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리통신] ㉞ extreme self-love: 나를 돌보는 마을학교

아이도 어른도 함께 가르치고 배우는 두동마을학교에서 아이들은 빼고 어른만 태극권을 중심으로 채식밥상(자연식물식), 장자읽기, 그림명상, 싱잉볼명상, 맨발걷기로 나를 돌보자는 주제로 워크샵을 했습니다. 본문은 본격 프로그램 이야기를 하기도 전에 끝납니다. 본격 전 이야기입니다.

다 같이 나눈 소감 두동마을학교 여름워크샵

태극권과 장자에 많이 들어가서 봤다는 느낌입니다. 장자가 죽어서 팩폭 안 당해서 좋다. 옆에서 바른 소리하면 참 싫어요..

기대 안 했는데… 나이 들수록 갈망이나 열정이 없다. 재미있다. 또 하고 싶어요

안 하던 짓 하니 재미있다. 잠을 안 자는 게 있을 수 없는 일인데 나 좀 건강하네. 재미있으니 즐겁고 좋았구나. 짐 실으니 많은 준비를 한 걸 알았습니다. 지우네집 기둥과 지우랑 지우아빠 빼고는 다 가지고 온 것 같았어요.

멀리서 와주신 진혁 쌤 고맙고 진희 수고했고, 채식으로 상다리가 부러질 수 있겠다는 걸 알게 되었고 다음에 또 만나요

워크샵 포스터(2023.7)
배경그림 by 이진혁 작가

몸이 안 좋아서(더위 먹었음) 자다가 괜찮아져서 가고는 싶지만 뭔가 하는 중이면 방해될까 전화도 못 하고 있었는데 갈 수 있어서 좋았고, 모두 식사를 마쳤는데 왔다고 치워둔 거 꺼내서 새로 차려주셔서 죄송하지만 채식 밥상은 너무 맛있어서 잘 먹었습니다. 장자 이야기는 시간이 짧아서 아쉬웠어요. 더 길었으면 자기 이야기도 더 나올 것 같았는데… 맨발 걷기도 좋았어요.

소박하게 워크샵한 게 좋아요. 계속 만나던 분들 오시니 마음도 편하고 즐거웠습니다. 동작 가르쳤는데 기본이라도 가르쳐서 좋고 프로그램에 즐거워해 주셔서 좋았습니다. 버.라.이.어.티.한 워크샵이었습니다!!! 명상이나 태극권을 하면 에너지장이 생긴다는데 그 안에 푹 들어갔으면 했지만 중간에 집에 가서 리듬이 깨지는 게 아쉬웠어요. 집에 가면 또 여러 가지가 보이고 기운이 흐트러지거든요. 여기서만큼은 내려놓고 자유롭기를 바랐습니다.

이번 워크샵 새롭고 재미있는 경험이었습니다. 워크샵을 계기로 밥상에 조금 더 신경을 쓰고 있는 중이고, 샤워하고 고관절 만져주기와 종아리 만져주기 겨드랑이 두드리기는 의식하고 챙겨하고 있습니다. 건강해지는 느낌이네요.

오늘에야 알겠다!!!

행복을 찾는 걸 멈춘다.

나를 돌보고 싶다

뜨겁게 더웠던 7월말 두동마을학교 여름워크샵을 열었습니다. 두동마을학교 3년차. 올해도 ‘몸으로 하는 마음공부 치술령 태극권’은 두동맞춤 예술가 이진혁 선생님에게 배웁니다. 3년쯤 되면 고수 흉내 정도는 낼 줄 알았는데 아직도 왕초보예요. 태극권 시간이 되면 몸과 마음이 아주 새로워져 그동안 뭘 배웠는지 기억이 안 나기 때문입니다.(몸은 게으르다는 마음공부?) 이럴 줄 미리 알았던 선생님은 지난해 마지막 수업시간에 내년에는 1박 2일이나 2박 3일 워크샵을 해서 태극권에 푹 담궈 보면 어떠냐고 제안을 하셨어요.

워크샵에 제목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얼마 뒤 인터넷 서핑 중 “extreme self-love”라는 문구를 보고는 ‘이거야! 지금까지 다른 사람을 위해 열심히 일했다면, 워크샵하는 동안은 나를 위한 시간을 보내야겠다’고 신나서 준비를 했답니다.

현수막에 쓰던 멋진 태극권 포즈의 그림이 들어간 손거울을(마침 작은집에 온 시경이에게 부탁해) 만들고 차 마실 도구(소소하게 많음)를 챙기고 그림명상할 때 쓸 서예 깔판, 붓, 붓걸이, 벼루(돌이라 아주아주 무거움), 먹물 등을 사고 빌려 차에 실어두고, (또 시경이에게 부탁해) 장식할 꽃도 색종이로 접고, 불을 밝힐 초도 잊지 않고, 이 모든 것을 놓아둘 테이블도 챙기고 등등 자잘한 일이 끝없이 이어지며 빠진 게 있을까 계속 체크체크.

여름 워크샵 준비(2023.7)

용의불용력(用意不用力)

싱잉볼 지도 by 권기린

‘아니! 나를 돌보고 싶은데 이게 뭐냐고!!! 전혀 self-love는 안 되고 extreme만 있잖아.’라는 불만이 스멀스멀 올라옵니다. 태극권 수업, 채식밥상, 장자 읽기를 하고 난 뒤 싱잉볼 명상 시간에 누워 있으니 생각에 생각이 꼬리를 물더니 ‘에구, 나를 돌보려면 뭘 하면 안 되겠다. 이제 안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으니 편안해집니다. 크리스탈 싱잉볼, 티벳 싱잉볼 소리를 듣고 몸에 올려 진동을 느끼며 더욱 편안해집니다.

그리고 얼마 뒤 야식시간입니다. ‘차 마실까요?’ 물어보고는 샌드위치까지 곁들였습니다.

“샌드위치 만들 건데요. 토마토 마리네이드 남았죠?”

“저녁에 다 먹었지. 소스만 남았는데? 방울토마토는 있어요.“

“소스만 있으면 돼요. 양상추 있고.“

“이 시간에 샌드위치를?“

“네. ^^“

지우가 며칠 전 열심히 샌딩한 트레이를 놓고 방울토마토를 4등분 내고 수정이가 가져온 작은 바게트빵을 어슷 썰어 소스에 적신 양배추를 올렸어요.

“이런, 트레이 뒷면이 도마인데 뒤집어야지.“

“에구, 아무도 모른다. 아무따나 쓰면 어떠노.“

“제가 알아요.“

그래서 뒤집어서 야무지게 칼질을 해 방울토마토를 더 썰었습니다.

“샌드위치라 해서 빵집에 파는 큰 건 줄 알았더니 이래 작은 걸 만드네.“

“한입에 먹을 수 있겠다. 양치 해야 되는데 먹고 싶네. 먹자!“

“넘 맛있는데 또 만들어줘요.”

‘내가 이렇게 서비스하는 사람이 아닌데 차도 우리고 샌드위치도 만들고… 뭐지? 근데 내가 차 마시고 싶고 샌드위치 먹고 싶어서 하는 건데 다른 사람들도 좋아하니까 조금 더 만드는 건 안 힘들고 기분 좋다. extreme self-love인데 나도 좋고 남도 좋은 건 아주 좋잖아! 아!!! 사람 마음 넘 잘 바뀌는구나.’

몸으로 하는 마음공부 치술령 태극권 지도. by 이진혁 작가

‘힘을 쓰는 게 아니라 의(의식, 의지, 마음)을 쓴다’는 말은 태극권 시간에 들었습니다. 땅에서 올라오는 힘이 다리를 통해 팔로 손으로 전해지면 내 힘을 쓰는 게 아니라 땅의 힘을 가지고 와서 쓴다는, 땅의 힘을 가지고 온다고 생각하면 그 힘을 쓰게 된다고 들은 것 같아요. 저는 워크샵을 준비하느라 힘썼더니 힘이 빠져 어쩔 수 없이 마음을 조금 쓰게 된 경우인 것 같은데 ‘extreme self-love의 종착역은 타인으로 향한 것’이라는 참가 후기를 읽으며 그냥 되는 건 없다고 새삼 느꼈습니다.

여름 워크샵 이야기는 많지만 분위기만 전하고 다음 기회에 한 발 더 들어간 이야기를 전할게요. 어쩌면 겨울 워크샵을 하고 나서 쓸 수도 있어요.

김진희

만화리 비조마을에 살며 만가지 이야기가 어우러지는 마을이야기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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