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리통신] ㉝ 6월의 제철음식 감자

기후위기 공부하는 마을동아리 ‘지구손수건’은 여섯 가정이 모여 생태적 삶을 공부하고 있습니다.

감자를 캐는 시간

새벽부터 감자를 캐시는 비조마을 아지매. 사진제공 : 김진희

기후위기 공부하는 마을동아리 ‘지구손수건’ 모임날입니다. 이번에 공부할 주제는 ‘GMO 알아보기’, 식사는 감자수제비와 삶은 감자입니다. 매달 한번 가족들이 모여 공부도 하고 건강한 밥상을 차려 밥을 먹습니다.

감자는 비조마을 아지매한테 1박스 부탁했는데 그날 새벽에 아지매가 그 감자를 캐고 계셨어요. 감자밭은 우리집 대문에서 바로 보이는 곳입니다. 오전 4시 30분이 조금 넘은 시간 푸르스름한 새벽이었습니다. (저는 일찍 일어난 게 아니라 밤을 샜답니다. 다들 가끔 잠 안 오는 날이 있잖아요? 저만 그런 건 아니겠죠?!)

“이렇게 일찍 감자 캐세요?”

“아침 되면 이내 더워져서 일도 못한다. 캘만큼 캐서 선별하고 박스에 담아놔야지.”

아침부터 속닥대고 있는 고양이들. 사진제공 : 김진희

“바로 가져갈까요?”

일하시는 아지매 옆에 앉아 흙 묻은 감자를 한군데로 모아놓으며 물어보니 선별해야 되니 10시쯤 오라 하시네요.

집에 오니 우리집 고양이는 둘이서 속닥거리다 딱 걸려 깜짝 놀란 듯 쳐다보며 너 왜 일케 일찍 일어남? 이러는 것 같네요.

감자 삶는 법

감자 선별 중. 사진제공 : 김진희

감자 삶는 법도 알려주셨답니다. 배운 대로 맛있게 삶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지만 일단 잘 들어뒀습니다.

흙냄새, 감자냄새, 새소리, 멀리 절에서 울리는 새벽 종소리와 함께 감자밭에서 감자 삶는 법 현장강의였습니다.

감자를 솥에 안치가 감자 우에 물이 약간 올라오도록 해야 돼. 그래가 푹 삶는다. 신당원을 쪼매 너야 돼. 소금도 였고 삶아. 저까치까 요래 찝어보고 감자가 악간 설들어간다 싶으마 물로 확 따라부래. 따라가지고 설탕을 우에 쪼매 흐치가 불로 최대한 나차가 뜸을 지아. 5분이나 10분 뜸이 지고 보마 노로하면서 똑 날라가듯이 그렇거든. 그래가 삶아노면 감자 맛있다크대.

감자와 생태적 삶

오전 10시에 아지매네 가서 감자 한 박스를 받아와 오후 4시 모임에 갔습니다. 흙 묻은 감자를 씻으니 껍질도 노르스름한게 아주 얇았어요. 손으로 문질러 씻으니 껍질이 훌훌 벗겨집니다. 감자수제비용으로 남겨두고 커다란 솥에 한솥 삶았습니다. GMO강의 중간중간 감자가 잘 삶기는지 보러 들락날락한 회원 덕분에 분이 포슬포슬 나는 감자를 먹을 수 있었습니다.

수제비용 밀가루 반죽을 미리 해온 회원과 수제비를 얇게 잘 뜨는 회원이 있어 감자와 호박이 든 따끈따끈한 수제비를 끓였어요. 있는 힘껏 팍팍 감자를 으깨준 회원 덕분에 감자 샐러드빵도 만들었답니다.

여섯 가정이 참여해서 어른과 아이들(중학생이 된 아이들은 할 일이 많다며 안 오더군요) 19명이 모여 공부도 하고 제철음식을 나누는 생태적 시간이었습니다.

여섯 가정이 참여해서 어른과 아이들 19명이 모여 공부도 하고 제철음식을 나누는 생태적 시간을 가졌다. 사진제공 : 김진희
  • ‘지구손수건’은 지구의 눈물을 닦아주자는 뜻을 담아 동아리 이름으로 지었습니다. 2021년부터 ‘울산평생학습동아리’ 지원사업으로 시작했습니다. 3년차에 접어든 올해는 가후위기는 실천이 중요하니 온가족이 참여하여 월 1회 공부와 식사 모임을 하고 있습니다.
  • 지구손수건 6월 모임은 회원의 자택이 있는 울주군 두서면에 있는 사회적 기업 ‘모드니애’곤충농장에서 했습니다. 기후위기시대 미래먹거리로 식용곤충을 단백질원으로 삼아 육식을 줄이자는 환경적 가치로 운영되는 곳입니다. 자세한 사항은 지구손수건 회원이 울산저널에 기고한 글을 링크합니다.

[생활 속의 자연과학] 알면 먹을 수 있는 식용곤충과 모드니애 이야기 by 권춘봉 이학박사 (울산저널, 2023. 3. 10)

2021년 7월 17일 지구손수건 모임에서 신승철 선생님과 영상통화하는 모습. 사진제공 : 김진희
  • 2021년 7월 17일 지구손수건 모임에서는 신승철 선생님의 책 『탄소자본주의』를 읽고 세미나를 했습니다. 원래는 대면 강의였는데 철학공방 별난의 고양이 길동이가 전염성 피부병에 걸려 못 오시고 신승철 선생님 부부와 영상통화를 했어요. 회원들은 철학박사님이라 해서 나이가 지긋하실 줄 알았는데 젊어서 깜짝 놀랐고 멋지다고 했고 신승철 선생님은 지하철에서 자리양보 받고 좌절했던 경험이 상쇄되었다고 하셨어요. 이런 순간들이 참 그립습니다. 오늘(7월 20일)이 생신이라고 SNS가 말해주네요. 생신 축하드려요.

김진희

만화리 비조마을에 살며 만가지 이야기가 어우러지는 마을이야기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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