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의 발명] ⑲ 지역에 사건이 필요할 때

‘사건’은 침체되고 굳어진 지역의 분위기를 깨뜨려서 주민들이 지역 활동에 관심과 흥미를 갖게 하는 틈을 만든다. 사람들은 보통 자기 주위에서 벌어지는 비일상적인 일에 감각적으로 감지하고 느끼고 생각하고 행동한다. 침체되고 굳어진 지역 분위기를 바꾸고 주민의 참여를 이끌어내고 싶다면 ‘사건’을 만들어보자.

지역 활성화의 성공적인 추진을 위한 원칙 중의 하나인 주민들의 참여가 현장에서는 쉽지 않다. 주민이 지역 일에 직접 참여해본 경험이 없어서이기도 하고, 여러 사람 앞에서 아이디어를 제안하고 만들어가는 과정이 낯설기도 하면서 불편하기까지 하다. 하지만 주민참여를 더 어렵게 만드는 것은 폐쇄적인 지역 문화가 지역에 굳어져 있고 도시재생, 주민자치 등의 주민 프로그램에 대해 피로도가 높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처음부터 주민주도로 지역 활동을 시작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주민주도의 주민 활동 계획을 탄력적으로 변형해서 사용해야 한다. 일본의 커뮤니티 디자이너 야마자키 료 씨는 현장에서 주민들의 참여가 적으면 준비했던 주제를 바꿔서 ‘주민이 참여를 안 하는 이유’로 주민들이 참여하는 방법을 찾는 워크숍을 즉흥적으로 진행한다고 한다. 이렇게 주민 안에서 조금씩 활동을 넓혀가는 것과는 다르게 주민참여를 촉발하는 ‘사건’을 만드는 방법도 있다.

‘사건’은 분위기를 바꾸고 주민의 관심과 흥미를 불러일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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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은 분위기를 바꾸고 주민의 관심과 흥미를 불러일으킨다.
사진 출처 : cottonbro

‘사건’은 침체되고 굳어진 지역의 분위기를 깨트려서 주민들이 지역 활동에 관심과 흥미를 갖게 하는 틈을 만든다. 사람들은 보통 자기 주위에서 벌어지는 비일상적인 일에 감각적으로 감지하고 느끼고 생각하고 행동한다. AIDMA1나 AISAS2, 5A3는 이러한 사람들의 행동 과정을 마케팅관점에서 정리한 고객 행동 모델이다. 고객 행동 모델을 지역 활동으로 적용해보면 지역 활동이 침체된 지역에서 처음부터 주민들의 참여를 계획하기보다는 사전과정으로 주민들에게 관심과 흥미를 일으키는 ‘사건’을 통해 지역 활동 욕구와 행동을 만들어 갈 수 있다. 관심과 흥미가 생기고 욕구가 만들어지면 자발적인 참여와 확산, 지지가 발생된다.

주민들이 기획하는 지역 활동과는 다르게 ‘사건’은 외부전문가와 활동가들로부터 기획된다. ‘사건’을 기획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1)지역 조사 (2)라이프스타일(생활양식)조사 (3)사업대상 선정이 필요하다. 우선 ‘지역조사’로 지역이 가지고 있는 사회, 문화, 자연자원의 공간적 특성과 함께 역사와 미래, 현재의 시간적 특성을 파악한다. 지역조사에서 주의해야 할 점은 객관적인 특성보다는 사건을 만들어낼 일반적이지 않은 특이성에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건은 비 일상성을 가질 때 효과적이라 이제까지 경험했던 것과는 다른 방식의 접근이 필요하다. ‘라이프스타일’은 ‘나는 지금 이렇게 살고 싶다’는 사람들이 하고 싶은 생활양식이다. 취미생활과 자연주의와 같이 지금 바로 하고 싶다는 욕구이기 때문에 라이프스타일을 지역에 적용한다는 것은 바로 주민들의 관심과 흥미라는 반응을 기대할 수 있다. ‘사건’은 포괄적이기보다 사업이 좁혀졌을 때 더 효과적이다. 그래서 사건은 분명한 대상이 있어야 하고 이 대상의 사회적인 성향과 연령, 성별 등의 인구 통계적인 특성을 중요하게 고려해야 한다. 결국은 하나의 사업에 하나의 대상이 있을 뿐이다. 이렇게 다양한 사건들이 지역에서 연결되어 제각각 펼쳐질 수 있어야 성향이 다른 다양한 주민그룹들의 관심을 받을 수 있다. 또 대상에서는 레버리지효과를 고려해야 한다. 일본의 대표적인 마을 만들기 활동가 엔도 교수는 지역 활동에서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이 부모의 참여를 가져온다고 한다. ‘사건’을 기획할 때 대상들의 관심과 참여를 높일 수 있는 레버리지 역할을 할 누구를 찾아야 한다.

‘사건’은 이외에도 ‘사건’으로 만들어지는 변화를 주민들이 잘 볼 수 있게 해야 하고 공개적이어야 한다. ‘창신생활상권활성화추진위원회’에서는 지역 상권 활성화에 관심을 보이지 않는 상인들의 관심과 욕구를 만들기 위해 초기에 몇몇 가게를 섭외하여 깃발(Flag Shop)이 될 수 있는 사업을 준비하였다. 깃발 사업(Flag Shop)의 특징은 사업내용과 함께 주변 상인들이 오래된 가게의 대청소나 가게 외부에 POP(Point Of Purchase) 부착, 전문 컨설턴트 방문 등으로 깃발가게가 변화되어 가는 것을 보고 느낄 수 있게 하는 기획이었는데 깃발가게의 가시적인 변화과정을 보면서 주변 가게들도 점차 지역 상권 활성화 사업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

이제까지의 습관적인 생활과 생각에서 벗어나는 일이 벌어졌을 때 사람들은 극도의 관심과 호기심을 보인다. by Pixabay https://images.pexels.com/photos/262488/pexels-photo-262488.jpeg?auto=compress&cs=tinysrgb&dpr=2&h=650&w=940
이제까지의 습관적인 생활과 생각에서 벗어나는 일이 벌어졌을 때 사람들은 극도의 관심과 호기심을 보인다.
사진 출처 : Pixabay

대전 대덕구 미호동 ‘넷제로 플리마켓’도 초기에는 주민디자인학교에 참여한 몇몇 주민들만이 참여하는 소규모의 플리마켓에서, 지역의 많은 주민이 적극적으로 판매자로 참여하고 플리마켓 전 과정을 함께 준비하는 장터로 발전하고 있다. 사건을 만들 때 주의할 점은 기획자들이 사건을 만들더라도 준비부터 진행까지의 전체 과정이 주민에게 공개되어야 한다. 공개는 어느 과정에서라도 함께 하고 싶은 주민분들의 다양한 관심을 참여로 연결할 수 있는 통로가 되기도 하고 주민들의 새로운 의견을 받아들일 수 있는 유연하고 탄력적인 장치가 된다. 또한, 주민이 과거 지역사업 경험에서 느꼈던 기획자 그룹이 폐쇄적이라는 오해를 없앨 수도 있다.

골목과 수영장, 도서관 캠핑 등 전혀 연결되지 않을 것 같은 것을 연결하는 극단적 협업(Radical Collaboration)은 사건을 만드는 효과적인 방식이다. 이제까지의 습관적인 생활과 생각에서 벗어나는 일이 벌어졌을 때 사람들은 극도의 관심과 호기심을 보이기 때문이다. 녹색 생활환경을 조성하려는 목적으로 도심 한가운데 텃밭을 만든 프랑스 ‘낭트시’의 경우는 시민들에게 시내 중심가에서 텃밭을 일구고 수확물을 이웃과 나누는 새로운 ‘사건’이 되었다. 일본의 잡지 ‘타베루 통신’도 농어촌 활성화를 위해 지역특산물을 부록으로 주는 ‘사건’이다. 보통 잡지는 문자로 된 기사가 중요하지만 ‘타베루 통신’은 기사보다 소고기, 버섯, 가리비, 도미 등의 부록을 더 매력적으로 돋보이게 하고 기사는 부록을 설명하는 보조적인 역할을 한다.

지역의 분위기가 침체되어 어떻게 주민들을 만나야 할지 모를 때 우선 ‘사건’을 만들어 보자. ‘사건’은 연쇄적으로 주민 활동을 불러온다.


  1. AIDMA : Attention(관심) – Interest(흥미) – Desire(욕구) – Memory(기억) – Action(행동)

  2. AISAS : Attention(관심) – Interest(흥미) – Search(조사) – Action(행동) – Share(공유)

  3. 5A : Aware(인지) – Appeal(호감) – Ask(질문) – Act(행동) – Advocate(옹호)

이 글은 2022년 발행예정인 책 『지역의 발명(가제)』(착한책가게)에 대한 출간 전 연재 시리즈입니다.

이무열

지역브랜딩 디자이너. (사)밝은마을_전환스튜디오 와월당·臥月堂 대표로 달에 누워 구름을 보는 삶을 꿈꾼다. 『지역의 발명』, 『예술로 지역활력』 책을 내고는 근대산업문명이 일으킨 기후변화와 불평등시대에 ‘지역이 답이다’라는 생각으로 지역발명을 위한 연구와 실천을 하며 곧 지역브랜딩학교 ‘윤슬’을 시작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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