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론의 계보학 – 「행복을 철학하다」를 읽고

이 책에서는 고대의 소크라테스로부터 근대의 스피노자까지의 철학자들의 행복론을 언급하면서도 그리스의 스토아철학과 인도에서 탄생한 불교의 행복론을 적극적으로 추천한다. 저자는 행복을 찾는 방법을 제시하지 않는다. 다만 인류가 과거에서부터 지금까지 행복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였는가를 여러 철학자를 통해 소개하면서 그 속에서 자신만의 답을 찾기를 바랄 뿐이다.

현대인들의 삶의 목표는 무엇일까? 각자 그 해답을 다르겠지만 대부분 사람은 아마도 장래에 행복해지는 것을 인생의 목표라고 답할 것이다. 우리는 행복을 찾기 위해서 물질적 안락을 꾀하고, 직업적으로 안정된 직장을 원하고, 조금 더 성공하려 하고, 주변 사람들로부터 조금 더 인정받으려 하며, 우리에게 쾌락을 제공하는 사람들과 가까워지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이러한 목표를 모두 달성할 수 없을뿐더러 이러한 것들이 결국 우리를 행복의 길로 인도하지 못하는 것을 모두가 알고 있다. 이처럼 인생에서 행복을 추구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며 이는 고대 철학자들도 고민한 테마였다.

삶의 목표는 장래의 행복

프레데릭 르누아르 저 『행복을 철학하다』(책담, 2014)
프레데릭 르누아르 저 『행복을 철학하다』(책담, 2014)

이 책은 행복을 찾는 방법을 제시하지 않는다. 다만 인류가 과거에서부터 지금까지 행복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였는가를 여러 철학자를 통해 소개하면서 그 속에서 자신만의 답을 찾기를 저자는 바라고 있을 뿐이다. 따라서 우리는 과거의 위대한 철학자들과의 대화로 행복에 대한 철학을 배울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철학이라는 것은 우리에게 제대로 생각하게 함으로써 보다 나은 삶을 사는 법을 가르쳐 주는 소중한 체험이기 때문이다.

개인이 행복감을 느끼는 것은 오로지 주관적인 것일까? 현대 신경생물학의 발달로 뇌에서 분비되는 신경 물질과 호르몬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즉, ‘행복이란 우리의 감성, 물려받은 생물학적 기질, 우리가 태어나서 자란 가정이나 사회, 우리가 진화를 거듭해가는 생태 환경, 우리 인생을 점철하는 다양한 만남 등에 많이 좌우되기에 행복에서는 기회가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라는 것이다. 하지만 인간은 물려받은 생물학적 기질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신경 가소성이라는 기능이 작용하기 때문에 습관과 행동 방식을 바꿈으로써 호르몬의 작용 또한 변화시킬 수 있다고 한다. 그러니 우리가 느끼는 행복감은 자신의 노력 여하에 달려 있다고 보면 될 것이다.

칸트, 쇼펜하우어나 프로이트는 인간이 지닌 욕망의 무한함 때문에 완전하고 지속적인 행복은 불가능하다는 염세주의적 사고를 주장하였다. 하지만 우리에게 쾌락주의 철학자로 잘못 알려진 에피쿠로스는 행복해지려면 반드시 몇 가지 쾌락은 단념하고, 허락된 범위 내에 있는 쾌락에만 집중하면 된다고 말했다. 스피노자 역시 지극히 검소한 생활 방식을 통해 행복을 추구할 수 있다고 보았다. 이는 우리에게 농부 철학자로 알려진 피에르 라비의 ‘행복한 소박함’과도 상통한다.

생태계 회복이 행복과 직결된 시대

저자는 특히 그리스의 스토아철학과 인도에서 탄생한 불교의 행복론을 적극적으로 추천한다. 스토아 철학에서는 이 세상은 하나이며, 동일한 자연법칙에 따라 생활하며 수많은 조응으로 가득 찬 하나의 거대한 생명체로 인식하였다. 이는 불교의 사상과 유사한 점이 많다. 스토아주의자들은 무엇보다도 영적 훈련을 중요시했다. 그러한 훈련들 가운데 가장 잘 알려진 것이 바로 마음 돌보기이다. 두려움이나 불안, 분노, 슬픔이나 자신의 상상이 빚어낸 욕망에 끌려가기보다 순간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요즘 우리 주변에서도 ‘마음공부’라고 하는 ‘마음 챙기기’ 열풍이 일어나고 있다. 또한, 불교에서는 우리가 본능적으로 가지고 있는 욕망을 무조건 제거하라고 말하지 않았다. 불교에서 제거하라고 말하는 욕망은 집착을 낳는 욕망만을 가리킬 뿐, 스스로 진급하려는 고귀한 욕망, 측은지심 속에서 정진하는 욕망, 선을 향한 욕망 등은 장려했다.

이처럼 저자는 스토아 철학, 불교, 동양의 노장 철학을 강조하고 있는데, 이들 철학은 모두가 생태 철학이며, 우리의 욕망을 억제하며 자연과 함께하는 공동체적 행복을 주장하고 있다. 지금 우리는 생태게 파괴로 인한 지구적 차원의 위기 시대를 살아가며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 이러한 불안은 불행의 원인이 된다. 생태계는 인류와 직접적인 관계를 맺고 있기에, 생태계 회복은 바로 우리의 행복과 직결된다는 사실을 염두에 둔다면 우리의 생활 습관과 행동은 바뀔 것이며, 이를 통해 미래 사회는 지금보다 행복한 시대가 될 것이라고 본다.

이환성

공학계 앤지니어로 10여년간 인간중심주의가 지배하는 현장에서 근무하면서 인문학에 목말라했다. 지금은 현장을 떠나 자유로이 독서와 함께 인문학에 빠져 있으며 철학과 공동체에 관심을 갖고 다른 삶을 모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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