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리통신] ㉗ 삶을 디자인하는 아이들 – 작은 학교, 큰 아이들

학교와 마을을 잇는 두동초사회적협동조합에서는 최근 학생조합원이 두동굿즈를 제작해 학교에서 열린 번개매점에서 판매했습니다.

두동굿즈를 사겠다는 약속

두동초 번개매점! 손님이 뜸한 시간, 매점직원들의 춤판이 잠깐 벌어졌습니다.

“골~라! 골~라! 골~라!”

2022. 7. 13. 두동초 번개매점. 사진제공 : 김진희
7. 13. 두동초 번개매점. 사진제공 : 김진희

랩같은 노래를 부르며 몸을 흔들고 신났습니다. 방금 배움터 지킴이 선생님이 매점에 오셔서 음료수와 과자를 사 아이들이 수고한다고 나눠주시고 거스름돈은 기부1하셨거든요. 선생님은 나가다 돌아보며 물으십니다.

“유주가 아레(그저께) 나한테 얘기했던 거 물건 만들어 판다고 했던 거는 어디 있어?”
“두동굿즈요. 여기 있어요. 마지막 하나 남았어요.”
“이쁘게 잘 만들어서 다 팔렸나보네.”
“네. 이거 단감2 모양이에요.”

두동굿즈. 사진제공 : 김진희
두동굿즈. 사진제공 : 김진희

선생님께서 사신 두동굿즈는 파란 감꼭지 머리장식을 한 소녀를 그린 키링입니다. 며칠 전부터 아이들은 선생님께 뭘 만들어 번개매점에서 판다는 이야기를 했고 선생님은 사러 가겠다는 약속을 하셨지요. 그리고 잊어버리지 않고 두동굿즈를 사셨어요. 사진을 찍으며 잔잔한 감동을 느꼈습니다. 저는 아이들이 어떻게 두동굿즈를 만들었는지, 번개매점을 준비했는지 다 봤는데 그 수고를 선생님이 알아주신 것 같아서랍니다.

도전! 창업교실

지난해가 끝나갈 무렵 두동초사회적협동조합(학교협동조합)이 설립을 마쳐 올해는 4~6학년을 대상으로 학생조합원을 모집해서 9명이 모였답니다. 작년에 2번 했던 번개매점을 이번에도 하려니 굿즈를 만들어 팔고 싶다고 했어요. 두동을 상징하는 굿즈를 만들어 판다면 협동조합의 수익이 될 수 있지요. 아이들과 사회적 경제3를 실험하는 ‘도전! 창업교실’ 프로젝트를 시작했습니다.

‘도전! 창업교실’(2022. 7. 10.) 자료제공 : 이진혁

‘두동굿즈 기획’수업은 시각디자인을 전공한 현직 화가 이진혁 선생님께서 진행해주셨어요. 기획의 순서에 따라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제작단가에서 막힙니다. 예쁜 그림만 그리면 될 줄 알았더니 굿즈를 만들려면 재료비, 디자인비, 제작인건비, 마케팅비용, 판매수익까지 더해야 완제품 가격이 나온다는 걸 배운 거죠. 게다가 정성을 들여 만든 굿즈를 싼 가격에 팔 수는 없다고 아이들이 말했는데 ‘비슷한 제품이 다oo에 있으면 어떻게 할래?’라는 물음에는 잠시 말이 없다가 ‘다oo 가요’라고 힘없는 목소리로 말합니다.

그렇지만 우리의 강점은, 엄마, 아빠, 언니, 오빠, 동생, 친구, 선생님, 이웃… 아는 사람에게 한정판매하면? 사주겠지! 강매합시다! ^^

이 순간부터 아이들은 다시 생기가 돌아 굿즈 디자인을 합니다. 그리고 가장 저렴하게 만들 수 있는 키링을 만들겠다고 바빠집니다.

처음 프로그램을 시작할 때만 해도 아이들의 도전정신이 이렇게 강한지 몰랐습니다. 재료주문에 3일이 걸린다는 말을 듣고, 이번에는 안 되겠고 준비 잘 해서 다음에 하자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선생님은 큰 문구점에 전화해 재료가 있는지 알아보자고 합니다. 전화했더니 10㎞ 떨어진 가까운(? 가까운 거 맞아요) 문구점에 슈링클스 종이4가 있어요.

기획수업을 일요일 오후에 하고 저녁에 재료 구입, 월요일 시범 제작, 화요일 본제품 제작, 수요일 번개매점 판매하는 일정이었습니다. 1개 1,000원, 100개 만들어 파는 게 목표입니다. 굿즈 제작하러 모이는 시간과 장소도 아이들이 정했기 때문에 제가 할 일은 아이들 배를 채워주는 거죠. 열심히 하는 아이들을 응원하러 치킨을 사갔어요.5

망한 굿즈 반성 회의중(2022.7.12.) 사진제공 : 김진희
망한 굿즈 반성 회의중(2022.7.12.) 사진제공 : 김진희

“망했어요. 미완성이에요. 쭈글쭈글해요. 팔 만한 게 없어요. 나 같아도 안 사요. 구려요.”

생각처럼 예쁜 키링이 만들어지지 않아 속상해하는 아이들과 일한 순서를 적어보고 제작에 쓰인 재료와 비용을 정리했어요. 1,000원 주고 이걸 사고 싶은지 스스로에게 질문하고 왜 안 사고 싶은지, 다음에는 어떻게 하면 잘 만들 수 있을지도 이야기해봅니다. 시간이 필요하고 미리 계획을 세워야 한다는 결론입니다. 일단 부딪쳐보니 해결방법도 찾게 됩니다.

회의를 하며 잘 진행되지 않자 회장을 뽑자고 해서 투표를 했습니다. 같은 표가 2명 나와 6학년이 회장, 5학년이 부회장을 합니다. 학생조합원 동아리 이름도 정했습니다. ‘두동협동조합’이라 하자 해서 우리는 이미 협동조합이니 협동하는 뜻을 담은 이름이면 된다고 하니 ‘쿠킹’이라고 요리하고 싶은 아이가 딴 길로 샜는데, ‘친구’라는 의견이 나오고 ‘무슨 친구?’라고 물으니 ‘두동친구’라고 한꺼번에 대답했답니다.

안 망한 굿즈

이 쓰레기를 누가 사냐? 쓰레기 처리를 어떻게 할래?
사과주스 사면 무료로 주는 건 어때? 1+1.
아니지. 그래도 우리가 만들었는데 팔아야지. 이걸 사면 사과주스를 그냥 주는 게 어때?
그래. 굿즈는 돈받고 팔자.

위 사진에 보이듯 두동굿즈 아래에 가격을 썼답니다. 100원부터 500원까지 있어요. 300원이라 썼다가 줄 긋고 500원으로 쓴 것도 있답니다. 아이들의 마음을 보셨나요? 굿즈제작을 하던 이틀 동안은 방과후학교 수업도 빠지고 열정을 다한 자신들의 노력과 수고에 이 정도 가격은 괜찮다는 당당함이 있습니다.

번개매점이 열리고 두동굿즈는 완판되었습니다!!!

아이들은 말 그대로 정면으로 맞서 도전했고, 아이들을 따뜻한 눈으로 바라보며 응원하는 배움터 지킴이 선생님 같은 분이 계셔서 완성되었습니다.

작은 학교, 큰 아이들

번개매점 이야기는 다음 기회에 자세히 쓰고 지금은 조금 덧붙일게요.

왜 번개매점이냐면 번개처럼 반짝! 잠깐만 생기는 매점이기 때문입니다. 또다른 이름은 용기내 매점인데 과자 먹고 싶으면 (과자 담을) 용기를 내면 저울에 무게를 재서 팔기 때문이에요. 두동초 모든 아이들에게 기본소득을 지급해 간식과 문구류를 살 수 있습니다. 현금으로 지급할 수는 없어 쿠폰을 만들었습니다. 쿠폰디자인은 아이들이 학생동아리 번개매점 기획단에서 작년에 했습니다. 그 아이들이 올해는 학생조합원이 되었답니다.

재미와 의미를 함께 찾아볼 수 있는 두동초 번개매점에는 두동굿즈를 디자인하며 용감하게 삶을 디자인해가는 작은 학교에 다니는 큰 아이들이 있습니다.


  1. 두동초사회적협동조합 주최 두동초 번개매점의 수익금은 공익활동에 쓰입니다.

  2. 두동의 특수작물인 단감은 (1960년대 초반까지는 판매 목적의 재배가 아니었다) 1969년 만화리 칠조에서 집단 재배를 시작했고 1980년대 말부터 본격적으로 재배되었다. 두동단감은 당도가 높고 육질이 부드러우며 빛깔이 아름답고 광택이 나는 것이 특징이다. 두동은 다른 지역에 비해 서리가 내리는 시기가 늦기 때문에 단감 재배에 적절하다. 특히 치술령 자락에 자리를 잡고 있는 한디미골은 서리가 늦게 내리고 토질이 비옥해 단감재배의 적지로 알려지고 있다. 출처:두동면지 p.263~264 (2001년 발행) 발췌.

  3. 양극화 해소, 일자리 창출 등 공동이익과 사회적 가치의 실현을 위해 사회적 경제조직이 상호협력과 사회연대를 바탕으로 사업체를 통해 수행하는 모든 경제적 활동. 자본주의 시장경제에서 드러나는 문제를 해결하고 일자리 주거 육아 교육 등 인간 생애와 관련된 영역에서 경쟁과 이윤을 넘어 상생과 나눔의 삶의 방식을 실현하려고 한다. 사회적 경제조직에는 사회적 기업, 협동조합, 마을기업, 자활기업, 농어촌공동체회사 등이 있다. 출처:[네이버 지식백과] 사회적 경제 (한경 경제용어사전)

  4. 환경을 생각하는 디자인을 기획했지만 제작단가에서 좌절하고 열에 따라 변형이 생기는 열가소성 플라스틱 물질인 슈링클스 종이를 구입했어요. 가격이 싸고 비교적 만들기 쉬웠습니다.

  5. 울산교육청에서는 학교협동조합 2년차인 두동초사회적협동조합에 사업비를 지원해줍니다. 다만 학교협동조합이 직접 사업비를 교부받을 법적 근거(조례)가 없어 학교회계로 집행됩니다. 며칠 앞서 품의서류를 올리고 행정실에서 체크카드 결제를 해야 하니 이번처럼 갑자기 모일 경우에는 사업비를 쓸 수 없습니다. 게다가 아이들이 원하는 ㅇㅇ치킨은 두동에 없고 배달도 안 돼요.. 원활한 사업진행을 위해 조례제정을 바랍니다.

김진희

만화리 비조마을에 살며 만가지 이야기가 어우러지는 마을이야기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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