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의 발명] ⑰ 지역과 기후위기

기후위기가 생태공동체를 회복하는 기후희망이 될 수 있다고 한다. 지금까지도 행정이 많은 시간과 자원을 들이지만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는 도시재생사업이 주민들이 지역에서 기후위기에 대응하면서 극적으로 해결될 수 있다.

폭염에 의한 산불이 마을까지 내려와 배를 타고 바다로 탈출하는 그리스 사람들, 100년 만의 기록적인 폭우로 도로가 내려앉은 독일, 최악의 폭염과 가뭄이 가져온 식량문제로 삶의 터전을 떠나는 시리아 기후난민. 자연계는 인간보다 더 큰 재난을 맞고 있다. 최대 200여종의 생물이 매일 멸종되고 있고 전 지구의 포유류, 조류, 어류, 양서류, 파충류 개체수가 지난 50년 동안 3분의 2가 사라졌다. (2020 지구생명보고서 WWF) 노벨상을 받은 경제학자 폴 크루그먼(Paul Krugman)은 역사상 과학자들의 재난 예측률은 0%라고 하지만 진화생물학자 스콧 터너(Scott Turner)의 말처럼 지금 지구 곳곳에서는 기후재난의 징후들이 일어나고 있다.

경험하지 못한 전 지구적인 기후위기에 과학자들은 이산화탄소 포집과 가뭄 지역에 인공강우, 성층권에 에어로졸 분사로 태양빛 반사 등의 대책들을 검토하고 있고 각국 정부는 그린뉴딜을 통해 탄소중립을 목표로 하는 사회(산업)시스템을 만들려고 한다. 이런 방법으로 기후위기가 해결되면 좋겠지만 기후영향전문가들은 과학기술만으로는 인간이 알지 못하는 지구생태계를 조절하는 자율순환고리를 대신할 수 없고 성장을 목적으로 한 그린뉴딜로는 1.5도 임계점을 앞두고 있는 기후위기를 멈추기 어렵다고 한다.

자동차, 맨션아파트로 상징되는 중산층의 욕망이 만들어진 1940~1970년 자본주의 영광의 시대는 석유, 석탄 등의 화석연료를 채굴하고 바다, 숲 등의 공공재를 개발하는 약탈의 시간이었다. 채굴과 개발은 자본주의가 필요로 하는 성장의 중요한 동력이고 멈출 수 없는 성장의 욕망이 끊임없이 생태계를 훼손하며 결국 기후위기를 불러온 것이다. 이 과정에서 지역도 훼손되었다. 효율과 성장을 위해 일체화 되고 중앙집중화된 자본주의시스템에서 지역의 역할은 생산기지이거나 소비시장일 뿐 지역이 가져온 우애, 환대, 협력, 돌봄, 신뢰는 상품시장의 장애가 되었다. 생태계와 지역 모두 자기 작동의 내재적 원리인 연결과 순환의 고리가 끊겨버린 것이다. 이렇게 기후위기와 지역위기는 물적 성장의 그림자로 연결되어있다.

이런 면에서 지역회복이 생태계 회복의 근본적인 대책일 수밖에 없다. 경쟁하고 소유하는 사이에 생활이 고립된 지역을 돌봄순환이라는 지역이 가진 내재적 특징으로 연결하면 자연스럽게 성장과 과잉소비에서 벗어나 탈성장, 감축, 재생으로 기후위기에 긍정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되먹임 되는 지역의 돌봄순환이 지역생태계를 다시 회복시키게 된다.

식, 의, 주, 에너지, 돌봄 등의 기본 생활과 관련된 영역에서부터 지역에서 기후위기 대응을 시작해보자. 멀리 떨어진 곳에서 화석연료로 생산되는 에너지를 지역 안에서 분산된 재생에너지로 생산하고, 탄소발자국을 남기는 화학비료와 농약을 사용하는 먹거리 생산과 소비를 유기농 먹거리로 지역에서 생산하고 소비하고, 토건과 투기세력이 장악한 주택시장을 공공임대주택으로 주민들이 관리하고, 시장에서 판매되는 건강 돌봄을 호혜관계로 이어주면서 공공의 자원을 늘려간다면 가능하다.

Totnes Market. 영국 전환마을 토트너스는 기후위기 대응이 지역에서 어떻게 전체적으로 작동되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사례다. by Alison Day 출처 : https://www.flickr.com/photos/levettday/8905961216
Totnes Market. 영국 전환마을 토트너스는 기후위기 대응이 지역에서 어떻게 전체적으로 작동되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사례다.
사진 출처 : Alison Day 

영국 전환마을 토트너스(Totnes)는 기후위기 대응이 지역에서 어떻게 전체적으로 작동되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사례다. 토트너스(Totnes)에서 실천되는 〈에너지 하강 실천워킹그룹의 전환프로젝트〉는 총 9개로 구성되어있다. (1)에너지 프로젝트는 태양열 온수기 공동구매하기, 재생가능에너지협동조합 만들기, 재생가능에너지 보급사업하기 (2)빌딩주택 프로젝트는 따뜻한 데본(Devon)지역 만들기, 지역개발계획 참여하기, 생태건축하기, 코하우징 사업하기 (3)교통 프로젝트는 교통계획에 참여하기, 바이오연료 사용하기, 자전거길 만들기 (4)경제삶터 프로젝트는 녹색에너지 사용하기, 에너지 고효율 전구로 교체하기, 지역화폐 활동하기, 지역기업 지원하기 (5)먹거리 프로젝트는 텃밭 공유하기, 로컬푸드 가이드북제작과 이용 장려하기, 너트나무(천연세제) 보급하기, 종자 다양성 지키기, 음식을 온라인 허브에서 직거래하기, 먹거리 생산자와 소매장 잇기 (6)건강웰빙 프로젝트로 공동체 건강 텃밭 만들기 (7)문화예술 프로젝트는 지속가능한 예술가 만들기, 문화행사 만들기 (8)마음영혼 프로젝트는 TTT(Transition Town Totnes)활동가 회복력 지원하기, 마음과 영혼 워크숍 개최하기, 내적 전환과 생태적 성찰하기 (9)교육 프로젝트는 나의 이야기_세대간 소통하기, 전환도서관 이용하기로 되어있다. 이 가운데에서 여덟 번째 마음과 영혼워크숍은 보이지는 않지만 상처받은 마음을 치유하고 회복하게 해 다른 프로젝트가 가능하게 하는 환대와 우정을 만들 수 있다. 토트너스 주민들은 아침부터 저녁까지 이웃과 함께 전환적인 삶의 양식을 누리고 있는 중이다.

기후위기가 생태공동체를 회복하는 기후희망이 될 수 있다고 한다. 지금까지도 행정이 많은 시간과 자원을 들이지만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는 도시재생사업이 주민들이 지역에서 기후위기에 대응하면서 극적으로 해결될 수 있다.

‘아무리 무시무시한 위험이라도 직접 손으로 만져지는 것처럼 가깝지 않으면 우리는 가만히 앉아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는다. 그러다 문제가 눈앞에 닥치고 상황이 나빠져 어떻게든 대응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되면 그때는 이미 늦어버릴 것이다.’

기든스의 역설(Giddens’s paradox)

이 글은 2022년 발행예정인 책 『지역의 발명(가제)』(착한책가게)에 대한 출간 전 연재 시리즈입니다.

이무열

지역브랜딩 디자이너. (사)밝은마을_전환스튜디오 와월당·臥月堂 대표로 달에 누워 구름을 보는 삶을 꿈꾼다. 『지역의 발명』, 『예술로 지역활력』 책을 내고는 근대산업문명이 일으킨 기후변화와 불평등시대에 ‘지역이 답이다’라는 생각으로 지역발명을 위한 연구와 실천을 하며 곧 지역브랜딩학교 ‘윤슬’을 시작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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