plussing Rule)이 있다. “안돼, 틀렸어.” 대신 “그렇군요”하고 우선 아이디어를 받아들이고 아이디어를 성공으로 이끌기 위한 의견을 덧붙여 주는 방식이다. 이 방식이 토이스토리, 겨울왕국 등의 최고의 애니메이션 영화를 만들어내는 픽사의 회의문화이다.

지역 활성화를 위한 아이디어를 찾기 위해 우리는 전문가에게 기대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전문가가 가진 좁고 깊은 지식이 문제 해결에 무의식적인 편견을 부른다고 복잡성 이론가이자 다양성 전문가인 스콧 페이지는 주장한다. 스콧은 지금과 같은 상황의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전문지식보다 ‘경험의 다양성’, 다양한 사고방식, 새로운 관점, 다른 세계관 등이 휠씬 더 중요하다고 한다. 주민들 안에서 서로 인정하고 칭찬하는 사이에 지역을 활성화할 수 있는 아이디어는 언제든 준비되어있다. ‘그러나’ ‘하지만’ 대신에 ‘그리고’로 말을 시작해보자.

“창의성이란 독립적인 존재가 아니며,
수십 명의 사람들과 수만 가지의
의사 결정을 통한 결과물이다.”

에드캣멀 〈픽사의 창시자〉

이무열

지역브랜딩 디자이너. (사)밝은마을_전환스튜디오 와월당·臥月堂 대표로 달에 누워 구름을 보는 삶을 꿈꾼다. 『지역의 발명』, 『예술로 지역활력』 책을 내고는 근대산업문명이 일으킨 기후변화와 불평등시대에 ‘지역이 답이다’라는 생각으로 지역발명을 위한 연구와 실천을 하며 곧 지역브랜딩학교 ‘윤슬’을 시작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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